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8화
758. 습격 4
“은기야! 조심해!”
송채문 팀장이 품 안에서 칼을 꺼내 강은기의 옆구리를 찌르러 빠르게 다가간다.
강은기가 내 목소리에 반응하며 몸을 뒤튼다.
하지만 송채문 팀장을 적으로 인지하지 않고 있었기에 방어 동작이 늦다.
그런데 그때였다.
최은태 회장이 강은기와 송채문 팀장 사이로 몸을 던졌다.
푸욱!
날카로운 칼이 강은기를 감싼 최은태 회장의 등에 박힌다.
강은기가 아니라 최은태 회장이 나타나자 송채문 팀장이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춘다.
그 틈에 난 달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해 송채문 팀장의 턱에 주먹을 날려 버렸다.
퍼억.
“컥!”
송채문 팀장이 칼을 놓치고선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 순간 상황을 파악한 이수찬이 빽 하고 외친다.
“이 개XX! 어디서 배신을 해?”
이수찬은 쓰러진 송채문 팀장의 팔다리를 케이블 타이로 묶어 버렸다.
그때였다.
“빌어먹을 실패다. 다들 공격해!”
뒤로 물러날 듯 보이던 바리케이드 너머의 습격자들이 다시 공세를 가하기 시작한다.
이제껏 소극적으로 공격한 건 송채문 팀장이 공격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나 보다.
하지만 경호팀과 동생들이 방패로 잘 막아 내고 있었기에 난 칼에 맞은 최은태 회장의 상태부터 살폈다.
강은기를 껴안은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최은태 회장 등에는 단도의 절반 정도가 박혀 있다.
다행히 피가 뿜어져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극도로 위험한 건 변함이 없다.
그때 최은태 회장이 숨을 헐떡이며 강은기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으 은기야.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강은기는 자신의 아버지 등에 칼이 박힌 걸 보고 반쯤 패닉에 싸인 표정이다.
“어······ 어······.”
강은기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최은태 회장이 다시 묻는다.
“괜찮은 거냐? 칼에 맞은 데는 없냐 이 말이다!”
강은기가 정신을 겨우 차리고 답한다.
“예. 전 괜찮습니다.”
“다행이구나. 그래 정말 다행이다.”
최은태 회장은 흥분해서 본인이 칼에 맞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기에 빠르게 그의 뒤로 달려가 그의 몸을 부축했다.
잠시 후 통증이 찾아와서 몸부림치게 되면 칼날이 내부를 휘저으며 크게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뒤를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계십시오.”
최은태 회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답한다.
“응? 정 실장. 왜?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과는 달리 이미 몸은 경직 상태다.
“지금 놀라서 통증을 못 느끼시는 겁니다.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천천히······ 제 자리에 앉으십시오.”
“어 어.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없는지 원······.”
강은기도 정신을 차리고 최은태 회장을 부축한다.
“앉으······세요.”
“그래.”
최은태 회장이 힘들게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그때였다.
“크윽! 이 이게 뭐······.”
최은태 회장은 이제야 자기 등에 칼이 꽂힌 것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통증이 빠르게 찾아오는지 그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은기야. 꽉 잡아!”
“어 어!”
최은태 회장은 이를 악물고 신음을 내기 시작한다.
“크으윽······.”
강감찬 대표가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문을 잠근 뒤 내 곁으로 다가온다.
“윤호야. 회장님 상태는 좀 어떠냐?”
“안 좋습니다. 대표님께서 회장님을 좀 부축해 주십시오. 칼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알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덥석.
주르륵.
강은기가 오른손으로 최은태 회장의 등에 박힌 칼날을 잡는다.
칼날을 잡은 강은기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움직이지 마세요! 제발요!”
최은태 회장은 통증 때문에 강은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몸을 연달아 들썩인다.
이대로 있으면 최은태 회장의 목숨이 위험하다.
빨리 길을 뚫어야 했다.
