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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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 문파를 옮겨라(3) >

제자가 무려 삼백 명이나 되는 문파를 통째로 옮겨야 하는 만큼 표국들의 입장에선 전력을 동원할 만큼 큰 건이었다·

그 비용이 오죽 컸으면 도화곡에서 그야말로 문파의 보물이나 다름없는 비급을 대가로 내놓았겠나·

그래서인지 허투루 준비해온 표국은 한 곳도 없었다·

마침내 철산문이 지원키로 한 화양표국의 차례가 되었다·

“우선 이것부터 보시지요·”

화양표국주가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장부를 도화곡주에게 전해 주었다·

십중팔구 세부적인 여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을 것이다·

장부를 만들어 온 곳은 화양표국이 유일했던 터라 모두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화양표국주는 도화곡주가 장부를 읽을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준 다음 준비해온 말을 하기 시작했다·

“문파를 옮긴다는 것은 고목을 옮겨 심는 것과도 같습니다· 최대한 상처가 나지 않도록 뿌리를 뽑고 생기가 사라지기 전에 옮기고 좋은 땅을 골라 다시 심는 과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비유다·

크게 세 단계로 나눈 것도 적절해 보였다·

서두부터 모두의 시선을 확 끌었다·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고목이 죽을 수도 있기에 모든 과정은 철저한 계산하에 움직여야 합니다· 화양표국은 이미 한 달 전에 도화곡에서 목적지인 사천성 성도(成都)까지 답사를 끝냈으며 여정에 걸리는 시간과 건너야 할 강의 개수 배편 여곽 등에 대한 조사도 마쳤습니다·”

이렇게까지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에 같은 표사로서 솔직히 감탄했다·

저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를 했으면 비용까지 똑 떨어질 것이다·

대체 철산문에서는 얼마를 주겠다고 약속했을까?

“여곽이라고요?”

도화곡주가 물었다·

이 방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칠순의 노파답지 않게 맑으면서도 항거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도화곡에서 성도까지는 장장 한 달이 걸리는 길입니다· 전부 여자들인 데다 숙영의 경험이 전무할테니 여곽이 충분한 곳들로 중간 기착지들을 정해 최대한 풍찬노숙을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삼백의 제자들을 모두 수용할 만큼의 여곽들이 있단 말씀입니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여곽촌이 형성된 곳들로 여로를 잡았고 본 표국의 선발대가 하루 정도 앞서가면서 객방들을 사전에 모두 사들일 것입니다· 또한 충분한 여곽이 없는 곳은 철산문과 본 표국의 인맥을 동원해 인근 부호나 거상의 장원에 협조를 요청할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계획도 세워 두었고 말입니다·”

“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요?”

“수레 이백 대와 말 삼백 필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에 준하여 쟁자수와 표사가 사백 명 정도 동원될 것이고요· 어지간한 물건들은 모두 가져가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겠군요·”

“아시겠지만 철산문에서 모두 부담하기로 하셨으니 곡주님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닌 듯합니다·”

“준비가 철저하시군요·”

“감사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까지 설명한 표국들 중 가장 압도적이었다·

철산문주도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남궁세가의 지원을 업은 창해표국의 차례가 되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왔지만 앞서 얘기한 다른 표국들과 특별히 더 나은 점이 없어 보였다·

이로써 일곱 표국들의 설명이 모두 끝났다·

이종산은 약속대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남궁유룡이 전음으로 무언가를 물어보면 역시 전음으로 대답을 해줄 뿐이었다·

두 사람이 전음을 나누고 있다는 건 이따금 남궁유룡이 고개를 돌려 이종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만하면 모두 충분히 각자의 계획들을 피력한 것 같군요· 도화곡주께서는 이제 한 곳을 정해 주셨으면 하외다·”

남궁유룡이 말했다·

누가 보아도 화양표국의 압승이었기에 그는 순순히 승복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이목을 집중하는 가운데 도화곡주가 이종산을 돌아보며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천룡표국주께서는 어떤 고견이 있으신지 여쭈어도 될는지요?”

