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 바다 건너 동쪽으로(1) >
마을 어귀에 자리한 여곽은 연대를 짐작할 수 없을만큼 낡고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게다가 손님이 한 명도 없었던 터라 사실상 우리가 통째로 독차지한 셈이 되어 버렸다·
석불원은 혼자서 족히 오인 분이나 되는 술과 음식을 주문한 후 먹어댔다·
‘아직 해도 지지 않았는데·’
며칠 동안 동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그는 실로 엄청난 대식가였다·
심지어 그렇게 부자이면서 음식을 딱히 가리지도 않았다·
곰처럼 뚱뚱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대명표의 한 명으로 불리는 데다 절정고수 소리까지 듣는 걸 보면 신기할 지경이었다·
남궁소소가 내게 물었다·
“숫자가 몇 명이었다고요?”
“백여 명 정도였소·”
“그건 일부에 불과할 거예요· 소문에 따르면 흑룡도방(黑龍常)의 방도는 삼백이 넘는다고 했어요·”
“더 있을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그들이 아침까지 기다릴까요?”
석불원은 절름발이 황해노경에게 금전 천 냥이라도 벌어 볼 생각이 있다면 내일 아침까지 오라고 했다·
그러니 깜깜한 밤사이에 찾아온다면 의뢰를 받아들이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석불원이 수중에 가지고 있는 금전 이천 냥을 비롯해 얼마가 더 있을지 모르는 돈과 전표 등을 노리고 오는 것이다·
나는 대답 대신 석불원을 바라보았다·
이건 일을 벌인 당사자가 가장 잘 알 것 같아서였다·
그때쯤 식사를 끝낸 석불원이 젓가락을 놓더니 엽차로 입을 행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만 좀 쉬어야겠네·”
“벌써 주무시려고요?”
“배가 부르니 잠이 살살 오는군·”
“저들이 강도로 돌변해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내일 아침에들 보세·”
그러더니 정말 이 층의 객방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모습 어디에도 황해노경의 수하들이 강도가 되어 찾아오면 어떻게 할까 하는 두려움 따윈 없었다·
둘 중의 하나다·
그들이 밤사이 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거나 온다고 해도 당해낼 재간이 있거나·
보통 사람들은 표정만 봐도 눈치로 어느 정도 때려 맞힐 수 있는데 석불원의 생각은 좀처럼 읽을 수가 없었다·
그때 미나모토가 남궁소소에게 무언가를 물었고 두 사람이 몇 차례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런 다음 남궁소소가 내게 말했다·
“낮에 어딜 갔다 왔었느냐고요· 사람을 한 명 더 불렀다고 했더니 대체 어디로 가는데 이렇게 호들갑을 떠냐고 그러네요· 뭐라고 대답해 줘요?”
목옥에서 석불원이 황해노경과 협상할 때 탁자에다 분명 ‘살마’라고 썼었다·
그때 미나모토는 황해노경의 뒤쪽에 있는 방도들과 눈싸움을 하느라고 못 본 모양이다·
아니면 봤어도 그게 자기 나라의 어떤 지명인 줄을 까맣게 모르고 있거나·
“그건 알 필요 없고· 이따가 깨울 테니 해지기 전에 두 시진 정도 눈을 붙여 두라고 하시오·”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 끄래요·”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임무와 관련된 것에 한정해서래요· 자기는 어디까지나 무사로 고용이 된 것이니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수하에게 하듯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고요·”
“일을 시킬 때마다 일일이 설명까지 해주게 생겼네· 초저녁에 조금 자두고 나와 밤새 번갈아 가며 경계를 서야 한다고···”
“왜 그러세요?”
