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3화
743. <프로젝트 I.O.A> 시작 2
중국 쪽 전세기 안에서 파벌 싸움이 일어난 것과 달리 일본 쪽 전세기 안에서는 드러난 싸움은 없었다.
하지만 지방별로 모여 있는 일본 예선 통과자랑 뚝 떨어져 있는 미나모토 아오이를 본 순간 이지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중국은 파벌 싸움이면 니들은 이지메냐?’
그런데 일본 예선 통과자들은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손에 든 옷을 보며 환호를 지르고 있다.
“플레어 치마 이거 라인 진짜 잘 빠졌는데?”
“트레이닝복 품질도 엄청 좋아!”
그때 아이 한 명이 브랜드 택을 확인한다.
“어? 이거 LM 의류에서 나온 의상이잖아?”
“그래. 아까 오는 도중에 스태프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잖아. I.O.A 합격하면 정유진의 뒤를 이을 광고 모델이 된다고.”
“그래. 그리고 I.O.A 멤버가 되면 LM에서 독자 브랜드도 내준대.”
“대박이다 진짜!”
일본 아이들은 대부분 조용조용한 편이었지만 LM 의류에서 디자인한 옷을 들자마자 한국 아이들처럼 꺅꺅대고 있었다.
LM 의류는 유진이가 광고한 이후 브랜드명이 알려지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후 유진이는 LM 의류에서 자회사로 런칭한 명품브랜드 L.M.L의 광고 모델을 겸하게 되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유진이는 L.M.L 광고만 전담할 예정이다.
그리고 빈자리가 될 LM 의류의 광고 모델을 I.O.A로 대체하려는 중이었다.
아이들이 숙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길래 혹시나 미나모토 아오이가 아이들과 어울릴까 하고 잠깐 더 기다렸다.
하지만 미나모토 아오이는 태블릿과 옷만 받은 뒤 또다시 뒤로 물러나 혼자서 기다린다.
‘안 되겠군.’
난 그 즉시 의상을 챙겨주고 있는 일본 쪽 협력사 AMOSE의 사스케 팀장을 불렀다.
“사스케 팀장님!”
사스케가 옷을 나눠 주다 허리를 편다.
“예. 실장님.”
“잠깐만 와보세요.”
“예.”
사스케가 곁에 있던 료타 팀장과 나나미 대리에게 일을 맡긴 뒤 뛰어온다.
170cm 정도의 키에 귀여운 인상의 통통한 체형을 가진 사스케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AMOSE의 이토 히로시 대표의 둘째 아들로서 도쿄대학을 나온 첫째 타츠야와 달리 고졸이다 보니 무시를 당했다.
심지어 회사 내에서는 ‘모자란 사스케’로 불리기까지 했고.
하지만 난 파트너로 ‘잘난 타츠야’가 아닌 ‘모자란 사스케’를 선택했다.
사스케는 아이돌 덕후였기 때문에 아이돌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회사 내에서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프로젝트 I.O.A>의 일본 담당자로 결정되면서 팀장으로 전격 승진해서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내가 그를 선택한 건 아이돌을 잘 알아서만이 아니다.
앞으로 3년 뒤.
사스케는 아버지 대신 경영하다가 무책임하게 회사를 팔아넘기려던 형 테츠야를 대신해 AMOSE를 부도 위기에서 구한 뒤 회사를 최고 전성기로 올려놓게 되는 능력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난 나만이 알고 있는 미래를 이용해 그의 능력을 <프로젝트 I.O.A>에 쏟아붓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난 그 보답으로 사스케를 도와줄 예정이다.
그러는 사이 사스케가 내 앞에 도착했다.
“부르셨습니까 실장님.”
“아오이 상태. 언제부터 저랬습니까?”
사스케가 땀을 닦으며 미나모토 아오이를 힐끗 쳐다본다.
“처음 비행기에서 소식 듣고 나서부터 저랬던 것 같습니다.”
사스케는 예리한 관찰력 덕분에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제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실은······ 확신이 없었습니다.”
“예?”
“료타 팀장님께 먼저 말씀드렸더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해서요. 그러다 보니 실장님께도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말지 판단이 안 섰습니다.”
