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7화
757. 습격 3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7일]
[오늘의 운세 : 가까운 이들의 부고가 연이어 도착한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
(삭제된 일정 : 가까운 이의 부고를 받게 된다.)]
명동 성당 쪽 방면의 출구를 피했더니 부고를 받는 이들이 ‘가까운 이’가 아니라 ‘가까운 이들’로 바뀌었다.
즉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죽는단 뜻.
‘원래대로 명동으로 갔었어야 했나?’
그때 에브리데이에 담긴 내용이 눈에 확 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
이건 배신을 뜻한다.
순간 좁은 통로를 달리고 있는 천진상 변호사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천진상 변호사가 얽힌 미심쩍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이 내부자였어?’
생각해 보면 고택 내부의 모두가 검찰 수사관들에게 체포되었는데 변호를 해야 할 변호사라는 사람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마당으로 전화하러 나갔을 땐 전화를 돌려야 할 곳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화 통화를 빠르게 끊고 최은태 회장에게 돌아갔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복면의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하실로 내려왔을 때 최은태 회장은 아무도 못 들어오게 설정을 바꾸라고 했었다.
천진상 변호사는 설정했다고 했지만 습격자들은 우리가 내려온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내려왔고.
게다가 이후 도망칠 때도 천진상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명동 성당 방면으로 가자며 최은태 회장을 이끌려 한 것이었다.
이후 내가 에브리데이를 확인하고 청계천으로 방향을 바꾸자 애가 단 표정이 아니라 짜증을 냈었지.
마치 계획했던 것이 실패로 돌아가서 화가 난 사람처럼.
즉 이 모든 정황 증거는 천진상 변호사가 배신자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당신이······ 어떻게······ 배신을 해? 회장님이 얼마나 잘해 줬는데.’
천진상 변호사는 최은태 회장이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최은태 회장을 지키는 세 명의 변호사들 중 가장 오래된 인연을 갖고 있었고.
그런 천진상 변호사가 배신했다는 게 믿기지는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다.
에브리데이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니까.
어쨌건 이제부터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우선 급한 건 명동으로 오고 있는 강은기를 청계천 안가로 오도록 연락하는 일이다.
난 앞서가는 최은태 회장을 붙잡았다.
“회장님. 청계천 어디로 은기를 오라고 하면 됩니까?”
“청계천 한빛 광장 옆에 있는 대흥 빌딩 지하로 오라고 하면 되네. 이 통로 끝은 대흥 빌딩 지하 4층으로 연결되거든. 들어오는 법은 3번 엘리베이터에 가서 경호원에게 출입 코드를 말하거나 엘리베이터 안의 터치패드에 코드를 누르면 되네. 출입 코드는 23173일세.”
청계천 대흥 빌딩은 대흥 저축은행의 제2 본점 역할을 하는 30층짜리 초대형 건물이다.
안가라고 해서 별도의 주택일 줄 알았는데 빌딩의 지하를 안가로 쓰고 있었다.
난 알겠다며 곧장 강은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기야. 지금 지하실에서 안가로 도피 중인데 청계천 대흥 빌딩 지하로 와라. 출입 코드 23173. 로비 3번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호원에게 코드를 말하거나 엘리베이터 안의 터치패드에 코드를 누르면 된단다.”
-거의 다 왔는데 명동 지하실이 아니라 청계천?
“놈들이 지하실까지 밀고 들어와서 탈출하는 중이야.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해 줄게.”
-어! 거기로 갈게.
달칵.
전화를 끊는 순간 내 앞에 달리던 천진상 변호사도 폰을 꺼낸다.
하지만 난 재빨리 거리를 좁혀 그의 폰을 뺏어 버렸다.
탁.
폰을 뺏긴 천진상 변호사가 좁은 통로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뭐 뭐야? 왜 폰을 뺏어?”
“누구한테 전화하시려는 겁니까?”
“누구긴 누구야! 경호팀장이지. 명동이 아니라 청계천으로 오라고 해야 할 거 아닌가?”
“제정신입니까? 지금 내부 상황을 외부로 알리면 어떻게 합니까?”
“정 실장 자네는 은기한테 연락을 해놓고 경호팀장에게는 연락하지 말라고?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은기는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그 순간 천진상 변호사의 눈빛이 번뜩인다.
“설마······ 지금 날 의심하는 거 같은데 맞나?”
당장이라도 날 씹어 먹을 듯한 눈빛이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통화 목록을 확인했다.
