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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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화·  < 미친 놈(7) >

백포산군의 토혈은 도화곡의 대연무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절대로 죽지 않을 것 같은 무적의 고수가 입으로 검붉은 피를 쏟아내니 다들 놀라자빠질밖에·

하지만 백포산군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그는 소맷자락으로 입가를 한번 쓰윽 닦고 나더니 남궁유룡을 향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다시 검을 뽑으시오·“

”몸부터 추스르시오·“

”나를 욕보이지 마시오!“

백포산군의 일갈에 대기가 쩌렁쩌렁 울렸다·

자신의 내공이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것은 부상을 당했다는 이유로 여기서 싸움을 중단하면 결국 패한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남궁유룡 또한 수천 리를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진기가 한 줌 정도밖에 남지 않은 탓에 자신의 부상은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악인이라는 손가락질보다 누구에게 졌다는 소리 듣는 걸 열 배는 더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무인이라는 족속들이었다·

평범한 무인들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천하십대고수 반열에 든 무신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아마도 죽기보다 싫을 것이다·

“나는 일평생 한 싸움에서 이미 검갑에 넣어 버린 검을 다시 뽑은 적이 없소· 만약 귀하가 강요한다면 그거야말로 나를 욕보이는 일이지· 그렇다고 나도 똑같이 장법으로 싸운다고 하면····”

“그건 안 될 말이오! 그렇게 해서 내가 이긴들 누구도 정당한 대결이었다고 하지 않을 것이오· 입장을 바꿔 만약 내가 검으로 싸우겠다고 하면 받아 주겠소이까?”

“설혹 내가 규칙을 깨고 다시 검을 뽑아 싸운다고 한들 우리의 싸움은 누가 이기고 지더라도 이미 서로가 본신의 실력을 전부 발휘한 승부라고 할 수 없을 것이오·”

“하면 대체 어쩌자는 것이오?”

“귀하와 내가 각각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내세워 대결을 시켜보면 어떻겠소? 단 본래의 수준으로 인한 차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내공은 쓰지 않고 오직 초식으로만 승부를 보도록 하는 것이오·”

“이곳에 귀하의 진전을 고스란히 이은 손녀가 있음을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내 제자는 이미 오래전에 죽고 없거늘 누굴 대신 앞세운단 말이오?”

“삼십 년 전 황산에서 우리가 사흘 동안 논검비무를 한 후 헤어지면서 나눴던 말을 기억하시오? 그땐 우리 모두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훗날 다시 만나게 되면 나는 어검술(默劍術)을 익히고 귀하는 섭인술(攝人術)을 익혀 자웅을 겨뤄 보자고 했었지·”

“나의 어검술은 이제 제법 쓸만해 졌다오· 하지만 알다시피 진기의 고갈이 극심해 지금 당장은 보여줄 수가 없소이다· 귀하의 섭인술은 어떤지 모르겠구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검강을 눈으로 직접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어검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심지어 그걸 제법 쓸만한 수준으로 익혔단다·

남궁유룡이 자신의 입으로 쓸만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귀신의 조화처럼 보일 것이다·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섭인술은 아무래도 능공섭물에서 따온 것 같은데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사람을 마음대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하나같이 나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까마득한 경지의 이야기들이었다·

저 노인네들은 그냥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막하를 비롯해 도화곡의 제자들과 남궁소소까지도 모두 무슨 전설 속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백포산군은 옛 생각을 하는지 눈동자가 한없이 깊어졌다·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남궁유룡이 말을 이었다·

“짐작하는 대로 나는 손녀를 내보겠소· 귀하는 밖에 있는 흑도들 중 쓸만한 자를 데려다가 섭인술을 통해 내 손녀와 겨루어 보도록 하는 게 어떻겠소?”

“어인술(御人術)이오·”

“···?”

“섭인술로는 내가 익힌 공부를 모두 설명할 수가 없소· 해서 어검술에 대응하여 어인술이라고 격상해 부르기로 했소·”

“해내셨나 보구려·”

“만약 내 말(馬)이 이기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어검술의 ‘어’는 말을 부린다는 뜻이었다·

백포산군은 어인술을 익혔다고 했으니 말은 그가 데려올 통천방의 흑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내 손녀의 패배는 곧 나의 패배이니 귀하가 도화곡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 주어야겠지요· 단 귀하의 말이 패하면 여기서 모든 은원을 정리하고 애뇌산으로 돌아가 주시오·”

“좋소이다·”

