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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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2. 짐승들(4)

#A32

“무슨.”

바렌의 눈이 커졌다.

십수 명의 수인이 철창 안에 유폐되어 있었다.

초췌한 몰골을 한 그들의 귀에는 가축에게나 쓸 법한 번호표가 달려 있었다.

오물이 널브러진 옥내에는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

‘저한테도···!’

잘 보니 자신에게도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수인용으로 제작된 물건이라 그런지 과할 정도로 크고 무거웠다.

바렌에게 말을 걸었던 웨어울프 노인이 재차 질문했다.

“처음에는 동포인 줄 알았는데 그냥 살이 많이 찐 인간이었군. 어쩌다가 잡혀 온거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습격을 당한 것까지는 떠오르는데···정확히 여기가 어딥니까?”

“우리도 눈을 가려진 채 끌려와서 위치는 모른다네. 다만 미래가 암담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 하아···설마 북풍단에게 붙잡힐 줄이야.”

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새하얀 수염이 축 쳐져 있었다.

생소한 이름에 바렌이 갸웃거렸다.

“북풍단?”

“뭐야 북부 출신이 아닌가?”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하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니 모를 수도 있겠군. 이 북부의 원주민 집단 중 하나일세. 수인을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보는 족속이지.”

노인은 갈라진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북풍단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지독한 종족 차별자들이었다.

수인을 비롯한 아인종은 물론 북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온 인간까지도 차별하는 극단주의자들.

먼 과거 수인과의 세력다툼에 패배해서 변방으로 밀려난 원주민들이 그들의 조상이었다.

“그들의 증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닐세. 제국이 북부 정벌에 나서기 전까지 인간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죄를 지은 건 머나먼 선조들이지 우리가 아니지 않은가.”

노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희망을 잃은 눈동자는 빛이 꺼진지 오래였다.

사냥꾼이었던 그는 장작을 패던 도중 손자와 함께 납치당하고 말았다.

지금은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

혼자 돌아다니는 수인들을 납치해서 가축으로 부리거나 노예로 팔아버리는 것이 북풍단의 주 업무였다.

“그런···바르카가 죽은지 십 년도 넘었는데····”

바렌이 탄식했다.

아직도 이따위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가축 취급하다니.

실제로 종족 융화 정책이 완전히 자리잡은 제국은 물론 북부의 대도시에서도 차별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겁니까?”

“하지. 왜 안하겠나. 허나 볕이 잘 드는 땅이라도 그림자는 드리우는 법일세. 황제의 권력은 물론 자이파의 검조차 닿지 않는 이런 곳에서.”

“자이파···아!”

찰나 자이파라는 이름이 뇌리를 스쳤다.

분명 엊그제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잊고 있던 기억이 단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잔뜩 흥분한 바렌이 철창을 붙잡으며 물었다.

“마 맞아! 혹시 세크리트 교수님을 보신 적 없습니까?! 털이 은색인 웨어폭스입니다!”

“세크리트?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혹시 그 저주학자를 말하는 건가?”

“네! 저는 그 분과 함께 잡혀왔습니다. 분명히 납치당할 때는 같이 있었는데···!”

“미안하지만 본 적 없네. 자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런 중요한 인물이라면 따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커. 정치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으니.”

“그럴 수가···뭔가 방법이 없겠습니까? 빈틈을 노릴 시기라든가···윽!”

불현듯 타는 듯한 두통이 바렌을 덮쳤다.

그는 지끈거리는 뒤통수를 움켜쥔 채 철창에 몸을 기댔다.

갈기 대신 잡히는 머리카락의 질감이 아직 낯설었다.

“괜찮나? 내가 볼때는 남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배에 그거 칼자국 아닌가?”

“저는 괜찮습니다···크윽.”

“근성 있는 인간이군.”

바렌이 손사래쳤다.

새삼 인간의 육체가 얼마나 유약한지 체감되었다.

고작 몽둥이질 몇 번 당했다고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한다니.

가까스로 두통을 떨쳐낸 바렌이 뭐라 더 말하려던 차였다.

쾅!

갑자기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웬 대머리를 필두로 한 사내 세 명이 들어왔다.

“시끄럽다. 쓰레기들아. 뭘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떠들고 자빠졌어?”

“······!”

“박제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얌전히 찌그러져라.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것도 마지막일 텐데. ”

침묵이 내려앉았다.

겁에 질린 수인들이 꼬리를 말았다.

그들은 납치범들과 같은 붉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대머리의 허리춤에 열쇠가 매달려 있는 걸로 봐서는 그가 간수 역할을 하는 듯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대머리의 시선이 바렌에게서 멈췄다.

“아 깨어났군. 허무하게 뒈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치료가 잘 됐나 보구만.”

