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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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59화

759. 그날 이후

광화문 최익선 원장의 병원은 5층 규모의 작은 재활병원이다 보니 VIP 병실이 따로 없다.

대신 작은 1인실이 딱 1개가 있었는데 개원 후 첫 환자인 최은태 회장이 그 1인실을 독차지하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어제 개업한 이 병원을 통으로 임대했으니 병원 전체를 독차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하는 게 맞지만.

드르륵.

문을 열고 최은태 회장이 입원한 병실로 들어갔다.

최은태 회장이 수액을 주렁주렁 단 채 환자 침대에 누워 힘없이 날 쳐다본다.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이지만 눈가에는 웃음이 깃들어 있다.

“잠깐······ 둘이서만 할 이야기가 있어서 먼저 보자고 했네.”

최은태 회장은 말을 마친 뒤 수술 부위를 체크하는 최익선 병원장을 쳐다본다.

최익선 병원장이 웃옷을 덮어 주며 내게 말한다.

“이제 막 수술이 끝났으니까 오래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

“알겠소.”

“그럼 전 이만.”

인사를 하자 최익선 원장이 묵례하고 병실을 나선다.

최은태 회장이 그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다.

“저 친구는 막 개원한 병원을 통으로 임대했는데도 별로 반기는 기색이 아니더군.”

병원을 통째로 임대한 건 차후의 공격을 막기 위해 김택훈 변호사가 내린 선제 조치였다.

“김 원장님 말로는 환자를 보는 게 낙이라는 분이신데 개원이 늦어진 거나 다름없잖습니까?”

“크흠. 내가 주는 돈이 개원해서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을 텐데 참 세상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군······.”

“맞습니다. 저기 그런데 왜 저만 보자고 했습니까?”

최은태 회장이 그제야 아차 하고 답한다.

“내 정 실장한테 보상을 해줘야겠다 싶어서.”

“보상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를 구하는데 무슨 보상을 받습니까?”

“조금 전에 저 병원장을 보고도 그리 답하나? 사람 마음이 다 같지 않다네. 그러니 난 꼭 자네에게 보상을 해야겠네!”

그 말을 이렇게 써먹을 줄이야.

“전 회장님께서 칼을 맞는 걸 막지도 못했는데요?”

최은태 회장이 힘겹게 손을 들더니 내 손을 잡는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런 말 말게. 내가 아니었으면 내 아들이 칼에 맞았겠지. 게다가 자네가 위험하다고 외치지 않았더라면 내가 몸으로 막을 기회도 없었을 걸세.”

“그래도······.”

“어디 그뿐인가? 자네가 의사를 미리 부른 덕분에 내가 살아난 건 어쩌고? 또한 은기가 이젠 날 아버지라 불렀잖은가? 한 많은 내 삶에서 남은 내 소원을 다 들어준 자네에게 뭔들 못 주겠는가? 이 늙은이를 더 부끄럽게 하지 말게나 정 실장.”

괜찮다고 하고 싶었지만 저 표정을 보니 더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너무 과한 것은 받지 않겠습니다.”

최은태 회장의 스케일을 알기에 일부러 선을 그었다.

“거 사람하고는. 알았네. 그러면······ 이렇게 하지. 만식이가 가진 주식은 모조리 회수할 걸세. 그걸 자네에게 넘기지.”

최만식이 가진 현 지분은 우리사주와 주식 상장을 위해 내놓은 지분을 제외하면 최종적으로는 12% 정도라고 한다.

거기다가 내게 원래 약속한 3%를 더해 최종적으로 15%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대략 굴렁쇠 엔터 상장 시 3대 주주가 될 엄청난 양이다.

최은태 회장이 눈치를 살피며 말한다.

“솔직한 말로는 더 주고 싶네만 자네가 거절할 것 같아 그리하질 못하겠어.”

“아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최은태 회장이 빙긋이 웃는다.

“감사는 무슨. 난 아직도 부족한 듯한데. 아 저기 그리고 말일세. 자네를 부른 연유가 하나 더 있네.”

