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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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 바다 건너 동쪽으로(5) >

칼과 활로 중무장 한 쉰여 명의 기마무사들이 이십여 장 앞까지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보자 위용이 더욱 대단했다·

저들이 나타난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었다·

그 바람에 이십여 명에 달하는 낭인무사들과의 싸움을 일단 멈출 수 있었으니까·

기마무사들이 떠나고 나면 낭인무사들은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 들 것이다·

물론 우린 그 전에 냅다 도망치고 없겠지만·

“기마무사들의 시선을 끄는 어떤 행동도 하지 말래요· 저들은 군벌이나 마찬가지여서 만약 대륙인 이라는 걸 들키는 날엔 첩자로 간주 성(城)으로 끌고 가 처형해 버릴 거라고요·”

남궁소소가 우리만 들을 수 있도록 작은 소리로 말했다·

미나모토의 경고를 대신 전하는 것이다·

범선에서는 잘 몰랐는데 뭍으로 오르고 보니 확실히 미나모토를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이번엔 내가 석불원에게 속삭였다·

“우리 목적지는 정확히 어디입니까?”

“지금 그건 왜 묻나?”

“기마무사들이 멀어지기 전에 도망을 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꺼번에 정신없이 내빼다 보면 다들 우왕좌왕할 겁니다· 대략이라도 목적지를 알면 좀 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석불원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기마무사들 쪽을 힐끗 본 후 역시나 작은 소리로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 길을 따라 십 리쯤 가면 수백 년 수령의 벚나무가 보일 것이네· 그 옆에 있는 푸른 기와집이 최종 목적지일세·”

“기와집요?”

“표주의 말로는 자신의 편지를 보여주면 집주인이 우릴 도와줄 거라더군· 그 집에 머물면서 최대한 빨리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네·”

“무슨 정보를 말입니까?”

“시마즈 타키히로의 동선과 용모파기·”

“그건 또 누군데요?”

“성주(城主)인 시마즈 료타료의 아들이자 장차 아비의 뒤를 이어 이곳 사쓰마를 다스리고 통치할 무장이지· 듣자 하니 영지를 순찰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성 밖으로 나온다고 하더군·”

사쓰마에 볼모로 잡혀 있는 옛 유구국 왕자를 구하러 와놓고 뜬금없이 제후의 후계자는 왜 찾겠다는 걸까?

“혹시 그를 납치할 생각입니까?”

“그렇네·”

“왜요?”

“오랜 시간 고민해 보았지만 왕자의 몸값으로 시마즈 가문에 지불할만 한 것이라곤 그것밖에 없었네·”

“하면 협상을 한다는 게?”

“인질 교환 협상이지·”

애초 표물을 놓고 협상을 할 거라길래 무슨 거금이라도 지불하고 데려가려는 줄 알았다·

한데 성주의 아들을 납치해서 교환할 계획이었다니·

대륙에서 황해노경을 만나러 갔을 때도 이런 식이었다·

위기 때마다 보여주는 석불원의 화끈한 방식에 살짝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궁소소와 호리독사도 크게 놀란 눈치였다·

어쩐지 거금을 척척 내 놓더라니·

그때쯤엔 기마무사들이 대여섯 장 앞까지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길 건너 낭인무사들 쪽을 살피던 나는 저만치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손모가지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저끕!”

외침도 비명도 아닌 이상한 말이 목구멍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석불원 남궁소소 호리독사 미나모토가 죽일 것처럼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내 시선을 따라 길바닥으로 향했다가 뒤늦게 주인 없는 손모가지를 발견하고는 모두 눈이 빠질 것처럼 튀어 나왔다· 손모가지는 처음 싸움이 벌어졌을 때 미나모토가 뎅겅 잘라버린 술 취한 낭인무사의 것이었다·

“저게 왜 길 한복판까지 나와 있는 거죠?”

“아까 혼전 중에 미나모토가 발로 찼습니다·”

“이런 멍청한!”

남궁소소 호리독사 석불원이 차례로 목구멍을 쥐어짜면서 한 말이었다·

모기의 날갯짓처럼 작은 음성들이었지만 대갈일성을 내지르는 것보다 더 큰 분노가 느껴졌다·

미나모토는 우리 말을 모르면서도 자기 욕하는 건 또 귀신같이 알아들어서 호리독사를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리독사는 딴청을 피웠다·

석불원이 마지막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게·”

또각 또각 또각····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선두에서 오고 있던 커다란 뿔투구를 쓴 중년의 기마무사가 한 손을 들어 올리더니 행렬이 멈춘 것이다·

그 바람에 길 한복판의 손모가지를 가운데 두고 우리와 낭인무사들 그리고 시마즈 가문의 기마무사들이 삼각형을 이루게 되었다·

뿔투구는 앞쪽에 떨어진 손모가지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좌우를 쓸어 보았다·

