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 경사(京師)에서(1) >
대륙으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했다·
왜국으로 갈 때 만났던 태풍도 없었고 바람도 일정하게 불었다·
문제는 나흘째 되는 날 밤에 일어났다·
“우현으로 돌려라!”
“돛을 모두 올려라!”
“전속력으로 달려라!”
갑판 위에서 다급한 외침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선원들이 쾅쾅 뛰어다니고 배가 급박하게 방향을 꺾는가 싶더니 어딘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러다가 또 연이은 외침이 들렸고 수차례나 방향이 꺾였다·
선실 감옥에 갇혀 있던 나와 남궁소소와 호리독사와 미나모토는 영문도 모른 채 머리 위 갑판만 뚫어지게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태풍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나와 호리독사가 한 말이었다·
범선을 본격적으로 타본 적이 없으니 소리만 듣고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때 미나모토가 뭐라고 말을 했다·
보나 마나 또 잘난 척을 하는 걸 것이다·
남궁소소가 몇 가지를 더 묻고 난 후 통역해 주었다·
“다른 배들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대요·”
“흑룡선은 황해에서 가장 빠른 범선인데 감히 누가 쫓아 올 수 있다는 거요?”
“깜깜한 밤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갑자기 기습해오면 아무리 빠른 배라고 해도 소용이 없대요· 그것도 여러 척이 한꺼번에·”
“여러 척?”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을 꺾었는데 그건 다른 배들이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래요 만약 흑룡선이 잡힌다면 최소 여섯 척 이상의 배로 이루어진 선단이라야 가능할 거라고도 했어요·”
선단이라는 말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남궁소소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우리도 나가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지난번 쇠창살 잘라버린 일로 칼을 모두 빼앗겼지만 마음만 먹으면 감옥을 나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내가 공력을 끌어 올려 힘들게 쇠창살을 구부릴 필요도 없다·
호리독사가 자물통만 한번 쓰윽 만지면 철컹하고 열릴 것이다·
우리가 감옥에 머무르는 건 순전히 황해노경과 흑룡도방에 대한 존중 때문이었다·
선원들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비록 억류를 했을망정 몰래 술과 음식을 갖다 줄 만큼 우리에게 잘 대해주었다·
훗날을 위해서라도 나에 대한 저들의 신뢰를 깨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시 벌러덩 누워 팔베개를 했다·
“좀 더 지켜봅시다·”
“그러다 배를 탈취당하면 어쩌려고요·”
“정 다급하면 부르러 오겠지·”
“그럴까요?”
“포를 쏘지 않는 걸 보면 흑룡선에 묵은 감정이 있는 상선들일 수도 있소· 그럼 사로잡힌다고 해도 그닥 큰 문제가 될 것이 없····”
꽝! 꽝! 꽝! 꽝! 꽝! 꽝!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섯 발의 포성이 울려 퍼졌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호리독사와 미나모토까지도 발딱 일어나 앉았다·
“이런 미친!”
“해적선이다!”
나와 호리독사가 동시에 외쳤다·
신뢰고 뭐고 쇠창살을 뜯고 뛰쳐나가려는데 미나모토가 뭐라고 했다·
남궁소소가 재빨리 통역했다·
“발사음과 낙탄음이 들리는 위치로 미루어 흑룡선을 향해 쏘는 게 아니래요· 아무래도 위협을 해서 배를 멈추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요·”
그때 위로부터 돛을 내리고 배를 멈추라는 갑판장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잠시 후 정말로 배가 멈추더니 선원 하나가 다급하게 내려와 자물통을 풀어주며 말했다·
“군선(軍船)들에게 포위당했습니다·”
미나모토의 예상이 맞았다·
갑판 위로 올라와 보니 무려 십여 척의 커다란 범선들이 횃불을 대낮처럼 밝힌 채 흑룡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배의 측면에는 포문을 모조리 열어젖혀 놓았는데 일시에 포를 쏘아대면 흑룡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누가 우리를 잡을 쏘냐며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황해노경과 쉰여 명의 선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가만히 석불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선원들 말이 길목에서 돛을 내린 채 매복해 있었다는군· 마치 흑룡선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일세·”
“왕자와 모모카는요?”