“치료?”

“그래. 우리 동료를 그렇게 무참하게 살해한 놈이 곱게 뒈지는 일은 두고볼 수 없거든. 너는 살아서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

대머리가 으르렁거렸다.

살해라는 단어를 들은 바렌이 기겁하며 물었다.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죠? 제가 살인을 했다고요?”

“뭐가 어쩌고 어째? 이거 완전히 미친놈일세.”

간수가 헛웃음을 쳤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란돌프의 머리가 앞뒤로 박살나는 광경을 현장에서 목격한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동료로 받아들이려 했다. 너 정도의 기골이면 털뭉치들하고 싸워도 어느 정도 비빌 수 있겠다 싶었거든. 사람을 주먹 한 방으로 죽이는 괴물이니.”

“주먹 한 방이라니 그럴 수가····”

누군가를 때린 것은 기억나는데 죽었을 줄은 몰랐다.

워낙 인사불성이던 상태였으니.

그렇게 세게 쳤던가?

“그런데 마음이 변했다. 사람을 죽여 놓고도 기억을 못하는 버러지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지. 우리는 짐승 놈을 동료로 받아들일만큼 자비롭지 않아.”

간수가 째진 눈을 부라렸다.

바렌의 북풍단 영입 계획은 만장일치로 취소되었다.

이제 그에게는 잔혹한 운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네놈은 죽을 때까지 광산에서 일할 거다. 생각보다 오래 갇혀 있지는 않을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같이 일하는 털보들이 너를 사흘 내로 잡아먹을 테니까.”

“세상에 광산도 운영하는 겁니까?”

“광산뿐이겠나? 농장 염전···힘만 센 털북숭이들을 부려 먹을 장소는 차고 넘치지. 급여도 필요 없으니 이만큼 남는 장사가 없어.”

“끔찍하군요.”

바렌이 탄식했다.

광산을 따로 굴릴 정도라면 조직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큰 것 같았다.

하긴 그물 쇠뇌같은 장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설마 살 한번 빼러 왔다가 이런 일을 겪을 줄이야.

별안간 간수가 열쇠를 꺼내들었다.

“크크 어지간히도 충격을 받은 모양이군. 그럼 슬슬 따라와라.”

“지 지금 바로 가는 겁니까? 광산으로?”

“그래. 너는 여우 놈과 달리 별다른 쓸모도 없으니까.”

간수가 클클거렸다.

열쇠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감옥의 문이 열렸다.

여우라는 말을 들은 바렌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여우라면···혹시 세크리트 교수님이 살아 계신 겁니까?!”

“누가 감히 질문을 하라고 했나! 이 자리에서 뒈지고 싶나?!”

“죄 죄송합니다. 부디 알려주십시오. 제게는 정말 중요한 분입니다.”

바렌이 머리를 조아렸다.

이마가 바닥에 닿는 것을 본 간수가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약자를 굴복시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란돌프를 때려죽일 때의 위세는 어디 갔냐 이 겁쟁아. 뭐 곧 죽을 놈이니 특별히 알려줄까?”

“부탁드립니다. 제발 자비를···!”

“그래 살아 있다. 우리는 잘 몰랐는데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유능한 놈이더군. 두목에게 보여줬더니 아주 좋아하셨어. 아마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카드가 될 거라 생각하시는 거겠지.”

간수는 세크리트가 두목에게 잡혀 있다 말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이미지겠지만 일단은 ‘협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바렌의 눈앞이 부옇게 변했다.

그가 물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아······정말 다행입니다. 살아 계셨군요.”

“짐승 나부랭이라도 쓸모가 있다면 굳이 죽일 이유가 없지. 궁금증이 해결됐으면 이제 나와라 버러지.”

하지만 안도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질문에 대답해준 간수는 곧바로 철창의 문을 열고 바렌의 머리채를 잡아 끄집어냈다.

“윽!”

“크하하 지옥에 떨어질 시간이다!”

두피가 뽑히는 듯한 통증에 바렌이 신음했다.

힘이 장사인 것이 간수 자리를 돈으로 산 것은 아닌 듯했다.

함께 들어온 동료 두 명은 뒤에서 석궁으로 바렌을 겨누고 있었다.

수인들에게 시선을 돌린 간수가 소리쳤다.

“아 너희는 전부 투기장으로 가게 될 거다. 이 돼지를 처분한 뒤에 보내줄 테니 각오하고 있으라고!”

“투 투기장이라니···!”

수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여기에 붙잡혀 온지는 고작 사흘째였지만 투기장의 악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이따끔씩 벽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환호와 비명이 투기장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이 이러지 마시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거요!”