말은 누군가에게 날개를 달아 주지만 누군가에게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사스케는 회사 내에서 ‘모자란 사스케’라고 불리다 보니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일본 쪽 스태프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히로시 대표는 사스케를 팀장으로 승진시키며 총괄 책임자라는 직책을 줬지만 동시에 사이고 료타 팀장을 보내 업무를 보게 한 것이다.
사이고 료타 팀장은 올해 35살로 벌써 경력 10년 차의 베테랑.
즉 사스케는 바지 팀장이고 료타 팀장이 실질적인 일행을 이끄는 구도였다.
‘거참. 아들을 믿으려면 좀 제대로 믿어 주실 것이지.’
료타 팀장이 능력이 있다곤 해도 역시나 이번 일은 섬세한 사스케의 말이 맞았다.
이지메는 결코 놓아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반드시 외부의 간섭 그것도 적극적인 간섭이 있어야지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사스케가 더욱 자신 있게 나서야 했다.
아무래도 미나모토 아오이를 바꾸기 전에 사스케부터 바꿔야겠다.
“사스케 씨 아니······ 사스케. 내가 형이니까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예. 편하게 하십시오.”
“그래.”
난 심호흡을 하고 사스케에게 딱 부러지게 말했다.
“료타 팀장님이 실무 책임자라고 해도 넌 총괄 책임자잖아. 그런데 그 우두머리가 아래 팀장 말에 주저주저하면 어떻게 해?”
사스케 역시 학창 시절과 회사에서 이지메를 당했었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형에게 비교되었기에 대표의 둘째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사람들이 ‘모자란 사스케’라고 불리기도 했고.
하지만 이젠 사스케는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러니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사스케 역시도 용기를 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차후 AMOSE의 후계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스케. 넌 이제 어른이잖아. 네가 주저하면 아이들이 힘들어져. 근데 그래도 이렇게 계속 보고만 있을 거야? 널 파트너로 해달라는 내가 실수한 거니?”
사스케는 내 말에서 느낀 바가 있는지 목소리를 떨며 답한다.
“아뇨. 돕고 싶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날 안 믿어 줄 텐데······.”
난 사스케의 그 마음을 알기에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답했다.
“내가 네 파트너잖아. 지금부터 내가 널 도와줄게. 그러니까 사스케 넌 아오이를 도와주라. 부탁이다.”
이제까지 사스케에게는 아무도 신뢰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난 그 사스케를 믿고 뒷배가 되어줄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사스케가 천천히 한쪽에 홀로 서 있는 미나모토 아오이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각오를 다지곤 답한다.
“알겠어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돼요 윤호 형?”
그 순간 난 미나모토 아오이를 도울 방법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 * *
“아오이한테 앱 기능을 알려준다고요?”
“어.”
<프로젝트 I.O.A>는 참가자들이나 시청자들이 소통하고 투표할 수 있는 전용 앱이 있다.
이두오가 만든 [PROJECT : I.O.A]란 앱이 바로 그것인데 그 기능 중 하나인 라이브 모니터링 시스템을 알려줄 셈이다.
“실시간으로 자기들이 하는 짓을 운영자들이 보고 있고 녹화된다는 걸 각인 시켜주면 더는 이지메 같은 짓거리를 못 하겠지.”
“그렇겠네요. 녹화도 되니까 차후 벌점을 매길 수도 있을 것이고······.”
“그래. 아직 애들이라곤 해도 경고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오이를 데리고 올게요.”
사스케가 미나모토 아오이에게 다가가서 내 쪽으로 데려온다.
그 순간 일본 예선 통과자들이 숙덕거리기 시작한다.
-아오이를 어디 데려가는 거야?
-어? 정 실장님한테 데려가잖아.
-뭐야 벌써 아오이를 찍은 건가?
-회사 내부 평가에서 쟤가 1위라는 소문이 있던데······.
-씨······ 이제부터라도 쟤랑 잘 지내야 하는 거 아냐?
-몰라. 나도.
아이들은 옷과 태블릿을 받으며 이쪽으로 힐끔힐끔 시선을 돌린다.
예상한 대로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부르셨어요? 실장님.”
