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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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1.

짐승들(3)

#A31

“거기 멈추라는 어르신의 말이 들리지 않더냐!”

호방한 웃음소리가 계곡에 메아리쳤다.

바렌과 세크리트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양옆으로 솟아오른 절벽 위에 열댓 명 남짓 되는 괴한들이 포진해 있었다.

“다 당신들은?”

바렌이 주춤거렸다.

정체불명의 괴집단은 전원이 인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차림새가 판화로 찍어낸 것처럼 비슷한 것이 무슨 조직 같았다.

등에 비껴 찬 석궁과 피로 염색한 듯한 붉은 코트가 불길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고글을 쓴 사내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건 네 알 바가 아니지 이 돼지야. 발사!”

동시에 두 명의 괴한이 석궁을 겨냥했다.

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두 발의 쇠뇌가 바렌과 세크리트를 향해 쏘아졌다.

아닌 대낮에 날벼락이었지만 그 광경을 본 바렌은 내심 안도했다.

‘휴 이 정도는 거뜬하군요.’

천만다행히 동체시력은 그대로였다.

웨어라이온의 예리한 감각은 쇠뇌의 궤도를 손쉽게 읽어낼 수 있었다.

자신을 노리는 건 받아치고 세크리트는 가볍게 밀치면 될 것 같았다.

자신만만하게 팔을 뻗으려던 바렌이 갸웃거렸다.

“음?”

뭔가 이상했다.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신은 이미 쇠뇌를 잡아챈 지 오래인데 팔은 아직도 허벅지 앞에 머물러 있었다.

아마 인간의 육신이 웨어라이온의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했다.

음.

이러면 못 막는데 말이죠.

뒤늦게 위기를 직감한 바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끄허어어억!”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일반적으로 쓰는 것보다 몇 배는 거대한 화살촉은 고래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렌은 저 쇠뇌가 정확히 자신의 심장을 노린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가 끔찍한 결말을 상상하던 와중이었다.

펑!

갑자기 쇠뇌가 연달아 폭발하며 거대한 그물이 펼쳐졌다.

“커헝!”

“음··!”

순식간이었다.

손아귀처럼 펼쳐진 그물이 바렌과 세크리트를 덮쳤다.

그들이 무력화된 것을 확인한 괴한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이런···!”

“이건 별로 안 좋은데.”

세크리트가 중얼거렸다.

발버둥쳐도 그물은 더욱 조여들 뿐이었다.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카리볼로의 올가미처럼 특수 제작된 물건인 듯했다.

“잡았다! 댓바람부터 둘이라니 오늘은 운이 좋은데?”

“케케케 두목이 좋아하겠군.”

절벽에서 내려온 괴한들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서로 하이파이브까지 해가며 웃어제끼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기쁜 듯했다.

뭐 하는 작자들이지?

단순한 도적떼는 아닌 것 같은데.

바렌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눈알을 굴려 댔다.

그물을 맞은 자세 그대로 엎드려 있던 세크리트가 입을 열었다.

“이보게. 협객 나리들.”

“뭐냐 여우. 우리를 알아?”

“알다마다. 이 북부의 터줏대감 아닌가. 설마 알칼토 계곡까지 영역을 넓혔을 줄은 몰랐군.”

세크리트가 끄덕였다.

아무래도 괴한들의 정체를 아는 눈치였다.

터줏대감이라는 호칭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괴한들은 잠자코 경청의 자세를 취했다.

“나는 세크리트라고 하네. 아직 북부에 잔존해 있는 바르카 터르겅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재료를 수급하러 왔지. 돈이 필요한 거라면 가진대로 넘길 테니 계곡 안쪽에 있는 소재만 가져가게 해주면 안되겠나?”

“호오···털북숭이 저주학자라면 들어본 적 있지. 그게 네놈이었나.”

고글을 쓴 사내가 으쓱였다.

다른 이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고민하던 사내가 등을 돌려 걸어갔다.

“좋아. 동료들과 이야기해 보지.”

“고맙네. 원만하게 합의를 볼 수 있으면 좋겠군.”

“허어 이럴 수도 있군요.”

물 흐르듯 진행되는 대화에 바렌이 감탄했다.

새삼 세크리트가 북부의 유명인사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이런 출신 모를 산적떼까지 이름을 알 정도라니.

머지않아 토의를 마친 사내가 세크리트의 앞에 섰다.

