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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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대반격(1)

#14

흙냄새가 농후했다.

어둠에 잠긴 밀실에는 반짝이는 마나가 가득했다.

뿌리의 손바닥 구멍을 통해 진입할 수 있는 여과 시설은 언제나 불쾌한 환경을 자랑했다.

“이 짓거리도 지겹군. 역시 북부는 사람 살 곳이 못 돼.”

“저두요···으으 추워.”

르탄시에가 몸을 떨었다.

차디찬 북부의 지하는 바깥과 별 차이 없이 추웠다.

송신탑을 모조리 부순 우리는 뿌리 파괴의 마지막 단계인 생존자 확인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아니지 여과 필터라는 표현이 적합하려나.

“하아암···이번에는 멀쩡한 놈이 걸리면 좋겠는데····”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사실상 가장 귀찮은 작업이었다.

뿌리 밑에서는 30%의 확률로 살아 있는 네뷸라 클라지에의 신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쓸만한 놈이 나올 확률은 대충 1-2% 정도였다.

대부분은 간단한 면담을 진행한 뒤 목을 베었는데 죄를 씻을 만한 능력이 없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이 없는 탓이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걸어가던 와중이었다.

“세상에 판타시온!”

“아씨 깜짝이야.”

갑자기 르탄시에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녀는 내 눈치도 살피지 않고 쪼르르 달려갔다.

웬 덩치 좋은 웨어디어 한 명이 밀실 한복판에 구속되어 있었다.

“판타시온! 아아 살아 있었군요!”

“르탄시에···? 네가 왜 여기에····”

웨어디어의 입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새나왔다.

머리 위로 돋아난 뿔이 거목의 뿌리를 연상케 했다.

르탄시에가 입을 틀어막았다.

“저 정신이 들어요? 설마 이런 곳에 갇혀 있었을 줄이야···!”

웨어디어에게 채워진 구속구는 지금까지 봐온 것과 차원이 달랐다.

눈에 채워진 안대는 천이 아닌 두터운 강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팔다리를 묶은 사슬은 르탄시에의 허리보다 두꺼웠다.

“로난 님. 판타시온은 제가 아는 전사 중에 세 손가락에 꼽는 인재에요. 데려가면 안 될까요?”

“확실히 쓸만해 보이기는 하네.”

납득이 갈 수밖에 없는 피지컬이다.

폭력적으로 부풀어 오른 근육은 힘을 형상화 한 것 같았다.

생물보다는 건설용 장비에 가깝달까.

바렌은 물론 자이파 영감쟁이랑 팔씨름을 해도 비빌 것 같았다.

“좋아. 면접 한번 볼까.”

원래 세상에서도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분명 자이파와 슐리펜이 협공을 해서 잡았나 그랬었다.

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안대가 부서졌다.

나를 보며 끔뻑거리던 판타시온이 눈매를 좁혔다.

“뭐야···설마 교주인가?”

“유감스럽게도 아니야. 좀 닮긴 했지.”

“······그렇군. 착각이었나.”

나를 아벨로 착각한 것이었다.

열 번에 여섯 번 꼴로 벌어지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다.

삼촌인데 뭘 어쩌겠어.

머리 색이라도 달라서 망정이었다.

나는 칼자루를 톡톡 두드리며 그에게 질문했다.

“어이 사슴. 나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게 뭐야?”

“복수다.”

“누구한테?”

“신의를 져버린 교주와 침략자들에게. 나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판타시온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십 년 가까이 유폐되어 있었음에도 태도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래 씨발 이제야 좀 대주교 같은 놈이 나왔네.

나는 검 끝을 그의 목에 겨눈 채 되물었다.

“본인이 세상을 팔아넘긴 개자식이라는 걸 인정하나?”

“인정한다.”

“좋아. 합격.”

즉답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사라졌던 칼날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이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판타시온은 일말의 지친 기색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갓 태어난 영양처럼 바들거리던 르탄시에와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의외로 안 덤비는군. 인상이 더러워서 한바탕 할 줄 알았는데.”

“풀어준 사람을 해할 만큼 인의가 없지는 않다.”

“윽.”

르탄시에가 움찔거렸다.

풀려나자마자 배신한 전적이 있었으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 했다.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예비용 장검을 판타시온에게 내밀었다.

내 피가 묻어 있어서 칼날이 붉었다.

