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e: Life Player] Chapter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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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프 플레이어 (946)

인천항 신국제여객부두·

선착장에 내린 세 명의 남녀는 이국의 경치를 눈에 담았다·

“여기가···· 한국이란 곳이군요· 더 자세히 둘러봐야 알겠지만 일단 치안은 양호한 것 같네요·”

“이 나라에 흑색던전을 공략한 플레이어들이 있다라···· 도대체 어떤 이들일지 궁금하군· 특히 판도라 클랜 로드라고 했던가 공략을 주도한 사람이? 이름이 분명····”

“노은하요· 십이좌 필두이기도 하다죠·”

“그래 노은하· 어떻게 생겼을지 얼굴이 꼭 보고 싶네· 기대되는걸?”

바닷바람에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란 머리칼을 정리하는 여성·

반대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시원하게 바람을 맞는 남성·

두 사람이 감상을 꺼내며 말을 주고받았다·

그때·

“여러분·”

새하얀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칼을 길게 기른 남성·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그가 주의를 돌렸다·

“대화는 가면서 나누도록 하고 얼른 움직이기로 하죠· 늦어서 괜히 더 밉보일 수는 없잖아요? 안 그래도 곤란할 텐데·”

“····”

남자가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러나 목소리에서는 은연중 이의는 허락지 않겠다는 듯한 단호함이 묻어났다·

“네 그래요·”

“그러지 뭐·”

두 남녀는 거스르지 않았다·

애초 남자의 의견에 동의할뿐더러 그의 실력과 성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척을 져서 좋을 것은 없었다·

“그럼 늦기 전에 선녀를···· 아니 선녀님을 만나러 갑시다·”

남자의 눈꼬리가 둥글게 휜다·

이내 그가 길을 앞장서고 두 남녀가 뒤를 따랐다·

* * *

조금 있으면 한-이 회담이 시작된다·

그런데도····

“여기 의자가 편해서 좋네· 오래 앉아 있어도 되겠어·”

“····”

회담장으로는 향하지 않은 채·

임가을은 휴게실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동행으로 온 하백련은 조심스레 우려를 표했다·

“선녀님 슬슬 회담 시간인데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늦으면 저쪽에서 뭐라 할 텐데····”

“뭐라 할 거면 하라지·”

“네? 하지만····”

“애초 실무는 담당자들 몫이니 우리가 가든 말든 상관없잖니? 우리는 트레디치들이나 상대해야지·”

“····”

지금 그 트레디치들을 만나러 가야 되지 않냐고 묻는 건데요····

하백련은 말을 망설였다·

그러자 옆에서 보다 못한 은하가 참견에 나섰다·

“그러니까 지금 그놈들을 보러 가야 할 시간 아니에요?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겠어요?”

“네·”

답변은 송윤서에게서 들려왔다·

임가을처럼 여유를 부리던 중인 그녀가 말했다·

“저번 회담에서 그치들이 아주 무례하게 굴었다면서요? 그런데도 저희가 예의를 차리고 재깍 맞춰 나갔다가는 얕잡아 볼 여지가 있지 않겠어요?”

“절대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국가의 위신이 걸린 일인데·”

흥 하는 소리를 내며·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임가을이 코웃음을 쳤다·

송윤서는 냉큼 동의했다·

“맞아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일부러 늦게 나가는 게 낮죠· 비록 욕은 먹을지언정····”

“자칫 회담이 무산된다더라도 딱히 아쉬울 것도 없고···· 기껏해야 지중해에서 채굴되는 마나 합금을 얻을 수 없다는 정도일까요?”

“지중해의 마나 합금도 좋지만 남해의 마나 합금으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는 경기 북부나 〈심연의 던전〉 인근 지역도 있고요·”

“그러니 지은 죄를 곱씹으며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도 돼요· 아마 그쪽도 예상하고 있을걸요? 우리는 적당히 늦게 움직이죠·”

“····”

그런 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정답게 떠드는 송윤서와 임가을·

은하는 죽이 잘 맞는 그녀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임가을이 두 명이네···· 하긴 회귀 전에도 저런 사람이었지· 그래서 백련이가 의지하면서도 깐깐한 성격에 시달리고는 했었는데····’

‘제발 아니기만을 바랐는데···· 〈별헤는 마녀〉 님도 선녀님 과야···· 으으 나 어떡해····’

하백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하간 두 사람은 납득했다·

“알겠어요· 그럼 늦게 들어가죠· 그리고····”

“····”

“이왕 비호감으로 나갈 거라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임가을 송윤서 하백련의 시선이 모이는 가운데·

은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어떻게냐면요····”