돌발적인 상황에 철산문주가 재깍 제동을 걸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 천룡표국주께서는 이 자리에서 일절 발언을 하지 않기로 하셨습니다·”

“무슨 그런 희한한 규칙을 정했는지 모르지만 제가 여러분끼리 만든 규칙을 따라야 할 이유라도 있나요?”

“그건····”

“이 자리를 여러분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신다면 결정을 내일로 미루고 천룡표국주를 제가 머무는 곳으로 청해 독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너무나 당연한 논리에 철산문주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까지 전부 합죽이가 되어 버렸다·

결정권을 쥔 도화곡주의 입장에서는 최적의 계획안을 낸 표국을 선택하기만 하면 그뿐 저들끼리 정한 규칙을 따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문파의 사활이 걸린 일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당연했고·

“고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도화곡주가 다시 이종산에게 요청했다·

이종산은 남궁유룡을 바라보며 표정으로 의견을 물었다·

“다른 어떤 것도 도화곡을 안전하게 옮기는 것보다 우선할 수 없소이다· 국주께서는 고견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오·”

남궁유룡이 무림의 선배답게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그제야 이종산이 입을 열었다·

“고목은 옮기는 법이 아닙니다· 옮기면 죽습니다·”

그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좌중의 공기가 대번에 차갑게 식었다·

고목을 어떻게 옮기지를 설명하는 자리에 와서 옮기면 죽는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다들 놀라 나자빠질밖에·

“어째서 그런가요?”

“천년고도 장안에 만금산장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산 하나를 전부 장원으로 쓸 만큼 거부였지요· 어느 날 장주는 북경으로 이사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팔 대에 걸쳐 살아온 가문의 거점을 옮기는 대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만금산장의 일화는 표국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었다·

이종산이 난데없이 만금산장의 일을 끌고 오자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남궁유룡도 예상을 못 했는지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아홉 개 표국에서 오백 대의 표마차와 천이백 필의 말 그리고 이천사백여 명의 표사와 쟁자수가 동원되었습니다· 애초 한 달이면 족할 거라고 생각했던 여정은 무려 반년이 걸렸지요· 마침내 북경에 도착했을 때는 고작 열대의 표마차와 열 명의 가노만 남았을 뿐입니다·”

화양표국주가 즉각 반론을 펼쳤다·

“만금산장이 그렇게 된 건 가노들이 재물을 훔쳐 달아나고 간자와 내통한 비적들이 하루가 멀다고 습격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화곡은 비적들이 노릴만한 재물이 딱히 없는 데다 제자들 또한 모두 무공을 익힌 고수들이니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과연 도화곡에게는 적이 없을까요?”

“무슨 뜻입니까?”

“국주께서도 서두에서 말씀하셨다시피 마지막엔 결국 좋은 땅을 골라 고목을 심어야 합니다· 사천성 성도는 기름진 땅임이 분명합니다· 기름진 땅에는 반드시 먼저 자리를 차지한 주인들이 있는 법이지요· 도화곡과 같은 대형 문파가 들어오는 걸 과연 다른 방파들이 지켜보고만 있을까요?”

“그건····”

“단언컨대 성도의 크고 작은 무림방파들이 똘똘 뭉쳐서 사활을 걸고 막으려 할 것입니다· 여기 계신 표국주들께서는 타성의 도시에 분타를 내보셨을 테니 그 어려움을 잘 아실 겁니다· 고작 표국의 분타 하나를 내는 것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대형 문파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해서 문파를 옮기는 것은 필히 전쟁을 동반합니다·”

사실은 가장 먼저 고려했어야 할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문의 문주이거나 표국의 국주들이었다·

당연히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건 자신들이 해결할 일이 아니기에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

“우리는 표국입니다· 표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할 뿐 인계한 이후의 상황까지 책임을 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요·”

“그건 문파를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문파에서 쓰던 세간살이를 옮기는 것이지요· 혹시 그런 걸 의논하시던 중이었다면 구태여 제가 더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이종산은 그 말을 끝으로 정말 입을 닫아 버렸다·

그러나 파장은 대단했다·

그건 문파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세간살이를 옮기는 것이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이것이 표왕의 위엄!’