“이야기가 끝났다. 역시 예상대로더군.”

바렌이 침을 삼켰다.

목소리가 밝은 것을 보니 조금은 기대해도 될 것 같았다.

담배 한 대를 꺼내어 문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전원 거절이다. 남아 있는 희망이 있었거든 여기서 접어주셔야겠어.”

“예상했네. 아직도 증오를 버리지 못한 건가?”

“그래. 우리는 털 날리는게 싫거든. 몹시도 말이지.”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체념한 세크리트를 대신해서 바렌이 반박하려던 차였다.

콰직!!

담배를 내던진 사내가 세크리트의 배를 걷어찼다.

“시건방진 새끼! 감히 짐승 나부랭이가 인간님과 협상을 하려 들어!”

“캥!”

순식간이었다.

작은 몸뚱어리가 그물 속에서 헛돌았다.

세크리트는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구역질했다.

“맙소사 교수님!”

“쿨럭 침착하게나 바렌···다 내가 재수 없는 소리를 한 탓일세.”

세크리트가 그를 진정시켰다.

생각보다 배를 강하게 맞은 것 같았다.

벌어진 주둥이 사이로는 피 섞인 타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상황은 최악이지만···희망과 의지만 잃지 않는다면 살아 돌아올 방법은 반드시 있다네···이거 참 밧줄은 오랜만에 묶여 보는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여러분 그만두세요!”

바렌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씨알도 먹힐 리가 없었다.

괴한들은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세크리트를 포박하고 있었다.

손놀림에 주저가 없는 것이 다들 전문가인 듯했다.

참다 못한 바렌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내가 그만두라고 했지 않습니까!!”

“에이 씨팔 깜짝이야!”

온 계곡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란 괴한들의 이목이 바렌에게 쏠렸다.

불현듯 그의 얼굴을 본 한 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만. 이 자식은 인간이잖아.”

“뭐야 살찐 웨어도그가 아니었어?!”

“나는 웨어호그인줄 알았는데.”

괴한들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들은 틀림없이 바렌이 수인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괴이한 풍채에 속아넘어간 것이었다.

“젠장 그러면 어떡하지? 죽일까?”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 골격인데···사람도 없겠다 데려가면 어떻게든 쓸 방법이 있지 않겠냐?”

“동감이다. 머리가 좋은 놈이면 전사도 될 수 있겠지.”

바렌이 인간인 것을 알게 된 괴한들이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

바렌은 다시 한 번 그물을 떨쳐내기 위해 애를 써 봤지만 이번에도 허사였다.

가느다란 섬유는 힘을 줄수록 더욱 더 강하게 조여들 뿐이었다.

우선 세크리트 교수님을 구해야 한다.

바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제 제가 필요하시다면 따라가겠습니다. 그러니 교수님을 풀어 주세요. 입에서 피를 흘리는 걸로 봐서는 속을···”

“에잇 아까부터 귀찮게 굴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협상은 결렬되었다.

여인 한 명이 짜증을 내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뻐억!

뻑!

둔탁한 소리가 다섯 번쯤 울려 퍼질 무렵 바렌이 고개를 떨구었다.

“크억···!”

“쯧 진작에 조용히 할 것이지.”

그 뒤는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거수 투표를 거친 괴한들은 8:2의 결과로 바렌을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고글 쓴 사내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어이 덩치 뒈지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으···으으으····”

바렌이 신음했다.

몽둥이를 맞은 자리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괴한들은 사내가 바렌의 목을 겨누는 동안 그를 옭아메고 있는 그물을 풀었다.

“내 말을 농담으로 듣지 않는게 좋아. 이건 웨어베어의 살가죽도 찢어 버리는 명검이니까.”

“세크리트···교수님····”

“하긴 이렇게 덩치만 큰 겁쟁이가 뭘 할 수 있겠냐만은.”

고글 사내가 코웃음쳤다.

목을 겨눈 칼날이 예리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볼 때마다 뿌듯해지는 지금까지 세 자릿수의 수인의 생명을 거둔 검이었다.

이윽고 그물이 바렌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좋아. 이제 얌전히 일어나서 걸어.”

사내가 말했다.

하지만 바렌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머리를 너무 두들겨 맞아서 정신이 몽롱했다.

헛웃음을 친 사내가 제차 검을 겨누던 차였다.