장담하건대 바깥에 있는 통천방의 흑도들 중 남궁소소를 이길만한 고수는 없다·

본래 우두머리인 흑갈자 노청봉이 옛 사천구룡방 서열 삼 위로 상당한 고수였으나 지금은 백포산군을 이용해 먹으려다 얻어터져서 반 불구가 되어 버렸다·

뒤를 이어 통천방의 새로운 방주가 된 석삼두 역시 헛짓거리를 하다가 쥐어 터져서 제대로 싸울 상태가 아니었다·

보나 마나 당주급 인물들 중 하나가 나설 텐데 그는 남궁소소를 상대로 오십 초식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어인술인지 뭔지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도 허수아비를 조종해 남궁소소를 상대한다는 것 역시 말이 안 되었다·

모든 걸 떠나 남궁유룡에게 다 생각이 있지 않겠나·

나는 섭부용과 칠검향의 호위를 받으며 진귀한 구경을 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되었다·

남궁소소는 남궁소소대로 자신감이 흘러 넘쳐서는 손목을 우두둑우두둑 꺾으면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백포산군과 싸울 것도 아니면서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와 싸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려보는 건지도 모르지만·

남궁유룡이 말했다·

“가서 말을 골라오시겠소?”

“그럴 필요 없소이다·”

“어째서요?”

“내 말은 바로 여기 있소이다·”

그러면서 백포산군은 고개를 천천히 돌려 들것에 팔자 좋게 누워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따라서 나를 향했다·

잠시 쥐죽은 듯한 침묵이 흐른 후 내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내 말이 되어 주어야겠다·”

“사양하겠습니다·”

“너는 이미 모든 심력을 집중한 상태에서 나와 삼백오십여 초식을 싸웠다· 내 어인술의 말로 네놈이 가장 적당하다·”

“저는 지금 중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네 입으로 피멍만 조금 들었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리고 이건 순수한 초식의 대결이니 내상을 입었어도 싸우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

“그게 아니라 싸움 때문에 제 내상이 더 심해진다고요· 모든 걸 떠나 제가 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하면 나도 뇌검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

쩡! 쩌정! 쩡쩡쩡!

남궁소소의 검신에 이는 바람이 겨울 삭풍처럼 내 정수리와 어깨와 허리를 핥고 지나갔다·

나는 나아가고 물러나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연신 그녀의 전권을 맹렬하게 파고 들어갔다·

문제는 이게 순수한 내 의지에 의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섭인술이니 어인술이니 했을 때 전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내 의지로 다른 사람의 신체를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게 잘 상상이 안 되었으니까·

나 역시 선천오법술로 비격쌍뇌창이라는 바늘을 조종하지만 그건 생명이 없는 것이었기에 가능했다·

의지를 가진 것 즉 살아있는 것을 조종하는 건 현재로선 모기에서 파리를 지나 나비 정도나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나비보다 몇천 배가 크고 강한 의지를 지닌 인간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게 됐다·

아니 의지를 가진 탓에 오히려 더 쉽게 백포산군이 나를 통제했다·

내가 익힌 선천오법술은 술법이고 그가 익힌 어인술은 내공에 기반한 어검술의 일종이라는 게 다를 뿐인데도 그랬다·

그가 나를 조종하는 것은 엄청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지만 방식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선은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상체를 기울이게 했다·

그러면 나는 남궁소소의 검으로부터 내 손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보법을 펼치거나 나름의 권초들을 다급하게 출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백포산군이 내 손과 발을 조종했다·

허수아비처럼 뻣뻣하게 서 있는 팔다리를 생으로 꺾어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펼친 움직임에 편승해 자신의 의지대로 투로와 속도와 타점 등을 살짝살짝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가령 나는 고등원조(高燈遠照)의 수법으로 높이 떠올라 검을 쥔 손목을 주먹으로 떨쳐내려는데 갑자기 열 손가락이 쫙 벌려지며 장심이 남궁소소의 얼굴을 향했다·

나는 선과교하(船過橋T)의 수법으로 몸을 최대한 낮추어 검을 피했는데 갑자기 오른손이 소용돌이치듯 뻗어가며 그녀의 옆구리를 노리는 식이었다·

그때마다 꼭 초식을 도둑맞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어인술은 내가 펼치는 각종 보법과 초식들을 동력 삼아 백포산군이 마지막 순간에 그의 의지대로 바꿔 버리는 ‘기생 무공’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그랬다·

따라서 완전한 그의 무공은 아니었다·

한데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뻐억!

