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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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별을 바라볼 권리(4)

#12

혈관을 타고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이 돌은 분명 세니엘이 맞았다.

정확히는 그 존재가 저 안에 깃들어 있었다.

“왜 이런 곳에····”

터무니없이 약해졌음에도 강대한 힘이 느껴졌다.

아데샨에게 회귀 구슬을 전해주고 아벨과 함께 죽을 운명이었던 나를 구해준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불가해한 존재.

그때와는 달리 말을 걸어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바르도제가 눈썹을 으쓱였다.

“세니엘?”

“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으음···생각해 보니 그런 걸 모시는 아이들이 있던 것 같구나. 단순히 토속 신앙의 일종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이 바위와 연관이 있느냐?”

그녀는 세니엘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하긴 나 역시도 아벨을 해치운 뒤에야 알았으니 충분히 그럴 만 했다.

나는 내가 아는 바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세니엘이란 우리가 있는 세계.

혹은 이 별 자체의 영혼.

머나먼 과거에 침략해온 거인의 선왕을 살해한 자라고.

나바르도제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세계의 영혼이라고?”

“일단 자기소개는 그렇게 했었어요. 사실 그때도 많은 대화를 나눈 게 아니라서···설마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이야.”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사란테가 애지중지하며 모시던 짝퉁하고는 격이 달랐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세니엘의 본체였다.

“나바르도제. 이 돌이 중요하다 했었는데 정확히 무슨 역할을 하는 거죠?”

“음 뭐라 해야할까. 비유하자면 심장과 비슷하단다.”

“심장이요?”

“그래. 막대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심장. 내가 한 일은 단지 여기에 힘을 불어넣음으로서 생명력이 더 넓게 퍼져 나가게 한 것 뿐이란다. 한번 보겠니?”

나바르도제가 돌 위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마나가 표면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 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돌이 미세하게 진동하더니 반투명한 파장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이건···!”

변화는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파장에 닿은 광석들이 빛을 뿜기 시작했다.

붉은 광석은 더 붉어지고 파란 광석은 더 파래지고 있었다.

왜 이렇게 주변이 알록달록했는지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마침 잘 됐구나. 주머니를 보렴.”

“네?”

별안간 나바르도제가 내 코트 주머니를 가리켰다.

손을 넣고 뒤적거리자 새하얀 흙이 한 움쿰 집혀 나왔다.

르탄시에와 야영 생활을 하는 도중에 들어간 것 같았다.

“뭐야 이게.”

이걸 왜 보라 했는지 의아해하던 차였다.

파장이 재차 터져 나옴과 동시에 흙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하얗던 알갱이들은 십 초도 지나지 않아 기름기 흐르는 갈색으로 변모했다.

당장에라도 감자를 심을 수 있을 것 같은 대지의 색으로.

나바르도제가 돌에서 손을 뗐다.

“이제 알겠지. 이게 바로 지하에서도 생태계가 유지되는 비결이란다.”

“끝내주네요.”

“추측에 불과하지만 나는 아직 깊은 바다와 땅이 놈들에게 침식당하지 않은 것도 이 돌 덕분이라 생각한다. 불규칙하게 뿜어내는 생명 에너지가 별의 목숨을 연장시키고 있는 거지····”

그리 말하는 나바르도제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몸이 나아서 얼마든지 힘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텐데도.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얼마 안 남은 거죠?”

“그래. 이 돌은 죽어가고 있다. 갈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

“그 뿌리인지 뭔지 하는 시설이 힘을 빼앗아 가고 있는 거네요.”

안 봐도 뻔했다.

세계의 영혼인 세니엘이 약해졌다면 그 이유는 자명했다.

날개 달린 대머리들에게 별 자체의 생명력을 탈취당하는 탓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그래서 우리의 주요 활동도 뿌리를 파괴하는 것이었지. 물론 제대로 성공한 적은 손에 꼽는다만····”

“어쩔 수 없죠 뭐. 방어막 하나로 먹고 사는 놈들이니까.”

