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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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대반격(12)

#25

“좋아. 숨 좀 돌리자. 다들 고생했어.”

“흐아아아···살았다.”

르탄시에가 주저앉았다.

구름 저편에서 불어온 바람이 땀을 훔치고 있었다.

우리는 파괴된 요람 위에 앉아 있었다.

영혼이 모조리 빠져나간 육각 기둥에서는 더 이상 거인이 태어나지 않았다.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는 차원문은 우리의 바로 앞에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이제 몇 번 남았을까. 두 번?”

“글쎄···다른 건 몰라도 근원에 매우 가까워졌다는 건 확실하다.”

아벨이 주억거렸다.

그의 행색은 푸른 페인트를 뒤집어쓴 것처럼 변해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열하고도 일곱 개 도시를 파괴하는 동안 우리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대머리를 학살했다.

‘지상의 꼴이 궁금하군.’

도화지에 물감을 뿌린 것 같아서 꽤 예쁠 터였다.

왕은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하들이 이렇게 죽어 나갈 동안에도 침묵하는 걸 보면 엉덩이가 어지간히도 무거운 것 같았다.

거인을 죽이고 도시를 부수고 차원문을 하나 통과할 때마다 근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과거와 비슷하다. 근처에 다가갔을 때와 느낌이 흡사해지고 있어.”

“하긴 그건 나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동의하는 바였다.

공기의 밀도부터가 전혀 달랐다.

원래 세상에서 느끼던 반짝거리는 마나는 이곳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숨을 들이내쉴 때마다 거인들의 힘의 근원이 되는 입자가 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르탄시에가 말했다.

“점점 거인들이 줄어드는 것 같은데 이제 놈들도 포기한 걸까요? 아니면 더는 병력이 남아 있지 않는다거나····”

“택도 없지. 이 정도로 팍 줄어들었으면 그냥 전략을 바꾼 거야. 보나마나 한 곳에 모여서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겠지. 이미 그럴 때를 대비해 계획까지 세워놨으면서 왜 쓸데없는 희망을 품어?”

“으으···역시 그렇겠죠.”

르탄시에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마법으로 일행 중심에 작은 모닥불을 만들어 냈다.

따스한 열기가 차가워진 몸을 녹여 주었다.

나는 불가에서 손을 비비고 있는 두 덩치에게 시선을 옮겼다.

“니들은 어때. 괜찮냐?”

“그래. 오히려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제기랄···네 피에는 도대체 뭐가 섞여 있는 거냐.”

판타시온이 끄덕였다.

오르세도 평소처럼 틱틱거리는 걸 봐서는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았다.

그래야지.

내가 얼마나 헌혈을 열심히 했는데.

“약빨이 잘 들어서 다행이네. 머리가 안 벗겨지는 걸 보면 부작용도 없는 것 같고.”

“하지만 더는 필요 없다. 스스로 일구어내지 않은 힘은 언젠가 화를 부르는 법이지. 너도 우리를 위해서 피를 흘리는 건 그만둬라.”

판타시온의 시선은 내 팔뚝에 머물러 있었다.

피를 뽑아낸 자리에는 더러운 붕대가 둘둘 감긴 채였다.

대머리들과의 전투는 예상보다 훨씬 길고 격했고 나는 일행에게 내 피를 희석해서 만든 포션을(말이 포션이지 그냥 물이랑 섞은 거다)하나씩 배분해 주었다.

아벨에게 효과가 있길래 혹시나 싶어서 먹여 본 거였는데 무슨 요술이 벌어진 건지 세 명 모두가 눈에 띄게 기량이 향상되었다.

원래 조금씩 마시던 르탄시에도 마찬가지로.

농도가 진해져서 그런가?

“어차피 더 줄 생각도 없었어 인마. 내 피가 무슨 영양제인 줄 아냐?”

“나는 상관없다. 많으면 많을수록 투자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주지. 아예 원액으로만 한 병을 준다면···컥!”

나는 개소리를 하는 아벨의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

저주의 단어를 중얼거리던 그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솔직히 나쁜 생각은 아니었지만 전성기의 힘을 되찾은 평행 세계 삼촌이 무슨 헛짓거리를 할 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

머지않아 침묵이 찾아왔다.

우리는 눈을 붙이거나 허공을 바라보며 가뭄의 단비 같은 여유를 음미했다.