검을 받아든 그가 질문했다.

“내가 뭘 하면 되지.”

“실력 좀 보자. 마침 바깥에 대머리 하나가 알짱거리고 있으니···”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이었다.

판타시온이 도약했다.

수직 통로의 벽면을 지그재그로 차면서 뛰어오른 그는 눈 깜짝할 새 구멍 밖으로 빠져나갔다.

르탄시에가 얼어붙었다.

“에?”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현실감이 없었다.

나는 벙쪄 있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도망친 거면 연대책임이야.”

“히엑! 파 판타시온!”

그제야 정신을 차린 르탄시에가 주문을 읊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공중으로 치솟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눈보라 몰아치는 설원이 펼쳐졌다.

거인과 사투를 벌이는 판타시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항을 멈춰라. 어리석은 자여.』

거인은 술 취한 나비처럼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판타시온은 그런 거인의 다리에 매미처럼 들러붙은 채였다.

칼바람에 살가죽이 찢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검을 쑤셔 대는 중이었다.

“죽-어-라!!”

『크윽···!』

검이 허벅지를 쑤실 때마다 푸른 피가 튀었다.

분명 두 손으로 휘둘러야 하는 칼인데 저 새끼가 들고 있으니 무슨 아동용 단검 같았다.

머지않아 고통을 이기지 못한 거인이 추락했다.

판타시온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빛의 창을 피하며 달려든 그가 거인의 목에 칼침을 박아넣었다.

“워우.”

깔끔한 마무리였다.

피의 원액이 발린 무기를 쥐어주기는 했지만 거인을 혼자서 잡은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르탄시에가 자신 있게 추천한 이유가 있었군.

“뮈이이이익-!!!”

판타시온이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쩌렁쩌렁한 목청은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

양 손을 허리춤에 얹은 르탄시에가 큭큭거렸다.

“에헹헹 제가 말했죠. 진짜 대단한 전사라고.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시끄러워 인마. 좀 살만해졌다고 기고만장해지기는.”

“끄악!”

한 방 쥐어박힌 르탄시에가 머리를 쥐어싸맸다.

다시 악당 시절의 본능이 나오지 않게 주기적으로 패 줄 필요가 있었다.

“적응할수 있게 네가 잘 알려줘. 악당 동기잖아.”

“아파아아···네 그럴게요···!”

르탄시에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렸다.

어쨌거나 판타시온이 저항군에 큰 전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었다.

더는 주변에 뿌리나 균열은 없는 것 같았다.

여기도 이제 곧 원래의 색을 되찾을 터였다.

막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여기 있었나.】

“뭐야 웬일로 네가 여기까지 왔냐?”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오르세가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새카만 날개 네 장이 천천히 펄럭이고 있었다.

【나바르도제가 너를 찾는다. 참고로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거다.】

“엥? 갑자기?”

【그래. 영문 모를 말을 하던데.】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나 의문이었다.

이 부근은 완벽한 안전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천천히 착륙한 오르세가 말을 이었다.

【‘눈을 떴다.’ 라고 전하라더군.】

“······!!!”

****

나는 머지않아 본부 영내에 도착했다.

새로운 본부는 이 별에서 가장 추운 망령의 바다 근처에 지어져 있었다.

르탄시에와 판타시온의 관리는 오르세에게 맡겨 버렸다.

사납게 몰아치던 눈보라는 어느새 잦아들고 새파란 하늘이 드러나 있었다.

“로난 님. 오셨습니까.”

“별 일 없었나요? 잠깐 르탄시에가 안 보이는데.”

저항군 초병들이 나를 맞이했다.

원래는 거적떼기를 걸치고 있던 사람들은 그래도 이제 옷 다운 가죽 코트를 입은 채였다.

새롭게 옮긴 본부에 남아 있던 자원 덕이었다.

물적 여유는 색을 되찾은 하늘과 바다 못지않게 저항군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금방 올 거에요. 덩치 큰 사슴 하나랑 같이 올 텐데 우리 편이니까 놀라지 말고요.”

“사 사슴이요?”

“네. 전직 대주교라는데 실력이 쓸만하더라구요. 용엄마···아니 나바르도제 님은 어디 계세요?”

“아 전당에 계실 겁니다. 방금 막 의식을 마친 참이라서요.”

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 초병들을 지나쳤다.

걸음을 옮긴지 머지않아 직각 삼각형 모양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의 본부와 이어진 입구였다.

