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같은 편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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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표국에서 향시 급제자가 둘이나 나왔대!”
“삼공자와 사공자가 나란히 급제를 했다더군·”
“삼공자는 무려 장원급제라던데?”
“무슨 소리· 장원급제는 사공자야·”
“사공자라면····”
“얼마 전 호수에 뛰어들었다던····”
“그 호구등신 반푼이가···?”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천룡표국은 이병룡의 급제를 축하해주러 오는 무림인들 특히 젊은 후기지수들로 종일 붐볐다·
한바탕 무림인들이 휩쓸고 간 다음엔 유생들이 찾아왔다· 예당서원의 유생들과 그곳 출신의 사대부와 벼슬아치들이 동문의 급제를 축하하기 위해 온 것이다·
예당서원은 이갑룡을 비롯해 을룡 병룡이 내리 수학했던 항주 최고의 사학명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몸을 빌린 이정룡 역시도 예당서원 출신이었다· 한데도 장원급제를 한 내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정말 단 한 명도·
“민망하지도 않으신가· 장원급제를 한 동생도 이렇게 자중하고 있는데 고작 턱걸이로 급제하시고 저리 손님을 맞으시니· 나 같으면 ‘방문거절’이라고 크게 써 붙여 놓겠구만· 무슨 꿍꿍이신지 이해할 수가 없네·”
회랑에 걸터앉아 말벌 다섯 마리를 허공에 띄워 놓고 씨름하고 있던 내게 장삼이 위로랍시고 해준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능력을 기본으로 안력을 수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며칠간 틈날 때마다 연습한 결과 이능력에는 몇 가지 중요한 규칙이 있었다·
“7년 전 서책을 손에서 놓으시면서 서원에까지 발길을 끊은 게 화근입니다· 가끔씩 얼굴도 비추고 후학들 밥도 사주고 했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첫 번째 초긴장 상태가 되면 자동으로 능력이 발동된다는 것· 두 번째 길어야 열 호흡 정도만 능력이 유지된다는 것· 그래서 이어가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것· 세 번째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큼 내 손발 또한 느려진다는 것·
“하나도 부러울 거 없습니다· 저거 다 헛인맥입니다· 삼공자님의 친모이신 청양 부인께서는 벌써 10년째 예당서원에 종이와 붓과 벼루를 지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다 그것 때문에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상대의 손과 발이 날아오는 궤적을 보고 두 배나 빠른 속도로 생각하여 대비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전부였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상대를 꺾고 압도하려면 손발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만들어 줄 무공을 필수로 익혀야 했다·
“정 그리 씁쓸하시면 오늘만 특별히 봐 드릴 테니 유흥가로 한번 나가 보시겠습니까? 장담컨대 기녀들이며 칼잡이들이며 노름방 주먹잡이들까지 한 천 명은 몰려와 공자님의 장원급제를 축하해줄 겁니다· 그동안 그 인간들이 공자님한테서 뽑아 먹은 게 얼만데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표사들 수련할 때 쓰는 모래주머니나 몇 개 훔쳐 와· 가죽으로 만들어 튼튼한 걸로다가·”
“모래주머니는 어따 쓰시려고요?”
이능력만으로는 살 수 없다· 표사가 되면 표행을 나가야 하고 표행은 체력과의 싸움이다· 시간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근력과 지구력을 길러놔야 한다·
“그거 차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게·”
“예에?”
“네 것도 같이 갖고 와·”
이병룡이 그의 처소에서 손님들을 맞는 동안 나는 모래주머니를 손발에 차고 죽으라 산을 뛰어다녔다·
닷새째 되던 날 나는 각패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삼과 함께 관아로 갔다·
거인임을 증명하는 각패와 함께 최고급 비단 오십 필 그리고 노인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비단 오십 필을 포목점에 팔아 치워 버렸다·
대가로 받은 은전 스무 냥을 튼튼한 전낭에 담아 항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신나게 써 제꼈다·
비싼 음식도 사 먹고 갖고 싶은 물건도 사고· 장삼과 함께 둘만의 축하연을 한 것이다·
땡그랑!
