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2화
762. 동생들 1
“혹시 저한테 무슨 악감정이 있으세요?”
유진이의 말에 통역을 맡은 라이언 킴 총괄이사가 당황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유진 씨한테 악감정이라뇨?”
“제가 저 나비를 달고 나가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절 손가락질할걸요? 정유진이 후배의 자리를 가로챘다는 기사도 날 거고요.”
장소연은 지난주에 이미 ‘버터플라이’를 착용한 사진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유진이가 그걸 받는 순간 장소연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빼앗게 된다.
유진이는 후배인 장소연이 가진 이미지를 뺏을 수 없다며 천하의 루이비숑 로페즈 부대표의 제안에도 선을 그어 버렸다.
순간 돈으로 유진이를 유혹하려던 라이언 킴 총괄이사의 얼굴이 붉어진다.
통역을 들은 로페즈 부대표도.
“우 우리는 그런 의도로 한 말이 아니라······.”
유진이가 웃음을 유지한 채 다시 한번 똑 부러지게 답한다.
“알아요.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거.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될 게 뻔하죠. 그리고 그 경우엔 루이비숑에게도 좋을 일은 없을 거 같은데요?”
로페즈 부대표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되묻는다.
“미스 정. 우리 루이비숑에게 좋을 일이 없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세계 최고의 명품 루이비숑에게 모델을 아끼지 않고 갈아치운다는 이미지가 생길 거 같지 않으세요?”
“아······.”
장소연이란 신예를 발탁해서 주목받게 했으면서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다는 이미지를 뒤집어쓸 거냐는 지적이다.
당황한 로페즈 부대표가 라이언 킴 총괄이사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이내 정중히 사과를 해왔다.
“이거 우리가 큰 결례를 범했군요.”
로페즈 부대표가 묵례하자 유진이도 똑같이 묵례로 답했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부대표님의 심기를 어지럽혀서 죄송해요.”
돈보다는 연예인으로서의 명예와 이미지를 생각한 유진이가 너무도 자랑스럽다.
‘우리 유진이. 언제 이렇게 컸지?’
흔히들 스타라면 인기만 있으면 된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롱런하는 슈퍼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품격’이 필요하다.
인기만 있다고 대부업체 광고를 선택해서 돈을 벌거나 갑질을 하거나 부도덕한 짓을 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진이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알바를 하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겪어서 그런지 어려운 부탁을 거절하면서도 미움을 받지 않게 처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의 이미지를 지키고 후배의 이익도 챙겨 주고 심지어 무리하게 제안해 온 회사의 체면까지 챙겨 줬고.
그래서인지 로페즈 부대표는 거절당하고도 나쁜 기색이 아니었다.
“저기······ 그러면 이제 쇼에 집중해도 될까요? 우리 소연이 오늘 너무 예뻐서 눈에 꼭 담아가고 싶은데.”
유진이의 말에 로페즈 부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그리고 이 자리에서 유진 씨한테 약속하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장소연 씨를 ‘뉴욕 패션쇼’의 액세서리 메인 모델로 선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유진 씨도 초대하고요. 이 정도면 사과와 감사가 될까요?”
루이비숑의 뉴욕 패션쇼라면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릴 기회였다.
깜짝 놀랄 만한 제안에 유진이도 밝게 웃는다.
“감사해요 부대표님.”
로페즈 부대표가 60살의 나이에도 발그레한 표정을 짓는다.
“크흠. 유진 씨가 왜 한국에서 인기 있는지 이제야 알겠군요.”
“과찬이세요. 그리고 스케줄은 저희 매니저와 상의해 주세요.”
“그렇게 하죠.”
로페즈 부대표가 날 쳐다보더니 안주머니에서 금색의 명함을 내민다.
금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로페즈 부대표의 직함과 개인 연락처가 찍혀 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조만간 다시 뵙고 스케줄을 정했으면 합니다.”
루이비숑 본사의 부대표 정도가 되면 함부로 명함을 뿌리지 않는다.
자신의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온갖 사기를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건 단순한 명함이 아니라 신뢰와 존중의 증표였다.
난 두 손을 뻗으며 감사히 답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오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니 미스 장은 제가 확실하게 챙기겠습니다. 천하의 루이비숑에서 광고 모델을 소홀히 대한다는 소문이 돌면 안 되니까요. 하하하.”
난 유진이의 잔소리에서 구해 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한껏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금 장소연의 워킹이 시작되었다.
그제야 우린 입을 다물며 런웨이로 시선을 돌렸다.
장소연이 바꿔 입고 나온 강렬한 붉은색의 드레스에는 아름답게 피어난 하얀 백합꽃의 수가 놓여 있다.