그래야 김수명 원장이 오더라도 지하로 내려올 수 있고 이곳을 나가 병원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니들은······ 오늘······ 다 죽은 줄 알아······.”
난 그 말과 동시에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며 이수찬을 불렀다.
“수찬아. 방패 들고 따라와. 내가 길을 열어 주마.”
“예. 형님.”
지금부터 내 앞을 막는 놈은 그 어떤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다.
* * *
퍽퍽.
한 방에 한 명씩.
이수찬과 동생들이 방패로 칼을 막아 주면 방패의 틈 사이로 주먹을 날려 적들을 기절시켰다.
그렇게 단숨에 여섯 명을 때려눕히자 적의 기세가 꺾여 버렸다.
그러자 뒤편에 있는 경호팀들도 일제히 바리케이드를 넘어와 공격을 시작한다.
“쳐라!”
기세가 꺾인 탓에 눈 깜짝할 사이 적들의 진형이 붕괴되었다.
순간 적들은 무기를 버리며 두 손을 들어 올린다.
“져 졌습니다!”
“그만!”
이수찬이 공격을 멈추게 한 다음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회수한다.
그제야 난 숨을 가다듬고 김수명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헉헉헉. 원장님. 어딥니까?”
-로비에 막 들어왔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3번 엘리베이터로 오십시오. 저희가 올라가겠습니다.”
-예.
난 전화를 끊고 이수찬에게 말했다.
“수찬아! 위에 올라가서 김 원장님 좀 모시고 내려와.”
“예!”
이수찬이 이호재와 몇 명을 데리고 급히 엘리베이터로 뛰어간다.
난 그 틈에 최은태 회장에게로 돌아가 상태를 다시금 살폈다.
강은기와 강감찬 대표가 최은태 회장을 꽉 잡고 있었기에 최은태 회장의 떨림이 줄어들어 있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의사가 옵니다.”
최은태 회장이 숨을 헐떡이며 웃는다.
“헉헉······ 오늘은 우리 정 실장 덕을 몇 번이나 보는 건지······.”
“예. 그러니까 꼭 버티십시오. 제 노력이 헛되지 않게요.”
“헉헉······ 그래야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지······.”
최은태 회장이 해야 하는 건 박상곤 의원과 최만식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아들과 화해하는 일이 남았다.
“저기······ 은기야. 혹시라도 내가 잘못된다면 뒤는 정 실장에게 말해 뒀다······.”
강은기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젓는다.
“안 됩니다! 꼭 살아서! 살아서 직접 말씀하세요! 수십 년 동안 쌓았던 그 빚은 직접 갚으시란 말입니다!”
“가능하면 그······그러고 싶다만 사람 일은 모르지 않느냐······ 헉헉.”
최은태 회장의 목소리가 떨리며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은기는 최은태 회장의 등에 꽂힌 칼날을 잡은 채로 최은태 회장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말을 계속 시킨다.
그때였다.
꽉!
최은태 회장이 힘을 내서 강은기의 손을 꼭 잡는다.
“은기야. 네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단 하루도 누워서 발 뻗고 잔 적이 없다. 미안하구나. 널 가졌다는 걸 알았다면······ 네 어미를 어떻게든 못 가게 잡았을 것이다······ 헉헉헉.”
무리해서 말을 하려 해서인지 숨이 점점 거칠어진다.
강은기가 최은태 회장의 말을 말리려고 애를 쓴다.
“지금 의사가 오는 중이잖아요. 제발 말은 나중에 하세요. 나중에 천천히 들을 테니까요!”
하지만 최은태 회장은 강은기의 말을 듣지 않고 손을 들어 올리더니 강은기의 볼을 쓰다듬는다.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 늙고 못난 애비를 용서해 다오······ 세상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는데······.”
강은기가 이를 악물더니 큰소리로 외친다.
“제발······ 제발······ 이러지 마세요. 윤수랑 은수 품에 안아 보셔야죠! 이제 겨우 만났는데! 이제 내게도 아버지가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게 됐는데!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 가지 말라고요! 제발!”
