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Escort Warrior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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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 곳곳에 고수가 있다(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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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가 되자 흡사 바다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강과 마주하게 되었다·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며 강남과 강북의 경계를 이루는 장강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면양포구는 장강을 건너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칼 찬 무림인들이 맹수의 우리에 백발괴인을 싣고 나타나자 단번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죄인을 호송 중인가?”

“관부의 인물들은 아냐·”

“딱 봐도 무림인들이구먼·”

“누굴 호송하는 거지?”

“백발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얼굴을 뒤덮은 것이 꼭 늙은 원숭이가 우리에 갇혀 있는 것 같군·”

“서 설마 백발노성?”

두소부는 마차를 포구의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까지 끌고 갔다·

쇠창살 우리에 갇힌 자신의 모습이 치욕스러운지 아니면 평소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인지 모르겠으나 백발노성은 눈을 감은 채 가부좌만 틀고 있었다·

“군백 가서 우리가 다 함께 묵을 큰 방이 있는지 알아봐라· 특별한 손님이 있음도 밝히고· 조광 너는 가서 내일 아침 일찍 말과 마차를 실을 배편이 있는지 알아보고·”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소문도 모이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면양포구는 강남의 소문들이 장강을 넘기 위해 모이는 여러 장소들 중 한 곳이었다·

최근 모인 소문들 중엔 얼마 전 황산에서 벌어진 무림맹 후기지수들과 백발노성의 싸움에 관한 것도 있었던 모양이다·

잠깐 사이 버드나무 주변은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중엔 칼 찬 무림인들도 제법 보였다·

사람들은 먼저 후기지수들의 준수한 용모와 협의에 찬사를 보냈다·

찬사는 곧 백발노성을 향한 조롱과 욕설로 바뀌었다·

“사람 죽이기를 밥 먹듯 했다지?”

“사부도 죽인 작자가 남인들 못 죽일까?”

“강서성에선 강간마라는 소문도 있던걸·”

“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이들을 산 채로 잡아다 간을 빼먹었다는 말도 들어 보았네·”

“금수만도 못한 인간이군·”

백발노성이 쇠사슬에 묶여 우리에 갇히지 않았다면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사람들이 온갖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깡!

어디서 날아온 돌멩이 하나가 쇠창살을 때렸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여기저기서 돌멩이들이 툭툭 날아들기 시작했다·

일부는 쇠창살에 맞고 튕겨 나갔지만 일부는 우리 안으로 들어가 백발노성을 맞추었다·

좁은 우리 안에서 피할 도리도 없었지만 무슨 생각에선지 백발노성은 고스란히 돌멩이를 맞고만 있었다·

퍽퍽!

어느새 백발노성의 이마며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일견이 내 곁으로 와서 조용히 물었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

“나서지 마십시오·”

“어째서?”

“벌린 사람이 수습해야죠·”

돌멩이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자 두소부가 마차 앞을 쓰윽 막아섰다·

그러자 돌팔매질이 뚝 그쳤다· 두소부는 사람들을 향해 한차례 포권을 쥐어 보인후 말했다·

“저는 청성파의 제자 두소부라고 합니다· 강서성에서 악명을 떨치던 마두 하나를 잡아 무림맹으로 호송 중이고요·”

“와아아!”

고작 자기소개를 했을 뿐인데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 보니 구경꾼은 어느새 이백여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무림맹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과 백발노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그새 면양포구 전체에 퍼진 것 같았다·

두소부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는 마두를 무림맹까지 안전하게 호송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하여 더 이상의 공격적인 행동은 묵과할 수 없음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그러면서 냉정하고 차가운 눈길로 좌중을 한번 쓸었다·

그 기세에 흠칫 놀란 사람들이 너도나도 들고 있던 돌멩이를 뒤로 감췄다·

뿐만 아니라 먼 길에 지친 후기지수들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며 몇몇 사람들의 주도하에 십 장 밖으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그러다 누군가 불쑥 물었다·

“저 마두는 어떻게 잡은 겁니까?”

돌팔매질도 그랬지만 일단 한 사람이 물꼬를 트자 질문이 쏟아졌다·

이런저런 살이 붙었지만 결국 요점은 하나였다· 저런 마두를 아직은 후기지수에 불과한 당신들이 어떻게 잡을 수 있었느냐?

