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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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별을 바라볼 권리(3)

#11

그란 카파도키아를 개조해서 만든 본부는 생각보다 넓고 복잡했다.

적습을 대비한 탈출로와 대피소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는 구역에서는 발광이끼와 마석으로 만든 등불이 광원 역할을 했다.

“그렇구나. 아데샨 그 아이가 세 번의 삶을 살아왔다고···어쩐지 너무 영특하다 했는데 그런 비밀이 있었구나.”

“네. 돌아가면 저랑 결혼하기로 했어요.”

“후후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군. 검은 머리카락이 참 고운 아이였지.”

나바르도제가 미소지었다.

우리는 동굴 거인의 어깨 위에 나란히 걸터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입맞춤과 동시에 벌어진 회귀 네뷸라 클라지에와의 혈전.

종국에는 미래에서 온 사란테의 부탁까지.

소설로 적어도 욕을 먹을 기담이 연달아 튀어나왔지만 나바르도제는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너무 잘 믿으시네. 제가 미친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 상황에서 못 믿을 게 어디 있겠느냐.

오히려 네가 다른 세상에서 온 것이라 가정하니 작금의 상황이 납득된다.

내 몸이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너는 모를 거란다.”

“그거 흥미롭네요. 가벼워졌다라····”

솔직히 겉모습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본인이 그렇다니 그런 거겠지만 저런 흉물을 달고 가볍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니.

역시 별의 최강자는 달라도 뭔가 다른···에잇 시발.

지금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더 늦기 전에 구해서 다행이야.’

역시 나는 이 드래곤이 좋았다.

비단 특정 신체 부위에만 국한되는 호감이 아니었다.

입에 손가락을 쑤셔넣는 무례를 선처해 준 관대함도 강자답지 않게 열린 사고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아마 다른 드래곤이었다면 나를 당장 잿더미로 만들었겠지.

“로난. 네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왔다고 했지? 원래 죽을 운명이었던 자들도 목숨을 구원받았고.”

“뭐 그렇죠. 희생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요.”

나는 발아래에 시선을 둔 채 끄덕였다.

많은 목숨이 희생됐기는 하지만 이쪽 세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나바르도제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혹시···내 아이들도 만난 적이 있느냐?”

“아 당연하죠.”

“······!”

“이르는 아예 저희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어요. 친구도 많이 생겼고요. 그 자식 갈수록 기고만장해져서는.”

나바르도제의 막내 아들인 이타르간드는 여전히 필레온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었다.

듣자하니 적응을 너무 잘 한 나머지 올해에는 학생 회장에도 도전한다고 했었다.

“······너는 정말로 평행세계라는 곳에서 왔나 보구나. 나와 그 아이만 쓰던 별명을 알고 있다니. 이르가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나바르도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진홍색 눈동자에는 어느새 물기가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별로 섬세하지 못했음을 깨닫고는 이마를 쳤다.

제기랄 괜히 말했나.

“그···미안해요.”

“아니 아니다. 계속 들려다오. 다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도 인연이 있느냐?”

“으음···저도 모두를 만나본 건 아니라서요. 아 브라키오스? 그 아가씨랑은 좀 친해요. 드리무어에서 만났었는데.”

“브니하르도를 말하는 거구나. 그 아이는 자존심이 강해서 본인이 노력파인 걸 숨기려 하지. 알에서 깨어난 걸 핥아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아하하 그립구나.”

나바르도제가 웃었다.

고여 있던 눈물은 기어코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보다 못해 코트 자락을 내밀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눈물을 닦았다.

“내 아이들은 모두 죽었다. 이 못난 어미를 돕겠다고 나서다 장렬하게 전사했지. 오직 나만이 살아남아 빛도 닿지 않는 땅속으로 도망쳤다.”

“도망쳤다 하지 마세요.”

“하루···단 하루도 편안히 잠을 이룬 날이 없었다. 놈들의 창에 맞아 생긴 상처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어. 나를 정말로 힘들게 한 것은···별이 되어 버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볼 수조차 없는 참혹한 현실이었다.”

