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 마침내 남궁세가로(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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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달 만에 보는 장로들의 얼굴엔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호기심 놀라움 설렘 감동 등등·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것 같았다·
호기심과 놀람은 내가 백발노성을 무림맹으로 호송한 일 때문일 것이다·
설렘과 감동은 총표두 곽석산과 대장궤 손지백에게서만 느껴졌는데 두 사람은 지금 사흘 후 있을 남궁세가행 때문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갑룡은 무표정했고 이을룡은 애써 담담한 척했으며 이병룡은 무슨 일인지 잔뜩 골이 나 있었다·
“첫 번째 안건은····”
“오늘은 편하게 하시지요·”
손지백이 회의를 시작하려는 순간 이종산이 말했다·
딱히 중요한 안건이 없을 때면 흔히 있는 일이었다·
이럴 땐 대개 이종산이 한 명씩 집어 질문을 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한데 첫 번째 대상이 나였다·
“백발노성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었던 일을 기지와 용기로 잘 처리해주었더구나·”
“운이 좋았습니다·”
“애썼다·”
“감사합니다·”
“들었겠지만 사흘 후 남궁세가로 갈 예정이다· 늦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때마침 돌아와 주어 다행이구나·”
“저는····”
“이틀 전 뇌검께서 다선초당을 통해 내게 전서를 보내오셨다· 잊지 말고 너를 꼭 데려와 주셨으면 하시더구나·”
“예에?”
“왜 그리 놀라느냐?”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이틀 전이라면 남궁소소가 양주에 도착하고 난 후일 것이다·
그녀에게 무언가 얘기를 듣고 전서구를 날린 모양인데 길조인지 흉조인지를 모르겠다·
어쨌거나 꼼짝없이 끌려가게 생겼다·
이종산은 이어 이갑룡을 돌아보며 말했다·
“총표두와 대장궤께서도 나와 함께 남궁세가로 갈 것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나 우리가 없는 동안엔 네가 나를 대신해 여러 당주님들과 의논하여 대소사를 처리하거라·”
“예?”
이종산은 방금 첫째 아들인 이갑룡에게 비록 임시일망정 국주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날벼락 같은 선언에 모두가 크게 당황해했다·
당사자인 이갑룡은 벅찬 감정을 감추느라 애를 먹었다·
사사롭게는 의형제이기도 한 이종산 곽석산 손지백이 한꺼번에 표국을 비우는 일이 처음이었던 탓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였다·
“왜 대답이 없느냐?”
“명심하겠습니다·”
“당주들께서도 잘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황자충 양진각 유지평이 동시에 입을 모았다·
명령을 내리는 사람도 대답을 하는 사람들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
한편 이갑룡과 줄곧 경쟁해온 이을룡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이갑룡이 말했다·
“을룡이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냐?”
이종산이 이을룡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을룡은 이갑룡을 힐끗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남에 분타를 세울까 합니다·”
“여남 분타를?”
“그렇습니다·”
뜻밖의 선언에 이번엔 이종산과 당주들이 깜짝 놀랐다·
분타는 해당 지역의 표행을 받는다는 목표도 있지만 사실상 거점의 역할이 더 컸다·
표국에게 분타 하나가 더 생겼다는 것은 곧 그만큼 영토가 확장되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세상에 임자가 없는 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도시에나 흑도와 백도들이 있고 하나라도 더 이권을 먹기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며 살아간다·
그런 상황에 타성에서 온 다른 무림문파가 비집고 들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획은?”
“형님과 제가 하남성 여남에서 활동하는 유명 표두와 표사 열두 명을 이미 포섭해 고용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여남에 있는 유력한 무림문파 출신들입니다·”
“그들을 앞세워 칼을 꽂겠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절강성 제일세를 자랑하는 천룡표국의 분타다· 적지 않은 표국과 무림문파에서 견제를 해올 것이다·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자들 이더냐?”
“그들이 속해 있던 조양표국과 철산표국에서 바람막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가장 먼저 칼을 들이대지 않고?”
“두 표국 모두 항주로 진출을 하고 싶어 합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그들이 항주에 분타를 세울 수 있도록 저와 형님이 약간의 도움을 줄까 합니다·”
“주고 받자?”
