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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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 표사들을 모으는 고수(3) >

길 가장 자리에 황소가 엎드린 것처럼 생긴 바위가 하나 있었다·

무장을 해제당한 흑수표의 표사들은 양팔을 벌린 채 그 바위 곁을 한 명씩 지나갔다·

그러면 동가채의 산적들이 달라붙어 몸을 뒤진 다음 돈 될만한 것들을 전부 빼앗아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대충하지 말고 탈탈 털어!”

동가채의 채주 탈혼살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횡재라도 한 사람처럼 아주 신바람이 나 있었다·

이처럼 큰 판을 그것도 압도적인 대승을 거두면서까지 해 먹을 날이 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남궁소소는 쥘부채 너머로 힐끔거리며 바위에 쌓이는 돈을 셌고 나는 옆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했다·

“다음!”

탈혼살부의 명령에 맞춰 백몽추가 수하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섰다·

동가채의 산적들이 몸을 뒤지려는 순간 내가 말했다·

“그냥 통과시켜·”

“예?”

“이유야 어찌 되었던 일개 표행단을 이끄는 표두다· 존경심을 보여라·”

그러면서 나는 백몽추를 빤히 노려보았다·

내가 배려를 해준 것처럼 당신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백몽추는 노련한 만큼 상황판단도 빨랐다·

그는 체념한 듯 품속에서 묵직한 전낭을 꺼내 수하에게 주었다·

수하가 그것을 받아 다시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탈혼살부가 얼른 전낭을 집어 끈을 풀고 내용물을 바위에다 부었다·

그러자 싯누런 금전 쉰여 개가 와르르 쏟아졌다·

곤륜노들을 처분하고 챙긴 돈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이 산적질의 명분이 되었던 돈·

좌중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

말은 않지만 지금쯤 동가채 산적 오십여 명의 가슴 속에서는 격랑이 일 것이다·

놀란 탈혼살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다음!”

탈혼살부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다음에 들어선 사람은 방지중이었다·

그는 초전에 나의 주먹과 남궁소소의 진각을 맞아 까무러쳤다가 싸움이 모두 끝나고서야 뒤늦게 깨어났다·

하지만 코뼈가 주저앉고 앞니가 모조리 나간 상태였다·

그의 품속에선 동전만 잔뜩 든 전낭이 나왔다·

산적들이 몸을 샅샅이 뒤졌지만 더 이상 나오는 건 없었다·

산적들은 동전을 전낭에 담아 다시 돌려주었다·

가는 길에 국수 사 먹을 돈은 남겨주라는 내 명령 때문이었다·

“다음!”

“잠깐!”

무사히 통과하려는 방지중을 내가 붙잡았다·

이어 앞으로 나아가서는 갑자기 옆에 있던 산적의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스릉!

놀란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당황한 방지중이 두어 걸음을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왜 이러시오?”

왜 이러긴 고급기술 들어 가느라 그러니·

나는 검으로 방지중의 몸을 어깨부터 다시 천천히 더듬으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허리에 이르러 옷자락을 획 들치고는 가죽 요대의 뒤쪽을 툭툭 쳤다·

딱! 딱!

벌써 소리부터 다르다·

옆에 있던 산적들이 눈을 번쩍 뜨고는 요대를 벗기고 뒤집었다·

그러자 안쪽에 나란히 붙어 있던 은전 열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날강도 같은 놈이!”

탈혼살부가 씹어 먹을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흑수표의 표사들이 검색을 받았고 나는 조금만 수상하다 싶으면 끼어들어서 숨겨둔 돈들을 정확히 찾아냈다·

신발 바닥 상투 속 사타구니 아래 엉덩이 사이 입천장 등등·

따지고 보면 전생에서 나와 쟁자수들이 노상강도단과 맞닥뜨렸을 때 늘 하던 방식들이었다·

표사들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산적들은 내가 숨은 돈을 찾아낼 때마다 감탄해 마지않았다·

“대체 어떻게 알았지?”