강은기의 말을 듣는 순간 최은태 회장의 얼굴에 웃음이 깃든다.
“하.하.하······ 내 소원······이 드디어······ 이뤄졌구나······ 내 아들이 날 아비라고······ 인정했어······.”
그때였다.
툭.
최은태 회장이 의식을 잃었다.
강은기가 고개를 들고 포효한다.
“안 돼!!”
강은기가 목을 놓아 외치는데도 폰에서는 아무런 미동이 없다.
오늘의 운세 업데이트가 없다는 건 부고를 받게 되는 ‘가까운 이’라는 것이 최은태 회장을 뜻하는 것이었나 보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런 결과를 얻을 줄이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움직였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내부의 적이 또 있을 거라는 걸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들던 그때였다.
지잉~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김수명 원장이 자신보다 나이 많은 40대 남자 의사 한 명과 남자 간호사 네 명 여자 간호사 한 명과 들것을 들고 나타났다.
빠르게 다가온 김수명 원장이 외친다.
“칼 잡은 분 빼고 모조리 비키세요!”
“제 제발 좀 살려 주세요!”
강감찬 대표가 외치자 김수명 원장이 알겠다며 생체 반응을 확인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김수명 원장이 외친다.
“아직 살아 계십니다. 오 쌤. 수액 팩 수혈 팩 다 꽂아요. 칼은 꽂은 채로 갑니다. 최 선배. 이분 무조건 살려야 합니다.”
“알았어. 일단 우리 병원 수술실에서 긴급하게 처리하자.”
“예!”
김수명 원장과 최익선 원장이 달라붙어 긴급한 치료를 시작한다.
“강은기 대표님. 칼날······ 힘드시겠지만 병원까지 그대로 잡고 있을 수 있습니까?”
강은기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얼마든지요.”
“환자를 엎드린 채로 들것에 실을 겁니다. 그때 같이 올라타세요. 대신 칼날은 절대 흔들리면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이어서 남자 간호사 넷이 들것에 최은태 회장을 조심스레 눕힌다.
강은기는 손에서 피를 흘리는데도 끝까지 칼날을 놓치지 않았다.
김수명 원장이 긴급한 처리를 끝내고 외친다.
“이송합니다!”
남자 간호사 넷이 최은태 회장과 강은기가 있는 들것을 들어 올린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로 빠르게 향한다.
난 강감찬 대표와 이수찬에게 뒤를 부탁했다.
“대표님. 뒷정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수찬아. 너도 남아서 우리 대표님 좀 도와드리고”
이후 난 빠른 걸음으로 김수명 원장의 곁을 따라갔다.
탁.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올라가는 순간 김수명 원장이 내게 말한다.
“정 실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환자 살릴 겁니다. 여기 최익선 원장님이 지난달까지 칠성 병원의 최고 외상 전문의로 있었으니까요.”
최익선 원장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그런데 그때였다.
지이잉~
갑자기 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이 상황에 대체 또 뭔가 하고 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내용을 본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했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7일]
[오늘의 운세 :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한 끝에 낙이 오는 법.]
(삭제된 운세 : 가까운 이의 부고장이 도착한다. 거듭 몸조심을 할 때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최은태 회장을 구하기 위해 고생하며 김수명 원장까지 부른 덕분인지 최은태 회장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리 알려 줘서 정말 고맙다. 에브리데이.’
기뻐서 포효라도 하고 싶지만 꾹 참고 강은기에게 말했다.
“은기야. 회장님. 살아나실 거다. 나만 믿어.”
죽어가던 강은기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정······말?”
“그래. 무조건 사신다. 걱정하지 마.”
“진짜지? 진짜 맞지?”
“그렇다니까?”
“하~ 고맙다.”
날 박수무당으로 생각하고 있는 강은기의 얼굴에 안심이 깃드는 게 보인다.