사악한 계략의 일환인지 우리를 방심시키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쉴 시간을 준다면 휴식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문득 불을 바라보던 르탄시에가 입을 열었다.

“······거인의 왕을 죽이고 근원을 부수면 평화가 찾아오는 걸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아카샤인지 뭔지 하는 새끼도 잡아 조져야 하지만.”

“미안해요.”

“갑자기?”

“그냥 너무 후회돼서요.”

목소리가 눅눅했다.

불을 응시하던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로난 님. 저는 솔직히 지금 약간 행복해요.”

“어쩐지 기미가 보이더라니. 너 맞는 것도 좋아하지?”

“이 이상하게 들리는 건 알아요. 그런데 그냥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쁜 걸 어떡해요. 사람이란 이렇게 당연한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존재인데 무슨 부귀를 누리겠다고 과거의 저는 그런 짓을 한 걸까요. 그까짓 영원한 생명이 뭐라고····”

네뷸라 클라지에로서 저지른 악행을 후회하는 듯했다.

옆에 있던 판타시온도 씁쓸한 표정으로 입술을 질겅이고 있었다.

묵묵히 그녀를 쳐다보던 내가 손을 내밀었다.

“르탄시에.”

“로난 님····”

르탄시에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려는 줄 아는 것 같았다.

뭐 비슷하기는 했다.

그녀의 정수리로 향하던 내 손바닥이 주먹으로 바뀌었다.

쾅!!

나는 손목에 스냅을 주며 르탄시에의 정수리를 후려쳤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아악!”

“그걸 이제야 알았냐? 누가 악당 아니랄까 봐. 가책을 느끼는게 빠르기도 하다.”

“내 내 머리! 내 머리 쪼개져요!”

“불쌍한 척 하지 마. 지난날의 악행을 후회하기에 니들은 너무 멀리 왔어. 아무짝에 쓸모 없는 후회로 진 빼지 말고 당장 해야 하는 일만 생각해.”

후회 따위는 작금의 상황에서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았다.

나는 옷깃을 여미며 몸을 일으켰다.

르탄시에는 데굴데굴 구르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지금 필요한 것은 저런 독기였다.

“어차피 오르세만 빼고 너희는 다 개자식들이야. 그리고 이미 개가 되어 버린 인간이 할 수 있는건 본인이 퍼질러 싼 똥을 흙으로 덮는 것 뿐이지. 행복이니 나발이니 주접을 떠는 건 청소가 끝난 다음이야.”

“지당한 말씀이군.”

판타시온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를 필두로 일행이 하나둘씩 몸을 일으켰다.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하니 상태가 훨씬 나아진 게 느껴졌다.

마른세수를 한 내가 빛의 기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자 마침표를 찍으러 가자.”

****

우리는 다섯 개의 차원문을 더 지난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거인들의 차원문을 통과하는 것은 공간 이동 마법과는 또 느낌이 달랐다.

눈앞이 새하얗게 물드는 것까지는 비슷하다.

하지만 빛의 기둥 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이 온몸을 휘감는다.

끝 모를 무저갱을 향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드높은 천상을 향해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귓가에서는 영문 모를 속삭임이 쉬지 않고 울려 퍼진다.

의외로 구역질이 치밀지는 않는다.

그렇게 기묘한 시간을 보내고 있자면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인다.

가만히 전방을 응시하던 내가 휘파람을 불었다.

“······드디어 도착했군.”

풍경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이곳이 여행의 종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였다.

저 멀리서 근원으로 추정되는 빛무리가 들끓고 있었다.

새하얀 광휘의 군집체는 생물의 심장처럼 고동치며 반짝거리는 마나를 분출하고 있었다.

“저 너머에 있는 게 근원이지?”

“그래. 확실하다.”

아벨이 끄덕였다.

저걸 부수는 것이 우리 분대의 최종 목표였다.

거리로 보나 뭘로 보나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두 번째 증거는 머리 위로 소용돌이치는 하늘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나선을 그리며 울부짖는 구름은 하늘에서 내려보는 태풍을 연상케 했다.

이따끔씩 섬광이 번쩍일 때마다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영 을씨년스러운 것이 당장에라도 뭐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차원문을 빠져나온 르탄시에가 작게 탄식했다.

“······아.”

“의외로 비명은 안 지르네. 바로 졸도할 줄 알았는데.”