‘역시나군.’
[현재 시각 PM 08:22]
[최신 통화 목록]
-PM 08:20 안성태 경호팀장.
-PM 08:15 김태훈 변호사.
-PM 08:12 오성하 변호사.
-PM 08:05 안성태 경호팀장.
8시 5분에 있는 통화 내용은 고택 마당에서 통화를 했다는 기록이다.
그리고 8시 20분은 조금 전 갈림길에 있을 때 몰래 통화를 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때였다.
지잉~
[알림 : ‘오늘의 운세’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나만이 볼 수 있는 오늘의 운세가 업데이트된다.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7일]
[오늘의 운세 : 가까운 이의 부고장이 도착한다. 거듭 몸조심을 할 때다.]
(삭제된 일정 : [오늘의 운세 : 가까운 이들의 부고가 연이어 도착한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
운세가 변했다.
천진상 변호사가 배신자라는 것은 더욱 확실해졌다.
“솔직하게 말하십쇼. 청계천 안가 출구에는 몇이나 기다리고 있습니까?”
“이 이 어린놈의 새X가 회장님 총애를 받더니 못 하는 말이 없구나!”
천진상 변호사가 흥분해서 욕을 하자 최은태 회장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정 실장. 천 변. 지금 뭐 하나?”
“회장님. 천진상 변호사가 배신자입니다.”
“뭐? 그럴 리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기에 빠르게 설득을 시작했다.
“아까 말씀하셨죠. 최만식 대표라도 못 내려오게 지하실에서 설정할 수 있다고. 근데 너무 쉽게 뚫렸습니다. 그리고 고민도 하지 않고 명동으로 회장님을 이끌었잖습니까?”
“그거 가지고 천 변호사를 의심하기에는······.”
아무리 내 말이래도 수십 년간의 믿음을 거두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확실한 정황 증거가 하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동으로 오기로 한 예비 경호팀장은 왜 아직까지도 회장님 폰으로 확인 전화를 안 해보는 겁니까?”
천진상 변호사가 예비 경호팀장에게 명동으로 오라고 했다면 당연히 최은태 회장에게 전화해서 안부부터 물어야 했다.
하지만 탈출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연락이 없는 상태였다.
마치 최은태 회장의 움직임을 훤히 아는 사람처럼.
최은태 회장이 파르르 떤 순간 난 확신을 담아 말했다.
“제가 볼 땐 그 예비 경호팀장도 함께 배신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난 천진상 변호사의 통화 목록을 최은태 회장에게 보여줬다.
“8시 5분에 복면을 쓴 놈들이 담을 넘기 직전에 경호팀장에게 연락했고 조금 전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를 정할 때도 경호팀장에게 연락을 했네요.”
천진상 변호사가 손사래를 친다.
“아닙니다! 회장님! 아닙니다. 경호팀장에게 오라는 연락을 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 연락한 건 저도 모르는 겁니다. 아까 주머니에 폰을 넣을 때 실수로 누른 걸 겁니다!”
천진상 변호사가 해명했지만 최은태 회장을 속이기엔 부족했다.
“빌어먹을 자식.”
최은태 회장이 얼굴에 살기를 머금고 천진상 변호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덥석.
“켁켁켁······ 회 회장니······.”
“부모 자식 없는 네놈을 거둬 변호사가 되고 이만큼 클 때까지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런데 그 대가가 고작 배신이더냐!”
“아니······ 아닙······니다.”
“누구더냐? 누구한테 붙은 거냔 말이다!”
“허억······.”
“죽고 싶지 않으면 입을 열어라. 천진상!”
숨이 턱턱 막힌 탓인지 천진상 변호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최만식······입니다.”
“왜······ 그놈한테 붙은 것이냐! 그놈이 돈을 더 준다더냐? 그깟 돈. 나한테 달라고 했으면 그 배는 줬을 것이다!”
“돈······보다는 김태훈이랑 오상하를 짓밟아 준다고 하더군요. 컥컥.”
최은태 회장이 당황한 기색으로 외친다.
“서 설마. 네 놈! 서열이 밀렸다고 앙심을 품은 것이더냐?”
“컥컥······ 예. 맞습니다. 제가 그 두 놈들보다 못한 게 뭐가 있다고 절 밀어냈습니까? 제가 그놈들보다 못한 게 뭐길래요!”
천진상 변호사는 최은태 회장과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일했다.