미나모토 아오이가 다가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난 방긋 웃으며 답했다.
“왜 혼자 있어?”
“아 그게요······.”
“이제껏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보고 있으니까 편하게 말해도 돼.”
미나모토 아오이가 안절부절못한다.
난 슬쩍 사스케를 쳐다봤다.
같은 처지를 경험한 사스케가 미나모토 아오이를 향해 말한다.
“지금 이지메 당하고 있지?”
미나모토 아오이가 움찔한다.
“아 아니에요.”
“아니긴. 나도 당해봐서 잘 아는데. 다들 아닌 척 해도 너 따돌리고 있잖아.”
미나모토 아오이가 고개를 숙인다.
“죄송해요 팀장님.”
“네가 왜 죄송해? 잘못한 아이들은 따로 있는데.”
“그게요······.”
사스케가 미나모토 아오이를 향해 말한다.
“네 잘못 아냐. 그러니까 고개 들어.”
미나모토 아오이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눈가에 눈물이 살짝 비치려는 순간 사스케가 말한다.
“울지마. 울면 쟤들은 널 더 약한 애로 볼 거야. 약해져선 안 돼 아오이. 힘내.”
사스케가 힘을 북돋워 준다.
그 순간 난 곁에서 있다가 슬쩍 행커치프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때 사스케가 손을 내민다.
“뭐 하나 알려줄 게 있어서 불렀어. 잠시 태블릿부터 줘 볼래?”
“아 예.”
미나모토 아오이가 자기 손에 든 태블릿을 건네준다.
사스케는 몇 번의 클릭을 하더니 관리자 계정으로 접속해 [라이브 모니터링] 버튼을 눌렀다.
메뉴 아래로 아이들의 이름이 주르륵 나온다.
사스케가 거기서 [미나모토 아오이 (ON)] 이라고 된 버튼을 누른다.
태블릿 화면에 미나모토 아오이를 찍고 있는 카메라의 영상이 나온다.
“어?”
놀란 미나모토 아오이가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 순간 자신을 찍고 있는 스태프의 카메라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절 찍는데요?”
“그래. 도착하는 순간부터 너희들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잖아. 기억나지?”
“예.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요.”
“그러니까 정신 차려야 해. 너희들 여기 놀러 온 거 아니잖아.”
<프로젝트 I.O.A>는 오늘 1주 차 방송을 하고 나면 2주 동안 연습하고 3주 차에 첫 번째와 동시에 4주 차에 결과를 발표한다.
그때 132명 중 64명만 남긴다.
그리고 5주 차에 경연하고 6주 차에 다시 32명만 남긴다.
즉 이미 한국 땅을 밟은 순간부터 오디션은 시작된 거나 다름없었다.
사스케가 앱 기능을 가리키며 말해 준다.
“아직까진 말하지 않았지만 녹화된 영상을 보고 감점을 할 수도 있어.”
“지 진짜요?”
“그래. 네가 이지메 당한 것도 우리가 원하면 다 감점 먹일 수가 있어. 어떻게 할까?”
<프로젝트 I.O.A>는 운영진이 참가자들에게 상황에 맞는 감점을 줄 수 있다.
사스케는 필요하다면 당장에 개입해서 감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미나모토 아오이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다.
아이들이 저지르는 나쁜 짓을 어른들이 다 지켜보고 도우려고 한다는 말에 든든한 백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을 느껴서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혼내달라고 말할 줄 알았던 미나모토 아오이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낸다.
“아뇨. 제가 혼자 이겨 낼게요.”
“응? 혼자?”
“예.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하면 아이들을 당장은 혼내 줄 순 있지만 앞으로 12주 동안 드러나지 않는 이지메를 당할 거 같아요. 그러니까 다른 방법이 더 좋을 거 같아요.”
“어떻게?”
미나모토 아오이가 사스케보다 상급자인 내 눈치를 본다.
“저기 정 실장님. 지금 말씀해 주신 거 다른 애들한테 말해 줘도 돼요?”
“다른 애들한테?”
“예.”
“하는 건 문제없지만 어떻게 하려고?”
“음······ 그건······.”
자기만의 생각이 있나 보다.
사스케를 쳐다보자 고개를 끄덕인다.
