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50화
750. 부모의 자격 1
일산 <프로젝트 I.O.A> 세트장으로 가는 택시 안.
송창식은 조수석에 앉은 채 금이 간 액정 화면을 보고 있다.
[(프로젝트 I.O.A 인물 탐구 – 5팀 송미희) 가장 준비된 후보생.]
-5팀의 한국인 멤버인 송미희는 132명 중 가장 완성된 후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노래 댄스 외모 예능 인품.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다는 평가입니다.
-땀 흘려 달려온 10년 송미희 후보생이 이번에는 빛을 볼 수 있을지가 관람 포인트.
-그녀를 지지하는 팬들은 응원 댓글을 남겨 주세요.
-1회 차 인기투표 전체 7위 (획득 표수 : 23123표)
“크크크. 고년 잘 컸네.”
송창식은 어젯밤 출소 직전에 교도관에게 전해 들었다.
자기 딸이 오디션 프로에 나왔는데 인기가 참 많더라고.
그래서 사인 한 장만 나중에 보내 달라는 부탁까지 받고 나왔다.
과거에도 딸이 연예 기획사에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합격할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라 보였다.
그런데 그때 30대 초반의 운전기사가 옆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딱 봐도 뭔가 오해를 한 눈치였다.
“거 너무 그렇게 보지 마쇼. 실은 얘가 내 딸이니까.”
“예에?”
“내가 송미희 애비 되는 사람이란 말이요. 한동안 외지에 일을 나가서 엄마랑 딸이랑 헤어져서 오랜만에 보는 거고.”
30대 초반의 운전기사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예. 뭐.”
못 믿겠다는 태도에 송창식이 폰에 저장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거 사람 말을 못 믿네. 자 여기 봐보쇼 여기!”
운전기사가 곁눈질로 송창식의 폰 액정을 본다.
진짜로 송창식이 어린 송미희와 함께 있는 사진이 있다.
“어? 진짜셨네?”
“지금 일산에 가는 것도 딸을 보러 가는 길이요.”
송창식이 일산에 가는 건 실은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였다.
딸이 지금 <프로젝트 I.O.A> 일산 촬영 세트장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거기에 가서 난동을 피우면 되겠다 싶어서.
하지만 그 속내를 알 리 없는 30대 초반의 운전기사는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운 채 친근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실은 어제 방송을 보고 송미희 후보의 팬이 되어서 그랬습니다. 전 공무원 시험 준비만 7년을 하다가 포기하고 운전기사를 하는데 송미희 후보는 무려 10년이나 한길을 가는 게 장하기도 하고 멋져 보이더라고요.”
“큼. 우리 딸이 인기가 많나 보네?”
“당연하죠. 거기 보면 7위라고 되어 있잖습니까? 132명 중 7위는 대단한 겁니다! 진짜! I.O.A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운전기사는 흥분한 표정으로 세세하게 자신이 아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그 순간 송창식의 입꼬리가 씩 하고 올라간다.
‘이런 횡재수가 있나!’
원래는 딸을 만나 아내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아낸 다음 아내에게 돈을 받아서 경마와 도박을 즐기려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돈이 나올 곳은 따로 있었다.
딸이 이렇게 인기가 많다면 방송국에게 돈을 더 뜯어낼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야 했다.
송창식은 웃음을 억누르고 운전기사에게 자세를 낮추며 물었다.
“크흠······ 실은 내가 지방에서 일만 하고 살아서 딸이 가수가 되겠다고 하는 것만 알지 어떤 방송에 나가는지도 잘 모르오. 팬인 거 같은데 혹 아는 게 있으면 좀 더 풀어 보쇼. 그래도 애비가 되어서 너무 모르고 가는 것도 쪽팔리는 짓이니까.”
그 순간 딸의 팬이라는 운전기사가 예상보다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아 먼저 이 방송이 어떤 거냐면요······.”
운전기사 덕분에 남부 교도소 근처에서 일산으로 가는 동안 송창식은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산 세트장에 도착했다.
<프로젝트 I.O.A>라고 적혀 있는 거대한 건물이 보인다.