“범의 한 걸음과 고양이의 한 걸음이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분명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거래입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종산은 판단을 미루고 당주들에게로 공을 넘겼다·
가장 연장자인 황자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남은 하남성 동남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여수(決水)를 통해 회수(推水)와도 연결됩니다· 분타만 세울 수 있다면 여러모로 중요한 거점이 될 것입니다·”
양진각도 보탰다·
“하남성은 다섯 개의 고도를 품은 큰 성임에도 불구하고 거대 무림세력들의 견제로 말미암아 아직 분타를 세우지 못한 곳입니다· 여남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하남성 공략의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세 번째에는 유지평이 말했다·
“조양표국과 철산표국은 오래전부터 강동으로 진출하고 싶어 했습니다· 자신들의 항주 분타가 간절한 만큼 필사적으로 천룡표국의 여남 분타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 일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곽석산과 손지백도 과연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평의 예상을 뛰어넘은 호평에 이갑룡과 이을룡은 크게 고무된 표정이었다·
나는 두 사람이 왜 이런 계획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계속해서 공을 세우면서 승승장구하자 크게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확실히 분타 하나를 세우는 데 성공하면 내가 세운 공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이라곤 기껏해야 돈을 벌게 해주고 천룡표국의 명성을 크게 떨친 것 정도가 다니까·
또 한 가지 두 사람이 세운 분타는 두 사람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엔 둘 중 한 사람의 수중에 떨어지겠지만 최소한 나나 이병룡의 것은 아니었다·
슬그머니 곁을 돌아보니 이병룡은 누구도 질문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 여태 한마디도 못 하고 얼굴만 붉힌 채 앉아 있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이갑룡과 이을룡이 꾸민 이번 일에서도 배제된 듯했다·
두 사람의 입장에선 구태여 이병룡까지 끌어들여 나눠 먹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까부터 이병룡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그때 이종산이 내게 불쑥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일단 손해 볼 일이 없는 데다 당주님들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남성 공략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나까지 호평을 하자 이종산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치 않게 내가 마지막으로 방점을 찍어준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이을룡은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내게서 자신들이 한 일을 평가받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더냐?”
“을룡이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이갑룡은 공을 이을룡에게로 살짝 돌렸다·
조금 전 자신이 생각지도 않은 큰 기회를 얻었으니 이것은 이을룡에게 조금 양보하려는 것이다·
“제가 먼저 제안을 한 건 사실이지만 형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이을룡은 자신의 공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갑룡을 추켜세워 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지금은 대립할 때가 아니라 손을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심이 섰다면 황소처럼 밀어 붙이거라· 조양표국과 철산표국이 항주에 분타를 세우는 일은 내가 도와줄 것인즉·”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허락이 떨어지자 이갑룡과 이을룡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단순한 허락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이종산의 극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종산은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간만에 아들들이 제 몫을 해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국주님 오늘은 딱히 중요한 안건도 없으니 회의 따위일랑 이쯤에서 접고 다 함께 술이나 마시지요? 마침 걱정하셨던 십칠각주도 건강하게 돌아왔고 말입니다·”
손지백이 기회를 틈타 슬그머니 욕심을 드러내 보았다·
뜻밖에도 이종산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럼 그럴까요?”
손지백의 눈동자에 생기가 충만해졌다·
그는 곽석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자신이 시비를 불러다가 이것저것 꼼꼼하게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유지평이 내게 물었다·
“총군사님께 내 편지는 전했는가?”
모두가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보았다·
이들은 지금 내가 무림맹까지 가서 과연 총군사를 만나고 왔는지 아니면 밑의 사람에게 달랑 편지만 전해 주고 왔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는 품속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유지평에게 건넸다·
“총군사님께서 당주님께 전하라셨습니다·”
“직접 뵙고 받아 오셨는가?”
“예·”
“잘했네·”
사람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파랗게 젊은 후기지수가 그 까다롭다는 무림맹 총군사를 직접 만난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때 무림맹의 군사였던 유지평의 편지까지 가지고 간 상황이고 보면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또 다른 봉투를 꺼내 이종산에게도 건네 주었다·
“이게 무엇이냐?”
“맹주님께서 아버지께 전하라셨습니다·”
“맹주님께서?”
“그렇습니다·”
“언제?”
“항주로 떠나오기 전날 밤 저를 부르시더니 호롱불 앞에다 한참을 앉혀 놓으시고는 직접 써 주셨습니다·”
“뭣 맹주님을 뵈었다고?”
“뭣 설산신검을 뵈었다고?”
깜짝 놀라며 끼어든 사람은 곽석산과 손지백이었다·
무림맹주인 설산신검 장초풍은 천하십검의 수좌를 논할 때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일대검호 이들에게는 뇌검 남궁무룡과 동급이었다·
갑작스러운 무림맹주의 등장에 모두가 어리둥절해 했다·
차분했던 방 안의 공기가 살짝 출렁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이따금 들려오는 가운데 이종산과 유지평은 각각 무림맹주와 총군사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편지를 손에서 내려놓았을 때 두 사람의 눈은 왕방울만 하게 커져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나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국주님께서 먼저 말씀하시지요·”
“유 당주가 먼저 하시오·”
“어차피 같은 질문일 듯하니 역시 국주님께서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종산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내게 물었다·
“무림맹이 신물을 무당파로 호송하는 일에 천룡표국의 이름으로 입찰해서 참여했다는 게 사실이더냐?”