부수기 힘든 것은 당연했다.

모든 뿌리의 표면은 아주 얇은 별의 가호로 코팅이 되어 있었다.

불의 어머니 수준의 화력이 아니고서야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나바르도제가 미소지었다.

“그래서 네가 온 것이 더욱 기쁘단다. 오르세에게 듣자하니 뿌리를 검격 한 번에 파괴했다면서? 원체 세상이 넓어서 수 년은 걸리겠지만 네가 도와준다면 이 별을 되찾는 것도 꿈이 아닐 것 같구나.”

“음. 그렇게까지 오래는 안 걸릴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니?”

“생각해 보니 까먹고 설명을 안 했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피를 마시거나 바르면···”

수 년씩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원래 세상에서도 대머리들과 대적할 수 있던 것이 나 뿐이었다면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터였다.

내가 설명을 이어나가려던 차였다.

나바르도제가 갑자기 손을 들어올렸다.

“잠깐.”

대화가 끊어졌다.

그녀는 심각해진 얼굴로 천장을 올려보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요?”

“아무래도 위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별안간 나바르도제의 머리 양쪽으로 두 개의 뿔이 자라났다.

하늘을 향해 휘어진 원뿔은 어떤 용의 뿔보다 아름답고 두꺼웠다.

“빛이····”

뿔은 천천히 점멸하고 있었다.

불길한 적색광은 과거 이타르간드의 입학식 날에 본 적이 있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적이 침공했다는 의미였다.

“심상치 않군. 가자.”

“제기랄 잠깐만요. 또 공간 마법으로 갈 거에요?”

“아니. 날아서 가자꾸나. 마법을 한번 더 쓰기에는 나도 좀 벅차거든.”

파아아아···!

나바르도제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원피스의 등 부분이 찢어지며 한 쌍의 거대한 날개가 자라났다.

붉은 피막에는 무수히 많은 흉터가 새겨진 채였다.

내 턱에 닿을랑말랑하던 정수리가 확 올라갔다.

“오우.”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원래 저 아래에 있던 가슴이 내 눈높이까지 올라와 있었다.

변신을 마친 그녀의 키는 아데샨보다 훨씬 커져서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어야 했다.

나바르도제가 중얼거렸다.

“으음···역시 이 모습은 익숙하지 않구나. 이렇게까지 커질 생각은 없었는데.”

“아니. 오히려 좋은데요.”

꽉 메워진 시야에는 빈틈이 없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사진기로 찍어서 [입체감]

따위의 제목으로 출품한다면 어떤 사진전에서도 대상을 딸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이 형태의 나바르도제는 처음 본다.

수인 폼이라 해야 할까.

본모습이나 인간 모습과는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넋을 놓고 있던 와중이었다.

“어쩔 수 없지. 가자꾸나.”

“웁.”

갑자기 나바르도제가 나를 끌어안았다.

키와 함께 몸집도 커져서 품에 쏙 들어갔다.

컨디션을 회복한 그녀의 체온은 다시 온천처럼 뜨거워진 채였다.

나바르도제는 내가 뭐라 할 새도 없이 날개를 펼치고 비상했다.

콰아아아아!

바람이 귓가에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 빠르게 날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몸부림쳐봐도 그녀는 나를 놓아 주지 않았다.

“으읍! 으으읍!”

“미안하구나.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주렴.”

나바르도제가 면목 없다는 투로 말했다.

나는 예의상 버둥거던 팔다리에서 힘을 뺐다.

달콤한 체취가 관능적이었다.

큰일이 벌어진 와중에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지금 상당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평행세계 모험의 손익 분기점을 지금 이 순간 돌파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 나바르도제 님!”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머지않아 끝났다.

멀지 않은 곳에서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나바르도제가 나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시야가 밝아졌다.

인공 태양이 떠 있는 본부의 중심부에 수백 명의 저항군이 모여 있었다.

“정말인가? 그렇게 많이 왔다고?!”

“그렇다는군. 빌어먹을 우리의 존재를 알아챈 건가.”