나는 입속말로 욕지거리를 중얼거렸다.

멸망당한 세계에서는 별을 바라볼 권리도 없었다.

눈치를 살피며 지상으로 올라온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일말의 색채도 없이 창백한 하늘과 땅 피처럼 붉어진 물 뿐이었다.

“그런데···그쪽 세계에는 아이들이 다들 살아 있단 말이지···?”

“네. 한 명도 빠짐없이···컥!”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었다.

나바르도제가 갑자기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폐가 짓눌리며 숨이 막혔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야····”

“나 나바르도제···허윽 저 죽어요. 진짜 죽는다고요.”

“나는 지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멎지 않는구나.”

나바르도제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웅얼거렸다.

옷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닿기는커녕 볼 수조차 없는 자식들임에도.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에이 진짜.”

나도 곧 있으면 애아빠가 될 예정이라 그런가.

질식사의 위기에 처한 와중에도 그녀의 절절한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나는 말없이 그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이나 어깨를 들썩이던 나바르도제가 고개를 들었다.

“······크흥.”

“다 울었어요?”

“일단은···세상에 이걸 어째. 옷 꼴이 말이 아니구나.”

나바르도제가 입을 틀어막았다.

내 상의는 물놀이라도 하고 온 것처럼 푹 젖어 있었다.

인간이었다면 이미 탈수증에 걸려서 죽었을 양이었다.

안절부절못하던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내 몸이 온기에 휩싸였다.

“오.”

“미 미안하구나. 감정이 주체가 안 되서 그만···이번 한 번만 못 본 척 해주면 안 되겠느냐?”

나바르도제의 얼굴은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붉어진 채였다.

달아오른 뺨 위로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만화책도 아니고 저게 실제로 가능할 줄이야.

“뭐 어때요. 슬프면 울 수도 있는 거지.”

“그 그래도 나는 이러면 안 됐다···지도자가 이 모양이라면 어떤 아이가 나를 믿고 따라오겠느냐.”

“되려 좋아할 것 같은데요. 오르세 같은 놈은 더더욱.”

“너 정말···!”

나는 머리 뒤로 팔짱을 낀 채 웃었다.

나바르도제의 얼굴 위로 피어나는 수증기가 짙어졌다.

아무 말도 못하고 바들거리던 그녀가 헛기침했다.

“흠흠 어쨌든 네 사정은 이해했다. 이 세상의 침략자들이 미래의 너희 세계로 건너가서 패악질을 부리고 있으니 그걸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게지?”

“정확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과 세상을 잇는 균열을 모조리 파괴해야 하는 거고···좋다.”

나바르도제가 끄덕였다.

눈물을 모조리 짜낸 얼굴은 확실히 더 밝아져 있었다.

원피스의 소매를 걷어붙인 그녀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든지 도와주마. 간신히 평화를 되찾은 세상이 침범당해서는 안 될 노릇이지. 거기에서 살아가고 있을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고마워요.”

“다만···네가 말했던 아카샤라는 마법사는 마음에 걸리는구나.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만나보기라도 했다면 네게 도움이 되었을 텐데.”

이건 의외였다.

나바르도제와 저항군 일동은 지금껏 한 번도 아카샤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확실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았다.

미래의 사람들이 내게 도움을 청하러 오게 만든 만큼 결코 만만한 적은 아닐 테니까.

대화가 끊어지자 적막이 찾아왔다.

동굴 거인의 왕이 발을 내딛는 소리만이 메아리치며 들려오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우리 어디까지 가는 거에요?”

거인은 기다란 통로를 내려가고 있었다.

경사는 완만했지만 미로처럼 구불구불했다.

깊이 들어갈수록 발광이끼의 수가 적어져서 시야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 본부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지. 여유롭게 기다리다 보면 도착할 게다.”

“가장 중요하다니 태양이 있는 거기보다요?”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그렇지. 사실은···네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더 있단다.”

일순 나바르도제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녀의 시선은 내가 아닌 전방에 드리운 어둠 한복판에 머물러 있었다.

“비밀이라뇨?”