화양표국주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표국은 표물을 옮겨 주기만 하면 그뿐 이후의 상황은 표국의 일이 아니었다·

도화곡주도 당연히 그것까지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걱정을 태산같이 했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누구도 섣불리 반박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도화곡주가 이종산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한다면 국주께서는 어떤 조언을 주시겠습니까?”

“꼭 사천성 성도여야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백 년 전 개파조사께서는 병든 부군을 위해 요동에서 약초를 구해 고향인 사천성 성도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한데 대별산을 넘던 중 그만 당신께서도 큰 병을 얻어 더는 먼 길을 갈 수가 없으셨지요·”

모두가 알지 못했던 도화곡의 개파 비사가 곡주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람을 통해 약재만 보내시고 당신께선 병마를 이겨낸 후 돌아가겠다시며 움막을 짓고 머물기 시작하셨지요· 그 세월이 그만 이십 년이 흘렀고 임종까지 맞게 되셨습니다· 그땐 제자들이 수십 명으로 늘어난 상태였지요·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도화곡주는 단순히 호구를 해결하기 위해 산을 내려와 속세로 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과 함께 개파조사의 한이 서린 곳으로 돌아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여자의 몸으로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저 대륙의 끝인 요동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는 말에 사람들은 모두가 숙연해졌다·

고향에 죽어가는 남편을 두고 갈 수 없는 심정이 어떠했을지 끝내 남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머나먼 타지에서 쓸쓸히 죽어간 심정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가슴이 먹먹했다·

그러나 이종산은 전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장원은 준비가 되셨는지요?”

“전대부터 조금씩 모아온 돈으로 얼마 전 성도의 외각에 낡고 오래된 장원을 하나 마련해 두었습니다· 수리하면 당장은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고목을 옮길 수는 없지만 고목의 씨앗은 멀리까지 옮길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세간살이며 여타 물건들 중 돈이 될만한 것들은 전부 팔아 절반은 예정보다 길어질 것에 대비해 가는 동안 먹을 식량으로 바꾸십시오· 절반은 성도에 도착한 이후의 호구를 위해 아껴 두십시오· 나머지 물건들은 모두 전각과 함께 불태워 버리되 곡구에 걸려 있는 낡은 현판과 무공비급들만 수레에 싣고 떠나십시오·”

“···?”

“행렬의 선두에는 멀리서도 볼 수 있도록 도화곡을 상징하는 커다란 깃발을 만들어 내 걸어야 합니다· 곡주님을 비롯해 삼백의 제자들은 모두 통일된 복장으로 맞추되 각자 행낭 하나만 짊어진 채 그 뒤를 따르십시오· 여곽은 피하고 숙영을 하거나 막사를 쳐야 합니다·”

“그렇게 요란하게 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곡주님께서는 문파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너무나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무림문파의 문주로 살아본 적이 없기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털끝만큼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문파의 근본이 전각이나 땅에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도화곡주의 눈동자가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사실 문파를 사천성으로 옮길 결심을 하면서 그녀만큼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화곡주는 말을 아꼈다·