“····”

그리고 자세한 방법을 듣고·

“호오 정말 좋은 생각인데요? 과연 판도라 클랜 로드답네요·”

“저다운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임가을은 환희했다·

* * *

임가을의 계획대로·

은하 일행은 약속 시간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트레디치들을 찾았다·

“미안해요· 저희가 많이 늦었죠? 중간에 일이 생겨서요· 하지만···· 이해를 바라도 되겠죠?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요·”

“····”

전직 여배우로 일했던 경험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듯 임가을은 제 속내를 감추며 능청스레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항의는 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은연중 드러냈다·

그 심중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아닙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중간에 일이 생길 수도 있지요· 선녀님은 바쁜 분이시니까요·”

오랜 기다림에 불쾌했을 만도 하건만·

트레디치들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흐음····”

임가을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아마도 사전에 한국의 대응을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리라·

그녀는 덤덤히 넘겨짚었다·

‘일단 저번처럼 행패를 부릴 의도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네· 그만큼 우리한테 얻을 게 있다는 건가?’

빠르게 판단을 마친 임가을은 웃는 얼굴을 가장했다·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이러면 따로 통역이 필요 없겠는걸요?”

“성당에 있다 보면 한국인들을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한국말은 그때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 말고 여기 있는 이들도 할 줄 압니다·”

“와아 그런가요? 대단하네요· 나름 신경을 써 준 모양이에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분들로 온 것을 보면·”

“그만큼 저희가 한국과 우호적으로 지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마음은 기쁘네요·”

그렇게·

임가을은 거리를 두려 하고 상대는 거리를 좁히려 하는 대화가 이어진 후·

은하 일행과 트레디치들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당신이 그 유명한 〈군주〉라고? 보고 싶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피에트로 베라티라고 해!”

이마를 드러내는 헤어스타일에 자유분방하게 생긴 남성·

“죄송합니다· 피에트로 플레이어가 한국어로 존대 표현에는 서툴러서···· 절대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잘 감시할게요· 저는 나디아 루도비시입니다·”

앞서 소개한 남성을 두둔하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여성·

마지막으로·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사절단 대표로 온 로베르토 에스테가라고 합니다·”

고결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는 노랗고 긴 머리칼을 지닌 남성·

자신을 로베르토 에스테가라고 밝힌 그의 소개에 송윤서는 일행에게만 들리게 나직이 감탄했다·

“미남이네요· 생각지 못하게 눈 호강 좀 하겠어요· 좋네·”

“····”

임가을 또한 동의한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와아 잘생겼다····”

“···뭐?”

하백련도 중얼거렸다·

은하는 옆에서 들린 소리에 순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잘생기기는 무슨···· 저렇게 여자같이 생긴 녀석이 뭐가 좋다고····’

사실 은하가 보았을 때도 객관적으로 잘생긴 남자이기는 했다·

하백련의 감상이 이해는 됐다·

그런데도·

‘얘가 남자 보는 눈이 없어서 나중에 어떡하려고·’

은하는 괜스레 기분이 상했다·

어째서인지 배신감도 들었다·

“백련아·”

“네?”

안 되겠다·

사실상 하백련의 보호자로서 그녀를 위해 조언해 놔야겠다·

은하는 슬쩍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얼굴만 보려고 하지 마· 얼굴이 다는 아니니까·”

“네?”

“그리고 내 경험으로는···· 저런 놈들이 더 위험했거든· 조심하도록 해·”

“····”

진지한 어조로 귓속말을 건네는 노은하·

하백련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오빠 혹시 지금 질····”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반쯤 당황하고 흥분한 나머지 무심결에 입을 움직이던 하백련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뒷말을 삼켰다·

“왜? 지금 뭐?”

“····”

은하는 의아해했다·

하백련은 피식 얼버무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그냥 잘생겼다고 말한 거지 다른 의미는 전혀 없었으니까 괜히 오해하지 말아요· 애초····”

“애초?”

“저는 오빠가 더 멋지고 잘생겼다고 생각하는걸요?”

“····”

굳이 따지자면····

저는 오빠가 더 위험한 사람인 것 같은데요?