“미안하오!”

퍼엉!

“괜찮으시오?”

빠악!

“내가 한 게 아니오!”

이 싸움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남궁소소는 나를 벨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한데 두어 대 얻어맞고 나더니 눈빛이 슬슬 변했다·

급기야 내 장법에 왼쪽 얼굴을 맞고 대여섯 걸음 튕기듯 물러난 다음에는 아예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스캉! 쩍쩍쩍! 휘웅!

온갖 다채로운 소리의 칼바람이 나를 덮쳤다·

나는 손발을 발작적으로 놀리며 뒷걸음질 치기에 바빴다·

이 싸움에는 세 번째 문제도 있었다·

내가 이기면 남궁유룡이 더는 개입을 하지 않으면서 이막하가 백포산군과 끝내 생사결전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져줄 수도 없었다·

싸움을 시작하기 직전 백포산군은 남궁유룡에게 확답을 받아 두었다·

만약 내가 일부러 져준다면 그 즉시 남궁소소가 진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보통의 인간들 같으면 속임수라도 썼을 텐데 이 인간의 눈을 속일 자신이 솔직히 없었다·

무인으로서의 자존심과 긍지가 강한 남궁유룡도 그걸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돌연 남궁소소가 검을 수평으로 크게 휘둘렀다·

나는 철판교의 수법을 펼쳐 상체를 급박하게 뒤로 꺾었다·

순간 남궁소소가 내 앞에서 허공으로 쭉 솟구쳤다·

무려 일 장 높이의 허공에서 나를 넘어간 그녀가 질풍처럼 돌아서며 천근추의 수법과 함께 머리통을 일도양단의 기세로 쪼개왔다·

대경실색한 나는 공격을 하는 대신 귀영무의 보법을 펼치며 재빨리 물러나려고 했다·

그녀가 나를 벨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나 역시 그녀를 다치게 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

한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장이 힘차게 뻗어 나갔다·

지금까지 슬쩍슬쩍 건드려 방향을 바꾸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과 속도였다·

이대로라면 내 우장이 먼저 남궁소소의 가슴을 강타할 것 같았다·

내공을 담지 않았으니 내상까지 입히지는 않겠지만 뼈를 상하게 할만큼은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더불어 내 정수리도 장법에 맞아 튕겨 나가는 그녀의 검끝에 살짝 걸릴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죽는다·

‘이 노인네가 미쳤나!’

나는 손바닥 뒤집듯 상체의 위쪽 절반을 벼락처럼 옆으로 비틀었다·

동시에 왼쪽 앞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쓸고 내려가는 검면을 향해 측면에서 우장을 떨쳤다·

지금까지 내가 펼친 초식을 마지막 순간 백포산군이 비틀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백포산군이 사력을 다해 펼친 초식을 내가 크게 비틀어 버린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투웅!

우장을 맞은 장검이 부러질 것처럼 휘며 반대쪽으로 튕겨 나갔다·

검을 쥔 남궁소소의 오른손도 함께 끌려갔다·

순간 오른쪽 손목이 시큼해서 보니 남궁소소가 왼손에 쥔 목련잠으로 내 손목과 손등 사이의 양지혈(陽池穴)을 찌르고 있었다·

‘속았다!’

나는 벌을 털어 내듯 손을 틀면서 재빨리 대여섯 걸음을 후다닥 물러났다·

누가 못이라도 박은 듯한 고통과 함께 오른팔은 물론이고 어깨까지 마비가 왔다·

“내 점혈법 맛이 어때요?”

“혹시 초상지풍(草上之H)의 초식이오?”

“맞아요!”

초상지풍은 먼 훗날 유가문파를 세우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겠다며 남궁소소가 창안한 점혈법이었다·

틈만 나면 수련을 하더니 이제 제법 위력적이었다·

“놀라운 한 수였소·”

“또 덤벼요·”

“내가 졌소·”

“덤비라고요!”

“팔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어떻게 덤비라는 거요?”

그러면서 나는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은 오른쪽 팔을 아래로 늘어뜨려 까딱까딱 흔들어 보였다·

남궁소소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고양이 갈기 세우듯 양쪽 어깨를 잔뜩 치켜 올리고는 콧김을 펑펑 뿜어댔다·

이긴 사람은 눈두덩이를 포함한 얼굴 반쪽이 퉁퉁 부은 데 반해 진 사람은 팔에 마비만 왔을 뿐 멀쩡하니 약이 바짝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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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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