하지만 두소부는 사람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건 백발노성이 잡혀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일 뿐 자랑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때였다·

“그건 내가 말해주겠소·”

갑작스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쇠창살 우리에 갇혀 있던 백발노성이었다·

두소부가 눈동자를 빛내며 백발노성을 노려보았다·

어리둥절해진 군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백발노성은 입가로 흘러내린 핏물을 혀로 한차례 핥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누구 술 좀 가진 거 없소? 객점 현판을 보니 회가 동해서 견딜 수가 없군· 그렇다고 나를 끌고 가는 놈들이 술을 사줄 것 같지도 않고·”

“여깄소·”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네 명의 사내들이 군중을 헤집고 나왔다·

하나같이 등에 칼을 가로질러 멘 장한들이었다·

세 명은 얼굴에 칼자국까지 선명했는데 아무리 보아도 좋은 무리는 아닌 것 같았다·

그중 한 명이 두소부를 향해 술호리병을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괜찮겠소?”

“물러나시오·”

“단지 술일 뿐이오만·”

“경고하겠소· 물러나시오·”

“저것 보라지·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다니까·”

백발노성이 빽 소리쳤다·

두소부는 사람들의 접근은 막았어도 백발노성의 입까지 막을 도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미 백발노성에게로 쏟아진 사람들의 관심 또한 끊을 수가 없었다·

“애초 황산의 동굴에서 면벽수련 중인 나를 찾아온 자들은 모두 다섯이었소· 누가 명문대파의 제자들 아니랄까봐 대낮에 인기척까지 하며 나타나서는 무기를 쥐라더니 검진을 펼치더군·”

“그래서 어떻게 됐소?”

“어려도 생강이라더니 과연 명문대파의 무공은 무서웠소· 죽을 뻔한 위기를 몇 번이나 넘기며 반나절을 꼬박 싸웠소· 그리고 마침내 둘은 쓰러뜨리고 셋은 거의 쓰러뜨리기 직전까지 갔었지·”

“한데 왜 이렇게 된 거요?”

“독(毒) 때문이오·”

“독?”

“끝을 내기 위해 검진 속으로 조금 무리해서 뛰어들었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며 내공이 흩어지지 않겠소? 알고 보니 사천당문의 산공독(散功毒)에 당한 것이었소· 그토록 조심한다고 했건만·”

“아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아름다운 여자와 독이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독공을 익힌 미녀이고· 물론 여러분이 미녀를 만날 일은 없겠지만 말이오·”

“우우·”

“그건 그렇고 누가 나 좀 구해주지 않겠소?”

패자의 무용담 끝에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나온 말이었다·

사람들은 한순간 백발노성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독과 미녀의 상관관계에 대해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백발노성의 입에서 다음 말이 튀어 나오는 순간 더는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내가 금전 오백 냥을 비처에 숨겨두었는데 무림맹으로 잡혀가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지는 거잖소· 해서 누구든지 저들에게서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오백 냥을 모두 주겠소·”

두소부의 눈이 툭 튀어나왔다· 때마침 객점에서 돌아온 당군백도 배편을 알아보러 갔다가 돌아온 양조광도 그 자리에서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나와 서호삼견도 표정을 굳혔다·

시끌벅적하던 군중은 그야말로 찬물을 흠뻑 뒤집어쓴 것 같았다·

쥐죽은 듯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아까 술호리 병을 가지고 나왔던 사내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그걸 어떻게 믿소?”

“그건····”

“조광!”

두소부가 벼락처럼 외쳤다· 그러자 가까이 있던 양조광이 창살 사이로 양손을 뻗어 백발노성의 혈도를 빠르게 짚었다·

타타타탁!

솜씨와 기세가 예사롭지 않더라니 백발노성은 ‘켁!’하는 단말마와 함께 목부터 뻣뻣하게 굳어서는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 버렸다·

한데 호리병의 사내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이미 마혈을 짚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백발노성에게 또 질문을 했다·

“노인장에게 그만한 돈이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일이 끝난 후 순순히 지불할 거라는 건 무엇으로 보장하겠소?”

전음이다· 백발노성은 마혈을 짚혀 쓰러진 와중에도 전음으로 사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당군백이 각종 집기류를 실은 마차에서 황급히 도롱이를 꺼내 백발노성의 얼굴을 덮었다·

이렇게 하면 상대를 볼 수가 없고 상대를 볼 수가 없으면 특별한 경지가 아니고서는 군중 속에 있는 한 사람을 딱 꼬집어 전음을 나누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모두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과연 마지막 순간 백발노성이 자신의 얘길 전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사내는 만족한 듯 씨익 웃더니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그리고는 일행들과 함께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뭐라고 한 거지?”