마치 ‘버터플라이’가 드레스 위의 꽃을 보고 내려앉은 듯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하나의 세트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반짝 반짝.
장소연이 발을 디딜 때마다 투명한 런웨이 아래에 장식된 조화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빛이 쏘아지자 투명한 런웨이 위에 나비가 그려졌다.
마치 아름다운 꽃밭을 노니는 나비를 보여 주듯 루이비숑은 놀라운 연출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쇼의 메인 모델인 장소연은 ‘루이비숑’의 화려한 무대 연출에 지지 않은 채 카리스마를 뽐내며 당당한 워킹을 보였다.
그렇게 런웨이의 끝까지 걸어온 장소연은 다리를 살짝 벌리고서는 포즈를 잡았다.
VIP 관객들을 바라보는 장소연의 눈빛엔 자신감이 그득했다.
그때 장소연과 시선이 맞닿았다.
장소연이 입 모양으로 말한다.
‘고.마.워.요.’
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장소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고혹적인 미소가 한층 더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 탓인지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플래시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장소연의 ‘버터플라이’가 반짝이는 플래시의 빛을 반사하며 더욱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오늘 이 무대만큼은 누가 뭐래도 장소연의 것이었다.
* * *
루이비숑의 액세서리 런칭 쇼가 끝이 났다.
이후 소수의 VIP와 바이어들 그리고 루이비숑의 부대표와 라이언 킴 총괄이사는 바로 옆에 있는 소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세일즈 파티에 참가했다.
세일즈 파티란 패션쇼에서 선보인 아이템들을 귀빈 및 바이어들에게 판매하는 자리.
그런데 바로 그 장소에서 로페즈 부대표는 장소연을 데리고 다니며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무대의 주인공인 미스 장입니다. 내 우리 미스 장을 한번 제대로 키워 보고 싶은데 좀 도와주십시오.”
“아이고~ 그럼요! 로페즈 부대표님에게 신세 진 게 얼만데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로페즈 부대표 덕분에 장소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살가웠다.
그로 인해 세일즈 파티에 참가한 기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로페즈 부대표가 신인 모델에게 공을 들이는 게 몇 년 만이야?”
“그러게? 방한 목적을 물어도 안 가르쳐 주더니 장소연 때문인 거 같은데?”
“야 사진부터 찍어. 연예올타임즈는 벌써 기사 나갔어!”
비록 신인이라고는 하나 천하의 로페즈 부대표가 직접 장소연을 챙긴 덕분에 관련 기사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장소연 루이비숑의 새로운 신예 모델로 낙점되다!]
[루이비숑의 로페즈 부대표 방한 “난 버터플라이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루이비숑이 주목한 신예 모델 장소연.]
[장소연 올해 액세서리 부문 메인 모델로 루이비숑 뉴욕 쇼에 설 예정.]
실시간으로 좋은 기사가 올라오는 걸 보니 어제의 피로가 싹 가셨다.
“오빠 뭘 보고 그렇게 웃어요?”
유진이가 샴페인 잔을 들고 곁으로 다가왔다.
볼이 발그레한 걸 보니 벌써 두 잔은 먹은 것 같다.
“샴페인 마셨어?”
“에이~ 딱 한 잔 마셨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거짓말이다.
뒤따라온 연소희 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얼른 입을 뻥긋거리며 신호를 보냈다.
두 잔?
절레절레.
두 잔이 아니라고?
끄덕끄덕.
석 잔?
도리도리.
넉 잔?
끄덕.
눈 깜짝할 사이 글라스 샴페인을 넉 잔이나 마시다니.
아무래도 어젯밤 일이 벌어지는 동안 연락을 못 받은 게 화가 나서 단숨에 들이켠 모양이다.
아무래도 아까 사과를 했었어야 했나 보다.
“유진아 어제는 미안해. 은기가 최 회장님 때문에 패닉이라서 전화할 정신이 없었어.”
“회장님은 좀 어떠세요?”
“다행히 주요 장기는 안 다쳤어. 수술도 무사히 끝났고.”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유진이가 날 가만히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투덜거린다.
“아무튼 저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연실 언니는 울지 오빠는 연락 안 해주지. 답답해서 전화할까 했는데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전화도 못 하고······.”
“진짜 미안. 너 잘까 봐서 그랬어.”
유진이가 새초롬한 표정을 짓는다.
“오빠 같으면 반대 상황에서 잘 수 있겠어요?”
역지사지해 보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하긴 유진이가 다치기라도 했다면 잠이 문제가 아니었을 거다.