깨진 솥단지에 돈이 떨어지자 감나무 그늘에서 자고 있던 거지가 움찔 놀라며 잠깐 눈을 떴다·
하지만 길게 하품을 하고는 다시 돌아누워 잠을 청했다·
“거지한테 뭘 은전까지 주고 그러십니까? 정 불쌍하면 동전이나 몇 개 던져 주고 마시지·”
은전이라는 말에 거지가 벌떡 일어나 솥단지 안의 은전을 집어 들었다·
“표행을 앞둔 쟁자수들이 흔히 하는 의식이야· 혹시나 낙상이나 칼에 맞아 죽을 운수가 있으면 저 거지가 모두 가져가고 나는 안전하게 돌아오게 해 달라는 기원이 담겨 있지· 물론 쟁자수들은 동전을 주지만 난 이제 표사니까·”
은전을 입에 넣고 살짝 깨물던 거지가 떨떠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표행을 나가시려고요?”
“당연하지·”
“회시는 안 보시고요?”
“회시는 한 달 후에 있어· 그때까지 놀아?”
“계산이 어떻게 그리됩니까? 그러니까 더 피똥을 싸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공부하셔야죠· 고작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네 말대로 고작 한 달 더 바짝 쫀다고 해서 될 것 같으면 뭐하러 10년씩 공부를 하겠어· 안 그래?”
“공자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장원급제자의 위엄인가?”
“그나저나 당장 오늘 저녁에 있을 배표식(配鏢式)에 참석해야 하는데 무슨 수로 거길 들어간다····”
배표식이란 낮 동안 의뢰가 들어온 표물들을 장궤들이 종류 행선지 중요도 등을 따져 나누어 두었다가 저녁이 되어 각 당(堂)과 각(閣)의 표두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표행을 맡느냐에 따라 수익과 안전이 직결되기 때문에 표두들은 서로 좋은 표행을 따내려고 혈안이 된다·
한데 이 배표식에는 표두급 이상의 간부들만 참석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을 두었다·
“국주님께 그냥 좀 참관하게 해달라면 안 됩니까? 향시에 장원급제씩이나 했는데 그 정도 청은 들어줄 것 같습니다만·”
“너처럼 피똥 싸며 회시 준비는 않고 무슨 엉뚱한 생각이냐며 진노하시지 않겠어? 어쩌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날 서고에 가둬놓고 호위무사들로 하여금 지키게 하실지도 모르지·”
“엇! 그러고 보니 어젯밤 국주님께서 전당에 일러 표왕부의 서고를 깨끗이 청소하고 대황촉도 밝은 놈으로 몇 개 더 갖다 놓으라고 하셨답니다· 공자님들께서 공부를 하시다 막히면 밤늦게라도 찾아올지 모른다시면서요·”
“그것 보라지·”
“어차피 표행을 하실 거면 말씀을 한번은 드려야 하잖아요· 그건 뚫고 나갈 자신이 있으시고요?”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되는 거고·”
“확실히 딴사람이 되셨군요· 예전엔 국주님께서 뭐라고 한마디만 하셔도 호랑이에게 물려간 염소처럼 벌벌 떠시더니····”
“너도 한번 죽었다가 살아나 봐· 세상에 무서운 게 있나·”
“사양하겠습니다· 그러다 진짜 죽으면 저만 손해게요· 한데 꼭 배표식에 참석해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걸 못 본다고 표행까지 못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도 오늘 당장·”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오늘 밤 배표식을 하는 도중에 엄청난 의뢰가 하나 들어온다· 출발은 멀지도 않은 내일 아침이다·
한데 그 표행을 하던 표사와 쟁자수 십수 명이 갑자기 나타난 무림고수에게 몰살 당하고 표물은 전부 잃게 된다·
인명에 표물에 말과 마차에 천룡표국은 엄청난 손실을 본다·
그 일로 국주와 총표두는 별동대를 이끌고 흉수를 찾아 대륙을 이 잡듯이 뒤진 끝에 복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한번 죽은 사람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나와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다·
나를 손가락질하고 멸시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동료로 인정해 주고 도와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 중에는 발바닥에 종기가 난 나를 대신해 간 신입 쟁자수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꼭 살리고 싶었다· 그러려면 반드시 배표식에 참석해 의뢰 자체를 거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
천룡표국으로 돌아오니 표물을 실은 마차들이 바쁘게 들고 나는 중이었다·
그 사이에서 한 사람이 목을 쭉 빼고는 안쪽을 조심스럽게 기웃거리고 있었다·
후줄근한 차림에 서책 몇 권을 품고 콧잔등에는 콩자반만 한 점을 박은 그는 며칠 전 관아에서 만난 바로 그 유생이었다· 물론 실제로는 다른 인물이지만·
주변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서인지 내가 등 뒤로 다가가도록 그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엑!”