깨진 흑요석 조각을 박아 넣은 듯한 눈동자가 여간 날카로워 보이지 않았다·

각진 턱과 튀어나온 광대뼈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호전성이 느껴졌다·

‘새끼 인상 한번 더럽네·’

뿔투구의 시선은 결국 손목을 잘린 채 길 건너 벽 쪽에 붙어 신음하고 있는 낭인무사에게서 멈추었다·

이어 맹수가 가르랑거리는 듯한 묵직한 저음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그러자 낭인무사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잽싸게 튀어나와서는 연신 허리를 구부리며 대답으로 보이는 말을 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남궁소소가 재빨리 내게 전음으로 통역을 해주었다·

[뿔 달린 투구를 쓴 기마무사가 어디서 온 자들이기에 감히 시마즈 가문의 영지에서 칼부림을 벌이느냐고 묻자 낭인무사의 우두머리가 자신들은 한때 후지타 가문에 몸담았던 무사들로 지금은 시마즈 가문에서 솜씨 좋은 무사들을 구한다는 얘길 듣고 찾아 왔대요· 그러자 기마무사가 감사장이 있느냐고 물었고요·]

[감사장?]

[미나모토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거느리고 있는 무사가 전쟁에서 공을 세울 때마다 제후들이 하사하는 증서 같은 거예요· 무사들이 다른 주군을 찾아 떠날 때 자신의 신분과 경력을 증명하는 역할을 하고요·]

나는 재빨리 석불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우리도 감사장이 있습니까?]

[그게 뭔가?]

[호패는요?]

[대륙에서 차던 것이 있네만·]

[남궁소소 말이 지금 기마무사가 낭인무사들의 신분을 확인 중이랍니다· 우리에게도 정체를 묻고 확인할 것입니다·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면 대륙인 이라는 걸 들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런 것처럼 보이는군·]

[기회를 보아 경공을 펼쳐 빠져나가도록 하시죠·]

[그러면 더 수상하게 여기고 우리를 찾기 위해 온 도시를 뒤질 걸세· 현상금이라도 내걸면 도시에 있는 낭인무사들 전부가 사냥꾼으로 변해 우릴 찾으러 다닐 수도 있고· 그땐 타키히로를 납치하기는커녕 은신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되네·]

[그럼 어쩌자고요·]

[가만 좀 있어 보게· 나도 지금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중이니까· 후우 그렇게 조심해서 이동한다고 했건만]

그때쯤엔 낭인무사들의 우두머리가 호패와 함께 붉은 비단 봉투를 꺼내서는 마상의 뿔투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공손히 올려바치고 있었다·

뿔투구는 고삐를 놓더니 호패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손등으로 밀어 버렸다·

대신 봉투를 받아 들고 내용물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낭인무사의 우두머리는 민망한지 호패를 도로 품속에 집어넣고는 반 장 정도를 뒷걸음질을 쳐서 물러났다·

한데 그가 호패를 넣는 순간 살짝 벌어진 옷자락 사이로 무언가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그건 뽑아서 던지기 좋도록 가죽집에다 나란히 꽂아 놓은 작은 수리검 끄트머리였다·

순간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될까?’

그때 석불원이 마침내 결심한 듯 내게 전음으로 말했다·

[일단 미나모토로 하여금 모든 대화를 나누게 하고 우리는 전부 벙어리무사인 척 하세· 다들 말을 못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는 미나모토의 주변으로 모였고 함께 조를 이루어 떠도는 것이지· 그럼 최소한 대륙인 이라는 건 숨길 수 있을 걸세·]

[···?]

[다른 방법이 없잖나·]

진짜 사대명표 중 한 명이 맞나 싶다·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석불원이 한 일이라고는 결정적 순간에 무모할 정도의 똥배짱을 부리거나 누구도 거절하지 못할 만큼 돈을 펑펑 써 재낀 것 외엔 딱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소문이 과장된 것이었나?

‘에라 모르겠다!’

나는 기마무사들의 뒤쪽을 향해 소리 나지 않는 휘파람 즉 망혼소를 가만히 불었다·

내공이 경지에 이르고 천무진경의 심법이 익숙해지자 소리의 방향까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뒤쪽에 있던 십여 마리의 말들이 일제히 투레질을 하며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당황한 기마무사들이 고삐를 잡아당기며 진정시켜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낭인무사들이며 기마무사들이며 우리 일행들이며 할 것 없이 전부가 소란이 일어나는 뒤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심지어 뿔투구까지도 감사장을 양손에 든 채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다!’