“귀신이 따로 없군·”

“무공은 또 어떻고· 투다닥 하더니 그냥 표두를 때려눕히더라니까· 내 평생 그렇게 빠른 권법은 처음 봤어·”

“한 달 동안 공치다가 귀인을 만나 횡재하는군·”

“저런 두령 밑에서라면 금방 부자 될 텐데·”

“쉿 흑수표국 놈들이 듣겠어!”

뒤로 빠져 있던 산적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소리였다·

백 년 공력을 지닌 내게는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이 들렸다·

이런 반응은 내가 곤륜노들을 표마차에서 모두 내리게 한 후 두 겹으로 된 바닥을 뜯어내 숨은 전낭을 찾아냈을 때 극에 달했다·

전낭 속에는 또 다른 금전 쉰 개가 들어 있었다·

“와아아아!”

금전 본 동가채의 산적들은 그냥 눈이 뒤집혔다·

이것까지는 몰랐는지 독고완과 탁중로는 물론이고 염지약 여소옥 운휘향도 입이 쩍 벌어졌다·

호리독사와 남궁소소는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반면 방지중을 비롯한 흑수표의 표사들은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짐작하건대 곤륜노들을 팔아 넘긴 후 받은 돈의 절반을 표마차 바닥에 숨겨 놓은 모양이었다·

백몽추가 남궁소소를 향해 말했다·

“그건 우리 돈이 아니오· 우린 운송만 해줄 뿐 그 대금은 표주에게 돌려주어야 하오· 절반이라도 챙겨가게 해주시오·”

촥!

남궁소소가 쥘부채를 거칠게 접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전면전을 벌였으면 이 정도는 각오를 했어야지·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 건 흑도의 오랜 규칙이 아니었던가?”

“화살을 먼저 쏜 건 당신들이었소·”

“화살 한 발 쏜 게 무슨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우릴 얕잡아 본 나머지 화살을 핑계로 전면전을 벌였다가 뒤통수를 맞은 게 더 정확한 지금의 상황 아니오?”

“표주가 누군지 아시오?”

“사람 장사를 할 곳이 흑수방 말고 또 있나?”

“뒷일을 감당할 수 있겠소?”

백몽추의 목소리가 갑자기 착 가라앉았다·

남궁소소가 더욱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흑사방주가 녹림맹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간담이 있을까? 뭐 있다고 해도 우린 별로 큰 관심이 없지만 말이지·”

“무슨 뜻이오?”

“침을 뱉을 때도 자리를 보라고 했소· 이런 장사를 시작했으면 족보는 없어도 든든한 뒷배는 있어야지 않겠소? 우리는 녹림맹 구벽산 지부 소속이오·”

“···!”

“아 그리고 곤륜노들은 두고 가셔야겠소· 우리 말을 가르쳐 이것저것 잡일이라도 시킬 생각이니까· 대신 말은 전부 돌려주겠소· 산에선 말을 탈 일이 별로 없어서 말이지·”

***

흑수표국의 표행단을 털어서 나온 돈은 금전 백열한 냥에 은전 쉰 냥이었다·

나는 금전 쉰 냥을 동가채의 몫으로 탈혼살부에게 주었다·

은전으로 치면 무려 오백 냥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아껴서 쓴다면 오십 명이 족히 오(五) 년은 먹을 수 있는 돈·

졸지에 돈벼락을 맞게 된 탈혼살부와 동가채의 산적들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무려 절반 가까이나 나눠줄 줄 몰랐던 탈혼살부는 자기가 진짜 두령이라는 것도 잊은 채 나를 향해 허리가 부러져라 인사를 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함께 강도질한 인간들끼리 은혜는 무슨·”

“실은 몇 달 동안 벌이가 변변치 않았습니다· 평소 어울리던 칼잡이들을 규합해 어찌어찌 산채는 열었는데 통 장사가 되어야 말이지요· 덕분에 한 수 잘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충고해도 되겠소?”