“황해노경이 숨겨 주었네· 배 밑창을 뜯었더니 놀랍게도 대여섯 명 정도 들어가 숨을만한 비밀공간이 있더군·”
“선원들 말이 자신들에게는 군선과 해적선이 차이가 없답니다· 흑룡선을 만들어 타고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군선들이 해상검문을 핑계로 걸핏하면 잡아다 탈탈 털어먹었다고요·”
“상대가 군선인만큼 일단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지켜보세·”
나는 품속에 있는 동패를 만지작거렸다·
웬만한 관군들을 상대로는 통했는데 저들에게까지 함부로 썼다가는 오히려 큰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대장선으로 보이는 배로부터 십여 개의 갈고리가 날아왔다·
두 척의 배가 철썩 달라붙고 칼과 창을 뽑아 든 군졸 백여 명이 흑룡선으로 넘어왔다·
험악한 인상의 장수가 좌중을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말했다·
“이 배에 황금장표라는 무림인이 타고 있소?”
이건 또 무슨 밑도 끝도 없는 전개지?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는 가운데 석불원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황금장표이오만·”
잠시 석불원을 응시하던 장수가 품속에서 노란 봉투를 꺼내 건넸다·
편지를 전부 읽은 석불원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를 보아하니 누가 당신을 보냈는지 확인했으며 모든 걸 협조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장수의 말이 이어졌다·
“우선 귀하와 일행을 특정한 장소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라는 명령이 있었소· 더불어 본관은 지금 이 자리에서 한 가지를 확인하고 소식을 보내야 하오·”
석불원이 황해노경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겁에 질린 왕자와 모모카가 선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갑판 위로 올라왔다·
석불원이 장수에게 말했다·
“표행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고하시오·”
어리둥절해 하는 황해노경과 선원들을 남겨두고 우리는 모두 군선으로 옮겨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선으로부터 전서구 한 마리가 밤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
해상에서 배를 갈아탄 지 무려 열흘 만에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군선은 백여 명의 정체 모를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어촌마을에다 우리를 내려준 후 떠나 버렸다·
왕자와 모모카를 마차에 태우고 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달리길 이틀째 우리는 어느 으리으리한 장원에 당도했다·
그곳에서 지친 몸을 누일 틈도 없이 하인과 시비들에 의해 서로 찢어져서는 곧장 목욕물을 받아 놓은 곳으로 끌려갔다·
여기가 어디며 왕자는 어디로 데려갔으며 도대체 왜 이러냐고 물어도 시비들은 웃기만 할 뿐 일절 대답해 주지 않았다·
뜨거운 물에 반강제로 몸을 씻고 깨끗한 비단옷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한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뽀송뽀송한 얼굴에 매화가 수 놓인 백의궁장을 입고 내가 선물한 목련잠을 머리에 꽂은 남궁소소는 하늘에서 하강한 선녀가 따로 없었다·
옷이 날개라더니 남궁소소만큼은 아니었지만 모모카 역시 빼어난 용모를 자랑했다·
왕자는 호랑이가 수 놓인 비단장포를 입었는데 왕족의 기품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외 석불원과 호리독사와 미나모토도 땟국물을 쫙 빼고 최고급 비단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걸세·”
아무리 석불원을 꼬드겨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살짝 부아가 돋으려고 할 무렵 칼 찬 무사들이 찾아와 우리를 어느 넓고 호화로운 전각으로 안내했다·
그곳에 예사롭지 않은 복장을 한 일남이녀가 커다란 태사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장년의 남자를 중심으로 오른쪽엔 부인이 왼쪽엔 딸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작은 체구에 아주 못생긴데 반해 부인과 딸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빼어난 용모를 자랑했다·
특히 부인은 중년의 나이가 무색하게 그아말로 천하절색이었다·
나와 남궁소소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딸이 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어댔다·
“진왕전하와 왕비마마를 뵙습니다!”