“그렇습니다·”
“맹주님과 총군사님도 함께 가셨고?”
“그렇습니다·”
“마교도 삼백의 공격으로부터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을 포함해 마흔여섯 맹도들의 목숨을 구한 것도 사실이고?”
“그렇습니다·”
무림맹 호송단 맹주와 총군사 마교도 삼백····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가공할 단어들에 주변 사람들은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급기야 내가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을 포함해 마흔여섯 맹도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대목에선 다들 그대로 석상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런 낱말의 쪼가리들로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은 놀라서 굳은 와중에도 하나같이 궁금해 미칠 것 같다는 표정들이었다·
“표사는 어디서 구했느냐?”
“남궁소소와 호리독사라는 인물을 급하게 객원표사로 고용했습니다·”
“남궁소소가 거기서 왜 나오느냐?”
“무림맹에 올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도 그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무사하겠지?”
“물론입니다·”
“작게라도 다친 곳은 없고?”
“저와 헤어질 때는 생채기 하나 난 것 없이 깨끗했습니다·”
“너는 대체 어쩌자고 자꾸 남궁소소를 객원표사로 고용하느냐· 그 아이의 신분을 정녕 몰라서 그러는 것이더냐?”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분위기가 묘해졌다·
무림맹의 호송건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웠다는 대목에서 모두 놀랐다가 남궁소소를 객원표사로 써먹었다는 대목에선 화들짝 놀랐다·
같이 놀란 거지만 의미는 크게 달랐다·
전자는 감탄이고 후자는 당혹감이었다·
만약 남궁소소가 곤장 스무대를 맞을 뻔했다는 걸 알면 다들 까무러칠 기세였다·
가만 뇌검이 혹시 그것 때문에?
그때 유지평이 이종산에게 조용히 물었다·
“국주님 혹시 그게 다입니까?”
“다른 일도 있소이까?”
“아무래도 진짜 폭탄은 제 손에 들려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대형 사고를 쳤기에?”
“총군사님께서 제게 보낸 편지엔 천룡표국의 개봉 분타를 세우는 것에 관해 무림맹에서 어떻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말을 하라고····”
장내의 공기가 태풍을 만난 것처럼 출렁였다·
여남은 하남성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에 불과하지만 개봉은 대륙 전역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천년고도였다·
물동량부터 비교가 되지를 않는다·
오죽하면 무림맹이 개봉에 뿌리를 내렸겠나·
심지어 십만 방도를 자랑한다는 개방의 총타마저도 개봉 외곽에 있었다·
이갑룡과 을룡이라고 그걸 왜 모르겠나·
두 사람이 구태여 한참 아래에 위치한 여남에다 분타를 세우려고 한 것은 거대 무림세력들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개봉에는 도저히 칼을 꽂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데 초거대 세력인 무림맹이 그것도 총군사가 직접 나서서 천룡표국의 개봉 분타 세우는 일을 돕겠다고 하니 다들 심장이 철렁할밖에·
“그게 무슨 말이오?”
“그건 제가 아니라 십칠각주에게 하문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더냐?”
이종산이 내게 물었다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착 가라앉아 있었다·
사람들의 눈동자 또한 별처럼 반짝였다·
쥐죽은 듯한 침묵 속에서 내가 천천히 말했다·
“맹도들의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어떤 포상을 원하느냐고 맹주님께서 하문 하셨습니다· 해서 개봉에 천룡표국의 분타를 세울 테니 향후 10년 동안 무림맹에서 남직예성 절강성 복건성으로 보내는 표물은 전량 천룡표국의 개봉 분타를 이용해 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러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
“···!”
“···!”
분타를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한 일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거리가 있어야 어렵게 세운 분타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제대로 뿌리를 내려야 거점의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여남 분타는 그것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개봉 분타는 만들기도 전에 이미 십 년 동안 먹을걸 확보해 놓았다·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들어가는 비용이나 자립도 등으로 미루어도 그렇고 여남 분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인기척과 함께 문이 열리더니 시비들이 귀한 술이며 온갖 산해진미들을 가져다 날랐다·
술과 음식이 각자의 앞에 쌓이고 시비들이 모두 나갈 때까지도 이종산을 포함해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술병이 놓이기 무섭게 다들 꼴깍꼴깍 마셔댔다·
궁금증은 하늘을 치솟지만 이갑룡과 을룡의 입장을 생각해서 대놓고 좋아 하지도 묻지도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것이다· 슬쩍 돌아보니 이갑룡과 을룡의 얼굴은 그야말로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반면 조금 전까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병룡은 오히려 히죽히죽 웃고 있었고·
의도치 않게 내가 두 사람을 패대기친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게 왜 뜬금없이 여남 분타를 들고 와 가지고·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일단 닭다리부터 잡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