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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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51. 저희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3)

#A51

“뭐 뭐에요. 갑자기 이름을 부르시고····”

에르제베트가 움찔거렸다.남의 입으로 풀네임을 불린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단순히 아픈 게 싫어서 찾아온 게 아니었나? 멸망은 또 무슨 소리지?’

눈빛이 세상 진지한 것이 표정만 보면 무슨 프로포즈라도 하는 사람 같았다.

그림자 대공이 말을 이었다.

“그만큼 중대 사안이라는 뜻이다. 너희 여명의 마법사들이 과거에는 우리의 천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아아 그건 알아요. 애초에 여명 마탑의 창시자가 흡혈귀 사냥꾼 출신이었으니까요. 그때 축적한 부를 통해서 세력을 성장시켰다고 배웠어요.”

“좋아. 그럼 왜 그런지도 알고 있나? 왜 밤의 일족이 너희만 두려워했는지 말이다.”

“그야···저희의 화염 마법이 가장 뜨거웠기 때문이잖아요?”

에르제베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만월의 대지 마법과 황혼의 빛 마법이 그러하듯 각 마탑은 전문으로 삼는 분야가 존재했다.

여명 마탑은 예로부터 화염 마법의 일인자였는데 여명의 불꽃은 드래곤의 화염을 제외하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불이라 여겨질 만큼 위세가 굉장했다.

“불에 대한 공포는 곧 저희에 대한 공포죠. 유세를 부리는 건 아니지만 우리보다 화염을 잘 다루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지금도 더 뜨거운 불을 발현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고요.”

“그것도 맞다. 하지만 완벽한 정답은 아니야.”

“네?”

“너희가 다루는 불은 태양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 아직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과거에는 그랬지. 여명의 마법사가 뿜어내는 화염에 당한 동포들은 햇빛 아래 사멸하던 선조들처럼 먼지가 되었다.”

“아 그거라면 알고 있어요!”

에르제베트가 주억거렸다.

대공의 말마따나 여명 마탑의 마법사 일부는 특별한 화염을 다룰 수 있었다.

일반적인 불과는 다른 태양의 기운을 머금은 성화(聖火)를 현현하는 주문은 대대로 탑주를 통해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예전처럼 모두가 쓸 수 있지는 않아요. 태양의 힘이 섞여 있으면 화염을 조율하는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서···실력 있는 마법사 한정으로만 전수하고 있어요.”

에르제베트가 검지를 빼들었다.

마나가 일렁거리며 모여들더니 손가락 끝에서 자그마한 불길이 피어났다.

소리 없이 타오르는 불은 적색이 아닌 햇빛처럼 선명한 황매화색을 띠었다.

오필리아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오랜만에 보네. 섬뜩한걸.”

그녀는 조용히 후드를 뒤집어썼다.

피에 새겨진 공포가 심장을 자극하고 있었다.

가만히 대화를 경청하던 시온이 박수를 쳤다.

“앗 저도 할 수 있어요!”

짝!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금색 도깨비불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크기가 커서 제법 눈이 부셨다.

여름의 들판을 연상케 하는 온기가 궤짝을 감쌌다.

에르제베트가 주의를 주었다.

“시온. 손님들이 불편해 할 정도로는 발현하지 마세요.”

“아앗 죄송해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괜찮다···그래 바로 그 불이다. 저딴 걸 뒤집어 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구역질이 나는군.”

대공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걸 찾아 먼 걸음을 했지만 불쾌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병원에 가는 환자가 바라는 것은 완치지 악독한 치료가 아니었으니까.

이윽고 에르제베트와 시온이 동시에 마법을 해제했다.

“보다시피 대공님이 말하신 불은 피워낼 수 있어요. 옆에 있는 시온도 상당히 잘 하는 편이고요. 그런데 아까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가는 일대가 멸망한다 하셨는데 그건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다. 봐라.”

별안간 대공이 손바닥을 펼쳤다.

그림자처럼 새카만 탁기가 베인 상처를 타고 올라왔다.

과거 목격한 그림자 대공의 힘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새카맣게 변한 손을 본 에르제베트가 눈매를 좁혔다.

“이건···?”

“부패해서 변질된 내 본연의 마력이다. 이 빌어먹을 상처는 낫지도 않는 주제에 내 힘을 흡수해서 멋대로 저장하고 있어.”

대공이 으르렁거렸다.

상처 틈새에서 피어나는 검은 기운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악함이 느껴졌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맹독을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왜 멸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여명의 불 속에서 사멸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힘은 주변으로 퍼져 나간다. 흙은 검게 물들고 풀과 나무는 모조리 말라겠지. 동물들은 피에 굶주린 괴물이 되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공격할 거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지만 동물에는 인간도 포함되어 있다.”

