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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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63. 검과 별(8)

#A64

파르잔이 침묵에 빠졌다.

검에 무지한 사람들이 보더라도 방금 슐리펜의 공격은 굉장히 훌륭했다.

생전 처음 보는 크기의 검기를 다섯 개나.

그것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날리는 기술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너····”

하지만 로난은 단번에 파훼해냈다.

처음으로 정적을 깬 것은 슐리펜이었다.

그는 허무하게 흩어진 자신의 검기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시대가 변했다. 괜찮은 기술이지만 이 정도로는 검성의 자리에 오를 수 없어. 만약 내가 아니라 자이파 영감쟁이였다면 다섯 합을 겨루기도 전에 너를 끝장냈을 걸.”

로난이 말했다.

그토록 큰 기술을 받아쳤음에도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저히 자이파와의 싸움을 막 결판 내고 온 사람 같지가 않았다.

“···졸업식 때는 나를 봐줬던 건가.”

“글쎄다. 그럴수도 있고.”

“대등한 승부를 했다 생각했거늘···이토록 멀었단 말인가.”

슐리펜이 중얼거렸다.

자신이 지금껏 상대해온 로난과는 아예 다른 느낌이었다.

사실 의심하고는 있었다.

로난이 본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모든 저주를 소멸시키고 거인 종족의 왕을 베어낸 남자의 경지가 이 정도일 리는 없다고.

헌데 그게 사실이었을 줄이야.

“얼타는 거 봐라. 집중 안 해?”

불현듯 로난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로난의 검이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인력을 느낀 슐리펜이 회피를 시도했다.

로난은 예상했다는 듯 앞으로 치고 나왔다.

“이런···!”

슐리펜이 헛숨을 들이켰다.

더 밝아진 빛은 기어코 그를 집어삼켰다.

기껏 벌린 간격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막기 위해 검을 들었지만 로난의 참격은 이미 그어진 뒤였다.

촤악!

슐리펜의 왼쪽 허벅지 위로 피가 솟구쳤다.

“윽!”

어깻죽지보다 깊은 상처였다.

로난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검과 검이 충돌할 때마다 섬전 같은 불씨가 튀어올랐다.

얼핏 보면 전부 막아내는 것 같았지만 균형은 확실하게 기울고 있었다.

미처 쳐내지 못한 검격들이 슐리펜의 몸 위로 상처를 새기고 있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벌써 피를 많이 흘렸다.

치명상은 어찌어찌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 열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슐리펜이 각오를 다졌다.

전략을 바꾸자 기회가 찾아왔다.

아까처럼 어깨를 노리는 참격이 날아들었다.

슐리펜은 공격을 쳐내는 걸 포기하고 몸을 비틀었다.

칼날이 핥은 자리에서 피가 튀었다.

“뭐야. 왜 이걸 안 막아?”

어이없는 유효타에 로난이 뭐라 말하려던 차였다.

슐리펜은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푸른 바람이 검신 위로 휘감기고 있었다.

그는 착지와 동시에 바닥에 검을 박아넣었다.

로난의 눈이 커졌다.

“에이 썅.”

실수였다.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로난이 방어 자세를 취하는 순간 발 밑이 폭발했다.

콰아아앙!

강풍에 얻어맞은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윽.”

로난이 이를 악물었다.

거인의 주먹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슐리펜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땅에 박혀 있던 검이 푸른 빛을 뿌렸다.

기존에 파르잔을 휘젓던 회오리 십수 개가 일제히 로난을 향해 치솟았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날아든 폭풍의 촉수가 로난을 강타했다.

“크아악!”

“로로난?!”

이릴이 경악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동생의 모습이 사라졌다.

로난을 삼킨 회오리들은 서로 뒤엉키며 거대한 구체의 형상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승패가 났을 상황이었다.

“······아직이다.”

허나 슐리펜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상대는 고작 저 정도로 쓰러질 위인이 아니었다.

마무리를 확실히 지어야 했다.

그는 묵묵히 땅에 박힌 검을 뽑아들었다.