“잡아다 물어볼까?”

“이미 늦었습니다·”

“어째서?”

“중요한 건 백발노성에게 금전 오백 냥이라는 돈과 그걸 지불한다는 보장이 있냐는 것입니다· 한데 방금 그 사내가 웃으면서 대답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면 이제 어쩔 셈인가?”

“입장을 정해야겠지요·”

두소부는 물론이거니와 당군백 양조광은 한순간에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놀라긴 군중 역시 마찬가지여서 너나 할 것 없이 할 말을 잃은 채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이제 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백발노성의 목숨을 노리고 찾아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그 몇 배 혹은 몇십 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백발노성을 구하러 몰려올 것이다·

두소부는 세상에 다시 없을 바보짓을 했다· 혈통 좋은 강아지가 늙은 독사를 상대하다 그만 발목을 물려 버린 격이다·

두소부가 서둘러 양조광에게 물었다·

“배편은?”

“말과 마차를 실을 수 있는 배가 한 척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내일 아침 첫배를 예약해 뒀습니다·”

“돈은 달라는대로 줄 테니 지금 당장 배를 띄우자고 해· 군백은 지금부터 사람들의 접근을 모두 막는 한편 무슨 일이 있어도 마차 곁을 떠나지 마라·”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룡 공자와 세 분은 마차를 포구 쪽으로 옮겨 주십시오· 서두르십시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휴식 없이 강행군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싫습니다·”

“예?”

“우린 이쯤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것입니까?”

“그건 오늘 낮에 제가 물었던 말인 것 같습니다만·”

“애초 제가 받은 명령은 대의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마두를 호송하는 무림맹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을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데 애초 대의는 없었고 당신들은 아무리 봐도 용봉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룡 공자!”

“말과 마차는 빌려 드리겠습니다· 말값은 대충 알 것이고 마차 역시 특별 제작한 것으로 아주 비싼 물건이니 잘 쓰시고 가까운 천룡표국의 분타로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나는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하고 돌아섰다· 서호삼견은 그것마저도 않고 나를 따랐다·

버드나무에 묶어둔 말에 올라탄 나와 서호삼견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또각또각 길을 나섰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당군백의 얼굴이 노래졌다·

자신들끼리 몰려드는 무림인들을 상대하며 길까지 찾아 헤맬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한 것이다·

십여 장쯤 나아 갔을 때 일견이 말머리를 붙이며 물었다·

“어딜 가는 건가?”

“항주로 돌아가야죠·”

“객원표사비는?”

“오늘 것까지만 드리겠습니다·”

“자네만 괜찮다면 우린 계속 갈 의향이 있네· 대신 표사비는 좀 올려줘야겠지· 상황이 크게 바뀌었으니까·”

“멍청한 놈들 곁에 있다가 똥 밟습니다·”

“똥은 치우면서 가면 되고·”

“이게 어디 한두 삽에 치워질 똥입니까?”

“무림맹에 소식을 보낼 수만 있다면 별동대가 마중을 나올 것이니 길어야 칠일 정도만 버티면 되네· 칠일 안에 소문이 퍼지면 얼마나 퍼지겠나· 멀리 가도 천 리를 넘지 못할 것이네· 여기에 소문을 듣고 달려오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고작 사오백 리 안에서 찾아오는 무림인들만 상대하면 되지· 그것도 얼마나 올지 모르고· 생각보다 일이 수월할 수도 있네·”

“혹시 호송하는 척하다가 백발노성을 빼돌리실 생각입니까?”

“그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니네·”

“생각을 해봤다고요?”

“생각으로야 자네도 두세 번은 죽였지·”

“정말입니까?”

“솔직히 우리가 그리 좋은 인연으로 만난 건 아니지 않나?”

“한데 왜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셨습니까?”

“자네 하나 죽이자고 표왕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될 순 없으니까· 세상에 그런 밑지는 장사를 왜 해·”

“지금은요?”