하지만 김태훈 변호사와 오상하 변호사를 영입한 이후 그는 NO.3로 밀려났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 그 앙심을 품고 최만식 대표에게 붙은 것이다.
배신한 이유를 안 최은태 회장은 몸을 부르르 떤다.
“네놈이 왜 밀려났는지 말해 주마. 일은 가장 잘하지만 그 좁은 심지가 문제였다!”
흥분한 최은태 회장이 천진상 변호사의 멱살 잡은 손에 힘을 꾸욱 주기 시작한다.
“컥컥······.”
“네놈은 간장 종지만도 못한 좁은 속에 겁도 많아서 배신까지는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의 오랜 정이 있어서 널 곁에 뒀었지. 하지만 내가 어리석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각오하거라. 내가 여기서 나간다면 너와 네 가족에게 내린 모든 걸 거둘 테니까.”
“여 영감은 절대로 못······ 못······해. 만식이 만식이가······.”
털썩.
목을 졸린 천진상 변호사가 말을 잇지 못하고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때였다.
웅성웅성.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때 강감찬 대표가 말한다.
“윤호야. 네가 회장님을 모시고 나가라. 여긴 내가 막으마.”
에브리데이는 ‘가까운 이’의 부고장이 도착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최은태 회장이 그 대상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게 누구라도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아닙니다. 대표님께서 회장님을 모시고 먼저 가십시오.”
“아니다 내가······.”
“이 좁은 곳이라면 권투를 배운 제가 더 낫습니다. 어서요! 시간 없습니다!”
난 기절한 천진상 변호사의 윗옷을 벗긴 다음 왼팔에 감았다.
기절한 천진상 변호사를 좌우 1m 되는 작은 통로에 옆으로 눕혔다.
이후 난 천진상 변호사에게서 약 1m 정도 떨어져서 자세를 잡았다.
“천 변호사를 장애물로 활용하면 20명이 몰려와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서들 나가십시오. 저도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안 된다 차라리 같이 싸우자.”
“대표님. 회장님께서 눈에 띄지 않아야 놈들의 마음이 급해져서 실수할 확률이 높습니다. 빨리 가세요!”
최은태 회장이 입술을 꾹 깨물며 말한다.
“강 대표. 정 실장의 말이 맞아. 지금 우린 정 실장한테 둘 다 짐일세. 빨리 가지.”
강감찬 대표가 부들부들 떨며 답한다.
“알았다. 대신 절대······ 절대······ 다치면 안 된다.”
“예!”
최은태 회장과 강감찬 대표는 그제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등 뒤로 들린다.
잠시 후.
탁탁탁.
사람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양복 감은 왼손을 살짝 들고선 오른손을 꽉 쥐었다.
코너를 돌아 나타난 습격자는 총 다섯.
맨 앞에 선 복면 사내가 날 발견하고 외친다.
“멈춰!”
일렬로 늘어선 다섯 명 중 맨 앞의 복면 사내가 칼을 꺼낸다.
“정 실장. 비켜. 우린 회장님만 치면 되니까 젊은 목숨 부질없이 버리지 마라.”
웃기고 있네.
사람을 죽이려고 복면까지 쓴 놈들이 잘도 날 살려 주겠다.
난 놈들의 X소리에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으로 화답했다.
“이거나 드셔.”
“빌어먹을. 그래 끝장을 보자.”
맨 앞의 복면 쓴 사내가 칼을 역으로 잡고 외친다.
“내가 먼저 갈 테니 너흰 뒤를 쳐.”
“예!”
지시를 마친 첫 번째 사내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온다.
하지만 달려오던 그의 시선이 일순간 바닥에 누워 있는 천진상 변호사를 뛰어넘기 위해 아래로 향한다.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그건 바로 내가 원한 것이다.
그 순간 난 거리를 확 하고 좁히며 천진상을 뛰어넘는 복면 사내의 가슴팍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명치 부근을 맞은 복면 사내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
풀썩.
천진상 변호사 몸 위에 복면 사내의 몸이 쌓였다.
덕분에 장애물의 높이는 이제 50cm까지 높아졌다.
그와 동시에 연이어 공격하려던 놈들이 멈췄다.
사람을 한 방에 기절시킬 수 있는 내가 버티고 있는 이상 50cm의 장애물을 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뭐 해? 안 들어오고?”
장애물을 두고 싸우는 법을 모르는 이상 놈들이 날 이길 방법은 없다.
* * *
“끄으으윽······.”