“깜짝이야!”
진짜로 놀란 모양이다· 그녀가 동그래진 눈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이게 다 숨기는 게 있어서 그런 거다·
“여기서 뭐 하시오?”
“누구시더라···?”
하 요것 봐라· 백선반점에서 나랑 그렇게 논쟁을 해놓고 이제 와서 모른 척하네· 나는 순순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럼·”
“아 그때 그 유생이시군요·”
“누구시더라···?”
“그때 고사장에서 붓을 빌려 간···”
“글쎄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소· 한데 내가 아는 그 유생은 왼쪽 콧잔등에 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귀하는 오른쪽 콧잔등에 있소만····”
“그 그럴 리가요· 잘 못 보셨겠지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귀하가 그때 그 유생이 맞고 자고 일어날 때마다 점이 파리처럼 콧잔등을 타고 이쪽저쪽으로 넘어 다니는 게 아니라면 말이오· 한데 여긴 어쩐 일이시오?”
“이번 향시에서 장원급제를 한 천재 유생이 바로 이곳 천룡표국의 사공자라고 하더군요· 때마침 지나가는 길에 잠시 기웃거려 본 것입니다· 한데 귀하는 여기 어쩐 일인가요?”
“그 이정룡 공자가 바로 이 분이십니다·”
장삼이 물색 모르고 불쑥 끼어들었다· 남궁소소는 일부러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헛! 정말입니까?”
뭐지? 진짜 나를 만나러 온 건가? 저 모습을 하고? 뭐 때문에?
“아아 축하드립니다· 내가 항주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유생이 향시의 장원급제자라니· 정말 영광입니다·”
“우리가 아는 사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나?”
“전 풍진양이라고 합니다· 귀하는 천룡표국의 사공자 이정룡이시지요? 이제 아는 사이가 되었군요· 하하하·”
제아무리 완벽하게 역용을 했어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 만들어지는 그 특유의 예쁜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본인은 아마도 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때가 되면 알려주어야겠다·
“하면 계속 갈 길 가시오·”
“잠깐만요·”
“음?”
“함께 국밥 먹으러 가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웬 국밥?”
“그때 약속 했었잖습니까· 귀하가 잘 아는 국밥 가게가 있는데 다시 만나면 함께 먹으러 가자고· 지금은 어떠신가요?”
이 정도면 나를 만나러 온 게 확실하다· 내가 이정룡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 머릿속 나이는 쉰두 살이다·
그에 반해 남궁소소는 많아야 스물대여섯· 무슨 속셈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애랑 놀아줄 시간이 없다· 얼른 표국으로 들어가 곧 있을 배표식에 참석할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국밥이 아니라 국수요·”
“아 국수·”
“한데 오늘은 내가 좀 바빠서·”
“제가 사겠습니다·”
“다음에 합시다·”
“반나절이나 기다렸습니다·”
“방금은 지나가는 길이라더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원급제한 비법을 알고 싶습니다·”
이건 그때 백선반점에서 다 말해줬는데 뭘 더 원하는 거지? 아예 팔고문을 써 달라는 거야 뭐야?