나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선천오법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뿔투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낭인무사의 가슴팍 옷자락을 주인도 모르게 마치 바람이 그런 것처럼 슬그머니 열어 젖힌 것이다·

그러자 좀 전에 보았던 바로 그 수리검의 끄트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하나를 선천오법술로 살짝만 뽑아 보았다·

‘된다!’

지금 내 소맷자락의 끝에 꽂아둔 비격쌍뇌창은 비록 작은 바늘 모양을 지녔지만 무게는 대못에 육박했다·

저 수리검은 못해도 대못 두 개 정도의 무게가 나갈 것이다·

한데도 움직이는 게 가능한 것은 공력이 증진된 만큼 선천오법술 또한 조금씩 높은 경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위험해!”

발도와 함께 대갈일성을 내지르며 뿔투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뿔투구의 반응은 기민했다·

그는 감사장을 내게 던져 시야를 가린 다음 상체를 뒤로 눕혔다·

동시에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벼락처럼 감사장을 가르고 나까지 베어 버리려고 했다·

‘고수다!’

하지만 귀영무의 보법을 익힌 데다 먼저 뛰쳐나가기까지 한 내 속도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를 베는 대신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이어 뿔투구의 목덜미를 향해 쏘아지고 있는 수리검을 힘차게 내리쳤다·

깡!

새파란 불똥과 함께 수리검이 튕겨 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뿔투구의 앞을 막아선 나는 뒤를 돌아보며 대놓고 대륙 말로 물었다·

“괜찮소?”

그런 다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낭인무사를 향해 냅다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겁한 새끼!”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고 그리하여 낭인무사들과 기마무사들을 싸움 붙이는 거였으니까·

그러려면 다른 낭인무사들을 끌어 들어야 하고 또 그러려면 지금 상대하고 있는 이놈을 아슬아슬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깡! 까까가강! 깡깡!

의도는 적중했다·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구하기 위해 낭인무사 대여섯 명이 달라붙었다·

그 모습을 본 뿔투구의 뒤쪽에 있던 아마도 부장쯤으로 짐작되는 기마무사가 빽 하고 소리쳤다·

“(함정이다!)”

쉰여 명의 기마무사들이 질 수 없다는 듯 마상에서 표표히 날아올라 낭인무사들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흡사 독수리 떼가 먹이를 발견하고 날아드는 것 같았다·

상대가 공격해 오는데 무작정 당하고 있을 사람은 없다·

낭인무사들 역시 전부 칼을 뽑아 들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들은 억울하다는 듯 싸우는 중에도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기마무사들은 저항하면 오직 죽음뿐이라는 듯 닥치는 대로 살수를 펼쳐댔다·

날카로운 기합이 오고 가고 새파란 불똥이 살벌하게 튀었다·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고 죽어가는 자의 단말마가 허공에 울려 퍼지길 한참·

조용하던 거리는 어느새 지옥도로 변해 버렸다·

똑바로 서 있는 낭인무사들의 숫자는 이제 고작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자신들이 튀어 나왔던 좁은 골목길로 뛰어 들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기마무사들 중 절반이 그들을 추적했다·

나머지 절반은 나를 비롯해 우리 일행을 에워쌌다·

그때까지도 말을 타고 있던 뿔투구가 사람들을 제치고 또각또각 원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상에서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뭐라고 말했다·

남궁소소가 전음으로 통역했다·

[우리가 누군지 물어요·]

“대륙에서 왔다고 전하시오·”

석불원 호리독사 미나모토가 두 눈을 부릅뜨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이미 대놓고 세 번이나 우리 말을 해버렸는데 지금 와서 눈알을 부라린들 무슨 소용이 있다고· 어서 그대로 전하시오·”

남궁소소가 체념한 듯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내 말을 전했다·

뿔투구가 다시 무어라고 했다·

“대륙인들이 왜 이곳에 있냐고 해요·”

“우리는 대륙과 왜국을 오가는 상단의 호위무사들로 이틀 전 바다에서 큰 태풍을 만나는 바람에 배가 난파되었소· 이후 다른 선원들은 생사를 알 길이 없고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판자 쪼가리에 의지해 표류하다가 이곳까지 떠밀려 온 것이오·”

큰 태풍이 몰아친 것만은 사실이었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곳 사쓰마 또한 태풍이 휩쓸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양국은 서로 무역을 금한 것으로 아는데·”

“장사꾼에게는 국경이 없소·”

“밀무역상이라는 말을 당당하게도 하는군·”

“달리 방법이 없잖소· 우리가 사절단일 리는 없고 그렇다고 귀하의 말처럼 양국 모두 강력한 해금책(海禁策)을 펼치고 있는 마당에 평범한 상단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언가를 감추려면 상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어야 한다·

내가 던져준 미끼는 거칠고 호전적이며 산전수전 다 겪은 밀무역상들이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석불원과 남궁소소와 호리독사와 미나모토는 마른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복장과 머리는 왜 그 모양이지?”