꼼짝하지 않던 바렌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륵····”

“그럴 줄 알았지 멍청한 새끼!”

예상하던 바였다.

사내는 주저 없이 검을 내질렀다.

몸통의 면적도 그렇고 옷을 두껍게 껴입은 것이 베기보다는 찌르기가 잘 먹힐 터였다.

푹!

검은 그대로 바렌의 복부 한구석을 파고들었다.

날붙이가 살을 가르는 감각이 칼자루를 타고 전해졌다.

‘그냥 이대로 죽여 버려야겠군.’

사악한 웃음을 흘린 사내가 칼날을 비틀었다.

그리고 제자리에 굳어 버렸다.

“엉?”

칼날은 바렌의 배에 박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검을 휘두르며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장 두터운 털가죽도 두부처럼 베어버리는 물건이거늘.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기랄 무슨 몸이 이따위로 생겨먹었···”

그가 동료들에게 뭐라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멈춰 있던 바렌의 몸이 다시금 움직였다.

콰직!!

운석처럼 떨어진 그의 주먹이 사내의 안면 한복판에 내리꽂혔다.

“컥···!”

시야가 암전됐다.

사내는 누군가 머리채를 잡아당긴 것처럼 뒤통수를 지면에 처박았다.

하필이면 돌부리가 있는 자리였다는 것이 인생 최대의 불행이었다.

두개골이 부서지며 내용물이 터져 나왔다.

퍼석!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맙소사 란돌프!”

“우욱···!”

괴한들이 경악했다.

사내의 얼굴은 그릇으로 써도 될 만큼 함몰되어 있었다.

새하얀 이빨 대여섯 개가 바렌의 주먹에 박혀 있었다.

“크르르····”

바렌이 으르렁거렸다.

오금을 저리게 하는 저주파음에 괴한들이 얼어붙었다.

웨어라이온이던 때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효과는 충분했다.

두리번거리던 그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멎었다.

세크리트는 축 늘어진 채 어느 여인의 어깨에 실려가고 있었다.

“괴 괴물!”

바렌에게 몽둥이질을 한 자였다.

눈이 마주친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바렌은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여인을 뒤쫓았다.

괴한들은 그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픽픽 넘어졌다.

“으억!”

“이 새끼! 무슨 힘이···!”

“잡아! 죽이지 말고 잡아!”

하지만 상황이 좋아졌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굳어 있던 괴한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미처 접근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원거리에서 쏴붙이는 전략을 택했다.

화살촉에 마취독을 바른 괴한들이 일제히 석궁을 격발했다.

퍼버벅!

순식간에 쇠뇌 일곱 발이 바렌의 등 위로 자라났다.

“···교수님.”

마비독의 효과는 빨랐다.

바렌은 인사불성인 와중에도 오러를 발현하려 해 봤지만 인간의 몸에 갇힌 힘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쿵.

그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감히 란돌프를···본부로 옮겨. 이 돼지 새끼는 반드시 내가 지옥을 보여줄테다.”

괴한들은 바렌이 쓰러지고 오 분 정도가 지난 뒤에야 슬금거리며 다가왔다.

바렌을 묶는데는 남아 있는 밧줄과 그물이 모조리 소모되었다.

그를 나르기 위해 들러붙은 장정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우라질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무거워? 몸이 무슨 돌로 되어 있나?”

“허억 헉···이정도면 진짜 웨어울프랑 비슷한 것 같은데.”

무려 다섯 명이 붙어야 했다.

바렌을 제압한 괴한들은 곧장 계곡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중에 세크리트의 발아래로 떨어진 덩어리 하나가 하늘 위로 솟구쳤지만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으윽····”

신음하던 바렌이 눈을 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주먹을 휘둘렀다는 사실까지는 알겠는데 그 뒤가 기억나지 않았다.

“여기는····”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팔뚝만큼이나 두꺼운 철창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빛나는 붉은 조명이 도축장을 연상케 했다.

여긴 어디지?

놈들의 소굴인가?

세크리트는 보이지 않았다.

바렌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던 와중이었다.

“깨어났나.”

“뭣····”

“인간이 잡혀오는 건 처음 보는데 누구 머리통을 부숴버리기라도 한 건가?

멀지 않은 곳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본 바렌이 경직됐다.

바로 옆의 철창 안에 족히 열댓 명은 되어 보이는 수인들이 족쇄를 찬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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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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