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Genius Swordmaster Chapter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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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0. 짐승들(2)

#A30

저주학 교수 세크리트.

자타공인 저주의 1인자이자 로난의 몸을 옭아매던 외계의 저주마저 해주한 경험이 있는 실력자.

그는 괴짜가 즐비한 필레온 아카데미의 교수진 중에서도 궤를 달리하는 인물이었다.

“그······몇 달 전에 필레온에서 강의하실 때까지만 해도 분명히 인간 아니셨습니까?”

면식이 별로 없던 바렌도 지금 그것을 톡톡히 실감하는 중이었다.

모닥불을 쪼이던 그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추위를 피해 들어온 작은 굴.세크리트는 맞은편에 앉아 더러워진 꼬리를 핥아서 정리하고 있었다.

“그랬을 걸세. 수강생 중에 털 알레르기가 몇 명 있거든.”

“그럼 그 모습은····”

바렌이 말꼬리를 흐렸다.

지금 세크리트의 외모는 완벽한 웨어폭스 그 자체였다.

전신에 돋아난 복슬복슬한 털과 쫑긋한 귀를 보고 있자면 이게 원래 인간이었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북부는 영 추워서 말이지. 거추장스럽게 옷을 껴입기보다는 그냥 피부를 바꾸는게 낫더군. 이럴 때는 참 수인들이 부러워.”

세크리트의 취미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저주를 수집하고 자기 몸에 걸어보는 것이었다.

로난이나 이릴처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장 죽거나 미쳐버렸겠지만 워낙에 그 짓거리를 많이 해온지라 저주 대여섯 개 정도는 거뜬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음···그렇군요. 여러모로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단하기는 뭘. 어쨌든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경을 칠 뻔 했어. 입 모양이 달라서 주문을 정확하게 영창하는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

“아하. 그래서.”

세크리트는 억울하다는 듯이 입을 여닫았다.

그제야 바렌은 뛰어난 마법사인 그가 털실늑대 따위에게 쫓기고 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간과는 달리 툭 튀어나온 주둥이로는 아무래도 발음이 새나가기 마련이었다.

“교수님은 어쩐 일로 헤이란까지 오신 건가요?”

“아아 저주나 해주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네. 여기 북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약재도 많거든. 만년설화 같은 거.”

세크리트는 정기적으로 북부에 방문하고 있었다.

비단 재료 수급 때문만은 아니었다.

과거 바르카의 음모를 막기 위해 2년을 거주한 세크리트에게 북부는 두 번째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야생 동물한테 쫓기는 건 나은 편이지. 도적떼에게 잘못 걸렸다가는 굉장히 귀찮아지니까.”

“아직 도적들이 남아 있습니까?”

“도시에서는 사라졌지만 외진 곳에서는 종종 나타난다네. 검성께서 열심히 소탕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변방의 치안은 불안정해. 근본적인 원흉이 사라지더라도 완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거겠지.”

세크리트의 입매가 비틀렸다.

제국의 탄압과 바르카의 저주 등 오랜 기간 동안 난세에 시달리던 북부는 아직도 완전한 평화를 되찾지 못하는 중이었다.

비록 전대 검성인 자이파가 방황하는 수인들을 이끌며 질서를 바로잡고 있었지만 북부의 땅은 너무 넓었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겠지.

세크리트가 말을 이었다.

“그럼 자네는 무슨 일로 헤이란까지 온 건가? 여행이나 조사를 위해 온 사람의 차림새로는 보이지 않는다만.”

“으음.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괜찮으니 말해 보게. 설마 아내한테 쫓겨났다든가? 하하 물론 농담일세. 자네처럼 금슬 좋은 부부에게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지.”

“허어억!”

바렌이 헛숨을 들이켰다.

이렇게 빨리 간파당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의 반응을 본 세크리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맙소사 정말로?”

“커흥···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살이 빠지기 전까지는 못 들어갈 것 같아요.”

바렌은 갈기를 쥐어잡은 채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했다.

아내의 구박과 교장 크라티르의 등장 여기 헤이란에 떨어지기까지.

바렌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세크리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살이 찌기는 했군. 안 그래도 둥글던 몸이 더 푸짐해졌어.”

“윽. 교수님까지 그렇게 말씀하실줄은····”

“맹인이 아닌 이상 알아차릴 수준일세. 그나저나 이거 심각하군. 이 지경까지 왔다면 어지간해서는 살이 안 빠질 텐데.”

“네?”

날벼락 같은 발언이었다.

웃음기가 싹 빠진 세크리트의 표정은 암에 걸린 사람을 보듯 심각했다.

바렌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어 어째서입니까?”

