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 표사들을 모으는 고수(2) >
남궁소소는 나를 바위에 앉혀 놓은 다음 마주 보고 서서 한식경째 얼굴을 조물딱 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두 팔이 움직일 때마다 사락사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꽃냄새가 풍겨왔다·
‘산수국 냄새인가?’
내 오른쪽 팔을 슬그머니 들고 겨드랑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쉰내가 확 풍겨왔다·
남궁소소가 역용을 해주다 말고 뜨악해서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니오·”
“뭔데요?”
“방아깨비 새끼를 내려다보느라 그랬소·”
“겨드랑이 밑으로요?”
“그쪽으로 지나갔으니까·”
“그래서 어땠는데요?”
“사람이건 짐승이건 어린 건 다 예쁘오·”
“어리지 않아도 예쁠 수 있거든요·”
이해할 수가 없다·
똑같이 일하고 땀을 흘리는데 왜 내 겨드랑이에서는 쉰내가 나고 남궁소소의 겨드랑이에서는 꽃냄새가 나는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호리독사 독고완 탁중로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초보 산적들을 상대로 불량한 자세를 지도하고 있었다·
금전 열 냥을 걸고 장담할 수 있다·
저들의 겨드랑에서도 나랑 똑같은 쉰내가 진동할 것이라고·
잘 씻지 않는 호리독사에게서는 썩은 내까지 예상해 본다·
“표사들이 수군거려요·”
“뭐라고 말이오?”
“당주님의 무공이 심상치 않다고요· 특히 내공이 최소 일갑자 이상은 될 거라며 나이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엄청난 기연을 얻은 것 같다고요·”
“소저의 생각은 어떻소?”
“나도 그래요·”
“한데 왜 아무것도 묻지 않는 거요?”
“일부러 말하지 않는 거면 무언가 사정이 있겠죠·”
“천지령을 내가 먹었소·”
“언제요?”
남궁소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조신옹에게 잡혀갔을 때 소저가 기절한 사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소· 그때 사실 천지령을 토해내지 않고 기적적으로 소화시켰소·”
“역시 그랬군요·”
“알고 있었소?”
이번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확신은 아니고 짐작만· 그것도 최근에·”
“어떻게 말이오?”
“무공초식이야 훌륭한 스승들 밑에서 밤낮으로 수련하니 그렇다 치고 내공은 기연을 얻은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언제 얻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죠· 그랬더니 천지령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인세에 보기 드문 영약이라는 게 흔한 것도 아니고요·”
“하여튼 귀신이라니까·”
“그런데 그 독한 걸 먹고도 어떻게 멀쩡할 수 있었던 거죠? 그건 강시들의 내장도 녹여 버릴 정도로 극독 중의 극독이었는데·”
진짜 비밀은 그것이었다·
천지령이 내 몸속에서 내장을 태워버리지 않고 순순한 진기로 흡수될 수 있었던 이유·
“말도 마시오· 밤새 냉탕과 열탕을 오가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소· 실제로 여러번 까무러쳤고·”
“왜 내게 말하지 않았어요?”
“화조신옹은 산채로 내 피를 모조리 빨아 먹으려고 했소· 독성이 사라졌을 테니 더욱 잘 됐다면서· 혹시라도 내가 천지령을 복용했다는 소문이 돌면 밤마다 화조신옹같은 고수들이 찾아올까 두려웠소·”
“지금은 왜 말해주는 건데요?”
“이제 내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으니까·”
“날 믿어서가 아니고요?”
“그런 것도 있고·”
“나 처음 만났을 때 어땠어요?”
“기억이 잘 안 나오·”
“예쁘지 않았어요?”
“그런 말을 대놓고 하라고?”
“지나가는 사마귀도 예쁘다고 하면서 나한테는 왜 못해요?”
“방아깨비라니까·”
그때였다·
산중턱에 올라가 망을 보던 산적 하나가 선창 맞은 멧돼지처럼 부리나케 달려왔다·
한데 정작 내 앞에 도착해서는 숨을 헐떡거리느라 제대로 말도 못했다·
“헉헉····”
“뭐 왜?”