“저항군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지. 이 지저에 생명이 살아 숨쉴 수 있는 비결은 내 힘 뿐만이 아니란다. 저 아래에는 지금까지 나를 도와준 돌이 태동하고 있어.”

나바르도제가 검지를 쭉 뻗었다.

영문 모를 말에 미간이 좁혀졌다.

뜬금없이 돌이라니?

조용히 전방을 주시하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하긴 너무 느리기는 하구나. 한시가 아까운 상황이니 그냥 마법으로 가 보겠느냐?”

“음 그게 나을 것 같기는 해요.”

“좋다. 대신 나를 단단히 잡거라. 워낙에 강한 힘을 품은 돌인지라 일대의 마력장이 뒤틀려 있거든. 자칫 실수하면 신체가 각기 다른 곳으로 쪼개져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단다.”

“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어보려던 차였다.

내 손목을 붙잡은 나바르도제가 주문처럼 들리는 단어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마법은 손가락 튕기는 걸로 끝내는 작자가 이렇게 나온다니 벌써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잠깐만요 시발. 우리 그냥 안전하게···”

“그럼 이동하마.”

그 순간 나바르도제의 주문이 맺어졌다.

내장을 오크통에 넣고 굴리는 듯한 역겨움이 밀려왔다.

뭐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할 새도 없었다.

눈앞이 새하얗게 물드나 싶더니 의식이 끊어졌다.

****

주위가 밝아졌다.

“갸아아악!”

나는 목 졸린 까마귀 같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팔다리가 몸에 잘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네 짝 모두 붙어 있었다.

“빌어먹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에요!?”

그 다음에는 고함을 터트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상대가 누구든 알 바가 아니었다.

부모님이 살아 돌아왔더라도 지금처럼 악을 쓰며 따졌을 터였다.

정말 잘못된 건 아니겠지?

공간 이동 마법은 그동안 많이 경험해 봤지만 이딴 감각은 생전 처음 느꼈다.

“우욱.”

대답은 저 구석에서 돌아왔다.

고개를 돌리자 석벽에 몸을 기댄 채 헛구역질을 하는 나바르도제가 보였다.

이미 좀 게워낸 뒤인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뭐야. 괜찮아요?”

“후우···그래. 오늘은 계속 추한 모습만 보여주는구나. 미안하다.”

“이 정도로 위험했으면 그냥 타고 왔어도 됐잖아요.”

“그건 맞지만···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나더구나. 설명하기가 어렵군. 어서 네게 이 돌을 보여줘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바르도제는 내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

안색이 하얗게 질린 걸 보니 나와 별반 차이 없는 경험을 한 듯했다.

뒤늦게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나름 아름답지 않느냐. 이 굴에서 가장 깊은 장소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였다.

땅 속이라는 것만 같지 저항군의 본부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널찍한 공동은 생전 처음 보는 광석들로 뒤덮여 있었다.

분홍과 보라색 파랑에 가까운 초록색.

제각기 다른 형태로 자라난 기암괴석들은 몽환적인 색채를 흘리며 은은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무채색의 돌은 그 한복판에 솟아 있었다.

“저거에요?”

“그래. 단번에 알아보는구나.”

내가 돌을 가리키자 나바르도제가 주억거렸다.

확실히 범상치 않았다.

마나의 농도가 진해서 주변 공간이 일그러져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기이한 바위는 석순처럼 땅에서 자란 것이 아닌 공중에 미세하게 떠 있었다.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찰나 위화감이 들었다.

이상하게 낯이 익은 돌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표면에 손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정전기처럼 찌릿한 감각이 전신을 관통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몸이 휘청거렸다.

“······!!”

“뭐야 왜 그러느냐?”

나바르도제가 부축해서 겨우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이 돌덩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사란테가 관리하던 신전에서 해주를 위해 들어간 내 심상의 세계에서.

아벨과의 싸움을 끝낸 뒤 머물렀던 백색의 공간에서.

터무니없이 약해져 있었지만 이건 틀림없이 그 존재였다.

거칠어진 호흡을 고른 내가 돌의 이름을 읊조렸다.

“···세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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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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