“듣자 하니 심사관 전원이 만장일치로 귀하의 답문을 장원으로 꼽았다고 하더군요· 무언가 남들은 보지 못하는 시각과 통찰이 있을 듯한데 그걸 꼭 좀··· 배우고 싶습니다·”
무림인 누군가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다’라고 할 때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남궁소소는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있었다·
“타지 사람이라 날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난 항주에서 소문난 반푼이오· 장원급제를 한 건 순전히 운이고·”
“정확하게는 ‘호구등신 반푼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향시에 장원급제를 함으로써 귀하는 사람들이 했던 그 모든 말들을 전부 헛소리로 만들어 버렸죠·”
별말도 아닌 것 같은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전생에서도 나는 절룩거리는 발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다·
특히 천룡표국으로 들어왔을 때 모두가 다리 병신이 어떻게 쟁자수를 하겠냐며 비웃었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장기들을 살려 정상인들보다 훨씬 잘 해냈고 사람들이 내게 했던 그 수많은 비웃음들을 헛소리로 만들어 버렸다·
“왜 그렇게 과거시험에 목을 매는 것이오? 옷차림은 남루해도 피부가 뽀얗고 혈색이 좋은 걸 보면 끼니때마다 고기가 안 떨어지는 집에서 나고 자란 것 같은데 출세를 원한다면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소·”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고 해두죠· 이러면 공감이 잘 안 될까요?”
공감도 되고 기억도 났다· 전생에서 남궁소소를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특히 뭐든 시작하면 끝장을 보기 전에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괴벽이 있다는 말도 들은 것 같다·
“백번 양보해서 내게 남다른 식견과 통찰이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걸 국수 한 그릇 나눠 먹는 동안에 가르쳐 줄 수는 없는 노릇····”
한참 말을 하는 중인데 어디선가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무더기로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만치 골목 어귀에서 이종산이 총표두 곽석산을 포함해 호위무사들을 잔뜩 거느린 채 오고 있었다·
어딘가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순간 나는 배표식에 참석할 방법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먹읍시다· 국수·”
“정말인가요?”
“대신 조건이 있소·”
“뭐죠?”
“아는지 모르겠지만 저기 오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의 아버지요· 그가 귀하에 대해 내게 물을텐데 그때 딱 세 가지만 명심하시오· 나와는 향시를 치르다가 알게 된 사이고 빌려준 서책을 돌려주러 왔으며 내게 표국의 배표식을 구경시켜 달라고 했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했다는 것· 그것만 부인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소?”
“뭘 알아서 하겠다는 건가요?”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소· 만약 귀하의 도움으로 내가 배표식에 참석하게 된다면 조만간 시간을 내어 함께 국수를 먹도록 합시다· 비법까지는 아니지만 내 성심성의껏 귀하의 질문에 답해드리겠소·”
잠깐 사이에도 이종산은 절반 이상 가까워졌다· 남궁소소는 나와 이종산을 번갈아 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저보다 더 급한 사정이 생기신 것 같군요· 이러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요·”
“뭐가 말이오?”
“국수 몇 그릇까지 사줄 수 있죠?”
몇 번까지 만나주겠냐는 뜻이다· 그것도 내가 사는 걸로 해서·
“지금 실랑이 할 시간 없소·”
“그러면 더 서둘러야겠군요·”
당했다· 일단 목전의 일부터 처리하자·
“세 그릇·”
“열 그릇·”
“연인들도 그렇게는 안 만날 것이오·”
“천하의 천룡표국국주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아무리 작은 거짓말이라고 해도 저 같은 겁쟁이 유생에게 그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지요·”
“다섯 그릇·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마시오·”
“좋아요·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아홉 그릇·”
“그게 어째서 귀하가 양보한 거요?”
“할래요? 말래요?”
“휴우· 알았소·”
남궁소소가 한 손을 척 내밀었다·
“이게 뭐요?”
“저처럼 손을 내밀어 보세요·”
내가 똑같이 하자 그녀가 갑자기 내 손바닥과 자신의 손바닥이 서로 맞닿게 잡고는 아래위로 흔들어댔다·
“악수라고 동쪽 포구를 드나드는 양이(洋夷)들은 으르렁거리며 싸우다가도 합의에 이르면 이렇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흔드는 것으로 화해를 한다더군요·”
“별 괴상한 풍습도 다 있군·”
“제가 원래 신기하고 이상한 것에 관심이 많아서요· 사람도 물건도· 그래서 말인데 배표식이 뭔가요? 밥 같은 걸 나눠주는 겁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