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 붕정만리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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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광성으로 들어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오후 눈앞에 작은 강이 나타났다·
홍안천이라 불리는 이 강은 대별산 서북쪽에서 발원해 여러 지류와 합류한 후 장강까지 흘러 들어간다·
하지만 이곳은 상류인 데다 본격적으로 봄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이어서 수심이 그닥 깊지는 않았다·
깊지 않아도 강은 강인지라 아무 데서나 건널 수 있는 건 또 아니었다·
강폭이 넓어 물살이 완만한 곳에 커다란 돌덩이들을 깔고 다져서 만든 수백 년 된 잠수교가 있었다·
잠수교 너머에는 크고 작은 전각들이 끝도 없이 늘어선 소도시 홍안(渴服)이 펼쳐지고 있었고·
작은 현에 불과한 홍안이 이렇게 도시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대별산을 넘어온 사람들이 호광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었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잠수교 주변은 강을 건너려는 상인들을 비롯해 각종의 여행객들로 북적거렸다·
갑자기 정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마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잠수교가 좁은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관병들의 삼엄한 검문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백여 명에 육박하는 그것도 여자가 대부분인 대규모 행렬이 도착하자 사람들은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어 천룡표국과 도화곡의 깃발을 발견하고는 크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태풍에 들불이 번져가는 것 같았다·
길가에 늘어선 사람들을 모두 지나쳐 잠수교 인근의 강변에 이르자 이종산이 말했다·
“반 시진만 쉬었다가 간다·”
뒤따르던 표두가 그 말을 받아 토씨 하나 함부로 바꾸지 않고 뒤쪽을 향해 외쳤다·
“반 시진만 쉬었다가 간다!”
기다란 행렬이 강변의 너른 모래밭에서 일제히 커다란 원을 만들며 모여들었다·
그 사이 반나절 정도 앞서가고 있던 선발대의 표사가 찾아와 이종산에게 보고했다·
“갑자기 남직예에서 대규모 유민(流民)이 발생해 대별산을 넘어온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오늘 아침부터 검문검색이 강화되었고요·”
“유민?”
“그렇습니다·”
“현장 최고 책임자는?”
“포두가 열 명의 포쾌와 쉰 명의 관병을 거느린 채 검문 중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자니 오늘 하루 동안에만도 수백 명의 발이 묶였다는군요·”
“노인(路引)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노인은 관아에서 발행하는 여행 허가증이었다·
각 성(省)의 경계를 비롯해 군병이나 물류 이동의 주요 거점이 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관병들이 지키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그때마다 노인을 제시하지 못하면 통과할 수가 없다·
그러나 관아를 찾아가 노인까지 일일이 발행해 가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은 사실상 많지 않았다·
관리란 작자들이 어찌나 까다롭게 구는지 고작 노인을 발급하는데도 뒷돈을 갖다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관병을 만날 때마다 돈을 좀 쥐여주거나 돌아서 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나와 남궁소소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남궁소소가 내게 작은 소리로 물어 왔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세 가지 방법이 있소· 노인을 보여 주든가 돈으로 뚫든가 검문이 없는 상류로 한참을 돌아서 가든가·”
“대충 얼마 정도나 바쳐야 하죠?”
“두당 동전 열 냥이 공식적인 금액이오·”
“뒷돈에 공식적인 금액이 있다니 말문이 막히네요·”
“우리 입장에선 차라리 그게 속편하오· 그렇게라도 질서를 잡아주지 않으면 가끔씩 만나는 미친놈들이 끝도 없이 뜯어내려 하니까·”
“어쨌든 국수 열 그릇 값이군요· 도화곡의 제자들이 삼백 명 정도니 삼천 냥· 은전으로 환산하면 서른 냥· 초장부터 생각보다 꽤 큰돈이 나가게 생겼네요·”
“그럴 필요 없소·”
“왜요?”