띠잉~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3번 엘리베이터를 나서자 바로 뒤에 작은 주차장이 보인다.
덕분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구급차로 향할 수가 있었다.
달칵.
최은태 회장과 강은기를 구급차에 실었다.
구급차 문을 닫기 전 김수명 원장이 내게 말한다.
“정 실장님은 최 회장님의 가족분을 모시고 광화문 최익선 재활병원으로 와주십시오.”
하지만 그때였다.
최은태 회장의 위에 올라탄 강은기가 다급히 외친다.
“제가 회장님······ 아들입니다.”
강은기가 드디어 스스로 최은태 회장의 아들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 * *
일본 도쿄 구치소의 VIP 접견실.
시계가 오후 8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최만식은 접견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테이블에 다리를 올린 채 귤을 까먹는 중이다.
“귤 맛이 좋군. 어디 건가?”
“특산 사츠마 만다린입니다.”
맞은편 소파에 앉은 임지택 변호사가 귤을 까며 답한다.
임지택 변호사는 미래상상 저축은행의 이사이자 한국과 일본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인물로서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어쩐지 맛있군. 하나 더 까 봐.”
“여기 하나 더······.”
최만식은 임지택이 건네준 귤을 덥석 받으며 말한다.
“벌써 8시 30분인데 왜 아직 연락이 없어?”
“천진상 변호사님이 마무리를 하나 봅니다. 끝나는 대로 연락해 주신다고 하셨으니 걱정하지 마시죠. 천 변호사님이 나선 이상 절대 실패할 리는 없습니다.”
“하긴 천 변은 우리 영감 심복이니까. 그나저나 이번에는 임 변이 수고 많이 했어. 진즉에 당신처럼 실력 있는 사람을 썼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최만식이 최은태 회장을 공격하는 건 상속권 박탈의 위협이 있었기에 최후의 수로 남겨 두었었다.
하지만 임지택 변호사가 나서서 천진상 변호사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더군다나 박상곤 의원이 뒤를 봐준다고 했기에 이번 주말에 한국으로 간다고 정보를 날린 뒤 불의의 일격을 가할 수가 있었다.
임지택 변호사가 물티슈를 건네며 묻는다.
“저기 그런데 박 의원님한테는 진짜로 명동의 절반을 넘기실 겁니까?”
“그럼 어떻게 해? 그게 일본 감옥에서 풀어 주고 강은기 그놈을 죽이라 청부한 걸 다 덮어 주는 조건이었는데. 그리고 지금 여당 재보궐 선거가 겉으로는 유리해 보여도 돈이 씨가 말라서 당장 다음 주 설문 조사부터는 어떻게 나올지 몰라.”
임지택 변호사가 아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더니 곧 최만식이 손을 닦은 물티슈를 챙긴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최 회장님과 강은기 대표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이 끝나는 대로 정윤호까지 제거하라고 하신 겁니까? 그놈은 불쏘시개로만 쓸 거 아니셨습니까?”
최만식이 이를 빠드득 간다.
“이 모든 일이 이렇게 뒤틀린 건 바로 그 자식 때문이니까!”
정윤호만 없었다면 강은기부터 제거한 다음 자연스레 최은태 회장을 사고사로 위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매번 정윤호가 앞길을 막는 바람에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일본 구치소에 갇힌 것 역시도 정윤호 때문이었기에 원한을 결코 잊을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임지택 변호사의 폰으로 천진상 변호사의 전화가 걸려온다.
“끝났나 봅니다.”
임지택 변호사가 스피커폰을 켠다.
“예. 천 변호사님. 말씀하십시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지택. 그리고 최만식. 이 천하의 후레자식들아! 너희가 감히 회장님을 노려?
바로 명동의 실세이자 최은태 회장의 최측근인 김택훈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찌 된 영문인지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는 그가 천진상 변호사의 전화기를 잡고 말을 하고 있었다.
“아 아니 김 변이 어떻게 한국에······.”