“···머리만 조금 덜 아팠어도 했을 거에요.”

그녀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큼직한 눈망울에 물기가 차올랐다.

세 번째 증거 역시 하늘에 있었다.

일행이 모두 모이는 순간이었다.

『그대들은. 그런 짓을 하고도 살아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가.』

웅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떤 놈이 말했는지 찾고 싶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앞머리를 쓸어넘긴 내가 헛웃음을 쳤다.

“많이도 모였다.”

『오만한 필멸자들이여.』

하도 반짝거려서 눈이 아팠다.

날갯짓 소리가 너무 커서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 위 아래까지.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날개 달린 대머리가 존재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매끈한 두피가 우리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별에 있는 거인이 죄다 모인 것 같았다.

딱 한 명만 빼고.

나는 아무 대머리에게나 시선을 맞춘 뒤 입을 열었다.

“너네 왕은 어디 갔어?”

『참람하도다. 그분께서는 미물을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신다.』

“미물이라···이 지경이 되어서도 그딴 소리를 지껄인단 말이지.”

반사적으로 웃음이 나왔다.

하얗게 질린 르탄시에가 낄낄거리는 나를 미친 새끼 보듯이 쳐다보았다.

아벨과 판타시온 오르세 역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앞머리를 쓸어넘긴 뒤 말을 이었다.

“야 재밌지 않냐?”

『재미?』

“그래. 니들은 언제나 짓밟는 쪽이었잖아. 심심하면 다른 별을 멸망시키고 망자조차 안식을 취하지 못하게 영혼을 뽑아 먹고···그런 식으로 종족을 번창시켜 왔지. 워낙에 강하게 타고난지라 위기를 느낀 적도 없을 테고 말이야. 사실 아벨 그 자식이 눈이 돌아간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해.”

『그대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나는 지금 상황이 너무 재밌어. 입장이 뒤집힌 이 상황 자체가.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던 필멸자들한테 역으로 털리는 기분은 어때?”

좀 비장하게 말하고 싶은데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즉각적인 반박이 돌아왔다.

『이번 일은 한시적인 이변에 불과하다. 그대들 따위는 결코 우리의 위협이 되지 못한다.』

“아 그러셔?”

『가냘픈 삶을 연장하고자 입을 놀리는 모습이 안쓰럽도다···이제 그만 순리에 따라 종말을 맞이하라.』

어쩐지 동정하는 듯한 말투였다.

얼굴 모를 대머리가 말을 맺는 순간이었다.

우리를 포위하고 있던 거인 모두가 일제히 팔을 뻗었다.

사방에서 하얀 입자가 모여들며 그들의 손에서 뭉쳐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창검으로 누군가는 벼락으로.

우리를 분해하기 위한 흉기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벨이 속삭이듯 말했다.

“이봐. 정말 그 작전으로 갈 건가.”

“당연하지. 지금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냐? 예상도 딱 맞아떨어졌구만.”

“돌아도 단단히 돌았군. 너는 미친놈이다.”

아벨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 지경이 되어서도 내가 세운 작전이 탐탁치 않은 듯했다.

물론 주사위가 던져진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거인들이 복창했다.

『종말을 맞이하라.』

『종말을 맞이하라.』

『종말을 맞이하라.』

너무 입이 많아서 꼭 세상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우리도 슬슬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힐긋 돌아본 오르세는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웃음을 거둔 내가 놈들에게 중지를 쳐들었다.

“좆이나 까잡숴. 미리 경고하겠는데 우리를 못 막으면 너희는 멸망한다.”

『가엾군. 아직도 그런 기적이 벌어질 거라 믿는 건···』

거인이 말을 잇던 와중이었다.

내가 도약함과 동시에 오르세의 몸이 폭발적으로 부풀었다.

콰아아아!

순식간에 검은 용으로 변한 그가 하늘을 향해 불을 토해냈다.

【사라져라! 쓰레기 같은 놈들!】

“나 나도 이제 몰라요!”

하늘이 붉어졌다.

화염에 휩싸인 거인들이 몸부림쳤다.

나머지 일행도 일제히 행동에 나섰다.

르탄시에의 염동력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전장을 흔들었다.

“뮈이이익!”

판타시온이 도끼를 던졌다.