“우리는 노인을 주고 통과할 테니까·”
이종산이 양진각에게 지시를 내렸다·
가서 상황을 알리고 절차대로 검문을 받을 테니 미리 협조를 구해 놓으라는 내용이었다·
절차대로라는 것은 한 명 한 명 호패와 노인을 보여 주겠다는 뜻이다·
협조를 구하라는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병들이 쓸데없이 시비를 걸지 않도록 적당히 기름칠을 해 놓으라는 뜻이고·
남궁소소가 깜짝 놀라서 내게 물었다·
“노인은 언제 발급받은 거죠?”
“도화곡으로 돌아가는 가는 길에 관할구역인 동광현 관아에서· 원칙적으로 그곳에서 발급해야 정상이니까·”
“원칙을 따지자면 당사자가 호패를 가지고 가야만 대조 후 노인을 발급해 주는 것 아닌가요? 한데 어떻게 가능했던 거죠?”
“그런 일을 하라고 비싼 돈 주고 표국을 고용하는 것이오· 국주님께서 한때 명포로 이름을 날렸던 적룡당주를 오시게 한 것도 그 때문이고·”
“아전들을 구워 삶았군요·”
“이름 쓰는 곳을 비워 둔 채 삼백 장이나 되는 노인을 발급받는 건 뇌물 몇 푼 찔러 준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오·”
“그럼요?”
“육선방(六扇常)이라는 전·현직 포쾌들의 방회가 있소· 전직 포쾌들은 현직 포쾌들에게 어려운 일을 부탁하고 현직 포쾌들은 훗날 양민이 되면 한 자리씩 하고 있는 전직 포쾌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는 식으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지· 밥벌이로 맺어진 방회인 만큼 결속력이 무시무시하오·”
“큰 뇌물은 전직 포쾌들을 통해서 주고받아야 뒤탈이 없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육선방을 유지하는 진짜 힘은 그거 아닌가요?”
“역시 찰떡같이 알아듣는군·”
“양 당주께서도 육선방의 방도군요·”
“그렇소·”
“국주님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군요·”
아무리 치밀한 사람이라도 돌발적인 변수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종산에게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잠시 후 현직 포두를 만나러 갔던 전직 포두가 돌아왔다·
한데 무슨 이유에선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도검을 가진 채로는 통과할 수가 없답니다·”
국법에 따르면 개인이 살상용 병기를 휴대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표국을 상대로 이 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데도 도검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은 성의를 조금 표시하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얼마를 달라는 것이오?”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무슨 뜻이오?
“말 그대로 도검을 전부 압수하겠다고 합니다· 순순히 응하면 무사히 통과시켜 줄 것이고 육선방의 의리를 생각해 이곳까지 소지하고 온 것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군요·”
이종산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내가 알기로 관아와 문제가 생겼을 때 양진각이 나서서 해결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숙영을 한다·”
시간이 걸릴 것임을 직감한 이종산이 말했다·
표두가 그 말을 받아 다시 크게 외쳤다·
“오늘은 여기서 숙영을 한다!”
숙영 준비가 시작되었다·
도화곡의 제자들은 천막이라는 걸 아예 본 적조차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해서 각 열 명씩으로 조를 나누게 한 다음 한 조당 천룡표국의 쟁자수를 한 명씩 배정해 천막 치는 일을 관리 감독하게 했다·
땅을 파고 막대기를 세우고 천막을 씌우는 등의 일로 씨름하길 반 시진 강변에는 40여 동의 천막이 성채처럼 삼중의 원을 그리며 세워졌다·
일단 잠잘 곳이 준비되자 도화곡의 제자들은 알아서 척척 솥을 내걸었다·
이어 산나물을 솜씨 좋게 데쳐내고 쌀도 능숙하게 안치더니 수백 명이 먹을 산나물밥을 뚝딱 지어서 내놓았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표사들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상황을 파악하기 바빴다·
양진각 역시 협상을 위해 다시 포두를 만나러 갔다·
나는 십칠각 소속의 전·현직 객원표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현직은 서호삼견과 호리독사였고 전직은 남궁소소였다·
“에잇! 소여물도 아니고·”
이견이 밥그릇을 툭 내던지며 말했다·
나물밥이라고 지은 것이 쌀은 한 숟가락도 안 되고 나물만 잔뜩 들어 있다고 하는 소리였다·
삼견이 말했다·
“그래도 한 그릇 뚝딱하셨네·”
“맛이 없어 대충 씹고 넘겼다·”
“보통은 맛이 없으면 안 먹지 않나?”