석불원이 큰소리로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나와 남궁소소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진왕전하와 왕비마마를 뵙습니다!”
화들짝 놀란 호리독사도 서둘러 바닥에다 무릎을 찍었다·
이어 영문을 몰라 우물쭈물 하고 있는 미나모토의 오금을 발로 차서 강제로 무릎 꿇린 후 뒤통수를 잡아다 땅바닥에 찍어 눌러댔다·
모모카와 왕자는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무릎까지 꿇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손으로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대국의 황족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세 사람은 전날 항주에서 인연을 맺었던 진왕과 그 일족이었다·
그러니까 이 으리으리한 장원은 진왕이 그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곳이었고·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이란 말인가·
석불원에게 황급히 전음을 보냈다·
[미리 좀 말씀해 주시죠!]
[암표의 규칙을 잘 알텐데·]
[돌아오는 길에라도 귀띔 좀 해주실 수 있었잖습니까· 이리로 오는 길이었으면 어차피 모두 알게 될텐데요·]
[흑룡선에서 받은 편지에 마지막까지 함구해 달라는 말씀이 있었네· 아마도 자네를 놀라게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네· 그러니 계속 놀란 척을 하시게·]
[누가요?]
[난 딱 보이네만·]
“그만 일어들 나시오·”
진왕의 말에 우리는 못이기는 척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석불원에게 말했다·
“해내실 줄 알았소이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외다· 대협께서 이 몸의 오랜 근심을 해결해 주시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소이다·”
눈치를 보아하니 진왕이 표행을 의뢰한 것 같았다·
하지만 사쓰마에 인질로 잡혀간 유구국의 왕자를 그가 왜 구해 오라고 했는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알 수가 없었다·
“소인이야말로 진왕전하께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 전하께서 추천해주신 표사가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요?”
“표행 중 세 번의 큰 위기가 있었사온데 그때마다 그가 기지를 발휘하여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이 사람의 면을 세워 주시는구려· 그가 아무리 기지를 발휘했어도 대협께서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외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
“그리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왕은 그제야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반달처럼 아래로 휘어진 눈과 귀밑까지 올라간 입꼬리 그리고 수염을 살살 쓸어대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뿌듯해하는지 알 것 같았다·
“고생 많았네·”
“그동안 별래무양 하시옵고 서하에 존체 평안하시오며····”
“그만하게 이 사람아·”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전하·”
“혈색을 보아하니 자네도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군·”
“모두 전하의 은덕이옵니다·”
“내가 무얼 어찌했다고·”
“전날 전하께서 기회를 주셨기로 소인이 작은 명성을 얻어 의뢰가 끊이질 않았고 덕분에 하루하루를 바쁘고 즐겁게 보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사람 홀리는 언변은 여전하군· 껄껄껄·”
“두 분께선 제가 반갑지 않은가요?”
어른들의 인사가 대충 끝난 듯 하자 여태 잠자코 있던 공주가 대뜸 나와 남궁소소를 보며 새치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입니다· 공주마마·”
“한데 어찌하여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만 인사를 드리고 저는 못 본 척하시는 건가요?”
“그것이 아니옵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공주마마·”
내가 뭐라도 변명을 하려는데 남궁소소가 홱 가로챘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띤 데다 목소리까지 부드러운 것이 꼭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양 행수도 잘 지냈고요?”
