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 곳곳에 고수가 있다(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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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인적이 끊어진 숲속 절벽 아래에 모닥불이 피워졌다·
호송단은 커다란 쇠솥이 걸린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흑도와 백도로 나뉘어 앉았다·
나는 그 한 가운데서 열심히 닭죽을 만드는 중이었고·
“슬슬 먹어 볼까나?”
“아직 끓지도 않았습니다·”
“익기 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끓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익습니까?”
“죽은 원래 은근한 불에 익히는 법일세·”
“그것도 한번 끓고 나서요·”
이견이 아까부터 입맛을 다시며 촐싹거렸지만 내가 국자를 들고 있는 한 어림도 없었다·
잠시 후 죽이 끓기 시작하자 나는 조금 더 걸쭉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한 그릇씩 퍼 주되 당군백과 삼견에게는 살짝 많이 퍼주었다·
사람들은 자기 죽그릇과 두 사람의 죽그릇을 비교하느라 잠시 정신이 팔렸다·
그 사이 일부러 가라앉혀 놓은 큰 살코기 두 점을 내 그릇으로 옮기고 다시 멀건 죽으로 덮은 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전생에서 쟁자수로 살던 시절 버릇이 나도 모르는 사이 이렇게 불쑥불쑥 나오곤 한다·
“맛있군· 맛있어·”
“기름기도 좔좔 흐르고요·”
“그런데 고기는 다 어디 갔지?”
“중닭 한 마리를 일곱 명이 나눠 먹는데 누군들 고기 맛을 제대로 보겠습니까? 그냥 기름기로 만족하세요· 그나마 내일부턴 이것도 없습니다·”
내가 고기를 씹어 먹으며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 주었다·
그러자 이견은 후기지수 세 명의 죽그릇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어 뼈 있는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런데 밥해주는 것도 지원에 포함되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견을 향했다· 당사자인 후기지수들은 죽 먹는 것까지 뚝 멈추고 이견을 바라보았다·
“난 단지 궁금해서·”
“아닙니다·”
“아냐?”
“두소부 공자께서 제게 말씀하시길 말과 마차의 관리 표국의 경험을 살려 지름길을 안내하는 것 교대로 번을 서는 것까지만 도와달라셨습니다·”
“한데 왜?”
“뭐가요?”
“왜 우리가 밥을 해주냐는 거지·”
“밥은 저 혼자 한것 같습니다만·”
“그러니까 자네가 왜?”
“다른 사람들은 나뭇가지 열심히 모아왔잖아요· 그게 아니어도 밥 한끼 나눠 먹는데 무슨 이유를 찾고 그러십니까· 같은 호송단끼리·” “같은 호송단이랍시고 아직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사이니까 하는 말이지·”
말 속에 큼지막한 가시가 있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딱 이견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양조광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통성명은 한 걸로 기억합니다만·”
“통성명이야 적과 싸우기 전에도 하는 것이고·”
“하면 다른 인사도 있습니까?”
“처음 만나는 사이의 인사란 모름지기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를 알아보며 다음에 만날 때의 호칭을 정하는 것이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합니까?”
“나이와 배분과 항렬을 따져 호칭을 정하는 것이 백도인들의 방식이 아니었던가? 배분과 항렬까지는 모르겠으나 나이는 확실히 우리가 많은 것 같은데····”
깍듯이 선배 대우를 해달란 말을 어렵게도 한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나는 일단 모른 척했다·
좋든 싫든 앞으로 보름을 함께 먹고 자고 해야 한다·
어떻게든 한번은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견도 그걸 알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고·
한데 양조광도 만만치 않았다·
“흑도의 세계에서는 나이를 떠나 먼저 어깨부터 견주어 보고 누가 더 고수인지를 가린 후에야 비로소 호칭을 정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래서 지금 우리랑 형님 동생을 가리자고?”