“헉헉····”
“말을 해!”
“헉헉····”
“놈들이 오고 있다고요?”
보다 못한 남궁소소가 물었다·
끄덕끄덕·
나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전원 위치로!”
***
동가채의 산적들과 비룡당의 표사들은 하나로 뒤섞인 채 저마다의 위치에서 길을 막고 섰다·
위협적인 날붙이와 시건방진 짝다리는 기본이었다·
가래침을 퉤 뱉는 놈 한쪽 다리를 까딱거리는 놈 무료한 듯 육포를 질겅질겅 씹는 놈· 바짓가랑이에 한 손을 넣고 있는 놈까지·
일단 겉으로는 하나같이 산적질에 이골이 난 모습들이었다·
그들의 맨 앞에는 나와 남궁소소가 서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남궁소소가 두령인 것처럼 뒷짐을 쥔 채 쥘부채를 살랑살랑 부치며 섰고 나는 부두령인 것처럼 장검을 찬 채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
역용술의 기득권(?)을 쥔 남궁소소가 산적 두령 노릇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받아야 할 표행비의 삼(三) 할을 깎는 조건으로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갑작스러운 녹림의 출현에 흑수표국 표사 스무 명은 다소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 어디에서도 두려운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손님이 오면 주인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법· 나는 놈들을 향해 서너 개 아는 말 중 하나를 큰소리로 외쳤다·
“이랏샤이마세!”
느닷없이 튀어나온 왜국말에 남궁소소가 깜짝 놀라서 나를 돌아보았다·
전방을 향하고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동가채의 산적들과 비룡당의 표사들도 당황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흑수표국의 표사들은 전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간에 검상을 새긴 털북숭이가 몇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허리에 한 자루 장도를 차고 있었는데 흉악한 생김새와 어울려 제법 위협적인 기세를 뿜어냈다·
“방금 뭐라고 하셨소이까?”
“우리 말을 하는군· 사람을 잡아다 노예로 팔아먹는 건 황해에 출몰하는 왜구들이나 하는 짓거리인 줄 알았더니·”
“큼!”
별로 웃긴 말도 아닌 것 같은데 남궁소소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멈추느라 한순간 멧돼지 소리를 냈다·
흑수표국 표사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털북숭이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우린 복건성 하문(厚門)에 총타를 두고 있는 흑수표국의 표사들로····”
“됐고 표두가 누구요?”
“내게 말씀을 하시면 되오·”
“졸자는 빠지시오·”
“그러는 귀하도 두령은 아닌 것 같소만·”
“거 참 일 복잡하게 만드네·”
원래 처음 보는 산적들이 나타나면 이곳 사정에 밝은 표사나 부두목이 나가 먼저 이것저것 말도 붙이고 시비도 걸며 정탐을 해보는 법이다·
흑수표국은 정해진 지침대로 했다·
다만 이쪽에서 원하는 대로 끌려가 주지 않았을 뿐·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알겠소· 처음 보는 표행단에게는 왁자지껄하게 어깨부터 견주어 보는 녹림의 오랜 관습도 알고· 하지만 앞으로 안 볼 사이도 아닌데 서로 말은 좀 조심하는 게 좋지 않겠소?”
“누가보면 퍽이나 예의를 아는 족속들인 줄 알겠군·”
“뭐요?”
채채채채채채챙!
내 뒤쪽에 있던 산적들과 표사들이 일제히 도검을 뽑아 쥐었다·
동시에 양쪽 산비탈의 숲에서는 각 열 명씩 도합 스무 명의 산적들이 벌떡 일어나 팽팽하게 당긴 화살을 겨누었다·
채채채채채채챙!
그에 반응하여 흑수표국의 표사들도 모조리 도검을 뽑아 들었다·
이어 재빨리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검진을 펼쳤다·
모든 움직임이 노련하기 짝이 없었다·
흑도방파에서 운영하는 표국의 표사들만 아니라면 그리고 같은 인간을 납치해다 팔아먹는 짐승들만 아니라면 함께 술이라도 나누고 싶을 지경이었다·
“모두 물러서라!”
