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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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7. 가정의 수호자(6)

#A47

“뭐?”

“그것도 아주 큰 똥을 싸질러 줬어.”

키어사지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어 있던 연구실 입구에 웬 사내가 서 있었다.

칼을 쥔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절여진 몰골이 악귀를 연상케 했다.

“······여긴 어떻게 들어온 겐가? 분명 방어 체계가 가동 중일 텐데.”

하지만 키어사지가 당황한 것은 그의 행색 때문이 아니었다.

여기는 고대 유적 한복판의 동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은신처였다.

본인 외의 인물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스무 개가 넘는 방어 마법과 파수병을 뚫어야 했다.

군대 규모의 습격까지 막아내는 것을 상정하고 설계했거늘.

로난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냥 들어왔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진짜야.”

실제로 키어사지의 방어 체계는 매우 훌륭했다.

어지간한 상대였다면 얼씬도 못했을 테고 최소한 도망칠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었을 터였다.

하필이면 침입자가 로난이었다는 것이 그의 불행이었다.

“그냥 칼질 몇 번 하니까 뚫리던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별의 피가 품은 힘은 아직 건재했다.

로난이 한 일이라고는 수상쩍은 마나가 감지되거나 뭔가 튀어나올 때마다 참격을 날린 것 뿐이었다.

그 짓거리를 스무 번쯤 반복하니 키어사지가 있는 연구실에 도달할 수 있었다.

“웃기지 말게. 그렇게 허술한 구조가 아니야. 무슨 속임수를 썼길래···”

“그만. 나는 댁이랑 담소나 나누자고 온 게 아니야.”

“뭐라?”

“최후 변론할 기회를 주지. 왜 이따위 짓을 벌인 거냐?”

로난이 검끝으로 키어사지를 겨누었다.

이 작자가 언데드 군대를 일으킨 원흉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원래는 사정 청취 따위는 하지 않고 썰어버리는 로난이었지만 이번에는 좀 흥미가 생겼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영감쟁이가 무슨 부귀를 누리겠다고 동굴에 처박혀서 이딴 짓을 저지른 건가?

“웃기는 친구군. 내게는 그 질문에 대답해줄 이유가 없다네.”

“의외네. 보통은 막 신나서 자기 똥이 얼마나 굵은지 설명해 주던데.”

“냄새도 고약한데 이쯤 하지. 간만에 대화해서 즐거웠네. 시체는 내가 요긴하게 써줄테니 일단 죽으시게나.”

키어사지가 헛구역질했다.

썩은 피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숨 쉬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로난을 응시하던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콰아아아아!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공중에 나타나더니 검보랏빛 광선이 쏘아졌다.

“골격이 좋으니 스켈레톤으로 써야겠어.”

뼈와 살을 분리하는 빛은 그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광선이 로난을 집어삼켰다.

책상으로 돌아간 키어사지가 뼈의 사용처를 고민하던 차였다.

“냄새는 너 때문이잖아. 이 산송장아.”

“뭣이···!”

“허구한 날 시체나 주물럭거리니까 양심까지 썩어 버렸냐?”

광선 내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본 키어사지가 눈썹을 치켜떴다.

로난은 상처 하나 없이 건재했다.

광선은 수직으로 세운 칼날 앞에서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곱게 보내주려 했는데 너는 안 되겠다. 교보재형에 처해야겠어.”

“이놈이!”

로난이 한숨을 내쉬었다.

뒤늦게 위기를 직감한 키어사지가 임전 태세를 갖췄다.

무슨 잡기술을 썼는지는 몰라도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바로 전력으로 간다.’

한때는 필레온 아카데미의 초신성이던 사내였다.

마도서를 집어든 키어사지가 노래를 부르듯 주문을 영창했다.

세 개의 고위 마법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그의 등 뒤 공간에 균열이 생기며 거대한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아아학!!】

명계에 서식하는 마수는 키어사지 본인조차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아까와 같은 분해 광선을 쏟아내는 마법진 수십 개가 연구실 곳곳에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뚫고 나온 해골의 손아귀가 로난이 있던 자리를 덮쳤다.

······잠깐만.

있던 자리?