순간 모닥불의 불길이 돌풍이라도 만난 것처럼 요동쳤다·
이견과 양조광에게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견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꿀렁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대충 나이로 뭉개서 선배님 소리나 들어 보려다 상대가 생각보다 세게 나오자 살짝 당황한 것이다·
그때였다·
땡그랑!
내가 국자를 쇠솥에 던져 넣는 소리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빗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곳에 받쳐둔 함지박을 가져와 쇠솥에 부었다·
치이익!
뿌연 수증기가 한가득 피어올라 여섯 사람의 얼굴을 집어 삼켰다·
“이렇게 해두면 모닥불이 꺼지지 않는 한 밤새 아무 때고 뜨거운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추위 속에서 번을 서는 사람들에겐 필수지요· 번을 서는 사람들의 몸이 굳지 않아야 다른 사람들도 안전하게 잠들 수 있고요·”
나는 여기 모인 사람들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리해 주었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결국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상대에게 나의 안전을 맡겨야 하는 사이라고·
일견이 미세하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이견에게 더 이상의 도발은 안 된다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그에 맞춰 두소부도 양조광에게 전음을 전하는 눈치였다·
또 그때였다·
“크크크·”
흡사 귀신의 그것 같은 음산한 웃음소리에 나는 머리끝이 쭈뻣 섰다·
범인은 저만치 창살 우리에 갇혀 있는 백발노성이었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백발노성을 노려 보았다·
“항주의 흑도들이라고?”
“그렇습니다만·”
“별호가 무엇이더냐?”
“서호삼절입니다· 저는 둘째이고요·”
“삼견이 아니고?”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내 말이 듣기에는 거슬리나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네 놈은 저 점창산에서 내려온 아이의 오십 초식조차 받아내기가 벅찰 테니까 말이다·”
이거야말로 화가 머리 끝까지 끓어 오를 일이다· 이견이 발끈하며 일어섰다·
“무슨 근거로 그런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시는 겁니까?”
“저 아이의 무공은 내가 겪어 보아서 이미 아는 것이고 네 놈은 보아하니 일류의 문턱에 한발을 걸친 정도겠구나·”
누가 보아도 이견을 도발시켜 싸움을 붙이려는 수작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이견으로서는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부글부글 끓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미 상황이 정리되어버려 웬만해서는 이견과 양조광이 부딪힐 일은 없다·
한데 그래서 더 문제가 되었다· 백발노성은 방금 호송단에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르는 불씨를 심은 것이다·
적어도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새파랗게 어린놈에게 밀린다고 억울해할 것 없다· 내가 보기엔 점창의 제자놈도 십중팔구 자기보다 더 어린 천룡표국의 저 시건방진 표사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현재 대외적으로 나는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 본격적인 무공을 수련한지 고작 몇 달에 불과했다· 이런 내가 십수 년을 용맹정진한 점창파의 양조광을 이길리 만무하다·
적어도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다·
백발노성의 이 한 마디는 앞서 한 말의 신뢰까지 모두 무너뜨려 버렸다·
“허허 참·”
이견은 어처구니없음에 헛웃음을 터뜨렸고 일견과 삼견도 조용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한데 정작 가장 어처구니없어 해야 할 후기지수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들은 백발노성의 말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이걸 믿는다고?’
첫째 날은 서호삼견과 내가 차례로 번을 섰다·
나는 마지막 순서였고 그 바람에 나만 깨어 있는 상태에서 아침을 맞았다·
지난밤 마차 밑에 넣어둔 닭이 알을 세 개나 깠다·
나는 사람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틈을 타 두 개를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삶았다·
이어 한 개는 내가 소금에 찍어 먹고 다른 한 개는 백발노성에게 가져다 주었다·
“무엇이냐?”
“뜨거울 때 드십시오·”
“병 주고 약 주는 것이냐?”