“말씀하십시오.”

“거······ 이제 은기랑 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최은태 회장이 진지하게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상담을 해온다.

2회 차 인생 경험이 있는 나도 이것만은 모르겠다.

회귀 전 주영인과 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으니까.

“그······ 글쎄요?”

* * *

최은태 회장이 나도 모르는 게 있다며 놀리길래 서둘러 강은기와 김택훈 변호사를 불러들였다.

강은기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묻는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난 괜찮다.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살아 계시면 그걸로 됐습니다.”

그 타이밍에 난 강은기의 어깨를 툭 하고 밀었다.

“회장님 손 좀 잡아 드려.”

부자지간의 첫걸음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스킨십이 모든 관계의 첫 시작이라는 건 안다.

그 순간 강은기가 미적대며 최은태 회장의 손을 잡아 준다.

최은태 회장의 얼굴에 웃음이 어린다.

“하하하. 내가 아들 손을 잡는 날이 올 줄이야······.”

최은태 회장의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인다.

강은기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답한다.

“많이 잡아 드릴 테니 빨리 일어나십시오.”

“그래야지.”

그런데 그때 강은기의 시선이 최은태 회장의 상처 부위로 향한다.

그와 동시에 강은기가 작은 목소리로 다짐하듯 말한다.

“복수는······ 해드리겠습니다.”

강은기에게 한 소리 하려는 순간 최은태 회장이 먼저 강은기의 손을 꽉 붙잡고선 말한다.

“아니다.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온 나와는 달리 너희들은 이제 양지로 나가야지. 은기 넌 이제 건달이 아니고 엄연한 사업가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이자 치킨과 피자 프랜차이즈 대표. 부모 없이 자란 많은 아이들의 꿈이 되지 않았느냐? 그러니 뒤는 내게 맡기거라. 확실하되 은밀하게 처리할 터이니.”

“회장······ 아니 아버지!”

“내 말 듣거라. 부탁이다. 이젠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비이고 싶다.”

최은태 회장은 강은기와 나의 손을 더럽히지 않게 해주겠다며 모든 것을 맡기라고 한다.

강은기가 주저하자 최은태 회장이 날 쳐다본다.

“정 실장. 자네가 우리 은기 좀 도와주게. 내가 있는 곳은 자네들이 올 곳이 아니야.”

“회장님이 소원이신데 그거 하나 못 들어 드리겠습니까? 은기는 양지에서 살도록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아무리 회귀 전의 경험이 있다고 해도 사실 명동 사채 쪽 일이나 정치권과는 어울리기 싫었다.

그런데 최은태 회장이 알아서 박상곤과 얽힌 일을 도맡아 주면 고마울 뿐이다.

이제부터는 연예계 일만 생각하면 되니까.

난 그 즉시 강은기에게 말했다.

“은기야. 윤수랑 은수한테 떳떳한 아버지가 될 거라며? 그리고 네 아버지의 첫 부탁이시다. 무조건 받아들여.”

강은기는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풀었다.

“알았습니다. 대신에 힘들면 꼭 이야기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돕겠습니다.”

“네가 날 아비라 불러 주니 힘들 것도 없다.”

최만식의 상속권을 박탈하고 강은기를 아들로 ‘인지’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젠 거칠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최은태 회장은 그 절차를 진행하자는 말을 꺼내길 주저주저한다.

아무래도 두 부자에게는 당분간 내가 필요할 것 같다.

“회장님. 은기를 호적에 올리는 인지 절차는 언제 진행하실 겁니까?”

“크흠······.”

최은태 회장이 헛기침하며 강은기를 쳐다본다.

강은기가 거부 의사를 표하지 않는다.

“그럼 오늘 당장 진행하시죠.”

“그 그럴까?”

강은기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하세요. 윤수랑 은수한테 할아버지는 필요할 테니까요.”

“하하하. 그래. 으윽. 아이고······.”

최은태 회장이 웃다가 배를 부여잡는다.