“무슨.”

키어사지가 헛숨을 들이켰다.

로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기에 서 있었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위화감을 느낀 키어사지가 눈동자를 굴리던 와중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부나 싶더니 그의 사지 위로 붉은 선이 그어졌다.

“어?”

상황을 인식하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선 위로 새빨간 핏물이 몽글거렸다.

골반 아래의 감각이 소실되나 싶더니 시야가 덜컥 내려앉았다.

“허어억!”

이어서 양쪽 어깨 아래의 감각이 사라졌다.

몸에서 떨어져 나온 팔다리가 하늘을 날았다.

그제야 키어사지는 눈에 닿는 모든 곳에 선이 그어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거대 해골의 손 마수의 머리 사방에 떠오른 마법진까지 붉은 선으로 난도질된 채였다.

유충처럼 변한 키어사지의 몸통이 바닥에 나뒹구는 순간이었다.

퍼버버버벅!!

모든 선이 단번에 벌어지며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아 안 돼!”

【키에엑?!】

찰나가 붉게 물들었다.

명계의 야수는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얼굴이 조각나며 역소환됐다.

강철보다 단단한 거대 해골의 손은 수백 개의 뼛조각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갈가리 찢긴 마법진들은 그 의미를 잃고 사라져 버렸다.

“크학!”

키어사지가 피를 토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로난의 참격은 키어사지의 연구 자료를 제외한 모든 것을 베어 버렸다.

한 발 늦게 찾아온 격통이 키어사지를 덮쳤다.

“끄아아아아악! 크으 아아악!!”

절단면은 깨끗했으나 그것이 통증을 완화시켜주지는 않았다.

사지가 절단된 고통에 키어사지가 몸부림치던 와중이었다.

뻐억!

별안간 뒤통수로 강한 충격이 가해짐과 동시에 그의 의식이 끊어졌다.

“억····”

“좋아. 죽지는 않았군.”

로난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대충 머리를 걷어찼는데 다행히도 힘조절이 잘 된 듯했다.

인성이나 목적과 별개로 꽤 유능해 보이는 인간이니 살려서 데려가면 도움이 될 터였다.

키어사지의 머리채를 집어든 로난이 아쉽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연구실을 바깥에 차려 놨으면 얼마나 좋아. 애들 앞에서 폼도 잡고.”

약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이면 아셀과 오르세가 언데드를 다 처리해놨을 터였다.

보나마나 화려하게 저질러 줬을 텐데 그 둘에 비하면 자신은 너무 수수한 면모만 보여준 게 아닌가 싶었다.

“별 수 없지···나는 비루먹은 칼잡이니까.”

로난이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대마법사나 제국을 불사른 마룡을 상대로 이 정도면 선방한 것 같기도 했다.

두리번거리던 그가 키어사지를 적당해 보이는 자루에 담았다.

사지가 잘려나간 노인은 아이들의 심신 발달에 별로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테니까.

핵심적인 자료를 챙기고 연구실을 떠날 때까지 로난은 무언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

“캬 아주 그냥 박살을 내 놨구만.”

바깥 공기가 매캐했다.

동굴에서 빠져나온 로난이 헛웃음을 쳤다.

화려하게 저질러 놨을 거란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지옥의 일부를 뚝 떼어다가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저거 원상 복구는 가능한 건가?’

남쪽으로 부는 바람에는 재와 불티가 섞여 있었다.

언데드로 가득 차 있던 벌판은 거대한 분화구로 변한 채였다.

푹 꺼진 땅 속에서는 마그마처럼 걸쭉한 화염이 이글거리며 치솟고 있었다.

태양을 가리는 시커먼 연기.

어찌나 불이 뜨거운지 시체 타는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로난이 혀를 내두르며 지옥도를 감상하던 중이었다.

“뺘아아아!”

“엥?”

멀지 않은 곳에서 낯익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난이 고개를 들어올리기도 전이었다.

연기를 가르며 급강하한 시타가 그의 앞에 착지했다.

“뺫! 뺘앗!”

“시타? 니가 왜 여기 있어?”

로난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온몸이 새카만 깃털로 뒤덮인 꿈새는 틀림없는 시타였다.