거대한 슬라이딩 도어는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고대 기술이 대단하긴 해.”

과거에는 엘시아가 관리하던 장소였다.

한때 별까지 닿았던 제국이 쌓아올린 건물은 거인 치하의 세계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았다.

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문이 열렸다.

긴 계단을 내려가자 별천지가 펼쳐졌다.

오늘도 저항군은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발광 다이오드로 만들어진 조명이 미래적인 복도를 밝히고 있었다.

‘참 모를 일이지.

정말 제 용도로 쓰일 날이 올 줄이야.’

새로운 본부는 세계가 복구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었다.

그란 카파도키아에 비해 안전하기도 했지만 원래 식물의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인 덕이었다.

잠들어 있던 씨앗들은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임종 직전이던 별 위로 싹을 틔우고 있었다.

“나바르도제. 나 왔어요.”

“아아 돌아왔느냐.”

계속 걷던 나는 이윽고 ‘전당’이라 불리우는 장소에 도착했다.

널찍한 방의 중심에 바위 하나가 솟아 있는 구조였다.

초병들의 말대로 나바르도제는 여기에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그녀가 나를 포옹했다.

“어서 오너라. 밖이 추웠지.”

“괜찮았어요. 옷이 따뜻해서.”

“이리 오렴.”

얼었던 몸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건강을 되찾은 그녀의 체온은 레드 드래곤의 평균으로 돌아온 채였다.

나는 그 안락한 감각에 몸을 맡긴 채 잠시 눈을 감았다.

‘따뜻해.’

어느 순간부터 나바르도제는 나를 막내 아들이라도 된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자식을 모두 잃고 방황하던 모성애가 내게 집중되기라도 하는 걸까.

초기에는 영 씁쓸하기도 하고 어색해서 피해 다닌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그녀가 이런 행동으로 안정을 찾는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이제 다 녹았어요. 의식은 막 끝난 거에요?”

“그래. 생명력이 넘쳐흐르지.”

나바르도제는 나를 안은 채 끄덕였다.

한 손으로는 머리를 막 쓰다듬는 것이 정말 아들이 된 기분이었다.

내 시선은 그녀 뒤편의 바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미세하게 공중에 떠 있는 돌덩이에서는 몸이 찌릿해질 만큼의 생명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원래는 제도 지하에 잠들어 있던 세니엘이었다.

“여기로 옮기기를 정말 잘 한것 같다. 어떻게 이런 곳을 알고 있었니.”

“엘시아가 남긴 유산이에요.”

“기특한 아이인지고···마지막까지 우리를 도와주는구나.”

나바르도제가 중얼거렸다.

세니엘은 이제 여기서 보관되고 있었다.

그녀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인 만큼 엄중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저항군은 하루에 두 번씩 세니엘에 힘을 불어넣는 의식을 벌였다.

모두의 마나를 먹은 세니엘은 나바르도제 개인의 힘만 흡수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생명 에너지를 방출했다.

대머리의 영역이 줄어들수록 세니엘의 회복은 빨라졌다.

회복이 진행될수록 분출되는 생명력이 강해졌고 자연스레 별이 복구되는 속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분 좋은 선순환이었다.

향을 미쳤다.

기분 좋은 선순환이었다.

“이제 정말 머지않았다. 나머지 절반을 되찾는 것도 시간문제야. 전부 로난 네 덕이란다.”

“별말씀을. 그런데 저를 찾으셨다 하지 않았어요?”

“아 내 정신 좀 봐.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구나.”

나바르도제는 그제야 나를 놓아 주었다.

한증막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헤실해졌던 표정을 다잡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따라오렴. 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눈을 떴단다.”

“하. 드디어.”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나는 그녀를 따라 전당을 나섰다.

우리는 시설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수십 번 모퉁이를 돌고 각양각색의 보안 장치를 통과하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항군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아는 장소였다.

검고 노란 줄무늬가 그어진 대문에는 고대 다인하르의 언어가 적혀 있었다.

“제가 열게요.”

침착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열렸다.

온갖 기계장치가 들어선 방의 중심에는 거대한 유리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

푸른 액체로 채워진 유리관 안에는 건장한 사내 한 명이 들어가 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

게슴츠레 떠진 눈 안에서 호박이 반짝거린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긴 내가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잘 지냈냐. 아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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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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