“제 딸이라도 농장으로 보내 주세요! 저는 투기장에 가든 박제가 되든 상관없으니까!”

“으아아앙! 엄마!”

이윽고 조용하던 옥내에 소란이 일었다.

투기장으로 보낸다는 것은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평균 생존 기간 일주일.

여흥거리가 되어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북풍단에서도 손꼽히게 끔찍한 장소였다.

조직원들은 세상 즐겁다는 표정으로 절망에 빠진 수인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석궁 든 사내 두 명의 시선이 모조리 수인 쪽으로 쏠리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처박고 있던 바렌이 자리를 박차며 일어났다.

“흐읍!”

“어?”

엎드린 채 슬금슬금 거리를 좁힌 덕이었다.

바렌은 어느새 간수를 붙잡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살인은 찰나에 이루어졌다.

바렌이 수갑 채워진 양손을 위로 휘둘렀다.

퍼석!!

턱을 직격당한 간수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천장과 충돌한 몸뚱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으걱. 으게에.”

“이 이게 무슨!”

동료 두 명이 헛숨을 들이켰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아래위로 충격을 받은 간수의 몸은 이미 손쓸 수 없이 망가진 뒤였다.

기괴하게 뒤틀린 사지.

인중을 찢고 튀어나온 목뼈는 우유처럼 새하얬다.

“이 돼지새끼가!”

“갈겨!”

사내들이 뒤늦게 방아쇠를 당겼다.

바렌은 수갑으로 얼굴을 가리며 돌진했다.

수인용으로 제작된 물건인지라 굉장히 무거웠다.

쇠뇌 정도는 거뜬히 막을 정도로.

티팅!

두 발의 쇠뇌는 모두 수갑에 생채기만 남긴 채 튕겨나갔다.

사내들은 즉시 검을 뽑아들었지만 거리는 이미 좁혀져 있었다.

“끄아아악!”

바렌의 정면에 있던 사내들이 비명을 질렀다.

둥그런 바위가 돌진해오는 것 같았다.

피하고 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콰아아앙-!

두 사람을 삼킨 바렌의 배가 벽에 격돌했다.

으깨지는 감각과 함께 침묵이 찾아왔다.

“······”

그것이 끝이었다.

바렌이 천천히 몸을 떼어냈다.

외투의 앞섶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전신의 뼈가 부러진 시체 두 구가 벽을 타고 미끄러졌다.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시간이 지나면 적응될 거란 말이 사실이었군요.”

두통과는 별개로 힘은 돌아오고 있었다.

무의식 중에 인간을 주먹 한 방에 보냈다는 말을 듣고 알아차린 사실이었다.

바렌의 어깨 위로 일렁이던 빛무리가 사그라졌다.

기적적으로 발현된 극소량의 오러는 그가 수인용 족쇄와 수갑을 차고 날뛸 수 있게 해주었다.

원래 몸에 비하면 편린이나 다름없는 완력이었지만 위기를 헤쳐나갈 정도는 되는 듯했다.

수인들은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살찐 인간이 도약하나 싶더니 순식간에 북풍단 세 명이 죽어버렸다.

“자 자네. 그 힘은 도대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역시나 웨어울프 노인이었다.

바렌은 대답하는 대신 간수의 손에 쥐어진 열쇠 꾸러미를 빼들었다.

그가 수인들을 가둔 철창의 자물쇠를 해제하며 말했다.

“제 수갑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손이 안 닿아서 말이죠.”

“그 그러지. 이리 오게.”

노인은 그렇게 했다.

족쇄와 수갑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몸에서 떨어졌다.

얼굴에 묻은 뇌수를 닦아낸 바렌이 미소지었다.

“감사합니다. 탈출을 권유하고 싶지만 혹시 모르니 여러분은 여기 계시겠습니까? 빗장을 걸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네···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분위기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날카로워진 바렌의 눈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글쎄요. 가능한 이 쓰레기들을 다 치워 버리고 싶지만····”

바렌이 말꼬리를 끌었다.

몸만 정상이었다면 이딴 일을 겪기도 전에 다 쓸어버렸을 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문 앞으로 다가간 그가 말을 이었다.

“우선 세크리트 교수님부터 구해야겠죠.”

바렌 파나시르.

브린힐스의 공작 제국의 대부호.

한때는 밀렵꾼들의 악몽으로 군림하던 사나이.

수십 년에 걸친 그의 ‘탐험’에는 악당 소탕은 물론 인질 구출도 수없이 포함되어 있었다.

문고리를 잡아당긴 바렌이 언제나 입버릇처럼 하던 대사를 읊조렸다.

“걱정 마세요. 다 잘 될 겁니다.”

뒤룩뒤룩 찐 살이 발목을 붙잡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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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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