북부에서 놀고 있어야 할 애가 왜 남부까지 온 거지?

로난의 얼굴에 연신 뺨을 부벼 대던 시타가 별안간 고개를 숙였다.

“뭐야 타라고?”

“뺘잇!”

시타가 끄덕였다.

얼떨떨했지만 로난은 일단 그렇게 했다.

소리보다 빠르게 나는 시타는 순식간에 분화구를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불길이 미치지 않은 공터에는 아셀과 란세 삼총사 인간으로 변한 오르세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로난을 발견한 아셀이 손을 흔들었다.

“로 로난 왔구나. 별 문제는 없었고?”

“보다시피. 그런데 시타가 왜 여기까지 온 거냐?”

“그게 나도 몰랐는데 대장군님이 보내 놓은 것 같아. 혹시라도 다치는 사람이 나올까봐···다리에 쪽지가 묶여 있었어.”

“우리 여보가?”

아셀이 끄덕였다.

그는 시타의 다리에 묶여 있던 쪽지를 로난에게 보여주었다.

고급스러운 종이에는 당신과 아셀을 믿지만 어머니로서 걱정이 되니 시타를 미행으로 붙여 놓겠다는 내용이 아데샨의 필체로 적혀 있었다.

사랑한다는 추신과 함께.

로난이 픽 웃었다.

“하여튼 철저하다니까.”

“응···여기 적힌 대로면 오르세 님이 날아올 때부터 미행했다는 건데 전혀 눈치를 못 챘어.”

“뭐 시타 자식 날개에서 소리 안 나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니까···그나저나 무슨 일 있었냐? 애들 상태가 왜 저래?”

로난이 손가락으로 아이들을 가리켰다.

란세와 세치카는 각각 나무 한 그루씩을 붙잡고 속에 있는 걸 모조리 게워내는 중이었다.

“로 로난 삼촌···왔어요? 우욱!”

“우엑! 우에에엑! 커흑 커억!”

눈물에 콧물까지 질질 흘려대는 것이 누가 보면 최루 가스라도 마신 것 같았다.

유일하게 멀쩡한 사람은 에린이었다.

그녀는 구토가 한창인 란세의 옆에서 바락바락 떼를 쓰고 있었다.

“에린은 왜 안 되는데! 맨날 따돌리지 말고 에린도 보여줘!”

“안 돼···우욱! 절대로 안 돼.”

“으앙! 나도 보고 싶단 말야!”

란세는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보니 오른손에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이 곧 죽어도 놓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건 참을 수 없었다.

성큼성큼 다가간 로난이 란세가 들고 있던 물건을 빼앗았다.

“얌마. 뭘 그렇게 꽁꽁 싸들고 있어? 나바르도제 님 신상 화보라도 되냐?”

“아 아빠!”

아들이 들고 있던 것은 작은 마도구였다.

정육면체에 복잡한 주문이 아로새겨져 있었는데 로난이 기억하기로는 영상을 촬영한 뒤 투사하는 물건이었다.

란세가 다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허사였다.

로난이 즐겁다는 듯 낄낄거렸다.

“어디 뭘 그렇게 꿍쳐놨는지 보자.”

“괘 괜찮은데 에린은 보여주면 안 돼요. 에린은!”

“뭔데 그렇게 법석을 떨어? 오 나왔다.”

그러던 와중 마도구가 작동했다.

주문이 일제히 빛을 발하더니 로난의 눈앞에 영상이 떠올랐다.

그것은 다름아닌 로난 본인의 시점으로 촬영된 것이었다.

“아?”

오늘 하루 로난이 자행한 학살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언데드가 피와 내장을 쏟으며 쓰러지고 있었다.

1인칭으로 전개되는 영상은 멀리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끔찍했다.

“에린은···에린은 보면 안 돼····”

자르고 뽑고 찢고 뒤집어쓰고.

영상은 로난이 키어사지의 팔다리를 자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다 자세히 알기 위해 란세가 몰래 마법을 걸어둔 것이었다.

한순간 가장의 위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에린의 눈을 가린 채 서있던 로난이 벙찐 채 중얼거렸다.

“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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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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