“괘 괜찮으세요?”

강은기가 걱정하는 눈으로 묻자 최은태 회장의 얼굴이 더욱 밝아진다.

“걱정하지 마라. 이제 괜찮으니까. 하여간 난 우리 김 변호사랑 이야기할 게 있으니 두 사람 다 이만 나가 봐라.”

“예.”

“아 그리고 정 실장. 굴렁쇠 엔터 상장은 당분간 우리 김 변이 도와줄 거야.”

“알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십시오.”

강은기와 난 인사를 한 뒤 병실 밖으로 나왔다.

탁.

입원실 문을 닫았다.

강은기가 한숨을 내쉰 뒤 날 빤히 쳐다본다.

“왜? 뭐 할 말 있어?”

강은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다.

“고맙다 윤호야.”

짧은 말에는 강은기의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난 피식 웃으며 답했다.

“고맙긴. 당연한 일인데.”

강은기 역시 피식 웃으며 화답한다.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디 있어? 나 이 빚. 영원히 잊지 않을게.”

“친구 아버지를 돕는데 무슨 빚? 쓸데없는 소리 말고 주식 상장이나 확실하게 도와!”

강은기가 빙그레 웃는다.

“그건 당연한 거고.”

“그거면 됐어. 우리 사이에 뭐.”

티격태격했지만 반대 입장이라면 강은기도 똑같이 했을 거다.

그와 난 형제였으니까.

“그러면 난 연실이한테 가서 아버지 수술 무사히 끝났다고 전해 줘야겠다.”

“그래. 그 울보 계속 울고 있겠네. 어서 가봐. 난 회사에 들렀다가 소연이 패션쇼 장에 바로 가봐야 해.”

“응? 쉬지도 않고 바로 일을 간다고?”

“어. 고집쟁이 한 놈 때문에 밀렸던 숙제를 해결했으니까 이젠 내 숙제를 해야지.”

강은기와 최은태 회장을 구했고 화해까지 시켰다.

묵은 일을 해결했고 적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니 이젠 나는 나의 일을 할 차례였다.

그건 바로 굴렁쇠 엔터를 상장한 다음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회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 * *

달칵.

정윤호와 강은기 두 사람이 병실 문을 닫고 나간 순간 최은태의 표정이 단호하게 변했다.

“김 변.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게.”

“예. 회장님.”

“만식이 앞으로 된 지분을 회수해서 정 실장한테 다 넘겨.”

김택훈 변호사는 그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김택훈은 최은태 회장의 지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갤럭티카 노트에 메모를 한다.

“그리고 이상필 이기철 박형문이 가진 지분들도 싹 다 회수해. 정 실장에게 넘길 테니까.”

이상필과 이기철 박형문은 최은태 회장과 최만식을 제외한 굴렁쇠 엔터의 주주들이다.

“그 주식을 넘기면 정 실장은 2대 주주가 될 겁니다.”

“그게 끝이 아니야. 굴렁쇠 엔터의 내 모든 지분을 싹 다 모아서 정 실장에게 넘길 준비 해.”

김택훈 변호사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혹시 조금 전에 정 실장한테 굴렁쇠 엔터를 넘긴다 약속하셨습니까?”

“아니. 아까 만식이 지분만 넘기겠다 약조했네. 그런데도 거절할까 봐 조마조마했지.”

“그런데 왜 그런 지시를 내리십니까? 혹시 설마······.”

“그래. 나머지는 싹 다 모아 놓았다가 내가 죽거든 정 실장한테 넘기도록 해. 지분을 많이 줬다고 다시 따지러 오지 못하도록!”

김택훈이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나중에 정 실장이 그 사실을 알면 저한테 따지러 오겠군요.”

“그래. 그땐 자네가 나 대신에 욕을 먹겠지. 그동안 비싼 연봉 받은 값이라고 생각하게. 푸흐흡. 아이고······.”

최은태는 웃음을 짓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배를 부여잡았다.