오십 줄의 장년인이 앞으로 나섰다·
난혼삼검 백몽추·
한 자루 장검을 귀신처럼 휘두르는 그는 복건성에서 이미 명성이 자자한 일류검수였다·
복건성 사정에 밝은 독고완의 말을 빌리자면 그가 익힌 귀형음혼(鬼形陰魂)의 현란하면서도 살인적인 검초로 말미암아 실제 수준은 한 차원 더 높을 거라고 했다·
그가 남궁소소를 향해 포권지례를 올렸다·
“표두 백몽추라고 합니다·”
남궁소소는 쥘부채를 한 손바닥에 ‘탁’ 치면서 접더니 다른 손으로 옮겨 잡고는 다시 ‘촤악’ 펼쳐 부치며 말했다·
“풍진양이외다·”
얼굴도 감쪽같지만 목소리도 영락없는 남자다·
그녀의 역용술은 일취월장했다·
백몽추는 조금도 의심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곳에 산채가 들어선 줄은 몰랐군요·”
“여길 지나가 본 적이 있소이까?”
“작년 겨울에 마지막으로 지나갔었지요·”
“뭔가 달라진 것이 없소이까?”
“글쎄요·”
“길이 훨씬 넓어졌을 텐데·”
“그렇습니까?”
“올봄에 우리가 새로 닦았소이다· 돌멩이들도 모두 치우고· 표국과 상단의 마차들이 좀 더 편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말이외다· 하니 성의를 좀 보여 주셔야겠소이다·”
“물론이지요·”
이번엔 내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남궁소소를 돌아보았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저런 거짓말을·
정작 남궁소소는 아무렇지도 않은 지 쥘부채만 부치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녀는 역용만 하면 거짓말을 술술 해댔다·
그러고 보니 풍진양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콧잔등의 점도 그렇고· 딱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었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았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어리고 예쁜 여자와 사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지금도 만지면 나뭇가지에 앉은 나비처럼 휙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아직 손도 못 잡아 봤다·
백몽추가 방지중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지중이 품속에서 전낭을 하나 꺼내 내게 냅다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엣취!”
팡!
왼쪽 비탈에서 화살 한 발이 벼락처럼 날아갔다·
불과 대여섯 장의 거리에서 날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지중은 손에 든 전낭으로 화살을 막아내는 신기를 보였다·
퍼억!
하지만 날카로운 화살촉이 전낭 속 동전들을 비집고 들어가는 바람에 손등까지 뚫고 나와 버렸다·
모두가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꽂았다·
동가채의 젊은 산적 놈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겁에 질려 있었다·
내게 보고를 하러 왔다가 숨만 헐떡거리던 그 산적 놈이었다·
어리바리하더라니 재채기를 하다가 그만 화살 쥔 손가락에 힘이 빠진 모양이었다·
좌중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호전적인 흑도들 답게 흑수표국 표사들이 눈을 허옇게 뒤집어 떴다·
방지중이 어금니를 빠드득 갈며 말했다·
“이런 씨부럴 놈들이!”
표국의 자존심이 걸린 상황·
이제는 백몽추의 입장에서도 조용히 넘어갈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나는 남궁소소에게 재빨리 눈짓을 했다·
전면전을 각오하라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몽추가 먼저 일갈했다·
“놈을 잡아라!”
“와아아!”
남궁소소도 쥘부채를 탁 접으며 외쳤다·
“전부 죽여라!”
“와아아아!”
파파파파파팡!
양쪽 산비탈에서 이십여 발의 화살이 먼저 퍼부어졌다·
하지만 표사들이 모두 도검을 뽑은 상태인 데다 예상까지 하고 있었던 탓에 화살은 모조리 허공에서 잘리거나 튕겨 나갔다·
그때쯤 나는 백몽추를 향해 신형을 쏘고 있었다·
한층 익숙해진 천금풍의 경공은 나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 주었다·
초전박살!