택시가 부드럽게 주차장에 선다.
끼익.
미터기는 48200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송창식의 허름한 지갑에는 3만 원뿐이었다.
송창식은 살짝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운을 띄웠다.
“어? 돈이 왜 3만 원밖에 없지? 큼. 이보쇼 기사 양반. 근처 ATM에 가서 뽑아 올 테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쇼.”
그때였다.
운전기사가 씩 하고 웃는다.
“됐습니다. 송미희 후보 아버님이시잖습니까? 공짜로 태워 드리지는 못해도 깎아는 드려야죠!”
송창식은 애당초 더 줄 생각도 없었다.
ATM기에 다녀온다면서 그대로 사라질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운전기사가 생각보다 호의적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송창식의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호구네. 이거.’
송창식은 속으로 키득거리며 3만 원을 건네줬다.
그 순간 운전기사가 자신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구호를 외쳤다.
“준비된 아이돌 5팀 송미희! 파이팅입니다!”
송창식은 ‘미친놈이 이상한 짓거리를 한다’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깎아 주는 터라 어색하게 웃으며 주먹을 쥐고 따라 외쳤다.
“파 파이팅!”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아버님~”
묘한 구호만 남기고 사라지는 택시를 보며 송창식은 웃음을 지었다.
“흐흐. 미희 고년이 나한테 도움이 되는 때도 있군.”
송창식은 한바탕 웃음을 짓고 몸을 돌렸다.
이제 건물 로비에 들어가서 적당히 난동이라도 부리면 책임자가 나올 게 틀림없다.
그러면 그 책임자에게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다.
‘딸년이 인기 후보라고 했으니까 적당히 시끄럽게 굴면 돈을 주겠지?’
송창식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거대한 두 건물 중 숙소동이라고 적힌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시각이 새벽 6시 15분이라 그런지 돌아다니는 개미 새끼 하나 없다.
터벅터벅.
송창식은 쌀쌀한 아침 기운도 잊은 채 기분 좋게 숙소동 입구 앞에 섰다.
자동문 옆에 경비실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와 검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경비원이 나온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였지만 송창식에게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이~ 내 딸이 이 안에 있어서 만나러 왔수다. 좀 비켜 보쇼.”
“안 됩니다. 관계자 이외에는 못 들어갑니다.”
“어이~ 내가 그 관계자라니까? 내가 바로 송미희 애비 되는 사람이야!”
송창식은 일부러 언성을 높였다.
애당초 진상 짓을 해서 책임자를 불러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혹 이러다가 한 대 맞기라도 하면 더 좋은 일이고.
그런데 그 순간 얼굴을 가린 경비원이 정중하게 허리를 굽힌다.
“아~ 미희 아버님이셨습니까?”
택시 기사도 그렇고 경비원도 그렇고 송미희의 아버지라는 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반응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 그래. 내가 미희 애비야.”
“진즉에 말씀하시죠. 그러면 이쪽으로 오십시오. 숙소동은 다른 학생이 있어서 들어갈 수 없지만 연결된 무대동으로 송미희 양을 불러내겠습니다.”
상대가 화를 내고 싸움을 받아 줘야 진상 짓이 이뤄지는데 너무 정중하게 나오는 바람에 소란이 생기질 않는다.
게다가 자기 팔을 붙잡은 경비원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어허······ 이 사람이?”
송창식은 진상을 피울 타이밍을 놓친 채 옆에 있는 거대한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대 동에 도착하자 경비원이 출입구에 엄지를 댄다.
달칵.
두꺼운 문이 열린다.
그 뒤로 기다란 복도가 나온다.
“여길 지나서 무대까지 가야지 연결된 장소가 나옵니다.”
경비원은 그 말을 하고 앞서며 무전기를 꺼낸다.
“미희 아버님이 찾아오셔서 들어가니까 미희한테 이야기 좀 해줘.”
-예. 알겠습니다.
뒤를 따르던 송창식은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 정도로 상대가 약하게 나온다면 더 큰 돈을 뜯어낼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희 고년이 이 정도 대우를 받는다면 돈은 달라는 대로 주겠는데?’