“후우우우····”

피를 많이 흘려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찰나 가족과 함께 님버튼 근교의 산을 올라갔던 때가 뇌리를 스쳤다.

쏟아질 것처럼 아름다운 별무리 아래에서 그는 다음 경지로 나아가는 깨달음을 얻었다.

“별빛이 아름다웠지.”

그 깨달음이 무엇인지는 슐리펜 본인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에.

아직 말이나 글귀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다만 행동으로는 보여줄 수 있었다.

“간다. 로난.”

슐리펜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극도로 농축된 폭풍이 검신을 휘감았다.찰나 관객 전원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오싹함을 느꼈다.

“어 엄마아!”

“이리 오렴. 아리아.”

아리아가 울먹거리며 이릴을 끌어안았다.

알리브리헤와 엘시아가 팝콘을 움켜쥐었다.

나비로제는 자연사의 위기에 처한 알로긴과 선제를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폭풍의 색이 점차 짙어지던 와중이었다.

파아아아-!

바람에 휘감긴 검신이 빛을 뿜었다.

강렬한 섬광에 파르잔에 있던 모두가 눈을 감았다.

이윽고 빛이 잦아들었다.

다시 눈을 뜬 관객들이 경악성을 뱉었다.

“이 이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풍경이 변했다.

그들은 산의 정상이 아닌 드넓은 광장 위에 서 있었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포석이 발밑에 깔려 있었다.

신전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기둥들이 군데군데 솟아 있었다.

뇌우를 동반한 폭풍이 광장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디야? 환각인가?”

“그렇다기에는 너무···생생한데.”

“허허 이런 건 나도 본 적이 없는데.”

알리브리헤조차 감탄을 흘렸다.

환영 마법과는 느낌이 달랐다.

고개를 들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보였다.

광장의 바로 위쪽만 맑은 것이 꼭 태풍의 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슐리펜은 그 광장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힘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회오리가 뒤엉키며 생긴 구체는 여전히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객석의 소란이 점점 더해지던 차였다.

촤아아악!

바람의 구체가 폭발하듯 흩어지며 로난이 모습을 드러냈다.

“썅 죽을 뻔 했잖아!”

착지한 로난이 혀를 빼물었다.

구체를 벗어난 그의 몸은 무수한 자상으로 뒤덮여 있었다.

깊은 상처는 없었지만 워낙에 많이 베여서 피를 꽤 흘리고 말았다.

“에이 따가워. 이딴 기술은 또 언제 배웠···”

수도 없이 검을 휘두르고 나서야 탈출할 수 있었다.

넌더리를 치던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주변 풍경이 완전히 뒤바뀐 채였다.

으르렁거리는 폭풍을 본 로난이 눈썹을 치켜떴다.

“뭐야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진심으로 놀라웠다.

이건 환골탈태와는 다른 방향의 진화였다.

두 번째 각성이라 해야 할까.

심상에 국한되어 있던 오러가 범람해서 일대의 시공간을 장악하는 경지였다.

나비로제나 자이파처럼 오래 산 것도 자신처럼 두 번을 산 것도 아닌 주제에 이 경지에 도달하다니 역시 제국의 샛별이라는 별명이 아깝지가 않았다.

“사랑의 힘이니 뭐 그런 건가. 진짜 대단하네.”

로난이 감탄했다.

슐리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광장을 휘감아 도는 폭풍은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슐리펜의 검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준비가 끝나는 순간 슐리펜의 심상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은 세상 무엇보다 파괴적인 일격이 되어 휘몰아칠 터였다.

“그럼 나도 보여줘야겠지.”

여유는 끝났다.

로난이 칼자루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눈동자에 맴돌던 장난기가 사라졌다.

새하얀 빛무리가 칼날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너도인가···!”

나비로제가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다.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저건 슐리펜이 자아낸 공간과 같은 경지의 기술이었다.

따스하고 포근한 광채는 부드럽게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슐리펜의 심상세계를 덧씌우고 있었다.

슐리펜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죽이지? 이걸 본 사람은 니가 두 번째다. 심상까지 넓게 펼친 건 처음이고.”