“그러는 너는 왜 끝까지 먹고 있어?”
“저는 맛있습니다· 고사리를 참 잘 데쳤네요·”
나는 지금의 사태를 파악하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갑자기 유민에 대한 소문이 떠돈 것도 그렇고 그 끈끈하다는 육선방의 인맥이 통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게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삼견이 누군가를 불렀다·
“어이 거기!”
대나무 장대의 양쪽에 큰 나무통을 건 사내가 반색을 하며 다가왔다·
아까부터 잠수교 주변을 돌며 여행객들에게 월병을 팔던 사내였다·
“부르셨습니까요?”
“열 개씩 쫙 돌려!”
“어이쿠 감사합니다요·”
사람이 일곱 명이니 졸지에 월병 칠십 개를 팔아 치우게 생겼다·
신바람이 난 사내는 사람들이 맛을 보기 전에 재빨리 월병을 다 돌렸다·
한데 월병에 찍힌 꽃 모양이 약속이나 한 듯 전부 복숭아 꽃이었다·
“얼마야?”
“열 개에 동전 한 냥입니다요·”
“싸네·”
“엄청 싸지요·”
“그래가지고 남겠어?”
“조금 남습니다요·”
이견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뭐하나 빨리 계산하지 않고·”
그럴 줄 알았다·
순 날강도 같으니라고·
나는 월병 장수에게 물었다·
“뜨거운 건 없소?”
“저기 다리 옆에 앉아 월병을 구워 파는 아낙이 제 마누라 올습니다· 가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금방 나올 텐데 함께 가시겠습니까요?”
그럴 줄 알았다·
이미 저 아낙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사내가 내게로 다가오는 순간 아낙이 자꾸 이쪽을 보는 바람에 눈도 마주쳤다·
나는 밥그릇을 놓고 일어섰다·
“갑시다·”
“쯧쯧쯧· 까탈스럽기는·”
이견이 혀를 끌끌 찼다·
“식은 건 제가 먹어도 될까요?”
호리독사가 말했다·
눈치 빠른 남궁소소는 잘 다녀오라는 듯 사람들 몰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돈부터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진짜 돈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동전 일곱 냥을 돌덩이 위에 딱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검의 손잡이 끝에 매달린 수실이 잘 보이도록 앞으로 출렁 흘리는 걸 잊지 않았다·
아낙의 눈길이 잠시 수실에 뚫어지게 머물렀다·
순간 이 여자가 사내보다 지위가 높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여자가 눈빛을 거두자 사내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나는 한 바퀴 돌고 올거나·”
“꾀부리지 말고 부지런히 팔아요·”
“걱정 말라고· 금방 다 팔고 올 테니까·”
“하여간 입만 살아가지고·”
남자가 사라지자 여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여자는 수서루의 매용초가 보낸 하오문도였다·
정확한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하오문도들의 특징이다·
어쩌면 저 얼굴조차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
“먼저 당(堂)에서 내려온 말씀부터 전합니다· 구룡의 소식은 사흘 내로 소상하게 받아보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다음은 현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흘 전 한밤중에 화양표국의 총표두가 홍안현 관아를 조용히 다녀갔습니다·”
“이 그림을 화양표국이 그렸다는 뜻입니까?”