“자네가 웨어라이온이기 때문이지. 북부를 오가면서 수인은 지긋지긋할정도로 많이 봐 왔지만 비만 웨어라이온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네.”

세크리트가 탄식했다.

수인의 몸으로 제법 오랜 시간을 지내본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웨어베어나 웨어카우라면 몰라도 순수 육식동물 베이스의 수인은 살이 잘 찌지 않았다.

“내가 아는 웨어라이온은 분명 웨어타이거와 함께 최강의 종족인데 말이지. 하루에 소를 한 마리씩 먹어치워도 지방 대신 근육이 차오르는 종족인데 도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건가?”

“윽. 그건····”

우물거리던 바렌이 고개를 떨구었다.

용의자가 너무 많았다.

제과제빵이 취미인 그는 인간 오십 명이 먹고도 남을 양의 빵이나 과자를 하루만에 먹어치우고는 했다.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로난이 주관하던 특급 모험 동아리의 고문에서 내려온 뒤로 그의 체중은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

세크리트가 바렌의 배를 꾹꾹 찔러대며 말했다.

“허 푹신푹신한 것이 이색 침대 컨셉으로 장사를 해도 되겠어. 필히 지층을 쌓듯이 꾸준히 누적해온 살덩이겠지. 체격 자체는 자이파 님과 비슷한 강골인데 이리도 망가질 줄이야···안타깝다 안타까워.”

“제 제가 잘못했으니 이제 그만해 주세요. 뭔가 방법이 없겠습니까?”

“뼈를 깎는 노력을 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네. 고기와 야채만 먹으면서 한 달을 바짝 구르면 그 풍선같은 배는 조금 들어가겠지. 하지만 자네가 원하는 성과를 내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란 시간일 게야. 아마도 내년 이맘때쯤이 되어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걸세.”

“그런···!”

바렌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몇 번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세크리트는 거짓말과는 별로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수인의 몸으로 살아보기도 했으니 그 말의 정확도는 매우 높을 터였다.

“아아····”

둘 다 말을 하지 않아서 눈보라 몰아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모닥불의 장작이 거의 다 전소될 즈음이었다.

침묵하던 세크리트가 입을 뗐다.

“···해결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닐세. 딱 하나. 자네가 방학 기간 동안 소싯적의 멋쟁이로 돌아갈 방법이 있어.”

“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들 걸세. 이보게 바렌 자네는 정말로 살을 빼고 싶나?”

“당연하죠! 이 악마 같은 지방 덩어리를 빼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바렌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솔직히 외모가 망가지는 것은 상관없었지만 부인과 자식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슬슬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기도 했고.

결의에 찬 눈빛을 본 세크리트가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좋아. 그런 의지면 될 걸세. 이리로 오시게나.”

“음? 그게 뭐죠?”

바렌이 갸웃거렸다.

세크리트의 복슬복슬한 손에는 하얀색 분필과 이름모를 약초 형형색색의 가루가 들어 있는 양념통이 들려 있었다.

세크리트는 대답하는 대신 분필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바렌을 중심으로 기하학전인 마법진이 그려졌다.

특정 구간에 약초를 올려놓자 마법진을 타고 푸르스름한 빛이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본 세크리트가 만족스레 미소지었다.

“좋아. 지금부터 자네에게 인간으로 변하는 저주를 걸겠네. 꽤 강력한 저주니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게.”

“······예?”

“말 그대로일세. 인간은 웨어라이온보다 훨씬 더 살을 찌우거나 빼기 편한 종족이지. 장담컨데 자네는 이 추위에 돌아만 다녀도 정상 체중을 되찾을 걸세.”

“자 잠깐만요 교수님. 인간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바렌이 당혹성을 흘렸다.

뭐든지 하겠다고 했지만 이건 상정 외의 일이었다.

세크리트는 당황하는 그를 무시한 채 주문을 읊조리고 있었다.

이미 진행 중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빚을 갚을 수 있어서 기쁘군. 때마침 내가 구한 약초가 여기에 쓰이는 거였거든. 그럼 시작하겠네.”

“아니 교수님 제 말을 좀 들어 보세요! 이게 도대체 무슨···!”

바렌이 뭐라 말하려던 차였다.

멋대로 주문을 끝맺은 세크리트가 양념통에 든 가루를 바렌에게 뿌렸다.

마법진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한층 더 강해지며 바렌의 몸을 휘감았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크아아앗-!!!”

쩌렁쩌렁한 비명이 동굴을 흔들었다.

사악한 빛무리는 바렌의 뼈와 살을 뒤틀며 개조하고 있었다.