로난이 웃었다.

사실 꽤 오래전에 개발했지만 세상에 평화가 찾아온 덕에 오랫동안 쓸 일이 없던 기술이었다.

검신은 이제 완전히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이름하여 일출.”

신기술의 이름이었다.

참고로 기존 오러의 이름은 석양.

그는 가족과 함께 해돋이를 바라보던 날 이 경지에 도달했다.

석양은 해의 투쟁이다.

죽고 싶지 않아서 세상의 빛을 끌어당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오러는 정 반대였다.

일출은 해의 개선이다.

태동하는 햇살은 온 세상의 빛을 밀어내며 위세를 떨친다.

미쳐 날뛰는 자이파를 지하에 처박은 것이 바로 일출의 축소판이었다.

“···그런데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아 알로긴! 검성! 경기를 중단하시오!”

“죽고 싶지 않아!”

객석은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방어막을 치는 마법사들의 면면은 창백해진 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로난과 슐리펜이 격돌하는 순간 벌어질 일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파르잔과 성지 자신들의 몸뚱어리까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파괴될 터였다.

침착한 것은 나비로제와 알로긴 발론 44세 뿐이었다.

선제가 바짝 긴장한 아들의 손을 쥐어 주며 말했다.

“두 사람을 믿자꾸나.”

“네?”

“아무 일도 없을 게야. 적어도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제왕의 덕목이란다.”

선제의 눈빛은 흔들림 하나 없이 표표했다.

뭐라 말하려던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때 제국의 전성기를 이끌던 사내의 말을 믿기로 했다.바로 그때 앞으로 달려나간 로난과 슐리펜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

정적이 내려앉았다.

예상외로 대폭발이나 오색찬란한 섬광은 나타나지 않았다.

격돌의 순간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주변 배경은 아무 것도 없는 공백이 되었다.

사람들은 폭풍이 휘몰아치는 광장과 떠오르는 아침해 떠오르는 동산이 각각 하나의 검격이 되어 충돌하는 것을 보았다.

길항하는 세계.

혹은 단순한 검격의 교차.

물감이 번지듯이 파르잔의 풍경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잠깐 사라졌던 로난과 슐리펜의 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별이 폭발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악!”

“나 날아가지 않게 잡아!”

“신이시여!”

선제의 예측대로 방어막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놀란 관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산 아래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 그들은 옆에 있는 사람을 필연적으로 붙잡아야 했다.

충격이 가라앉자 황무지로 변한 분화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면에 박혀 있던 병장기들은 모조리 뽑혀나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로난과 슐리펜은 그 중앙에 마주보고 서 있었다.

검을 맞댄 채 미동도 않는 것이 꼭 동상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잠잠해진 세상에서는 바람 소리가 크게 들렸다.

한참의 침묵 끝에 슐리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로난.”

“엉.”

“내 검은 너에게 닿았나.”

“뭔 웃기지도 않은 질문을 하고 자빠졌네.”

로난이 헛웃음을 쳤다.

두 사람은 그제야 검을 내리고 편안한 자세로 섰다.

로난은 자신의 몸을 뒤덮은 상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뭐 토마토 케첩으로 보이냐?”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럼 무슨 의미인데?”

“나를 봐주지 않았냐는 뜻이다. 너는 진심으로 이번 승부에 임했나?”

검푸른 눈동자가 타오르고 있었다.

목소리는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 순간 슐리펜이 쥐고 있던 검 위로 균열이 일어났다.

콰장창!

산산이 조각난 검신이 바닥에 쏟아졌다.

“페일 로드가···!”

알로긴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페일 로드.

혹한의 검이자 그랑시아를 상징하는 보검이 최후를 맞이했다.

툭.

슐리펜의 손에서 빠져나온 칼자루가 그 위로 떨어졌다.

거칠게 얼굴을 쓸어 내린 로난이 입을 뗐다.

“당연하지. 등신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슐리펜의 시선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로난은 선 채로 의식을 잃은 친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넌 내가 본 칼잡이 중에 최고야. 두 번을 통틀어서.”