그 생각을 하고 복도의 끝에 도착했다.
경비원이 아까보다 훨씬 더 큰 문에 잔뜩 힘을 줘서 연다.
끼이익.
힘 좋은 경비원이 애를 써야 할 정도의 육중한 문이 열린다.
경비원이 어두컴컴한 안을 가리킨다.
“먼저 들어가시죠.”
평소라면 어두컴컴한 곳에 들어갈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만 경비원의 정중한 태도에 송창식의 경계가 풀렸다.
“큼. 그러지.”
송창식은 별다른 의심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번쩍.
송창식이 서 있는 출입구부터 무대까지 통로에 불이 켜진다.
132명이 다 올라갈 정도 크기의 큰 원형 무대가 있고 무대 위로는 콜로세움 같은 구조의 객석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스크린이 높은 천장에 달려 있었다.
양옆에 있는 객석에는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했지만 어스름히 보이는 높이로 봐서는 엄청나게 많은 관객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TV에서 보던 엄청난 콘서트장의 광경에 송창식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대박이다!’
이런 무대 위에서 딸이 공연할 수 있다면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돈을 뽑아 먹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잡았다 내 호구.’
송창식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으하하하. 엄청나게 돈 투자를 많이 했구만.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 딸이 무대에 선다 이거지? 흐흐흐.”
그때였다.
“그래.”
정중하던 경비원이 갑자기 반말로 말한다.
순간 잘못 들었나 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
“당신 말대로 당신 딸이 여기에 서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거라고!”
경비원이 반말을 한 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경비원이 쓰고 있던 모자를 천천히 벗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
“어······어······ 넌······ 정윤호?”
‘진짜라면’ 광고에 나오던 바로 그 남자가 자신을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 * *
무릇 부모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존재라고들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부모의 내리사랑을 받고 자라면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송창식은 자식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난 송미희에게 이런 아버지가 있다는 걸 다른 아이들이 눈치챌 수 없도록 경비원과 복장을 바꿔 입고선 숙소동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송창식을 만나자마자 자연스레 무대동으로 끌고 들어왔다.
콘서트를 벌여도 외부로 소음이 빠져나가지 않는 이 무대동이라면 무슨 일이 생겨도 외부에서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난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를 완전히 다 벗고선 송창식을 쏘아봤다.
순간 송창식이 정신을 차리고 외친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지.”
송창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빽 하고 외친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얼른 가서 내 딸 데려와!”
난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당신 딸이 여기 어디 있어?”
“뭐?”
“평생 아버지다운 짓 한번 안 했으면서 무슨 염치로 당신이 아버지라는 건데!”
송창식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언성을 높인다.
“씨X. 내가 오늘은 출소하는 날이라서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다 너 때문인 거야!”
그 순간 송창식이 몸을 홱 하고 돌려 문으로 뛰어간다.
그러고선 거대한 문을 낑낑대며 열려고 한다.
하지만 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끄으응······ 뭐 뭐야? 왜 안 열려?”
숙소동으로 가서 진상을 피우려고 하는 거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 문밖에는 내가 불러놓은 사람들이 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갈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그 문으로 나가고 싶으면 딱 한 가지만 약속하면 돼.”
“약속 같은 소리 하네! 당장 이문 안 열어?”
“말했잖아. 약속만 하면 열어 준다고.”
송창식이 낑낑거리다 내게 묻는다.
“무슨 약속!”
“다시는 미희랑 미희 엄마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약속해. 그러면 당신 가고 싶은 곳으로 보내 줄게. 돈도 조금 챙겨 주고.”
송창식이 욕설을 내뱉었다.
“지X. 내가 등신이냐? 평생 뽑아 먹을 수 있는 호구를 포기한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미희 고년이 가죽만 남을 때까지 빨아먹을 거야 이 새X야!”
역시나 내가 예상한 데서 한 치도 벗어나질 않는 인간이다.
난 한숨을 내쉰 뒤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관객석 불 켜줘.”
-예.
그때였다.
탁.
어둡던 관객석에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관객석에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바로 송미희와 송미희의 엄마 이영선이다.