“그렇군· 그랬어·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관성적으로 경계를 서야한다고만 생각했지 앞뒤 상황을 살펴볼 생각을 못 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낮에 목옥에서 봤던 놈들이 강도로 돌변해 찾아올지 모르니 오늘 밤 나와 함께 경계를 서야 한다고 전해주시오· 나는 일 층을 지킬 테니 미나모토는 지붕에서 꼼짝말고 동이 터오를 때까지 살펴보라고·”
“그런 거면 알았대요·”
경계는 개뿔 나는 객방에 들어가 아침까지 늘어지게 잤다·
예상이 맞았다·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은 다음날 아침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일어났다·
밤새 지붕에서 뜬눈으로 새운 미나모토가 잠을 자러 들어간 사이 다섯 명의 뱃사람이 여곽을 찾아온 것이다·
그중 한 명은 전날 목옥에서 내게 당했던 바로 그 거인이었다·
뱃사람들은 어제 낮에는 보지 못했던 남궁소소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궁벽한 어론에 항주 사대 미녀 중 한 명이 나타났으니 눈이 회까닥 뒤집힐밖에·
거인이 내게 말했다·
“해가 지면 북쪽 해안가 절벽 아래로 오시오·”
“밤에 승선을 하는 겁니까?”
“그렇소·”
“하루를 꼬박 기다려야 하는 이유라도?”
“이게 무슨 나룻배 타고 장강을 건너는 일인 줄 아시오?”
“그렇게 하겠다고 전해주시오·”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석불원이었다·
이 층 계단을 내려온 그는 금전 천 냥이 든 가죽 주머니를 주저없이 건네주었다·
가죽 주머니를 챙긴 거인이 꾸벅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내가 말했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매사에 그렇게 태평하십니까?”
“그래 보이나?”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도무지 긴장하시는 모습을 못 뵈었습니다·”
“혹시 밤을 새운 건가?”
“천만에요·”
“어째서?”
“그들이 오지 않을 걸 알았으니까요·”
“왜 그렇게 생각했나?”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육지에서는 알 길이 없지요· 설령 대여섯 명이 뱃머리에서 달구경을 하다가 한꺼번에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다고 해도 말입니다·”
“무슨 뜻인가?”
“단언하건대 흑룡도방에서 표두님을 벨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바다라면 얘기가 다르지요· 제가 만약 황해노경이고 표두님의 행낭을 노린다면 일단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갈 것 같습니다· 금전 이천 냥은 그만한 수고를 할 가치가 충분히 있고요·”
남궁소소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석불원은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제법이군·”
“사실은 표두님의 행동이 수상해서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얼떨결에 눈치챈 겁니다· 저의 통찰이 아닙니다·”
“상대를 잘 관찰하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지·”
“···?”
“내가 보는 상황이 절반이고 상대가 보는 상황이 절반일세· 이걸 하나로 합칠 수 있어야 비로소 완벽한 상황이 보인다는 걸 잊지 말게·”
“명심하겠습니다·”
오후가 되자 호리독사가 도착했다·
전서구를 받자마자 말 세 마리를 번갈아 타며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했다·
남궁소소가 그를 석불원과 미나모토에게 소개했다·
미나모토가 남궁세가에 잡혀 있던 왜인무사라고 하자 호리독사는 놀라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남궁소소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살아있는 왜구는 처음 봅니다·”
“빠가야로!”
“뭐라는 겁니까?”
“바보 자식이라는 뜻이에요·”
“저게 어따대고 욕을!”
“왜구라는 말 때문에 그래요· 우리 말은 몰라도 욕하는 건 다 알아들어요·”
“웃긴 인간일세· 왜구 소리가 듣기 싫으면 도적질을 하지 말든가· 그것도 남의 나라에까지 와서·”
왜구(候寇)의 구(寇)는 도적을 뜻하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호리독사가 할 말은 아니지 싶었다·
나는 그가 타고 온 말에 달려 있는 전통과 비단 주머니를 씌운 길쭉한 막대기를 보며 물었다·
“저건 무엇이오?”
“남궁가주님께서 당주님께 하사하셨다던 패왕궁입니다·”
“그걸 왜 갖고 온 거요?”
“국주님께서 갖고 가라고 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왜요?”