이윽고 빛이 사그라든 자리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저 멀리서 동료를 잃은 털실늑대의 하울링이 구슬프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다음날 아침.

“정지. 더 이상은 들어갈수 없···아 세크리트 님.”

“충성.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자네들도 잘 지내고 있지?”

하늘이 맑았다.

웨어울프 병사들의 인사를 받은 세크리트가 미소지었다.

알게 된지도 벌써 10년이 넘게 지난 사이.

중무장한 수인들은 오늘도 알칼토 계곡으로 이어지는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어째 기분이 좋아보이시는군요. 오늘 용건도 재료 수급이십니까?”

“그렇다네. 위험하기는 해도 여기서 나는 것이 제일 품질이 좋아서 말이지.”

“항상 조심하십시오. 저 안쪽에서는 무슨 일이 터져도 구하러 가기가 힘드니까.”

병사가 진지한 투로 말했다.

알칼토 계곡은 세크리트가 종종 들르는 곳이었다.

날카로운 얼음 계곡과 잊을 만 하면 튀어나오는 몬스터가 위험했지만 대체 불가능한 소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오는 장소였다.

“걱정 말게나. 내 한 몸 지킬 힘은 있으니.”

“하긴 마법사이시니까요···그러고 보니 옆의 인간은?”

“아 일을 도와주러 온 내 친구일세. 인사 나누게나.”

세크리트가 옆에 선 사내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참으로 특이한 생김새에 병사들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우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수려한 얼굴이었다.

선명한 이목구비와 하관을 뒤덮은 암갈색 수염은 수인의 관점에서도 썩 근사했다.

목덜미까지 흘러내리는 풍성한 머리카락은 마치 사자의 갈기를 연상케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남이라 불러 모자람이 없었지만 불행히도 사내에게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얼굴이 참 멋진 친구군. 그런데····”

“으음 혹시 머리만 갈아끼운 건 아니겠지? 이름이 뭔가?”

병사들이 갸웃거렸다.

얼굴과 몸의 비례가 맞지 않았다.

수박 위에 방울토마토를 붙여놓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건장하다 못해 육중한 몸을 보고 있자면 이게 수인인지 인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병사들은 진지하게 사내의 건강을 걱정해 주었고 그럴 때마다 사내는 서러움에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참아야 했다.

사내가 이를 악문 채 대답했다.

“······바렌이라고 합니다.”

“비범한 이름이군. 저 멀리 브린힐스 공작 이름도 바렌이었던거 같은데. 바렌 하나시르였던가?”

하나시르가 아니라 파나시르입니다.

바렌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그 말을 삼켰다.

지금의 그는 대부호 웨어라이온이 아닌 그냥 살찐 인간이었으니까.

신원을 확인한 병사들이 두 사람을 들여보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걸어가던 세크리트가 껄껄 웃었다.

“걱정 말게나 바렌. 효과는 확실할 테니까. 그까짓 살은 봄날의 서리처럼 녹아버릴 걸세.”

“···부디 그러면 좋겠군요.”

“나만 잘 따라오게. 인간의 몸은 좀 어떤가?”

“최악입니다. 춥고···시야도 낮아지고···손을 제외하고는 나은 점이 없어요.”

바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웨어라이온이 얼마나 우월한 종족이었는지 새삼 실감하는 중이었다.

피지컬은 약해졌는데 비만의 고통은 그대로였다.

그를 짧은 시간이나마 초인으로 만들어주던 오러도 신체가 변화한 탓인지 발현하기가 힘들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털가죽의 부재로 인한 추위였다.

두터운 코트를 세 겹씩 껴입은 바렌은 가죽옷을 입힌 눈사람이 걸어다니는 것 같았다.

세크리트가 웃었다.

“크크 곧 익숙해질 걸세. 그나저나 이번 여정은 신에게 기도를 좀 할 필요가 있겠군.”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우리는 지금 매우 약하잖나. 나는 주문을 외우면 혀가 꼬이고 자네는 오러도 못 쓰게 되었으니 몬스터에게 습격이라도 당한다면 크게 곤욕을 치르겠지.”

“화 확실히 그렇군요···조심해서 이동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렌이 몸을 떨었다.알칼토 계곡은 입구를 제외한 전체가 무법지대였다.이 상태로 적을 조우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적응이 되면 몰라도 지금의 그는 늑대는커녕 멧돼지 한 마리와도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숨 쉬는 것도 주의해야겠어.

마음을 추스른 바렌이 막 걸음을 내딛는 찰나였다.

“크하하하! 거기 딱 멈춰라! 이 사랑스러운 돈주머니들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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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y’s Genius Swordmaster

Academy’s Genius Swordmaster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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