“금전 오백 냥이 큰돈이기는 하지만 목숨을 걸고 무림맹과 맞설 만큼 큰돈은 아니지· 우리가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낭인들도 아니고·”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쉽군·”

그때였다· 갑자기 당군백이 앞을 가로막고 나타났다·

힐끗 돌아보니 마차 옆에는 두소부만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당군백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차 곁을 떠나지 말라던 두소부의 명령조차 거역하고 내게로 달려온 것이다·

“팔을 잃은 아이의 이름은 언보보였어요· 언가권으로 유명한 진주언가(普州衰家)의 후예였죠· 팔을 잃은 그날 밤 밤새 고열에 시달리다가 사람들이 잠시 한눈파는 틈을 타 호수에 뛰어들었어요·”

“···!”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어제 아끼는 후배가 팔을 잃었다는 말을 할 때도 이런 얘기는 없었다·

그만큼 힘들게 꺼낸 말일 것이다·

한데 나는 왠지 이것마저도 전부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호수에 몸을 던져 죽으려 했던 이정룡 때문인지 모르겠다·

“혹시 다른 이유도 있습니까?”

“···?”

“그녀가 호수에 몸을 던진 이유 말입니다·”

당군백은 더욱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내 체념을 한 듯 낮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두소부 선배와 언보보는 몇 년 전 서로를 처음 본 후 몰래 좋아해 왔어요· 그러다 최근에 언보보가 무림맹에 파견되어 용봉지회로 들어오면서 다시 만나게 됐죠·”

두소부는 좋아하던 여자가 상실감으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던 원수를 무림맹으로 안전하게 호송해야 하는 임무를 져야 했던 것이다· 황산에서 천룡표국으로 천룡표국에서 다시 이곳으로 오는 동안 백발노성을 호위하면서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룻밤에도 몇 번씩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차라리 백발노성이 직접 여자를 죽였다면 제 손으로 복수를 할 명분이라도 있지·

비통하고 울분에 찬 심정은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하려던 짓과 불순한 의도까지 이해되고 용서되는 건 아니었다·

“지금은 지름길을 잘 알고 있는 정룡 공자와 세 분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

“천룡표국이 왜 무림맹에 입맹을 하지 않았는지 아십니까? 그건 무도(武道) 그 자체가 목적인 무림문파들과 달리 천룡표국은 칼을 수단으로 부를 축적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천룡표국의 칼이 필요하면 돈으로 사십시오·”

“그 말씀은?”

“표물은 백발노성· 내용은 표물을 무림맹까지 호송하는 것· 비용은 금전 이백 냥입니다· 덧붙여 의뢰를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제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금전 이백 냥이라고요?”

“우리 네 사람의 목숨값이 백발노성이 내건 자기 한 사람 목숨값의 절반도 채 안 됩니다· 이걸 비싸다고 말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당군백이 두소부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가 사라지자 일견이 목구멍을 쥐어짰다·

“제정신인가?”

“바람 불 때 돛을 올려야지요·”

“그 정도 돛을 올릴 바람은 아니니 하는 말이지·”

“일단 이렇게 부른 다음 백 냥 정도에서 타협을 볼 겁니다· 처음부터 백 냥을 질렀으면 오십 냥으로 뚝 자르고 들어왔을 겁니다·”

“백 냥도 너무 많네·”

“무림맹의 웬만한 당(堂)보다 힘이 세다는 용봉지회의 조장입니다· 그 정도 결정권은 있을 겁니다· 표물이 지닌 가치와 위험을 생각하면 우리도 그 정도는 받아야 하고요·”

“만약 백 냥을 주겠다고 하면 우리 몫은? 설마 처음 약속했던 은전 열 냥으로 퉁 칠 생각은 아니겠지?”

“은전을 금전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장난치는 건가?”

“앞 숫자는 이(三)로 바꾸고요·”

“삼(三)으로 바꿔주게·”

“그럼 전 고작 열 냥 먹습니다·”

“안그럼 우린 빠지겠네·”

“금방 배우시는군요·”

“이런 건 원래 우리가 전문이네·”

“알겠습니다·”

“딴말하기 없기네·”

“대신 최대한 협조하시는 겁니다·”

“협조나 마나 두소부가 수용을 해야 말이지·”

그때 두소부와 당군백이 대화를 끝내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한데 두소부가 갑자기 나를 향해 공손하게 포권지레를 하는 것이 아닌가·

삼견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거 수락한다는 뜻인 것 같은데요· 이 이백 냥에·”

“···!”

“···!”