“저는 두 번 말 안 합니다·”
철거렁·
백발노성이 쇠사슬 때문에 고작 한 자의 자유밖에 허락되지 않는 손을 뻗어 계란을 받아 쥐었다·
“드시고 나면 닭 다시 넣겠습니다·”
“허락하겠다·”
“통보하는 겁니다·”
“보법이 예사롭지 않더구나·”
일침을 놓고 돌아서려는 내게 백발노성이 한 말이었다·
나는 얼른 사람들 쪽을 돌아 보았다· 절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모닥불의 온기에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따금 말에서 내려 걸을 때마다 표나지 않게 보법을 수련하더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 눈을 속일 순 없지·”
“혹시 그것 때문에 제가 양조광을 이길 거라고 하신 겁니까?”
“좋은 보법 하나 익혔다고 점창이 만만해 보이더냐? 천하의 사일검법(射旧劍法)이 탄생한 곳이다· 사일검법이 무림 일절로 불린 것은 탄현신법(彈結身法)이라는 가공할 신법이 있었기 때문이고·”
“하면 왜?”
“네 놈의 단전에 들어차 있는 공력 때문이다· 고작 약관을 넘긴 놈이 육십 년의 공력이라니· 아무래도 하늘이 네게 천고의 기연이라도 내렸던 모양이지?”
놀랄 노자였다· 보법은 그렇다고 쳐도 격기를 통해 기운을 흘려보내 본 것도 아닌데 내 단전은 무슨 수로 들여다보았단 말인가· 영문은 알 수 없으나 나는 어젯밤 후기지수들이 백발노성의 말을 흘려듣지 못 했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이 노인에게 보통의 무림고수들에게는 없는 무언가 비상한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후기지수들은 그걸 알고 있었고·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생각을 버려라·”
“뭐라고요?”
“생각이 많으면 발도 어지러운 법이다·”
“제가 어떤 보법을 익힌 줄 알고요·”
“어떤 보법이든 마찬가지다· 무릇 보법이란 호랑이가 사슴을 사냥하듯 거침이 없어야 하고 원숭이가 제 사는 고목을 타고 오르내리듯 빠르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러려면 법과 식을 계산하려는 머릿속의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원론적인 얘기를 매우 그럴 듯하게 하시는군요·”
“허세 부리지 마라· 깜짝 놀란 거 다 알고 있다·”
“이런 말을 왜 해주시는 겁니까?”
“계란 값이다·”
“먹을만한가 보군요·”
“어제부터 굶었으니까·”
“그러게 처음부터 고분고분했으면 좋잖습니까· 쓸데없이 손해도 안 보시고요·”
“천만에· 손해를 본 건 네 놈이다· 만약 네 놈이 내게 닭을 고아다 바쳤다면 보법에 대한 조언 정도로 끝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
***
첫날의 경험 때문인지 둘째 날부터는 노숙할 시간과 장소를 자연스럽게 내가 정하게 되었다·
물론 두소부에게 묻고 허락을 구하는 절차는 거쳐야 했다·
내 판단은 언제나 정확했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이 길에는 오랜 세월 표사와 쟁자수들이 정해놓은 최적의 지점들이 있었다·
나는 단지 때가 되면 그곳들을 찾아갔을 뿐이었다·
신뢰가 점점 쌓이자 이제는 낮에 쉬는 시간과 장소를 결정할 때에도 모두가 내 입만 바라보았다·
사흘째 되는 날 우리는 장강을 이십 리 정도 앞두고 있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세 명의 후기지수들은 선두에서 마차를 막아서듯 길을 잡았다·
정작 길 안내를 하기로 했던 나는 서호삼견과 함께 제일 뒤쪽에서 따랐다·
상관없다· 아침에 출발할 때 오늘 가야할 길을 두소부에게 미리 대충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한데 오후가 되자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갈림길이 나타났을 때 두소보가 내가 말한 것과 다른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랴!”
나는 말을 달려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두소부와 나란히 하게 되었을 때 말했다·
“길을 잘 못 들었습니다·”
“···?”