“물론이지요· 경청하겠습니다·”

“내가 볼 땐 채주나 수하들 모두 아직 산적질 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소· 이대로 갔다간 애꿎은 수하들만 계속해서 죽어 나갈 것이오·”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벽산 남쪽에 있는 남가채(南家蒙)에 의탁을 하는 게 어떻겠소?”

“남가채요?”

“남가채주가 성질이 포악해 가끔 발작을 하기는 해도 산적질하는 수완만큼은 근동에서 최고외다· 수하들을 이끌고 가서 투신한 후 비위를 살살 맞춰주면 밥 굶는 일은 없을 것이오·”

“비위를 살살 맞추라고요?”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산채를 이끄는 것보단 나을 것이오· 남가채주가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다 보면 언젠가 채주께도 좋은 기회가 오지 않겠소?”

탈혼살부는 수하들을 한차례 쓰윽 돌아보았다·

오십여 명의 산적들은 어딘지 모르게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탈혼살부야 남 밑에 들어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을 것이다·

하지만 수하들은 어차피 남 밑에서 구르는 거 기왕이면 센 놈 밑에서 구르는 게 훨씬 낫다·

먹는 것도 그렇고 안전상으로도 그렇고·

비록 산적의 길로 들어섰지만 탈혼살부는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동가채의 산적들이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자들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고 어떤 자들은 터져 나오려는 환호성을 참기 위해 입을 꼭 다물었다·

하나같이 좋아서 죽을 것 같은 얼굴들이었다·

이런 반응까지는 나도 전혀 예상을 못 했다·

그동안 욕심만 앞서고 수완은 없는 두령 밑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탈혼살부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산적들이 밧줄에 손을 묶인 곤륜노 일곱 명을 끌고 와 내 앞에 무릎 꿇렸다·

남궁소소의 눈빛이 대번에 차가워졌다·

내가 말했다·

“밧줄을 풀어 주시오·”

“예?”

“무슨 문제라도 있소?”

“그럴 리가요!”

산적들이 우르르 달라붙어 칼로 밧줄을 잘라 주었다·

얼떨결에 자유의 몸이 된 곤륜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았다·

그 와중에 어른들은 열 살가량의 아이들을 끌어다가 자기들 뒤로 감추었다·

우리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에 잔뜩 경계하는 것이다·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소?”

“제가 조금 압니다·”

건장한 체격의 젊은 사내가 두어 걸음 앞으로 나왔다·

얼굴이며 목에 칼자국이 여러 군데 나 있었는데 딱 보기에도 평범하게 산 인간은 아니었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에 노예로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건장한 건 좋지만 포악하면 오히려 주인을 해칠 수가 있으니까·

나는 남궁소소에게 눈짓을 했다·

남궁소소는 탈혼살부에게 주고 남은 금전 예순한 냥과 은전 쉰 냥이 든 전낭들을 모조리 곤륜노의 사내에게 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지켜 봤으니 알 텐데·”

“이걸 왜 우리에게····”

“앞서 떠난 표사들이 당신들의 동족을 팔아서 번 돈이니 그나마 당신들이 가장 가까운 주인이겠지· 산적들에게 준 나머지 절반은 당신들을 구해준 대가라고 생각하시오·”

언제부턴가 다소 굳어 있던 독고완 탁중로 염지약 여소옥 운휘향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아무리 흑도들이라고는 하나 표사의 몸으로 다른 표사들을 약탈하는 것이 찜찜했다가 이제야 비로소 내 진짜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동가채의 산적들은 이런 복잡한 감정 따윈 없었다·

그들은 그저 저 큰돈을 단 한 푼도 따로 챙기지 않고 모조리 줘 버리는 내 배포에 놀라 하나같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들도 있으니 오늘 밤은 산채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고 내일 남은 동족들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시오·”