결혼한 사람이 네 명이나 있고·

하백련은 작게 키득거렸다·

* * *

대화 진행은 편하게 임가을 송윤서에게 맡기기로 하며·

은하는 조용히 맞은편에 앉은 트레디치들을 살폈다·

‘〈심해의 던전〉 공략 일지를 회귀 전에 달달 외웠었다지만 피에트로와 나디아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어· 당연히 트레디치도 아니었고·’

즉 두 사람은 회귀 전에는 모종의 이유로 목숨을 잃어 세상에 살아 있지 않았거나 단순히 〈심해의 던전〉 공략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아무래도 자신이 미래를 바꿔 그들의 운명을 바꾼 게 아닐까·

은하는 추측했다·

‘나한테 고마워해야겠네· 원래라면 마이론 패밀리가 득세한 탓에 트레디치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놈들에게 제거됐을 수도 있으니까·’

기억에 따르면 회귀 전에 트레디치에는 마이론 패밀리의 인원이 여섯 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삶의 트레디치에는 마이론 패밀리의 인원이 없었으며 구성원 비중이 한 패밀리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지 않았다·

‘그래도 발렌타인 패밀리가 조금 더 우세한 편이라지? 옛날에 브루노 아저씨랑 줄리에타 누나가 적을 두었다던····’

이내 은하는 관심을 돌렸다·

로베르토를 응시한다·

‘그나마 이쪽은 아는 이름이야· 에스테가 패밀리 보스의 후계자 로베르토 에스테가· 이명이···· 한국어로 〈광휘(光輝)의 기사〉라고 했던가?’

회귀 전에는 〈다이아몬드 피스트〉라 불리며 마이론 패밀리의 성을 사용했던 어베니어 마이론·

로베르토 에스테가는 그와 함께 〈심해의 던전〉 공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나아가·

‘공략에 최다 공헌한 플레이어였지· 소원도 저 사람이 빌었고·’

원래라면 자신을 대신해 최초의 흑색던전 공략자란 업적을 달성했을 영웅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은하는 은근히 로베르토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마주친 것은 그때였다·

로베르토가 눈웃음을 지었다·

‘웃지 마·’

더럽게 잘생긴 얼굴이다·

은하는 따라 웃어 주면서도 입가를 씰룩였다·

마음 한편으로는 저 눈웃음에 하백련이 홀리기라도 할까 걱정이었다·

은하는 하백련을 힐끗했다·

다행히도·

“오빠? 왜 그래요?”

“···그냥·”

“회담에 집중해요·”

“그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은하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때 임가을이 주의를 끌었다·

“먼 나라에서 온 분들한테 제가 곧잘 즐겨 마시는 음료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테이블에 간식거리가 차려진다·

로베르토는 호기심을 보였다·

“선녀님께서 즐기시는 음료라니 그게 무엇일지 궁금하군요·”

“분명 마음에 들 거예요·”

흥미가 동한 것은 피에트로 나디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눈을 빛냈다·

이윽고 사람들의 자리마다 조그마한 잔이 놓였다·

“이건····”

“에스프레소?”

트레디치들이 반색했다·

로베르토는 입가에 호를 그렸다·

“커피의 본고장이 어디냐 하면 바로 우리 이탈리아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선녀님께서 즐겨 마시는 음료가 설마 에스프레소였다니···· 무척 기쁘군요· 이탈리아와 한국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잘 마시····”

“잠깐·”

“····”

트레디치들이 테이블 위로 손을 뻗으려던 찰나·

임가을이 재빨리 막았다·

그녀가 즐거운 어조로 말했다·

“아직 하나가 빠졌거든요·”

“빠진 게···· 있습니까?”

어리둥절해하는 트레디치들·

임가을은 의문에 답하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탕!

“····”

다과를 가져온 수행원들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 앞으로 얼음물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

피에트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치든 말든·

수행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얼음물에 부었다·

마지막으로 대미를 장식하듯·

쑥! 딸그락!

빨대를 꽂아 버렸다·

트레디치들은 경악했다·

그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런 가운데·

“이게 바로 제가 즐겨 마시는 음료랍니다· 역시 커피는 아이스 아 메 리 카 노 아니겠어요? 아 시원해·”

“····”

임가을은 입가를 끌어 올렸다·

빨대를 물고 커피를 마시는 그녀의 얼굴이 행복에 젖는다·

반면·

“어 어떻게 커피에 물을···· 빨대를···· 이건 커피에 대한 모독이야····”

트레디치들은 나라를 잃었다·

그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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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fe Player [Re: Life Player]

ReLife Player [Re: Life Player]

Re:Life Player
Score 8.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18 Native Language: Korean
[Undead] Noh Eunha. After losing his family and closing off his heart, he just wanted to kill the monsters he loathed. I regressed before my life came to an end in the deepest part of the [Abyss Dungeon] that was impossible for mankind to raid. Since I’ve been reborn as a baby, let’s make this life different. I will do anything for the sake of my happiness. I’ll kill in order to live, and I’ll do my best to survive. Even if I have to walk a th**ny road by myself without anyone acknowledging me. This life, I will defini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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