당장에 뛰어가서 다 때려눕히거나 난리를 피웠겠지.
아 이거 좀 많이 미안해지네.
머리를 긁적이자 유진이가 되묻는다.
“미안하죠? 미안하죠?”
난 얼른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베리베리 쏴리~ 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유진이가 생글 눈웃음을 짓는다
뭐지?
뭘 바라는 거지?
심장이 두근두근해지던 찰나 유진이가 다시 묻는다.
“진짜 쏴리~ 한 거 맞아요?”
“어 쏴리~ 하다니까?”
“그러면 내 부탁 들어줄 수 있어요?”
“들어줄 수 있는 거면?”
그때였다.
“미안하면 미소랑 나 LT 놀이공원 데려가 줘요!”
“LT 놀이공원에?”
“네. 3월 말 야간에 체리블라썸 팬클럽이랑 LT 놀이공원 빌려서 놀기로 했잖아요.”
체리블라썸의 팬클럽 이름이 ‘블루밍’으로 변경되면서 다음 주 금요일 밤에 LT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 놓은 상황이다.
그때 끼어서 놀고 싶단다.
다행이다.
그거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지.
“오케이!”
“진짜요? 진짜?”
유진이가 굳은 얼굴을 풀더니 눈웃음을 짓는다.
두근두근.
매일같이 보는 나조차 예뻐 보일 정도의 눈웃음이다.
그 탓인지 기자들이 카메라를 이쪽으로 향하고 사진을 찍는다.
찰칵찰칵.
-정유진한테 또 좋은 일이 생겼나 본데?
-하긴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이니까 제의가 밀려들겠지.
-신작이라도 잡은 건가?
어제 방영한 <화란전> 19화가 시청률 33.5%를 달성한 덕분에 기자들은 유진이를 인터뷰하려고 다가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술 취한 유진이를 인터뷰시킬 순 없다.
취중진담이 아니라 취중만담을 늘어놓을 테니까.
다급히 연소희 팀장에게 눈짓하자 그녀가 빠르게 달라붙는다.
“유진아 이제 집에 가자. 이따가 오후에 경주 내려가야 해.”
유진이가 술에 취해 연소희 팀장의 팔짱을 낀다.
“언니. 나 미소랑 같이 다음 주에 LT 놀이공원 간대요~ 부럽죠? 그쵸?”
“어 부러워. 그러니까 이제 가자.”
“언니도 같이 갈래요?”
연소희 팀장이 한숨을 푹 내쉰다.
“그날 어차피 우리 정 실 매니저들 총출동해야 해.”
체리블라썸 팬클럽 수천 명이 LT 놀이공원으로 몰려들 예정이기에 금요일 밤은 모든 굴렁쇠 엔터 매니저들이 모여야 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최소한의 인원만 빼고.
그런데 그때 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치사하게. 니들끼리만 가냐? 나도 굴렁쇠 자회사의 일원이야.”
고개를 돌려보니 주영인이 날 올려다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티가 안 나지만 활짝 웃고 있는 걸 보니 얘도 상당히 취한 상태다.
그 순간 회귀 전의 주영인이 술에 취하면 하던 짓이 떠올랐다.
얘는 술에 많이 취하면 마구잡이로 떼를 쓴다.
술이 세서 어지간해서 이런 모습을 보이진 않는데 오늘은 좀 많이 마신 모양이다.
그런데 그때 유진이가 눈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영인이 넌 왜?”
“나도 가고 싶으니까?”
“안 되는데~ 안 되는데~ 나랑 미소만 갈 건데~”
유진이가 놀리자 주영인이 씩씩거린다.
“너 이러면 기자들한테 다 말한다? 정유진 술 마시고 취했다고.”
“자기는? 자기도 취했으면서.”
“난 너처럼 티는 안 나서 몰라볼걸?”
“쳇. 치사하기는.”
유진이가 투덜대자 주영인이 입술을 삐죽거린다.
“야. 정유진. 나도 놀이공원 가본 적 방송 때 말고는 한 번도 없단 말이야~”
주영인은 연예인으로 데뷔하기 전에는 놀이공원에 간 적이 없다.
과거 그녀의 집안이 너무도 가난했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한 주영인은 집안 사정을 알리기를 싫어했고 그러다 보니 친한 친구 자체를 만들지 않아서 이런 일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유진이가 그런 사정이 있는지도 모른 채 주영인을 빤히 쳐다보다 한숨을 폭 내쉰다.
유진이는 강강약약이라 주영인이 약하게 나오자 거절을 하지 못한다.
“아~ 진짜 안 가봤어?”
“응.”