-최만식 이 인간 말종 같은 새X야! 이제부터는 네놈을 딱 그 수준에 맞게 대접해 주마! XX!
그 말과 동시에 벌컥 하고 접견실의 문이 열린다.
일본 교도관들 여섯 명이 진압봉을 들고 우르르 들어온다.
“끌어내!”
“예.”
교도관들이 최만식의 어깨를 붙잡는다.
최만식이 거칠게 반항한다.
“이것들이. 죽고 싶어?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
순간 구치소장과 최은태 회장의 NO.2 변호사인 오성하가 들어온다.
“최만식. 넌 이제 끝났어 이 금수만도 못한 새X야!”
최만식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 변? 다 당신은 또 여기 어떻게?”
“회장님께서 네가 의심된다고 일본으로 보내셨다. 이 버러지 같은 XX야!”
오성하 변호사가 한바탕 욕을 하고 구치소장을 쳐다본다.
“일본은 죄인을 참 편하게 풀어 두는군요?”
그 순간 구치소장이 교도관들에게 지시한다.
“뭐 해? 저 죄인이 자기 거처를 벗어나서 탈옥하려고 하잖아! 두들겨서 독방에 집어넣어!”
“예!”
순간 교도관들이 최만식의 몸을 진압봉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퍽퍽퍽.
“아아악! 이 이 새X들이 타 탈옥이라니······ 미쳤······ 아아악!”
그때 스피커폰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연이어 흘러나온다.
-임 변호사. 천 변호사가 다 불었으니까 너도 줄 잘 서. 네가 한 일을 싹 다 증언하면 너랑 네 가족 목숨은 붙여 줄 테니까.
임지택 변호사는 곤죽이 되는 최만식을 보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부 불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거기 있는 오 변 이야기 듣고 지시대로 움직여.
달칵.
그 순간 최만식이 의식을 잃은 채 교도관들에게 질질 끌려 나가고 있었다.
‘나라도 살아야 해.’
임지택 변호사는 무릎을 털썩 꿇고 그대로 기어가더니 오성하 변호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싹 다 불기 시작했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말입니다······.”
* * *
최은태 회장이 수술을 시작한 즉시 미국에 간 줄 알았던 김택훈 변호사가 병원으로 찾아왔다.
김택훈 변호사는 최은태 회장의 지시를 받고선 미국으로 갔다고 말한 뒤 한국에서 모종의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내게서 사건의 전모를 들은 뒤 곧장 뒤처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강은기는 칼날을 잡아서 다친 오른손을 치료한 뒤 붕대를 둘둘 감고서 말없이 최은태 회장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9시간이 가량이 지났을 무렵.
김수명 원장과 최익선 원장이 수술을 끝내고 나왔다.
다행히 칼날이 절묘하게 주요 장기를 빗겨 가서 큰 후유증이 없을 거라고 했다.
덕분에 최은태 회장은 곧장 회복실로 향할 수가 있었다.
이후 몇 시간이 더 흘러 다음 날이 되었다.
3월 18일 오전 9시.
난 최은태 회장의 병실 앞에서 강은기와 함께 기다리며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은 장소연의 패션쇼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 영진아. 이따가 소연이 패션쇼 준비는 이미리 대리에게 맡겨. 오늘 이미리 대리 쪽은 일정 싹 다 비워 주고.”
-실장님. 이쪽 걱정은 마시고 오늘은 좀 쉬시라니까요?
“안 돼. 소연이는 내가 챙겨 줘야 해.”
장소연이 서기로 한 루이비숑 패션쇼가 성공해야지 동생들을 데려올 수가 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꼼꼼히 지시를 내렸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김수명 원장이 나오며 말한다.
“회장님 깨어나셨습니다.”
강은기와 김택훈 변호사가 일어나서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그때 김수명 원장이 고개를 젓는다.
“정 실장님만 먼저 들어와 달라고 합니다.”
응?
왜 나부터 보자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