대답은 이종산이 했다·

대답이었으되 조언이었다·

“도화곡이 대별산을 내려와 사천성 성도로 간다는 사실을 전 강호가 알게 하십시오· 여정 중에라도 무림인들이 찾아오면 예를 갖춰 맞으시고 도화곡의 무공을 견식하고 싶어 하는 고수가 길을 막아서면 정사마를 막론하고 배분과 항렬을 따져 기꺼이 제자들로 하여금 비무를 치르게 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제자가 죽거나 다칠 수 있으며 곡주님께서 직접 나서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도화곡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것 또한 씨앗을 옮기는 일에 관한 이야기일 뿐 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다른 문파들의 살벌한 견제로 말미암아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설사 어찌어찌하여 뿌리를 내렸다고 해도 문파를 유지하고 키워낼 돈을 지속적으로 조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칫 소생 가능한 시간을 넘겨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종산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고목으로 옮기면 확실히 죽고 씨앗으로 옮기면 죽을 확률이 높다는 정도이다·

그의 말은 정확했다·

전생에서 도화곡은 화양표국의 주도하에 결국 역사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숱한 난관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사천성 성도에 도착하기는 한다·

하지만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경쟁 방파들의 집중적인 견제와 노골적인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다·

내가 그 사건을 단편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건 지금 이 순간 큰 행운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실패의 원인만큼은 정확히 알기에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으니까·

나는 앞뒤 생각지 않고 확 질러 버렸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나무로까지 자라게 할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종산과 달리 나는 도화곡주에게 질문도 받지 않았다·

새까만 후기지수의 갑작스러운 돌출행동에 모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곽석산과 손지백이 깜짝 놀라서는 나를 돌아보며 눈을 찡긋거렸다·

남궁유룡은 요것 봐라 하는 얼굴이었고 도화곡주는 어리둥절해 했다·

한편 거듭되는 절망적인 말에 혈색이 점점 어두워져만 가던 뒤쪽의 아름다운 여검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무얼 안다고 나서는 것이냐?“

이종산이 나지막한 소리로 나를 나무랐다·

그의 입장에선 당연해 해야 할 꾸짖음이었다·

하지만 과연 속으로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때 남궁유룡이 도화곡주를 돌아보며 묻지도 않은 말을 해주었다·

“천룡표국주의 넷째 아들 녀석입니다· 곡주께서는 산중에서만 사시어 잘 모르시겠지만 작년 향시와 회시에서 연달아 장원급제를 한 천재이지요·”

“···?”

“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무림맹에서 신물을 옮기는 일에 천룡표국의 대표로 참석해 무려 마흔여섯 명의 귀중한 목숨을 구했지요· 어젯밤에는 사마옥 총군사께서 데려다 쓰시려고 어찌나 욕심을 내시던지· 껄껄껄·”

한바탕 내 자랑을 대신 해주고는 끝이다·

마치 저놈이 그런 놈인데 이야기를 들어 보려면 보고 말려면 말라는 듯·

도화곡주도 놀란 모양이지만 뒤쪽에 시립해 있던 여검객들도 하나같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얼른 한 걸음 나아가며 포권지례 부터 올렸다·

“무림말학 이정룡 도화곡주님을 뵙습니다·”

“혹시 혼례를 올리셨는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남궁유룡을 비롯한 모두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미혼입니다·”

“하면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나무로까지 자라게 할 방법이 무엇인지 듣고 싶네만·”

“성도는 현재 사천구룡방(四川九龍常)이라는 흑도방파가 사실상 제일세로 성도 무림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근본이 흑도인데다 견제 없는 힘이 으레 그러하듯 이들의 횡포는 도를 넘어 급기야 도적떼나 다름없을 지경입니다·”

“무얼 어떻게 했길래?”