“···끔찍하네요.”

“맞다. 끔찍한 일이지. 충분한 설명이 됐으면 좋겠···커헉!”

“대 대공님?!”

순식간이었다.

말을 잇던 대공이 피를 토했다.

다만 일반적인 토혈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게 썩어든 피는 입 뿐만이 아닌 전신에 새겨진 상처에서도 터져 나왔다.

피가 사방으로 퍼지려는 찰나 오필리아의 눈이 적색으로 반짝였다.

“이런····”

그러자 뿌려지던 핏물이 정지했다.

에르제베트와 시온이 헛숨을 들이켰다.

수천 개의 핏방울이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공중에 머무르고 있었다.

오필리아가 한쪽 손을 들어 올리자 피는 다시 대공의 몸 속으로 돌아갔다.

혈액을 환원받은 대공이 가슴을 부여잡은 채 신음했다.

【크흐 후우욱! 빌어먹을···!】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오필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동작에 노련함이 묻어나는 걸 보니 한두 번 벌어졌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얼어 있던 에르제베트가 당혹성을 내뱉었다.

“괘 괜찮아요!? 무슨 피가 온몸에서····”

“괜찮지 않지. 사실 지금까지 버티신 것도 기적일세. 20년이 지나도록 상처는 한 번도 호전된 적이 없으니.”

브라움은 취한 듯 비틀거리는 대공을 들쳐 업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소년은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처럼 유약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어디에서도 밤의 세계를 지배하는 군주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필리아가 말했다.

“슬슬 결단을 내려줘야 할 것 같아···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우리를 도와주지 않겠어?”

“아 안 되는 건 아니지만···그래도 준비라는 것을 해야····”

“너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혼자서도 충분할 거야···많은 사람 앞에서 노출할 만한 일이 아니기도 하고···너무 걱정하지 마. 단지 명을 다한 육신을 소각하는 것뿐이니까. 여명 마탑의 주인이 맡기에는 오히려 소박한 일이라 생각해.”

“여명 마탑의 주인···!”

에르제베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인.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였다.

사실 생각해 보면 거절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워낙에 일이 우당탕탕 진행되서 당황스러웠을 뿐이지 그림자 대공 역시 마탑을 방문하는 의뢰인들처럼 순수하게 도움을 구하러 온 것 뿐이었다.

시온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던 에르제베트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좋아요 까짓꺼 해보자고요! 제가 확실하게 불살라 드릴게요.”

“와하하! 이거 든든하군. 내가 기억하던 모습 그대로야. 에르제베트 양에게 염력으로 찍어 눌리던 날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구만!”

“윽 그때는 죄송하다고 했잖아요···!”

브라움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에르제베트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아직도 신입생 환영회에서 에르제베트에게 당한 것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에르제베트가 헛기침했다.

“흐흠 그런데 어디서 의식을 집행하죠? 일대가 멸망하는 위험성을 감수할 만한 장소가····”

“걱정 마라···이미 정해뒀으니까····”

“대공님?!”

그때 숨을 껄떡이던 대공이 눈을 떴다.

출혈만 간신히 멈춘 그의 몸은 찢어지기 직전의 가죽 푸대처럼 보였다.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돌돌 말린 새카만 두루마리.

공간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다중 공간 이동이 각인된 스크롤이었다.

에르제베트가 갸웃거렸다.

“정해뒀다니. 어딘데요?”

“바르샤바 영지···스크롤을 발동할 테니 어서 준비해라····”

“바 바르샤바면 대공님이 다스리는 땅이잖아요. 차라리 아무도 없는 오지가 낫지 않겠어요?”

에르제베트가 눈썹을 치켜떴다.

바르샤바는 흡혈귀들이 살아가는 땅 중에서도 중심부에 위치한 장소였다.

그림자 대공 일족의 성이 바르샤바에 세워져 있었으니 말을 다 한 셈이었다.

대공이 끄덕거렸다.

“애초에 내가 변변치 못해 입은 상처다···인적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무고한 땅에 피를 뿌릴 수는 없어···밤의 자식들에게 벌어진 문제는 어둠 속에서 매듭지어야 한다····”

“그럴 수가···!”

“그럼 도와주는 걸로 알아도 되겠지···커헉!”

다시금 대공이 피를 토했다.