“판단은 저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공자님께서 아셔야 할 것 같은 정보들만 골라서 말씀드릴 뿐인지요· 참고로 홍안현의 현령은 화양표국의 거인표사 출신입니다·”
화양표국은 도화곡의 이전건을 놓고 경합을 벌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이종산과 나 때문에 물을 먹은 곳이었다·
화양표국의 뒤에는 철산문이 있었고 철산문의 뒤에는 신창양가라 불리는 양가장이 있었다·
현재로선 양가장까지 개입했는 지는 알 수 없다·
사실 화양표국 독단적으로도 방해를 할 동기는 충분했다·
사전답사까지 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한 먹잇감을 삼키기 직전에 빼앗겨 버렸으니 얼마나 꼭지가 돌았겠나·
그래도 이런 수단과 힘이 있을 줄은 몰랐다·
“부탁하는 것도 알아봐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오늘 중으로 홍안현 현령의 뒤를 좀 캐 주십시오· 그의 목에 비수처럼 들이댈 치명적인 약점을 한가지만 손에 넣었으면 합니다·”
“한가지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게 무엇입니까?”
“복건성에 오래전부터 왜와 밀무역을 해온 상단이 하나 있었습니다· 화양표국은 그 물건들을 남경까지 운송하는 일로 큰 재미를 보았고요· 그때 사용한 길이 바로 이곳 홍안현을 통해 대별산을 넘어 남직예로 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밀표(密鏡)다·
암표(暗鏡)가 표물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무조건 운송해 주는 것이라면 밀표는 나라에서 유통을 금한 물건들을 비밀리에 호송하는 걸 말한다·
“홍안현 현령은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고 뒷돈을 제대로 챙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습니다·”
“어째서요?”
“얼마 전 복건성의 상단이 망해버렸거든요· 덕분에 화양표국도 한 달에 서너 차례씩 정기적으로 오가던 대형 표행이 없어져 버렸고요·”
아낙이 말하는 상단은 아무래도 나도 좀 아는 곳인 것 같았다·
세상은 돌고 돈다더니 이렇게 연결이 될 줄이야·
문제는 상단은 망해버렸고 화양표국은 더 이상 밀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단된 밀표의 정보는 비수로 쓸 수가 없다·
“이미 녹슨 칼이로군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금 더 알아 보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 맛 좀 보세요·”
아낙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월병을 척 내놓으며 말했다·
축객령이다·
한입 베어 물고 일어서려는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도화곡의 어린 제자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나는 은전 한 냥을 더 돌덩이 위에 내려놓은 후 말했다·
“여자아이들이 오면 실컷 먹게 해주시오·”
“아이고 감사합니다요·”
이번엔 진짜로 일어섰다·
상황을 말해주려 이종산에게로 가려는 순간 사람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잠수교 건너편으로부터 붉은 깃발을 펄럭이며 한때의 인마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현령기(臟令旗)!”
도검으로 중무장한 인마는 삼십여 명이었고 다시 그들의 뒤쪽으로 장창을 든 창수 칠십여 명 정도가 따랐다·
홍안현 소속의 관병들이었다·
이종산이 나직한 음성으로 일갈했다·
“모두 해검(解劍)하라!”
표사들이고 도화곡의 제자들이고 모두 도검을 풀어 표마차 아래의 비밀 공간에 넣어 두었다·
어차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지만 현령까지 나타난 마당에 노골적으로 도검을 차고 있을 순 없었다·
잠시 후 백여 명의 관병들이 표행단과 마주하고 섰다·
이어 관병들이 썰물처럼 갈라지더니 사인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인교 위에는 살이 뒤룩뒤룩 찐 중년인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는 사인교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아래를 굽어보며 물었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요?”
“천룡표국의 국주 이종산입니다·”
“나 홍안현 현령 왕조발이오·”
“왕 대인을 뵙습니다·”
이종산이 공손하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호랑이도 제 살던 땅을 벗어나면 처음엔 토박이 개들의 눈치를 본다고 했다·
항주에서는 지부대인 조차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종하는 이종산이었지만 지금은 일개 현령 앞에서도 깍듯했다·
이래서 거인 표사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만약 저 현령이 천룡표국 돈으로 공부를 해서 지금의 자리를 꿰찼다면 저리 거만하게 나오겠나·
반면 화양표국은 자신들의 손으로 길러낸 홍안현 현령을 이번 기회에 꼭두각시처럼 잘도 부려 먹는 것이고·
그나저나 현령까지 몸소 납시는 걸 보니 아무래도 대충 넘어가긴 그른 것 같다·
‘이것들을 어떻게 엿을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