“주 죽을 거야···다들 죽을 거라고····”

하나같이 표정이 심각해진 채였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아까와는 확실히 달랐다.

인간 형태로 돌아온 오르세는 당장에라도 불을 토해낼 기세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나바르도제가 간부로 보이는 엘프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냐.”

“노 놈들이 잔뜩 몰려왔습니다. 평소와는 전혀 달라요. 꼭 이 장소를 눈치챈 것처럼···”

“그만. 직접 확인하겠다.”

딱!

나바르도제가 손가락을 튕겼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유리처럼 투명해지며 외부의 전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신이시여.”

수십 명의 거인이 하늘을 배회하고 있었다.

전원의 손에는 빛의 창이 쥐어진 채였다.

구름 위로는 생전 본 적 없는 규모의 거대한 마법진이 드리워 있었다.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문양은 여닫히는 것을 반복하며 날개 달린 대머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저렇게 많이···!”

“가 갑자기 왜? 꼬리를 잡힌 건가?”

동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었다.

나와 오르세는 거의 동시에 르탄시에를 쳐다보았다.

【네년.】

“제 제가 아니에요! 저도 살고 싶은데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르탄시에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여전히 밧줄에 묶인 채 바닥을 네 발로 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창 대처법을 토론하던 와중이었다.

지상 가까이서 비행하던 거인 한 명이 쥐고 있던 창을 던졌다.

우르릉···!

시야가 섬광으로 뒤덮임과 동시에 진동이 일었다.

“허어어억!”

“확실하군. 들켰다.”

누군가 탄식했다.

창이 꽂힌 곳은 정확히 본부와 수직을 이루는 지점이었다.

폭발이 가라앉으며 다시금 시야가 확보됐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거인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자리에 연달아서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투명했던 천장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때가 된 건가.”

나바르도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언젠가 벌어지리라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은 몰랐다.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창 하나가 내리꽂힐 때마다 공동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콰르릉!

쾅!

지반이 패이며 발생하는 굉음은 점진적으로 커져 가고 있었다.

“일단 후퇴를-”

숫자로 미루어 보아 승산은 없었다.

침묵하던 나바르도제가 대피 명령을 내리려던 차였다.

“딱 좋네.”

“···응?”

“마침 잘 됐어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참에 제대로 보여줘야지.”

나는 옳다구나 손뼉을 쳤다.

안 그래도 시연하려 했는데 기가 막히는 타이밍이었다.

주변에 있던 저항군의 시선이 내게 모아졌다.

“이봐 딱 좋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말 그대로외다. 다들 똑똑히 봐요.”

나는 그 말과 함께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왼팔을 가볍게 그은 뒤 팔을 쳐들었다.

더 효율적인 채혈 방식도 많았지만 지금은 극적인 연출을 할 필요가 있었다.

촤악!

베인 자리가 벌어지며 붉은 피가 쏟아졌다.

“썅 따가워라.”

“가 갑자기 뭔 짓거리야!?”

사람들이 경악했다.

의도했던 대로 이목이 쏠렸다.

나바르도제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아이야. 네가 말한 비결이라는 게 설마···!”

“아마 생각하는 게 맞을 거에요. 야 오르세. 네 창 좀 이리 줘 봐.”

나는 오르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막 뿔과 날개를 꺼내며 본모습으로 변해 가던 중이었다.

【뭐라?】

“네 갈비뼈로 만든 창 말이야. 저 대머리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어서 내놔 봐.”

【어디서 감히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오르세. 협조해 주렴.”

나바르도제의 목소리를 들은 오르세가 얼어붙었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그가 이를 악물었다.

쉬이익!

입에서 창을 뽑아낸 그가 팔을 휘둘렀다.

【···나는 네 명령에 따르는 게 아니다.】

“고맙구나. 착한 아이야.”

나바르도제가 미소지었다.

나는 낄낄거리며 발치에 꽂힌 창을 뽑아 들었다.

과연 흉악무도한 병기였다.