정윤호를 대할 때면 자연스레 행방을 알 수 없는 ‘그 녀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집 세지만 욕심 없는 성격까지.

어찌나 똑 빼닮았는지 모르겠다.

“회장님! 수술 부위가 벌어집니다! 웃지 마십시오!”

“크흠. 그 그게 잘 안 되네. 으윽. 아들이 날 아버지라 부르고 그 곁에는 저렇게 믿음직한 친구가 있는데 내가 안 웃을 수 있겠나? 하하하. 으으윽. 아이고······.”

“그 그래도 조심을 하셔야 합니다.”

최은태는 겨우 심호흡을 하고 웃음을 멈춘다.

“그래 봐야 얼마나 더 살겠나? 나도 나이가 있는데.”

최은태 회장의 약한 말에 김택훈 변호사의 표정이 변한다.

“약한 말씀 하지 마십시오. 회장님께선 앞으로 수십 년은 너끈히 사셔야 합니다. 박상곤 의원과 그에게 붙은 놈들을 정리하실 분도 회장님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

박상곤 의원의 이름이 언급된 순간 흐릿하던 최은태의 표정이 다시금 날카롭게 변했다.

그와 동시에 한창때의 명동 사채왕의 모습과도 같이 무서운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흐음.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내 새끼들을 괴롭히는 놈들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 힘없는 소리나 늘어놓고 있을 수는 없지.”

그동안 최만식과 적극적인 전쟁을 벌인다면 강은기에게 위협이 갈까 봐 조심스러운 행보를 했다.

하지만 이제 강은기가 그를 아버지로 인정한 이상 더는 미련도 두려움도 없다.

더군다나 만에 하나 일이 벌어져도 강은기의 곁에는 정윤호가 있었다.

그렇기에 최은태는 조심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면 가장 먼저 영호랑 대흥 저축은행 쪽 아이들부터 끄집어내지. 그런 다음 박상곤 의원 쪽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싹 막아. 기업들이 박 의원한테 후원하면 빌려준 자금을 싹 다 회수해 버리고.”

“예. 회장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당 부대표와 야당 대표도 똑같이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만식이는······ 쭈욱 일본에 있도록 손 써뒀겠지?”

“예. 당분간은 아예 일본에서 나올 수 없을 겁니다. 오 변이 전담으로 지키고 있을 겁니다.”

“돈이 얼마나 들어도 좋네. 그 후레자식에게 내 분노를 보여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택훈이 최은태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적들을 은밀히 몰락시키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 * *

박상아의 집 거실.

최은태에 대한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에 박상곤은 재보궐선거 유세 활동을 급히 중단하고 부산에서 서울 박상아의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최악의 경우 최만식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최만식이랑은 아직 연락이 안 돼?”

“예. 연락이 도통 안 닿아요.”

일본 구치소에서도 폰을 들고 다니며 통화를 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예비 사위가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

결국 박상곤은 석민기 서울 중앙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의원님.

“일본에 있는 최만식 대표는 주말에 인도받는 거 맞지?”

-그 그게······ 힘들 것 같습니다.

“뭐?”

-최 대표가 일본 구치소에서 독방에 구금되었다고 합니다.

“뭐? 그게 말이 돼?”

-죄송합니다.

“XX. 너 하는 게 뭐야! 어? 검찰총장 달기 싫어?”

-아 아닙니다. 의원님.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일단 독방에서 나와야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가 있습니다.

“난 그런 거 모르니까 당장 빼내!”

쾅!

전화를 끊은 박상곤이 숨을 몰아쉬며 박상아에게 말한다.

“상아야. 마음 단단히 먹어라. 명동 습격은 모두 최만식이 한 짓으로 만들 예정이다. 너랑 난 모르는 일이란 말이다. 알겠지?”

“알았어요. 근데 최은태 회장이 왜 바로 공격해 오지 않죠? 혹시 최은태 회장의 수술이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요?”

“모르겠다. 최 회장이 확 죽어 버리면 좋겠지만 수술 상황을 알 수가 없으니······.”