책임감에 감탄한 에르제베트가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유서 깊은 가문의 흡혈귀를 괜히 밤의 귀족이라 높여 부른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도착하자마자 시작해야 할 것 같다···크흐 거리만 적당히 벌린 뒤 바로 시작해라···네가 아는 가장 강력한 불에 태양의 기운을 담아 발사하면 된다····”

대공은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끄덕거린 에르제베트가 시온에게 돌아가라고 지시하려던 차였다.

다시금 기침한 대공의 몸이 크게 들썩거렸다.

“커헉!”

“어?”

피가 튀었다.

오필리아의 눈이 반짝더니 핏방울이 공중에 멈췄다.

찰나 오싹한 소름이 에르제베트의 뒷목을 타고 올라왔다.

‘뭐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허나 무언가 잘못된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불현듯 시온이 새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

“에 에리 언니! 스크롤이!”

“뭐라구요!?”

불길함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대공의 손으로 집중되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며 찢어진 스크롤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실내의 마력이 휘몰아치나 싶더니 방 한복판에 거대하고 새카만 구멍이 나타났다.

미리 지정해 놓은 좌표로 사용자를 전이시키는 공간 마법이었다.

“자 잠깐만! 여기서 갑자기 발동시키면···!”

에르제베트가 경악했다.

그들이 있는 궤짝은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된 특수한 장소였다.

구멍은 일행을 삼키는 대신 끓어오르듯 요동치고 있었다.

강력한 공간 마법과 차단 마법이 길항하며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맙소사 다들 내 뒤로 오게!!”

미래를 직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브라움이 로브를 벗어던졌다.

전신을 가리는 대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번개처럼 도약한 그가 네 사람의 앞을 가로막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부글거리던 구멍이 폭발을 일으켰다.

“꺄악!”

“어 언니!”

마나의 폭풍이 일대를 휩쓸었다.

차단 마법 수십 개가 동시에 부서짐과 동시에 벽과 천장이 날아가 버렸다.

가려졌던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스름한 녹색광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폭발이 가라앉은 것을 확인한 브라움이 뒤를 돌아보았다.

“다들 괜찮나?! 내가 알기로는 남은 스크롤도 없는데 이런 사고가 벌어질 줄이야···!”

“더 덕분에요···나머지 분들은?”

에르제베트가 이마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브라움의 방어가 워낙에 철저해서 다친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시온은 그녀의 발치에 널브러져 있었다.

“우으으 언니이····”

“시온!”

에르제베트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다행히도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로브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검보랏빛 눈동자에 물기가 맺혔다.

“미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내가 조금만 더 대처가 빨랐으면···!”

“아니에요. 저는 괜찮으니까 어서 대공님을 찾아요. 뭔가···느낌이 좋지 않아요.”

시온이 도리질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부상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대공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차였다.

“에르제베트! 쏴!!”

“오필리아 님?”

멀지 않은 곳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언제나 나긋하던 오필리아의 목소리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에르제베트가 제자리에 경직됐다.

“무슨.”

【크으으···! 크아아아아!】

그림자 대공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사지의 관절은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린 채였다.

몸을 뒤덮은 상처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검붉은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오필리아가 재차 소리쳤다.

“당장 쏴야 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아 알았어요!”

이성을 되찾은 에르제베트가 손을 뻗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다만 예감이 몹시 좋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난 금서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가 감히 나의 잠을 깨우는가!]

[이런 젠장 어떤 미친놈이 여기서 떠드는 거야?]

[에 에르제베트 씨 있어? 기분이 이상해 어서 나를 꺼내 줘!]

진열대에 늘어선 책들이 하나둘씩 펼쳐지고 있었다.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목소리도 연달아 울려 퍼져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지만 그런 곳에 신경쓸 겨를은 없었다.

에르제베트는 순식간에 영창을 마쳤다.

콰아아아아-!

앞으로 모은 두 손바닥에서 화염의 파도가 쏟아져 나왔다.

[저 저 계집애가 지금 무슨 짓이야?!]

[불이다! 책 살려!]

불을 보고 놀란 금서들이 다시금 비명을 토해냈다.

해일처럼 쏟아지는 화염은 금광처럼 찬란한 색채로 빛나고 있었다.

대공은 아직도 몸을 뒤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크윽 크아아악!”

“제발 늦지 않았기를···!”

에르제베트가 입술을 짓씹었다.

대공의 몸을 뒤덮은 상처가 검은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화염이 그를 집어삼키려는 차였다.

【아.】

대공의 몸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발작을 멈춘 몸뚱어리가 에르제베트를 향해 돌아섰다.

시커먼 가슴 한복판이 갈라지며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겨운···미물의 냄새가 진동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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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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