“뭍에 오른 후 민가에서 신발과 옷을 훔쳐 입고 머리 모양도 이곳 사람들인 것처럼 꾸며 도시로 들어온 것이오·”

“어째서?”

“돌아갈 배편을 구하기 위해서요·”

“한데 왜 이곳에서 저들과 싸우고 있었나?”

“신분이 신분이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길을 가고 있었는데 저들이 갑자기 골목에서 튀어나와서는 이유 없이 시비를 걸어왔소· 영문도 모른 채 칼부림을 벌이던 중 귀하들이 나타났고·”

내가 의도한 건 낭인무사들이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시마즈 가문의 기마무사들을 노렸고 시선을 끌기 위해 지나가는 무사들에게 시비를 걸었으며 애꿎은 우리가 걸려들었다는 식의 그림이었다·

저 뿔투구가 얼마나 믿어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낭인무사가 감사장을 전달하는 척 그에게 접근해 수리검을 던졌고 내가 그걸 막아주었다는 사실만큼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왜 나를 구하려고 했지?”

“귀하가 뒤돌아보는 틈을 타 놈이 수리검을 뽑아 드는 걸 보았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까딱하다간 우리까지 한패로 몰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뛰어 들었소·”

“같은 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소·”

“대륙인 이라는 걸 들키는 건 괜찮고?”

“암살자들보다는 난파당한 대륙인들이 낫지 않소?”

뿔투구가 냉소적인 음성으로 뭐라고 하자 주변에 있던 기마무사들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다·

남궁소소가 한발 늦게 통역을 해주었다·

“도둑이 남의 집에 몰래 들어왔다가 먼저 들어와 있던 떼강도를 보고는 놀라서 얼른 자수했단 말이로군···· 이라고 말했어요·”

“내 행동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우릴 못 본 척 보내 주시오· 하면 죽은 듯 지내다가 배편을 구하는 즉시 이곳을 떠나겠소· 길어도 닷새를 넘지 않을 것이오·”

그러면서 나는 석불원에게 눈짓을 했다·

눈치는 또 빨라서 석불원이 품속으로부터 전낭 하나를 얼른 꺼내서는 통째로 가져다 바쳤다·

부장쯤으로 보이는 기마무사가 중간에서 전낭을 가로채더니 자신의 손바닥에다 내용물을 털었다·

그러자 조개모양의 싯누런 금원보 다섯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석불원이 따로 준비해둔 모양이었다·

“뭔가?”

“우리 다섯 명의 호패요·”

“칼질도 쓸만하더니만 배짱까지 아주 두둑하군·”

그때 낭인무사들을 뒤쫓아 골목으로 들어갔던 기마무사들이 돌아왔다·

그중 한 명이 뿔투구에게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보고했다·

눈치로 미루어 놓쳤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길바닥에는 비록 중상을 입었을지언정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낭인무사들이 여섯 명 정도 있었다·

이들을 데려가도 얼마든지 심문이 가능했다·

뿔투구가 무언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기마무사들이 다친 낭인무사들을 부축해 무릎 꿇렸다·

이어 여섯 명의 다른 기마무사들이 낭인무사들의 뒤쪽으로 슬그머니 가서 섰다·

그러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 명씩 척척 목을 치기 시작했다·

“으악! ”

“아악!”

“크악!”

목이 뚝뚝 떨어지고 피가 사방에 뿌려졌다·

길 이쪽저쪽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나와 일행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길 한복판에서 이렇게 무자비한 처형식을 거행할 줄이야·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신들을 죽이려 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벌백계로 삼으려는 것 같았다·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를 몰라 나는 가만히 두 다리를 벌리고 섰다·

석불원 남궁소소 호리독사 미나모토도 각자의 방식으로 싸울 준비를 했다·

상황이 정리되자 뿔투구가 나를 내려다보며 지금까지와 달리 제법 긴 말을 했다·

그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홱 돌아서 가버렸다·

기마무사들 전부가 그의 뒤를 따랐다·

심지어 부장으로 보이는 기마무사는 전낭을 석불원에게 도로 던져주기까지 했다·

남궁소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마른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미나모토도 눈이 빠질 것처럼 튀어 나왔다·

“저 소대가리가 뭐라고 했소?”

“우릴 풀어 주겠다고 한 건가?”

“그럼 그냥 가도 되는 겁니까?”

왜국말을 못 알아듣는 나와 석불원과 호리독사가 차례로 물었다·

남궁소소가 달달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시마즈 타키히로라고 한다· 이제부터 너희는 내 손님이다· 배편을 구할 때까지 성(城)안에 머물러도 좋다· 따라와라···· 라고 했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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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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