“우리를 돌려 보내준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여태 평정심을 유지하던 곤륜노의 사내가 치밀어 오르는 격정을 감추지 못하고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옆에 있던 그의 동족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무언가를 물었다·

아마도 무슨 일이냐고 하는 것 같았다·

사내가 그들 말로 무언가 한참을 설명 해주자 모두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자들은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한데 한 노인만큼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사내가 내게 통역을 해주었다·

“땅을 밟고 한 달 동안 북쪽으로 끌려갔다가 닷새 정도를 다시 내려왔다고 합니다· 바닷가까지 가는 데만 스무날이 넘게 걸릴 텐데 우리끼리 가면 어차피 또 나쁜 놈들에게 붙잡힐 거라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다·

아무리 변복에 죽립을 쓴다고 해도 먼 거리를 가다보면 분명히 사람들의 눈에 띄고 관군들에게 붙잡혀 갈 것이다·

흑도들에게 잡히면 십중팔구 흑시의 상인들에게 노예로 팔려갈 것이고·

나는 탈혼살부를 돌아보며 말했다·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소?”

“이를 말씀입니까·”

“지금 당장 수하 한 명을 구벽산 넘어 순안(淳安) 땅으로 보내 내일 아침 일찍 청운표국(靑雲鏢局)의 조제길 표두를 찾아서 모시고 오도록 하시오·”

“청운표국의 표두를요?”

“남해로 가는 호송건이 있다고 하면 알아서 표행단을 꾸려 올 것이오· 숫자는 어린아이 둘이 섞인 일곱이고 표비는 두당 금전 석 냥씩 이라고 하시오·”

청운표국의 조제길은 표사가 되지 않았다면 협객이 되었을 사람이었다·

성격도 호방해서 그와 사사롭게는 의형제를 맺은 표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라면 곤륜노들을 책임지고 남해까지 안전하게 호송해 줄 것이다·

“만약 조제길 표두가 부재중이라면 반드시 그와 의형제를 맺은 표사들 중 아무나 한 분께 말씀을 드리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탈혼살부가 당장 수하 한 명을 골라서 쫓아 보냈다·

나는 다시 곤륜노의 사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겠소?”

“물론입니다·”

“금전 스물한 냥은 표비로 지급해야 하오·”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당신들이 만약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그건 순전히 함께 끌려왔던 동족 덕분이오· 그들의 몸값으로 표사들을 산 것이니까· 그러니 꼭 살아서 돌아가도록 하시오·”

바위처럼 단단할 것 같던 사내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가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족들에게 그들의 말로 설명했다·

그러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어 사내와 노인을 중심으로 나를 향해 어설프게 우리식의 인사법인 포권지례를 해왔다·

다음엔 남궁소소를 비롯해 독고완 탁중로 호리독사 염지약 여소옥 운휘향에게도 일일이 포권지례를 올렸다·

다음 날 나는 표행단을 이끌고 일찌감치 동가채를 나섰다·

하지만 곧장 길을 재촉하지 않고 구벽산 고개 중간쯤에서 산비탈의 숲으로 들어가 숨어 기다렸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청운표국의 조제길이 강인한 인상의 표사 열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지붕과 창문이 있는 표마차도 두 대나 동원한 채로였다·

한 시진 후에는 조제길의 표행단이 반대쪽에서 다시 나타났다·

동가채에 들렀다가 되돌아가는 길이 분명했다·

두 대의 표마차에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진 이국의 아이들이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채 산천을 구경하고 있었다·

“천룡표국의 표사가 되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운휘향이 느닷없이 한 말이었다·

세 명의 여표들 중 가장 막내인 그녀는 언니들과 달리 당찬 면이 있어서 가끔씩 이렇게 엉뚱한 말을 하곤 했다·

“표행을 하는 내내 그랬는데 어제와 오늘은 특히 더 그렇네·”

여소옥이 말했다·

“천룡표국이 아니고 천룡표국의 비룡당·”

염지약이 두 사람의 말을 바로 잡아 주었다·

잠시 후 마차는 산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다들 출발한다!”