송미희의 엄마는 흥신소의 다른 팀원들이 사정을 말하고 모시고 왔는데 아빠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도와 달라고 한 송미희와는 달리 송미희의 엄마는 여전히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난 두 사람을 함께 객석으로 불러온 뒤 불을 꺼두고 모든 이야기를 듣게 했다.
지금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송미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려 주기 위해서.
“미희 어머님이 결심하시지 않는다면 저 인간은 평생 미희를 괴롭힐 겁니다. 어머님이 용기를 내셔야 따님이 삽니다!”
송미희의 엄마 이영선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저 저야 실장님 말씀을 따르고 싶어요. 근데 딸이 아이돌이 안 되면······ 그때 가서 실장님이 모른 척하시면 저흰 어떻게 하라고요!”
예상한 대로의 반응에 단호하게 답했다.
“미희는 어제 순위가 7위였습니다. I.O.A가 안 되더라도 다른 소속사에서 줄을 서서 데려갈 겁니다. 그리고 만약 I.O.A에 떨어지게 된다면 그땐 제가 책임지고 도와드리겠습니다.”
현재 송미희는 I.O.A에 합격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설령 안 된다고 하더라도 리버스 엔터나 다른 회사들에게도 소개해 줄 수가 있다.
송미희급 외모와 실력을 가진 아이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송창식이 바락바락 외친다.
“야 송미희! 이영선! 니들이 날 엿 먹여? 오냐. 오랜만이라서 잊었나 본데 니들 어디 오늘 나한테 한번 죽어 봐라!”
사정을 알아챈 송창식이 날 지나 객석으로 올라가려 한다.
그 순간 난 송창식의 손목을 붙잡은 뒤 아래로 꾹 하고 눌렀다.
송창식이 고통을 호소하며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으으으윽. 이 이거 안 놔! 놔 이 새X야!”
송창식이 고래고래 고함을 쳤지만 난 들은 체 만 체 하고 객석을 향해 말했다.
“어머님. 결정해 주십시오. 어머님이 결단만 내리시면 이 인간이 다시는 두 분 앞에 못 나타나게 치워 드리겠습니다.”
송미희의 엄마 이영선이 떨리는 눈으로 곁에 있는 송미희에게 묻는다.
“미희야. 저 남자 약속 믿을 수 있니?”
송미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한다.
“응. 엄마. 정 실장님이면 믿어도 돼. 그리고 나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저분 덕분이야. 그러니까 엄마······ 이제부터는 우리 둘이서만 살자. 응? 나 더는 맞고 살기 싫어. 엄마가 맞는 건 더 보기 싫고. 응? 그러니까······ 제발~”
그 말과 동시에 송미희가 엄마를 꼭 껴안았다.
이영선이 딸을 품에 꼭 껴안고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때 무릎을 꿇고 있는 송창식이 다시 한번 외친다.
“내가 여길 나가면 집구석에 불을 질러 싹 다 죽이고 나도 죽어 버릴 거야!!”
그때였다.
이영선이 각오를 다지곤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한다.
“정 실장님. 저 사람······ 다시는 우리 앞에 안 나타나게 해줘요.”
허락이 떨어졌다.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회귀 전 이런 짓 하는 인간들을 본 적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이들은 감옥에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감옥에 들어가도 얼마 있지 않아서 풀려나곤 한다.
그리고 그때 더 큰 사고를 일으키곤 했었다.
그래서 이런 인간들을 상대할 때는 특수한 방법이 필요했다.
난 즉시 무전기를 눌러 밖에 있는 이들을 불렀다.
“들어와.”
그때였다.
끼이익.
육중한 출입구 문이 열리더니 문을 막고 있던 남자들이 들어왔다.
각지게 깎은 머리에 살벌한 인상의 네 명이 정장을 입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거대한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고 있었다.
드르륵.
캐리어의 바퀴 끌리는 소리가 출입구에서 울리자 송창식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 지금 뭐 뭐 하려는 거야!”
뭐긴 뭐야.
송창식 당신을 지금부터 이곳에서 치우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