“이 길로 가면 면양(河陽)이라는 포구 마을이 나타납니다· 객점이 다섯 개나 들어섰을 정도로 번성한 곳이죠· 많은 사람의 눈에 띌 것입니다·”
“대신 조금 더 빠른 길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면양포구는 무림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나는 두소부가 일부러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데 그 이유가 절대 지름길이어서는 아니다·
“방심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무슨 뜻입니까?”
“백발노성이 제아무리 흑백 양쪽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인사라고 해도 그를 따르는 무리가 전혀 없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전생에서 나는 무림인이 아니었고 강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아는 것도 아니었다·
백발노성이 호송 중에 도망갔다는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도망갔는지는 알지 못 했다·
“그래서 지난 사흘간 우리가 은밀한 여정을 했나요? 오고 가는 적지 않은 사람들과 마주친 것으로 압니다만·”
“마흔일곱 명이었습니다· 절반은 인근 마을의 농부들이었고 나머지는 타표국의 표사와 상인들 그리고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는 나그네들이었습니다·”
내가 사람들의 숫자와 면면까지 살피고 있었는 줄은 몰랐는지 두소부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달라질 것 없습니다·”
“혹시 객점에도 들를 생각입니까?”
“못 들를 이유도 없습니다·”
자신들이 악명 높은 마두를 사로잡았다고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려는 걸까?
백발노성의 명성을 생각하면 금방 소문이 퍼지고 이들은 크게 명성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사흘간 지켜본 두소부는 그 정도로 그릇이 작지는 않았다·
양조광과 당군백도 동료가 두 명이나 부상을 당해 공석인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공을 가로챌 위인들이 아니었다·
그런 자들이 청성과 점창과 당문의 제자일 리 없다·
그런 자들이 무림맹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일 리도 없다·
그렇다면 이유는 한 가지 밖에 없다·
“백발노성에게 모욕감을 주고 싶은 겁니까?”
“그에겐 이미 명예가 없습니다·”
“아니면 차도살인을 하려는 것이거나요·”
“···!”
강호에 알려지기로 백발노성에겐 따르는 무리가 없다·
반면에 그에게 당해 불구가 되거나 가까운 사람을 잃은 이는 많다·
그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림맹으로 끌려가는 백발노성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백발노성이 무공을 쓸 수없는 틈을 이용해 무림맹에 도착하기 전에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 들것이다·
최소한 무림맹에서는 관부와 달리 생포된 사람을 죽이는 법은 없으니까·
내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두소부는 지금 백발노성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두소부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동그래졌다· 여태껏 본 중에서 가장 놀라고 당황한 모습이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양조광과 당군백도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제가 정곡을 찌른 모양이군요·”
“정룡 공자는 약속대로 지원만 하시면 됩니다· 하면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명문대파의 후기지수들답지 않습니다·”
“우리다운 게 어떤 겁니까? 싸움에 임해서는 언제나 기수식부터 펼치고 적이 내상을 입으면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싸우는 것이 우리다운 모습입니까?”
“···?”
“섣부른 조언은 사양하겠습니다·”
“황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대답은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양조광에게서 나왔다·
“함께 갔던 후배가 한쪽 팔을 잃었습니다· 고작 스물세 살밖에 안된 예쁜 후배였지요· 용봉지회에 들어오는 것이 평생의 꿈이어서 하루하루가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던·”
예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여자인 모양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두소부는 그 여자 후배가 팔을 잃은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당군백과 양조광 역시 같은 채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고·
나는 두소부가 천룡표국을 찾아왔을 때 감히 표왕 앞에서 무림맹주의 동패까지 내밀며 명령권을 고집했던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그는 나나 삼형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공을 빼앗길까봐 걱정했던 것이 아니었다·
천룡표국이 백발노성을 무사히 무림맹까지 호송할까봐 우려했던 것이다·
덧붙여 무림초출인 내가 지원조를 이끌게 되었다고 했을 때 전혀 불만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이건 말릴 수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