“글쎄요·”
호리독사가 민망한지 제 턱을 벅벅 긁었다·
지금까지 여러 번 표행을 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이종산은 이번 표행에 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내가 어디로 가는 줄 어떻게 아시고·’
북쪽 해안가 절벽 아래에 도착하자 저녁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작은 어선 한 척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에는 거인을 비롯해 낮에 여곽을 찾아왔던 네 명의 뱃사람들이 횃불을 밝힌 채 대기 중이었다·
석불원를 비롯해 나와 남궁소소 미나모토 호리독사까지 차례로 타자 작은 배가 꽉 차버렸다·
그 상태에서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한 식경 정도 노를 저어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면서 끝도 없이 펼쳐진 밤바다가 나타났다·
광활한 바다의 저 끝에서는 은하수가 수많은 별을 품은 채 펼쳐졌다·
바다와 아름다운 은하수를 배경으로 커다란 범선 한 척이 둥둥 떠 있었다·
십여 장 정도의 길이에 하늘을 향해 솟은 세 개의 돛대를 지녔으며 선수에는 큼지막한 용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흑룡선!”
남궁소소가 목구멍을 쥐어짰다·
흑룡선의 측면에는 줄 사다리가 잔뜩 늘어져 있었다·
다른 십여 개의 어선들이 무언가를 잔뜩 싣고 와서는 사다리를 통해 열심히 범선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물과 식량을 싣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탄 어선은 반대쪽 측면으로 붙었고 역시 줄 사다리가 내려졌다·
갑판에 오르자 분주히 오가는 선원들과 함께 황해노경이 보였다·
그가 다가오더니 남궁소소와 호리독사를 발견하고 말했다·
“처음 보는 선객들이 있군·”
“일행입니다·”
내가 말했다·
거인과 함께 여곽으로 온 뱃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갑판 위에 있는 뱃사람들 전부가 끊임없이 남궁소소를 흘끔거렸다·
황해노경은 다시 석불원을 보며 말했다·
“귀하가 이겼소이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배에 오른 후에 말씀하시는 걸 보니 틀림없이 제가 거절 할 수 없는 조건일 것 같군요·”
“바다를 무사히 건넌 후 목적지에 다다르면 꼭 필요한 것들은 빼고 행낭들을 전부 배에 두고 내려주시오· 특히 금전과 전표가 든 가죽 주머니는·”
“이유가 있겠지요?”
“만약에 정해진 시간까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면 여러분이 남긴 행낭 속 돈들은 모두 우리가 가지도록 하겠소이다·”
나도 남궁소소도 호리독사도 발끈했다·
저 노인네가 미쳤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초장부터 재수 없게 시리·
“정해진 시간까지 떠나지 않고 기다린다는 보장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이 늙은이의 이름으로는 부족한 모양이구려·”
“신뢰를 쌓기엔 만난 시간이 너무 짧군요·”
“만약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리고 귀하가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배편을 마련해 대륙으로 돌아올 것이고 그땐 나와 흑룡도방을 상대로 무자비한 보복을 할 것인데 어찌 속임수를 쓸 수 있겠소이까 안 그렇소?”
석불원은 황해노경을 한참이나 노려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듣던 대로 지독하시군요·”
“험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그게 제가 노사를 찾아온 이유이기도 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짐을 모두 싣는 대로 출발하겠소이다· 연안에서 활동 중인 관선과 군선 그리고 해적선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면 밤새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니까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거인이 다가와 짐을 모두 실었다고 보고했다·
황해노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거인이 천둥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출항한다!”
순간 갑판 위에 있던 선원들이 늑대를 만난 양 떼처럼 흩어졌다·
이어 ‘철거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닻이 올라오고 ‘펑펑’ 대포 소리와 함께 커다란 박쥐의 날개같은 돛들이 펼쳐졌다·
한데 돛의 색깔이 일반적인 것들과 달리 바다를 닮은 푸른색이었다·
바람을 잔뜩 머금은 돛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커다란 범선이 한차례 기우뚱하더니 이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길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사람들이 왜 이 배를 흑룡선이라고 부르는지 알아차렸다·
깜깜한 밤에 멀리서 이 배를 만나면 정말 검은 용이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가 약속을 지킬까요?”