그때였다.

박상곤의 머릿속에 과거의 최은태 회장의 모습이 떠올렸다.

그는 뱀처럼 은밀하고 조용하게 일 처리를 하던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말인즉슨 지금은 폭풍전야란 소리였다.

‘빌어먹을. 최만식에게 다 떠넘겨도 그 영감이 날 노리겠군. 하아~ 이제 어떻게 한다? 아 맞다!’

박상곤은 살아남기 위해 만나야 할 사람이 떠올랐다.

“상아야. 애비는 급히 가볼 곳이 있다.”

“어딜요?”

“다녀와서 말해 주마.”

“아 아빠. 그러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요? 만식 씨 통장도 막혀서 선거 자금을 더는 보탤 수가 없어요.”

박상곤이 현관문에서 구두를 신으며 말한다.

“홍 회장에게 가서 선거 자금 지원 좀 부탁해. 애비가 절대 잊지 않겠다고 꼭 전하고.”

“그런다고 홍 회장이 주겠어요? 안 그래도 돈 많이 뜯어간다고 불만이 많던데?”

“그 인간이 자기 아들 감옥에 보낸 정윤호를 잡는 게 지상 과제라며? 그걸 확실하게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내 봐!”

“아 알았어요. 그렇게 해볼게요.”

“그럼 간다.”

말을 마친 박상곤은 헐레벌떡 뛰어 다시금 집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박상아는 어떻게든 이번 선거에 아버지가 이겨야지 살아날 길이 있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이번 실패는 모조리 최만식에게 미루고서 자기라도 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만식 씨.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냉정하게 선을 그은 박상아는 곧장 홍문규 회장에게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저 상아예요. 지금 잠깐만 볼 수 있을까요?”

* * *

회사에 들러 강감찬 대표에게 최은태 회장의 건강 상태를 비밀리에 전했다.

그리고 주식 상장에 관한 이야기와 최만식에 대한 처분도 이야기했다.

강감찬 대표는 한시름을 놓았다며 안도했다.

이후 난 회사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친 뒤 예비 정장으로 갈아입고 진성 호텔 삼성역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장소연의 루이비숑 액세서리 패션쇼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차를 댄 뒤 관계자 통로로 들어가자 진아람 대표대행이 날 기다리고 있다.

“이미리 대리가 못 오실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오셨네요?”

“당연히 와야죠.”

장소연의 동생들은 매일매일 장소연이 데리러 오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장소연은 하루도 빠짐없이 오늘의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었고.

그런데 그 일을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유진 씨랑 영인 씨는 객석에 있는데 객석으로 바로 가시겠어요?”

“아뇨. 소연이부터 봐야겠습니다.”

“알았어요. 근데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으세요?”

“아. 어젯밤에 잠을 좀 못 자서요.”

그때였다.

진아람 이사가 긴 손가락을 내밀더니 내 눈 밑에 살짝 가져다 댄다.

차가운 기운에 정신이 번쩍 든다.

“진짜 피곤하신가 보다. 제가 좋은 아이크림 있는데 드릴게요.”

피곤해서 생긴 다크서클은 아이크림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데······.

괜찮다고 말하려던 그때 어느새 다가온 최희선 비서가 놀라서 묻는다.

“이 이사님. 지금 뭐 하시는······.”

진아람 이사가 화들짝 놀라 내 눈 밑에서 손을 뗀다.

“아 그게 아니라. 최 비서. 이건······.”

“크흠. 아뇨. 저에게 해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래도?”

“예. 아니라고 치죠. 근데 그것보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

최희선 비서가 날 동시에 쳐다본다.

“오늘 메인 무대에 서게 될 소연 씨에 관한 겁니다.”

“소연이에게 문제라뇨?”

“소연 씨가 오늘 무대에서 착용할 버터플라이 액세서리 귀걸이를······ 분실했습니다.”

10억이나 하는 ‘버터플라이’ 액세서리 세트 중에서 귀걸이를 분실했다고?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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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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