“장사가 잘 되는 점포들을 힘으로 가로채 비싼 값에 되파는 건 예사고 길가는 아녀자들을 납치해 욕을 보이는 일도 허다 합니다· 그 외에도 일일이 입에 담기 힘든 횡포와 수탈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길가는 여자들을 잡아다 욕보인다는 말에 침착한 도화곡주와 달리 뒤쪽의 여검객들은 대번에 눈동자에서 살기가 돌았다·

산중에서만 매양 수련만 하고 살다 보니 무공은 고강할지 몰라도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숨기거나 하는 일에는 다소 미숙한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도화곡의 이름으로 사천구룡방을 치겠다고 미리 선전포고를 하는 겁니다· 하면 사천구룡방의 전횡에 불만을 가진 곳들을 중심으로 성도의 무림방파 절반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여기까지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의 얼굴은 이미 너나 할 것 없이 노래지고 있었다·

“만약 사천구룡방이 무너진다면 성도의 유흥가와 상계는 한순간 혼돈의 상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곧 좋든 싫든 사천구룡방의 보호 아래에서 밥을 먹었던 주루 상방 농장 광산 그리고 해사방이나 강하방 같은 작은 생업방회들이 사천구룡방을 대신해 줄 무림세력을 찾아 자연스럽게 도화곡의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내 얘기는 이걸로 모두 끝이 났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어떤 이는 내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고 어떤 이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이종산도 언급했거니와 비옥한 땅에 깃발을 꽂으려면 결국 싸워서 누군가를 밀어내야 한다는 것·

나는 단지 가장 효율적이고 이득이 많이 남는 방식의 전쟁을 제시했을 뿐이다·

“똥을 치우고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절묘한 수로군·”

“혼란 후의 새로운 질서 속으로 편입되겠군요· 저 역시도 좋은 계획이라 생각됩니다·”

남궁유룡과 창해표국주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한 명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모두 일문의 문주들이기에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확실하게 알았다·

반면 철산문주와 화양표국주의 얼굴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특히 양가주로부터 표비 외에도 거액의 사례를 챙길 생각에 사전답사까지 했던 화양표국주는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감히 남궁세가 안에서 그것도 무림과 상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남궁유룡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랬다가는 뒷일을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이윽고 도화곡주가 남궁유룡에게 말했다·

“도화곡은 문파를 옮기는 것에 관한 전권을 남궁세가에 맡기고 싶습니다· 단 천룡표국이 남궁세가를 대신해 모든 일처리를 해주는 조건입니다·”

기어이 폭탄 같은 선언이 터져 나오고야 말했다·

모두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란 표정들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 창해표국주가 말했다·

“아무래도 창해표국은 이쯤에서 그만 물러나야 할 것 같군요· 남궁세가주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남궁유룡의 입장을 고려해 일부러 선수를 쳐준 것이다·

남궁세가와 한 해 두 해 거래해온 것이 아닐 터 오늘의 배려는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올 것을 창해표국주는 알고 있었다·

“창해표국의 호의를 잊지 않겠소이다·”

남궁유룡이 창해표국주를 향해 포권을 쥐어 보였다·

이어 이종산을 돌아보며 물었다·

“노부를 도와주시겠소이까?”

“표행에 관한 한 천룡표국이 전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또한 비용은 본 표국의 대장궤께서 심사한 후 제시하는 액수를 조건 없이 수용해 주십시오·”

그렇게 존경하는 뇌검 앞에서도 사업 얘기를 할 때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남궁유룡은 또 남궁유룡대로 대 가문의 수장답게 화통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소이다·”

“천룡표국은 의뢰를 받겠습니다·”

남궁유룡과 이종산이 서로를 향해 공손하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도화곡주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 비슷한 것이 어렸다·

이 방에 들어온 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도화곡주 역시 자신들의 비기인 천금풍이 남궁세가에 전해지기를 속으로 바랐다는 것을·

남궁세가라면 천금풍을 더욱 발전시켜 언젠가 상승의 무학으로 만들 것이고 또한 그 무공으로 많은 협의로운 일들을 할 테니까·

남궁유룡은 이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듯 손으로 연거푸 수염을 쓸어내렸다·

다른 문파와 표국들을 생각해 애써 참고 있지만 속으로는 한바탕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도화곡주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또 조건이 있다고요?”

본래 마지막에 붙이는 조건이 제일 까다로운 법이다·

남궁유룡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도화곡주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이정룡 표사가 반드시 동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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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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