벽을 넘으려던 놈들은 결국 모조리 정신을 잃고 벽이 되어 버렸다.
특히 맨 마지막 놈은 담을 넘는 게 안 되겠다 싶은지 칼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옷을 감싼 왼손으로 막아 낸 뒤 직접 벽을 넘어간 다음 놈을 쓰러뜨렸다.
“헉헉헉.”
난 맨 마지막에 쓰러진 복면 사내를 들고 쓰러진 사람들 위에 다시 쌓았다.
벽을 한층 더 높인 난 놈들의 복면을 벗기고 사진을 찍었다.
찰칵.
그런데 그때 맨 아래에 깔린 천진상 변호사가 깨어났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날 향해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흐흐흐. 네놈 덕분에 일이 쉬워졌다.”
이건 또 무슨 X소리지?
“회장님 다음은 강은기 그놈을 노리고 있었는데 강은기를 불렀잖냐. 크흐흐.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고맙다.”
그게 뭐라고.
어차피 최은태 회장의 목숨을 노렸다면 당연히 벌어졌을 일인데.
“뻔한 일 가지고 뭔가 있는 것처럼 으스대긴. 배신자 주제에”
“배 배신자라니! 최 회장이 먼저 날 배신······.”
퍽.
난 잽으로 천진상 변호사를 기절시켰다.
“뭔 X소리야. 거둬 준 것만으로도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진 거지.”
쓰레기의 말은 깔끔히 잊어버린 뒤 먼저 간 최은태 회장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좁은 통로를 빠르게 달리며 김수명 원장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원장님! 혹시 청계천 대흥빌딩 근처에 아는 의사분 계십니까? 한 분만 빨리 좀 보내 주십시오. 구급차랑!”
그때였다.
-아 그게 마침 제가 광화문 쪽 선배 병원 개업식에 와 있는데······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차도 여기 걸 쓸 수 있고요.
운이 좋았다.
“그러면 대흥빌딩 로비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난 전화를 끊은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통로의 끝을 따라가자 계단이 나온다.
계단의 끝까지 빠르게 달려서 올라가자 문이 나온다.
달칵.
밖에서 잠겼는지 문이 열리지 않는다.
쾅쾅쾅!
“대표님! 회장님! 접니다!”
큰 소리로 외치자 문이 벌컥 열린다.
강감찬 대표가 환한 얼굴로 날 반긴다.
“괜찮은가? 다친 곳은?”
“없습니다. 그보다 회장님은요?”
“저기 은기 군 옆에.”
강감찬 대표의 손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야 뛰어넘어!!”
“칼만 막아!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
“젠장. 바리케이드부터 무너뜨려!”
100평 정도 되는 넓은 지하 4층 안가에는 식탁 의자 소파로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두고 양 진영이 다투고 있었다.
명동 쪽 안가로 간다고 했는데도 만일을 대비해 남겨 뒀는지 복면의 사내들이 40명 정도가 남아 있다.
그리고 강은기는 바리케이드 안쪽에서 자기를 경호하던 30명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막기만 해! TOP 경호랑 우리 애들 100명이 추가로 온다고 한다. 경찰 쪽도 곧 올 테니까 다들 조금만 버텨!”
강은기는 적들이 자신도 노리는 걸 알고 현명하게 전면에 나서지 않고 후방에서 지휘만 하고 있었다.
적당한 뻥카까지 쓰면서.
‘그럼. 그렇지.’
수도 없는 전투를 치러 본 강은기답게 앞으로 나갈 때와 뒤로 빠질 때를 너무도 잘 알았다.
그리고 최은태 회장은 바로 그 곁에 있었다.
다행히 공격해 온 적들은 곧이어 올 응원군에게 포위될까 봐 두려운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늘의 운세를 확인했다.
그런데
[에브리데이 V13]
[날짜 : 2021년 3월 17일]
[오늘의 운세 : 가까운 이의 부고장이 도착한다. 거듭 몸조심을 할 때다.]
‘아직도 안 사라져?’
그런데 그때였다.
최은태 회장이 강은기를 지키라고 보낸 경호 3팀의 송채문 팀장이 강은기에게 다가가는 게 보인다.
“대표님. 추가로 증원하는 팀에서 연락이 왔는데 5분 뒤에 로비에 도착······.”
그런데 말을 하며 다가오던 송채문이 2m 거리에 도달했을 때 안주머니로 손을 넣는다.
온몸의 솜털이 바짝 선다.
난 그 즉시 강은기를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은기야!!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