공주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양 행수는 작년 겨울 항주에서 공주를 차(茶) 상단의 단주로 변장시켜 데리고 다닐 때 그녀가 남궁소소를 부르던 호칭이었다·
그때 남궁소소는 남장을 한 채 양진풍이라는 가명을 썼었다·
“물론이지요· 단주님·”
남궁소소가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자 공주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이게 뭐라고 저리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일전에 듣기로 안전문제 때문에 북경에서는 매양 집안에서만 머물뿐 좀처럼 외출을 못한다고 하더니 혹시 아직도 친구가 없나?
“취선루의 교자는 지금도 맛있나요?”
“공주마마께서 다녀가셨다는 소문이 돌면서 손님들이 줄을 잇는답니다· 지금쯤 부자가 되었을 거예요·”
“아아 다행이네요·”
공주는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사람이 한창 클 때는 밤사이에도 자란다고 하더니 못 본 사이에 공주의 용모는 어머니인 진왕비에 필적할 정도로 예뻐져 있었다·
한 해만 더 지나면 어머니를 능가할 것 같았다·
이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는 건가?
공주가 깜빡했다는 듯 물었다·
“서호삼견은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나요? 취선루를 찾아와 행패를 부렸던 그 늙은 흑도놈들 말이에요·”
순간 옆에서 듣고 있던 호리독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이번에야 말로 내가 대답을 하려는데 남궁소소가 또 가로챘다·
“아직 살아는 있습니다만 취선루에는 감히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모두 공주마마의 후광 덕분이지요·”
“정말 다행이군요· 그건 그렇고 두 분께선 일정이 급하신가요?”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사온지요·”
“바쁘지 않으시다면 여독이 풀릴 때까지만이라도 이곳에 머무시는 게 어떤가요? 약속한 대로 이번엔 제가 두 분께 북경 구경을 시켜 드리겠어요· 맛있는 반점들도 모시고 가고요·”
남궁소소가 눈에 불을 켜고 나를 곁눈질 했다·
공주에게 언제 그런 약속을 했었냐고 따지는 거다·
나는 모른다는 뜻으로 미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몰랐다·
그렇다고 공주가 거짓말을 한다고도 확신할 수도 없는 것이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걸 수도 있었다·
그 사이 공주는 진왕을 돌아보며 허락을 구했다·
“아바마마· 그래도 될런지요?”
“당분간 내가 붙잡아 두고 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나 좀 들어볼까 했더니만 공주에게 빼앗기게 생겼군·”
“낮에는 저와 함께 지내고 밤에는 아바마마를 모시도록 하면 되지요·”
진왕비가 그런 두 사람을 조용히 나무랐다·
“아무리 황족이지만 당사자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우리끼리 마음대로 결정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러면서 세 사람이 동시에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지를 묻는 것이다·
누가 감히 거절을 하겠나·
나와 남궁소소는 황망한 표정이 되어 얼른 말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는 진왕 부부가 비단 이번 일뿐만 아니라 작년 항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신세를 갚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황족의 환대에 남궁소소는 물론이거니와 호리독사와 미나모토까지도 잔뜩 들뜬 얼굴을 했다·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고작 표사 나부랭이에 불과한 우리가 언제 이렇게까지 황족의 환대를 받아 보겠나·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게 있었다·
대체 진왕은 왜 유구국의 왕자를 구해 오라고 한 걸까?
그리고 이렇게 눈앞에다 떡하니 데려다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진왕이 표행을 의뢰한 표주일 지는 몰라도 왕자가 보물처럼 애지중지하고 있는 저 동적의 주인은 아니라고·
석불원은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도통 입을 열지 않으니·
그때였다·
인기척과 함께 일전에 항주에서도 보았던 진왕의 호위장이 들어왔다·
이름이 연철산이었던가·
그가 손님께서 도착하셨다는 보고를 올렸다·
그러자 진왕을 비롯해 진왕비와 공주까지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마치 시립하듯 한쪽으로 물러나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석불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도 이건 예상을 못한 일인 듯 했다·
그가 나와 남궁소소와 호리독사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음성으로 말했다·
“정신들 바짝 차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