“하~ 알았어. 대신 그날 미소랑 내 간식은 네가 다 쏘는 거다?”
이보세요 정유진 씨.
그건 아니지!
은근슬쩍 먹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유진이에게 한마디를 하려 했다.
그런데 기자들이 다시 사진을 찍는 게 보인다.
찰칵! 찰칵!
-정유진이랑 주영인 왜 저렇게 화기애애해?
-두 사람이 뭐 또 작품 하나 하는 거 아냐?
-그러면 진짜 대박인데.
-<파란 하늘>이랑 <신의 이름으로>에서 콤비 좋았는데 이제는 정유진이 주연이니까 반대가 되나?
-그건 아니지. 그러기엔 둘 다 급이 있는데. 조연은 안 하겠지.
-아 뭐지? 가서 물어볼까?
현재 한국 최고의 두 여배우가 만나자 곧장 화제가 될 분위기다.
두 사람이 술에 취해 놀이공원으로 티격태격하는 것도 모른 채.
결국 안영희 대표와 난 두 사람의 대화를 중단시키며 말했다.
“유진아 웃어. 웃어. 기자들 본다. 어서.”
“그래 영인아. 웃어.”
그때였다.
유진이가 주영인에게 웃으며 악수를 건넨다.
“잘 부탁해 주영인?”
“나야말로?”
프로는 역시 프로였다.
두 사람은 다정한 악수로 ‘각종 의혹’을 덮으며 그렇게 술주정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 * *
세일즈 파티가 끝났다.
유진이와 주영인은 연소희 팀장과 안영희 대표에게 끌려 파티장을 떠났다.
이후 난 현장을 마무리하며 로페즈 부대표와 함께 파티장을 누비는 장소연의 인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로페즈 부대표가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장소연을 인사시킨 뒤 장소연을 데려온다.
“미스 장 덕분에 오늘 세일즈가 대성공이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로페즈 부대표는 고맙다고 답한 뒤 마치 친딸이라도 보는 듯한 다정한 눈빛으로 장소연을 쳐다본다.
“그럼 다음번에는 뉴욕에서 보도록 합시다 미스 장.”
“예. 부대표님.”
장소연이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이후 로페즈 부대표와 라이언 킴 총괄이사 역시 현장을 떠난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장소연이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오늘 저 어땠어요?”
“최고였어. 이 기사 봐봐.”
오늘 올라온 기사를 본 장소연의 얼굴이 밝아진다.
“실장님. 그러면······ 제 동생들도 데려올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오늘 기사가 나갔으니까 내일부터 동생들을 데려올 수 있도록 언론 플레이 시작할 거야.”
장소연이 자기 역할을 훌륭하게 해줬으니 이젠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그러면 연주한테 전화해 줘도 돼요?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하고요.”
“그래.”
“감사합니다.”
장소연이 신이 나서 첫째 동생 장준현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 연결음이 가더니 영상통화가 연결되었다.
-어? 누나?
“준현아. 연주는?”
-옆에 있어. 잠깐만.
장준현이 폰을 멀리 떨어뜨리자 빨간 소떡소떡을 먹고 있는 장연주의 모습도 함께 보인다.
볼록한 볼을 오물거리던 장연주가 놀라서 외친다.
-언니~~!!
“우리 연주. 어디야?”
-집에 가는 중이야! 큰오빠가 소떡소떡 사 줘써! 근데 언니 없으니까 맛이 하나도 없어!
“풋 우리 연주 거짓말쟁이. 맛없다는 사람치고는 너무 잘 먹는 것 아냐? 볼이 빵빵한데?”
-아 아니야! 이건 부은 거야! 부우~
장연주가 조그마한 손으로 입을 가린다.
“풋. 알았어. 목 막힐 수 있으니까 큰오빠한테 음료수도 사달라고 해.”
-헤헤. 아라써!
“아 그리고 연주야. 언니가······.”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낯선 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니들. 장소연 동생들 맞지.
-예. 맞는데요.
장소연의 남동생이 답한 순간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찾았네.
그런데 그때였다.
[영상통화 종료]
검은 화면과 동시에 영상통화가 끊겼다.
“연주야?”
당황한 장소연이 다시금 전화를 건다.
그런데 동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때였다.
지잉~
진동이 울리더니 에브리데이가 알림을 알려 온다.
[에브리데이 V13]
[알림 : 2021년 3월 18일 ‘장소연’의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아까 귀걸이를 분실했을 때가 아니라 왜 이제야 에브리데이가 일정을 알려왔는지 알 것 같다.
새롭게 뜬 오늘 일정에는
장소연이 연예계를 은퇴한다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