그의 몸과 함께 거대해진 양날 도끼가 넓은 호선을 그리며 거인들을 베어갈랐다.

내 피로 도핑된 일격은 날개 네 장 거인 따위는 단번에 반토막을 낼 만큼 강해진 채였다.

순식간에 수십 거인이 죽거나 행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부질없는 짓을.』

허나 적진에 동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절대적인 거인의 수가 너무 많은 탓이었다.

모두의 저력이 무색하게도 응징이 시작되었다.

『별빛이 그대들을 집어 삼키리라.』

“계속 공격해라!”

거인들이 쥐고 있던 무기를 내던졌다.

창과 벼락의 비가 쏟아졌다.

르탄시에의 방어막이 일부를 막아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기어코 방어막을 비집고 들어온 창 하나가 주문을 영창 중이던 그녀에게 적중하려던 차였다.

스각!

두 토막이 난 창이 허공에 흩어지며 소멸했다.

연달아 들어온 투사체도 마찬가지였다.

벼락과 빛으로 이루어진 병장기는 어느 하나 일행에게 닿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잠깐 사라졌다 나타난 아벨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이 빌어먹을 놈···! 헉 실패한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요격과 방어가 그의 역할이었다.

아벨은 인지를 벗어난 속도로 움직이며 노도처럼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전부 오르세와 판타시온의 몸에 박힐 운명이었던 스물 한 개의 투사체를 일 초만에 베어낸 그가 이를 악물었다.

“젠장 아직도 멀었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약간 멀었던 탓이었다.

금방 도착할 것 같기는 했지만서도.

“좋아. 좋아. 조금만 더 버티라고.”

『잠깐. 그대는.』

발판 삼던 거인이 움찔거렸다.

대답하는 대신 검을 휘둘렀다.

머리 없는 몸뚱어리가 아래로 추락했다.

나는 일행이 시선을 끄는 사이 놈들의 진형을 헤집으며 근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불현듯 날개 여섯 달린 대머리 하나가 당혹성을 흘렸다.

『나머지 한 명은···?』

“등신. 빨리도 알아챈다.”

멍청한 자식이 이제야 알아챈 모양이었다.

나는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도약할 때마다 근원과의 간격이 좁혀지고 있었다.

“속도 좀 더 내 볼까.”

『윽···!』

허벅지가 부풀었다.

콰아앙!

디딤돌 삼아 박찬 거인의 어깨가 음푹 꺼졌다.

바람이 귓가에서 포효했다.

놈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나는 이미 저 앞으로 이동한 뒤였다.

이런 식이었다.

워낙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라 놈들은 눈치조차 제대로 채지 못하고 있었다.

놈들이 빼곡하게 포진해 있었기에 가능한 재주였다.

『컥···!』

『무슨.』

귀찮게 구는 거인들은 그 자리에서 베어 버렸다.

푸른 피가 튀었다.

어느새 근원은 삼백 걸음 안팎까지 다가와 있었다.

맥박치는 빛무리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구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등 뒤에서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속임수다! 막아라—!!』

그 순간 모든 대머리의 이목이 내게 쏠렸다.

일행을 노리던 공격은 모조리 내게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를 격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복잡한 전장에서 나보다 훨씬 큰 덩치 사이에 숨어 가며 전진하는 나를 멈출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굉음이 작렬했다.

오발탄에 맞은 거인들이 연이어 추락했다.

끝은 금새 찾아왔다.

서걱!

단칼에 베어낸 거인의 뒤편으로 근원이 모습을 드러났다.

“도착.”

『안 돼!』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검을 휘둘렀다.

검로를 따라 쏘아진 초승달이 근원을 양단하려던 차였다.

갑자기 온몸의 털이 쭈뼛 곤두섰다.

살기를 감지한 내가 하늘을 올려보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

어지간한 건물보다 거대한 대검 한 자루가 구름을 찢으며 내려왔다.

간발의 차였다.

배면에 막힌 내 검기가 폭발을 일으켰다.

“드디어 행차하셨나.”

근원을 부수지는 못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예상했던 바였다.

심장이 터지게 생겼는데 본인이 안 납시고 배길까.

애초에 이런 무식한 걸 다루는 놈은 한 명 뿐이었다.

허공으로 시선을 옮긴 내가 조소를 머금었다.

“꼴에 죽기는 싫으셨나 봐. 왕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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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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