그리고 함께 쓰러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탓이었다.

자이파와 연달아 싸움을 벌이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였다.

“칼은 미안하게 됐다. 그런데 너도 슬슬 너만의 칼을 만들어야지.”

슐리펜은 아마 빠른 시일 내로 검성의 자리를 되찾을 것이다.

로난은 슐리펜과 어깨동무를 한 채 드러누워 버렸다.

가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섞여 있지 않았다.

몰려오는 피로에 눈꺼풀이 무거워지던 와중이었다.

“그 그러니까 돌아가자니까요! 그 몸으로 무슨 싸움을 해요!”

“뭐야. 벌써 끝났나?”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슬쩍 돌리자 공중에 떠 있는 아셀과 막 착륙한 듯한 자이파가 눈에 들어왔다.

시커멓고 육중한 몸에는 로난과의 싸움에서 입은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로난이 실소했다.

“벌써 일어났수?”

“로난. 꼴을 보아하니 네가 이긴 모양인데 좀 늦은 감이 있군.”

자이파가 클클거렸다.

“조금 실망인걸. 나였다면 진작에 저 풋내기를 치운 뒤 검성의 자리에 올랐을 텐데.”

“글쎄. 아마도 댁은 졌을 수도 있어.”

“자이파 저놈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비로제가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굵직한 핏줄이 솟아 있었다.

검집에서 빠져나온 대태도가 서늘한 빛을 뿌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패배자 놈이 북슬북슬한 발을 들이느냐!”

“지 진정하시오 검성!”

나비로제가 달려들었다.

황제가 말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아셀이 기겁하며 황급히 염력을 발휘했다.

두 사람의 몸이 허공에 정지했다.

“두 두 사람 다 진정하세요! 흐에엑 일이 왜 이렇게 된 거야!”

“메이지 아셀! 이거 놔라!”

“크하하하 그러지 말고 잠깐 풀어 봐라 대마법사. 재밌는 구경을 시켜 줄 테니까.”

자이파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몸이 젊어지면서 뇌까지 젊어졌는지 예전의 초연한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두 검객이 아셀의 염력에 붙들린 채 버둥거리던 중이었다.

“아 아빠!”

“아버지!”

다시 한 번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선을 돌린 로난이 당혹성을 뱉었다.

아데샨과 란세 에린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바로 뒤에서는 시타가 네 장의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었다.

“뭐야···다들 여긴 어떻게 왔어?”

“이런 큰 일을 벌였는데 모를 리가 없잖아. 다친 곳은 없어?”

한쪽 무릎을 꿇어 앉은 아데샨이 로난을 부축했다.

말투는 침착했지만 호흡이 거칠었다.

언제나 단정하던 머리카락은 바람에 엉망이 된 채였다.

잿빛 눈동자에는 물기가 촉촉하게 맺혀 있었다.

입술을 질겅이던 로난이 끄덕거렸다.

“응. 미안해.”

“다행이다····”

아데샨이 웃었다.

저런 몰골임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란세와 에린은 꼼짝하지 않는 팔다리를 열심히 주물러 대고 있었다.

일단 상태를 보아하니 나비로제 누님과는 절대로 못 싸울 것 같았다.

적어도 오늘은.

노발대발하겠지만 내가 못 움직이겠다는데 어쩔 거야.

“세상에 여보! 로난!”

“압빠아아아! 으아앙!”

이릴과 아리아도 허둥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관객들은 다음 승부는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열띈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주변을 쭉 둘러보던 로난은 다시 하늘을 올려보았다.

표표히 흘러가는 구름이 아름다웠다.

개판이 따로없는 지상과는 정반대였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랑한다. 다들.”

“뭐 뭐라구요?”

“다 들었으면서 그러냐. 아빠 쪽팔리게.”

란세가 경악했다.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로난은 특별히 다시 말해주기로 했다.

원래 같았다면 다시는 하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그냥 그러고 싶었다.

일찍 떠오른 별 하나가 어둑해지는 하늘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사랑한다고. 멍청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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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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