나는 짧게 명령을 내리고 말을 몰아 숲을 내려갔다·

남궁소소가 얼른 달려와 말머리를 나란히 했다·

“뭐요?”

“뭐가요?”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요·”

그러면서도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물었다·

“가까운 객점이 어디쯤 있나요?”

“순안의 초입에 양회반점이라고 있소· 스무 살에 과부가 된 아주머니가 삼십 년째 한 자리에서 국수를 말아 팔지·”

“거기서 국수에 반주나 한 잔씩 곁들이고 갈래요?”

“갈 길이 머오·”

“내가 살게요·”

“사실 그 집은 만두가 더 유명하오·”

“그것도 살게요·”

“돼지고기도 먹을 만하고· 다섯 가지 약재를 넣고 가마솥에 삶아 내는데 신기하게도 잡내가 하나도 나지 않소·”

“언제는 갈 길이 멀다더니·”

“먹고 두 배로 빨리 가면 되긴 하지·”

“좋아요 가요· 다 살게요·”

***

구벽산을 넘은 지 이틀 후 나는 마침내 표사들을 이끌고 항주로 돌아왔다·

한데 아주 뜻밖의 인물이 천룡표국에 머물고 있었다·

이종산의 부름에 대충 옷만 갈아입고 표왕부로 갔더니 바로 그 문제의 손님이 있었다·

곰처럼 뚱뚱한 체구에 호화로운 비단으로 온몸을 휘감은 장년인 이었다·

피부는 평생 햇볕이라곤 보지 않은 것처럼 희고 깨끗했다·

전체적으로 보아 고관대작이나 부유한 상인 같았다·

그러나 굳은살이 박인 주먹과 불쑥 솟은 태양혈 그리고 눈동자에 가득한 정광은 그가 무림인이라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것도 절정의 공력을 지닌 내가고수·

“인사 올리거라· 네게는 까마득한 선배님이시니라·”

이종산의 말에 나는 일단 포권지례부터 올렸다·

“비룡당주 이정룡입니다·”

“듣자하니 설인탁이 자신의 별호 중 앞 두 글자를 따서 자네에게 풍운비룡이라는 별호를 선물했다지?”

이종산이 구태여 까마득한 선배님이라고 소개한 걸 보면 분명 표국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한데 표국업에 몸 담은 이들 중 천하의 설인탁을 저렇게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송구하게도 그렇습니다·”

“내가 누군지 짐작하겠는가?”

“글쎄요·”

“평범한 용모는 아닐 텐데·”

“죄송합니다·”

“실망이군· 국주님께 전해 듣기로는 나처럼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던데 이제 보니 선배님께서 이 후배를 놀리신 게 아닌가·”

뚱뚱한 체구에 비단옷 내가고수 이종산을 깍듯이 선배로 모시며 내가 닮고자 하는 사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한 사람을 떠올리고 정신이 번찍 들었다·

“황금장표(黃金匠鏡)!”

그는 대답 대신 가볍게 웃었다·

내 짐작이 맞는 모양이었다·

너무나 놀란 나는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어 나도 모르게 다시 정성껏 포권지례를 올렸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곽석산과 손지백이 죽겠다며 웃어댔다·

황금장표 석불원·

그는 어느 표국에도 소속되지 않고 혼자 떠돌아다니는 독표(獨鏢)였으며 산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부였다·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절정고수였다·

엄청난 거부이자 절정의 고수가 한낱 표사 노릇을 하고 다니는 것도 기이한 일인데 그에게는 강호인들이 붙여준 또 다른 수식어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풍운표검 설인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천하 사대명표 중 한 명이었다·

석불원이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네·”

“알고 보니 국주님께 정말 귀한 손님이 오셨군요· 어쩐지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고 싶더라니 늦지 않게 도착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군·”

“예?”

“난 표왕이 아니라 그분의 아들인 풍운비룡을 만나러 온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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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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