이중 나선형으로 꼬인 창날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꿰뚫겠다는 악의가 느껴졌다.

나는 피가 흐르는 팔뚝에 창 끝을 가져다댔다.

“좋았어.”

【이봐. 무슨 짓이냐.】

오르세가 경악했다.

창대를 타고 흘러내린 피가 노면을 적셨다.

희석한 것도 아니고 원액이니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나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창을 들어 보이며 소리쳤다.

“다들 그동안 고생 많았수다!!”

“미친놈인가?”

“그동안 댁들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 왔는지 압니다! 저 삶은 달걀들은 양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보호막을 두르고 다니니까요! 세상이 이 꼬라지로 전락한 것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입니다!!”

“제대로 미쳤군.”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다시금 나는 내가 연설에 재능이 없음을 깨달았다.

짱돌이나 썩은 토마토가 날아오기 전에 직접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이게 좋겠네.”

때마침 발치에 녹슨 양동이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 팔을 양동이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다들 잘 들어요! 제 피를 바른 무기는 대머리들의 방어막을 찢을 수 있습니다! 물에 희석해도 어지간하면 효과가 있고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썩 꺼져!”

“거 더럽게 궁시렁거리네. 직접 보여주면 될 거 아니야. 오르세 받아라!”

피가 묻은 창을 오르세에게 던졌다.

멋지게 창을 받아낸 오르세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턱 끝으로 거인들이 우글거리는 하늘을 가리켰다.

“던져 봐. 가장 못생긴 놈한테.”

【······진심인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냐?”

하라면 그냥 해볼 것이지 참 불만이 많았다.

오르세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위를 올려 보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갑자기 저 멀리 천장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런!”

보통 규모가 아니었다.

나바르도제가 다급하게 손을 뻗었다.

폭발하듯 펼쳐진 반구형의 역장이 공동 전체를 뒤덮었다.

무너져 내리던 암반은 역장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맙소사···!”

하지만 안도할 틈새는 없었다.

흙먼지가 걷히자 천장 너머의 풍경이 드러났다.

마법으로 엿보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새하얀 구름층과 배회하는 거인들.

외부에서 스며든 강풍이 사람들의 머리칼을 헝클어트리고 있었다.

『어리석은 자들아. 얕은 속임수로 그분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는가.』

『데라키스가 형을 집행한다.』

이어서 낮고 굵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빛의 창을 쥔 거인들이 천천히 강하하고 있었다.

그들이 일렬로 내려오는 모습은 저항군 모두에게서 희망을 앗아갔다.

나는 양동이에 팔을 담근 채 외쳤다.

“오르세! 던져!”

【······!】

“던지라고 병신아! 뿔만 날아간 게 아니라 불알 한 쪽도 같이 날아갔냐?! 쫄지 말고 던져!”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거친 숨을 내쉬던 오르세가 창대를 움켜쥐었다.

뭐라 한 마디를 더 보태려던 찰나 그의 팔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검은 직선을 그리며 날아오른 창이 세 명의 거인을 단번에 꿰뚫었다.

『이…건?』

거인들의 눈이 커졌다.

별의 가호는 깨진 유리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솟구친 창은 두 거인의 몸을 추가로 관통하고 마법진 한복판에 박혔다.

콰르르르릉-!!!

만 개의 벼락이 동시에 내려치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창이 뚫고 지나간 자리를 중심으로 구름이 흩어졌다.

하늘이 드러나는 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다.

지난 십수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밤하늘은 백색도 적색도 아닌 깊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

나바르도제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이 우주의 어둠을 수놓고 있었다.

십수 년 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빛 공해가 사라진 세상의 별무리는 사람들이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더 선명했다.

바람 너머로 흔들리는 천제는 별이 된 자식들이 손을 흔들어 주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사람은 하늘을 보고 살아야지.”

위를 바라보며 웃었다.

몸을 관통당한 거인들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검 끝을 밤하늘에 겨눈 채 입을 열었다.

“갑시다. 되찾으러.”

누구에게나 별을 바라볼 권리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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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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