적들로 하여금 감히 싸울 마음이 들지 않도록 만들어 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최대한 빨리 난혼사검 백몽추를 잡아야 한다·
방지중이 먼저 앞을 막아섰다·
“네 놈은 내 몫이다!”
놈은 부상을 당한 와중에도 상체를 착 가라앉히면서 내 허리를 베어왔다·
발도의 동작을 그대로 살초로 연결하는 한 수가 보통 노련한 게 아니었다·
나는 가뿐하게 솟구쳐 오르며 질풍처럼 공중제비를 돌았다·
방지중 정도의 고수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능력과 백 년 공력을 지닌 내 속도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장도가 멋들어진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흘러갔다·
찰나의 순간 방지중이 눈을 부릅떴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공중에서 막 몸을 뒤집은 나는 놈의 정수리를 향해 벽돌 격파하듯 주먹을 내리쳤다·
빡!
막강한 공력을 감당하지 못한 방지중의 머리통이 그대로 곤두박질쳐서는 안면부터 땅바닥에 처박혔다·
나를 바짝 따라오던 남궁소소가 그의 뒤통수에다 진각(震脚)을 ‘쿵!’ 밟으며 붕새처럼 높이 솟구쳐 올라 적 진영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방지중은 그대로 까무러쳐 버렸다·
그사이 나는 상체를 무서운 속도로 찔러오는 백몽추를 맞았다·
흡사 대여섯 자루의 검이 동시에 쇄도해 오는 듯한 수법·
‘환검(幻劍)!’
츄츄츄츄츅!
나는 귀영무의 보법을 펼치며 벼락처럼 비켜섰다·
백몽추의 검은 무슨 기관장치에 달린 칼날처럼 어지럽게 요동치며 내 앞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미처 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머리카락 끄트머리가 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어지럽게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순식간에 뒤쪽으로 다가간 나는 번개처럼 신형을 꺾어오는 백몽추의 턱에 오른쪽 팔꿈치를 작렬했다·
뻐억!
철퇴에 맞은 것처럼 팩 돌아가는 얼굴!
동시에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그의 검신을 칠성의 공력을 담은 왼쪽 손가락으로 튕겼다·
따앙!
굉음과 함께 검신의 중단이 조총 총알에라도 맞은 것처럼 뚝 부러져 버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토막난 채 튀어 오르는 상단의 검신을 좌장으로 떨쳤다·
‘푹!’ 소리와 검신은 백몽추에 오른쪽 쇄골 아래를 뚫고 들어가 박혔다·
이 모든 게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물론 이능력을 발동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백몽추는 반 토막난 검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필사적으로 내 목을 베어왔다·
하지만 이미 환검의 묘용을 잃어버린 검은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질 않았다·
나는 비스듬히 몸을 꺾어 그의 전권을 파고든 다음 부러진 검신의 튀어나온 부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뚝!’ 소리와 함께 백몽추의 오른쪽 쇄골이 뜯겨 올라갔다·
더는 어깨를 쓸 수 없으니 반 토막난 검조차도 무용지물이 되었고 그의 전권은 완전히 열렸다·
그때부터 십초박의 난사를 시작했다·
퍽! 퍼퍼퍼퍼퍼퍽!
백몽추는 온몸에 난타를 허용하며 서너 장이나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쌍장을 떨치며 나를 털어 내고는 외쳤다·
“그만!”
한쪽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으며 털썩 무릎을 꿇는 그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터져 나왔다·
얼굴은 만신창이가 따로 없었다·
내가 십초박의 선사초를 모조리 얼굴에다 꽂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공력은 싣지 않았다·
만약 일 푼의 공력이라도 담아냈었다면 그의 얼굴 가죽 아래는 온통 뼛조각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졌으니 제발 그만하시오·”
“당신 수하들은 아닌 것 같소만·”
“모두 멈춰!”
백몽추가 목을 쭉 뺴고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러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던 모든 싸움이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