“···!”

표행단이 다시 꾸려졌다· 사람은 그대로였지만 명령의 체계와 역학관계가 바뀌었다·

나는 후기지수 세 명과 서호삼견이 지켜보는 앞에서 백발노성이 탄 마차를 말과 분리했다·

그리고 쇠창살 문을 열어 닭도 모두 잡아 양조광에게 잠시 맡겼다·

모두가 의아해하는 사이 나는 마차의 견인목을 잡고 번쩍 들었다· 그런 다음 강가로 쭉쭉 밀고 갔다·

백발노성은 어느새 마혈을 스스로 풀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건가?”

“물속에 처박아 버리려고요·”

마침내 비탈이 나타났고 나는 거침없이 손을 놓았다·

그러자 마차는 돌부리에 걸려 쿵광대면서 빠른 속도로 굴러 내려갔다·

풍덩!

하얀 물보라와 함께 마차가 강물에 처박혔다· 이어 쇠창살의 무게 때문인지 빠른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이런 미친!”

백발노성이 놀라 소리쳤지만 마차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쇠창살 밖으로 내밀어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흔들어 대던 그의 손도 이내 보이지 않았다·

“···!”

“···!”

“···!”

후기지수들과 서호삼견 그리고 아직도 떠나지 않고 주변을 맴돌며 구경하던 군중은 나의 미치광이 같은 행동에 전부 넋이 나가 버렸다·

두소부가 황급히 다가와 물었다·

“어쩌려는 겁니까?”

“귀하가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는 겁니다·”

“그러다 죽으면요?”

“원하던 바가 아닙니까?”

“정룡 공자!”

“물러나 있으십시오·”

반 각쯤 지났을까?

사람들이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마차가 거꾸로 뒤집힌 채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퀴가 보이고 바닥이 보이고 쇠창살이 보이더니 백발노성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헉헉헉!”

알고 보니 백발노성은 천장의 쇠창살 밖으로 두 발을 내밀고 양손으로는 쇠창살을 잡고 조금씩 물속을 걸어 올라왔던 것이다·

다만 손과 발에 묶인 쇠사슬의 길이가 한 자를 넘지 않아 큰 걸음을 떼지 못할 뿐이었다·

그마저도 지쳤는지 비탈에 마차를 걸칠 수만 있게 되자 털썩 주저앉고는 토악질을 해댔다·

“웩! 웩!”

서호삼견이 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이어 눈 깜짝할 사이에 마차를 뒤집고는 다시 비탈길을 끌고 올라왔다·

세 사람이 보여준 신기에 군중 속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 쇠창살 우리에 갇힌 백발노성은 물귀신처럼 축 늘어진 것이 거의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저는 눈치볼 곳이 많은 후기지수들과는 다릅니다· 만약 노인장을 구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제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방금처럼 제가 먼저 죽여 없애버리면 그만입니다·”

“···!”

“제게 이런 최후의 수단이 있다는 걸 명심하시고 앞으로는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 주십시오· 그럼 충분히 알아들으신 걸로 알고 출발 하겠습니다·”

“무식한 새끼!”

나는 집기들을 실은 마차의 바닥에서 철전 한 발을 꺼냈다·

일전에 백백곡의 여자 궁수가 공주를 쏘려다가 나를 맞춘 바로 그 화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살의 끄트머리에 용이 수 놓인 작은 삼각 깃발이 매달려 있었다·

모양은 작아도 대천룡표국의 표행임을 알리는 표기였다·

나는 표기를 백발노성이 갇혀 있는 우리의 한쪽 끝 모서리에 묶었다·

그리고 후기지수들과 서호삼견을 돌아보며 말했다·

“벌써 해가 지고 있습니다· 좀 늦긴 했지만 오늘은 강 건너에서 밤을 보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모두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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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carnated Escort Warrior

Reincarnated Escort Warrior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2
My dream is to become an escort warrior that rides on a cool horse and transports goods. But I’ve got a limp leg and I’m unable to learn decent martial arts. I’ve lived as a porter working odd jobs for the entirety of my life. Until I died because of the mountain bandits that I met during an escort mission. But… ‘I became the fourth young master, Lee Jungryong?!’ When I died and woke up, I was reborn as the Heavenly Dragon Escort Agency’s infamous good-for-nothing youngest son. The weakling, Lee Jungryong, will become the best escort warrior in this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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