황해노경이 없는 틈을 타 내가 석불원에게 물었다·
남궁소소와 호리독사도 궁금한지 옆에서 귀를 쫑긋 세웠다·
“자네 생각엔 어떨 것 같나?”
“먹고 튀기에는 황금장표라는 이름이 너무 무겁지요·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우리도 께름칙할 테고요·”
“그럼 왜국까지 무사히 가기만 하면 되겠군· 이제는 자네가 실력을 발휘해야 할 차례일세·”
“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오늘부터 우리가 먹을 음식들은 저들의 손에 맡기지 말고 자네가 직접 준비하고 조리하게· 특히 물을 잘 살펴 보아야 할 것이네·”
“그건 쟁자수들이 하는 일인데요·”
옆에서 호리독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석불원이 무언가 말을 하려는 찰나 내가 얼른 호리독사를 나무랐다·
“지금 표사가 어딨고 쟁자수가 어딨소!”
이어 석불원에게도 말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
출항한 지 이튿날 오후가 되자 해안선이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라는 말이 절로 실감 났다·
흑룡선을 띄우려면 노련한 선원이 최소 쉰 명은 필요하다는 황해노경의 말을 나는 뒤늦게 이해했다·
선원들은 종일 중노동에 시달렸다·
항해하는 내내 배의 구석구석을 수리하고 청소하는 것 외에도 나로서는 무얼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일들을 쉬지 않고 했다·
끼니는 주로 염장한 돼지고기나 말린 채소를 물에 불린 다음 갖가지 요리들을 해 먹는 것으로 때웠다·
특이한 것은 선미의 귀퉁이에 대나무를 엮어 만든 닭장을 두고 오십여 마리의 암탉을 길렀다는 점이다·
덕분에 선원들은 이틀에 한 번 정도 달갈을 먹을 수 있었다·
아무도 몰랐지만 나와 남궁소소와 미나모토는 아침저녁으로 한 개씩 먹었다·
모두 호리독사가 훔쳐다 준 것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간단하게 식사를 끝낸 나는 남궁소소와 함께 갑판에 나와 굽이치는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때마침 황해노경이 나타나자 물었다·
“살마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그거야 바람에 달렸지·”
“대충의 여산은 있을 것 아닙니까?”
“가장 빨랐을 때는 닷새 만에도 갔고 느렸을 때는 보름도 걸렸지·”
“그렇게나 차이가 납니까?”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바람이 사라져 버리면 속수무책이지· 그땐 해류에 떠내려가느라 항로에서 한참을 벗어날 수도 있네·”
그때였다·
아침나절 내내 돛대 위에 올라가 천리경으로 바다를 살피던 사내아이가 갑자기 빽빽 호각을 불었다·
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북서쪽을 가리키며 배가 나타났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안력을 돋우어 북서쪽 바다를 살폈다·
과연 일렁이는 대기 너머로 돛을 활짝 펼친 범선 한 척이 보였다·
황해노경도 난간으로 다가가 천리경으로 바다를 살폈다·
잠시 후 뱃사람들이 범주(帆柱)라고 부르는 거인이 황해노경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해월단(海月團)의 해적놈들입니다· 항로에서 매복하고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해 질 무렵쯤에는 앞을 막아설 겁니다·”
“그렇겠지·”
“하루 정도 지체될 각오를 하고 동남으로 우회하면 내일 아침쯤에는 따돌릴 수 있습니다·”
“대신 태풍에 잡아 먹히겠지·”
“예?”
“남쪽에서 태풍이 북상 중이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가 남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과연 햇무리와 함께 새털을 닮은 구름이 점점 발달하고 있었다·
‘고작 저걸로?’
30년간의 쟁자수 생활 덕분에 관천망기라면 나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한데 저 정도를 가지고 태풍이 올 거라고 단정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하지만 선원들의 표정을 보니 황해노경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항로를 유지하며 전속력으로 달린다·”
범주는 무언가 불안한 듯했지만 황해노경의 말에 감히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