미나모토 아오이가 하는 것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해.”
사스케가 곁에서 답한다.
“대신 아오이 앞으로는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꼭 쪽지 보내. 내가 책임지고 해결해 줄게! 물론 네가 아니더라도 힘든 애들은 전부 다.”
사스케가 가슴을 툭툭 치자 미나모토 아오이의 얼굴이 환해진다.
“예! 팀장님! 그러면 저 가 볼게요. 감사합니다 사스케 팀장님 정윤호 실장님.”
미나모토 아오이가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아직도 시끌벅적한 줄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더니 곧장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얘들아 지금 카메라들이 우리 한 명 한 명 다 찍고 있대.
그때였다.
아이들도 조금 전까지 따돌리던 미나모토 아오이 근처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진짜?
-어 그리고 그거 다 녹화 중이래. 아까 공항에서 내려서부터 감점할지 말지 고민 중이시래.
순간 아이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걱정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해? 나 아까 코 팠는데?
-난 머리 긁었는데?
아이들이 당황하자 미나모토 아오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I.O.A>는 팀워크가 제일 중요하대. 그러니까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미나모토 아오이의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 그래. 그러자.
-미안 아오이. 잘못했어.
미나모토 아오이가 고개를 젓는다.
-아냐. 나도 너무 미안해. 하마터면 나 때문에 오늘 오디션 못 볼 뻔했잖아.
-아냐 아냐. 거짓말로 고소당한 거라면서.
-그래. 아오이가 무슨 잘못이야.
미나모토 아오이는 생각보다 머리가 좋았다.
아이들에게 따돌리면 감점을 받는다고 경고를 한 뒤 사이좋게 지내는 법까지 한 번에 처리해 버렸다.
사스케가 그 광경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오이 쟤 제법인데요?”
“그러게?”
나도 조금은 놀랄 정도로 미나모토 아오이의 대응은 깔끔했다.
미나모토 아오이는 그렇게 현명하게 상황을 해결하며 우리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다.
“사스케. 그러면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앞으로도요?”
“그래. 지금처럼 라이브 뷰 기능을 보면서 용기를 잃은 아이들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 포기하려는 아이들. 걔들한테 다가가서 도닥거려줘.”
미나모토 아오이의 문제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지금처럼 도닥거려줄 수 있는 사스케라면 다른 아이들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예 형. 제가 할게요.”
사스케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었다.
미나모토 아오이뿐 아니라 사스케마저 한 단계 레벨 업을 하고 있었다.
* * *
오후 6시.
SBC 등촌동 공개홀.
무대 아래 심사위원석에 안예음 이사와 이동민 실장 그리고 체리블라썸이 앉아 있다.
그리고 그 뒤의 객석에 <프로젝트 I.O.A>의 한 중 일 예선 통과자 132명이 흰색 붉은색 푸른색 옷을 입고 앉아 있다.
객석 중간에는 한국팀이 앉아 있는데 그중 고은서가 1번 패찰을 달고 맨 가운데 앉아 있고 그 옆으로 FIVE 엔젤스 얼짱 출신의 성나라가 2번 그리고 이모에게 착취당해 영양실조에 걸렸던 한소원이 3번으로 나란히 앉아 있다.
“빨리 빨리 서둘러.”
지영식 PD와 스태프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난 스태프들의 움직임에 방해라도 될까 왕룽과 릴리 그리고 사스케와 함께 무대 옆 출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스태프들의 준비가 끝이 났다.
지영식 PD가 확성기를 잡고 외친다.
“자. 첫 방송이 코앞입니다. ‘팀 정하기’를 촬영한 뒤 바로 일산 세트장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조금 빨리 가겠습니다. 레디~ 액션!”
액션 신호와 함께 MC를 맡은 방송인 김정주가 방송국 스튜디오 무대 위에서 태블릿을 들고 외친다.
“긴 예선이 끝나고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후보들이 바로 이곳 SBC 공개홀 스튜디오에 모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 MC 김정주. 인사드립니다.”
와~ 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그러면 가장 먼저 <프로젝트 I.O.A>의 특색인 ‘팀 정하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객석에 앉은 아이들이 긴장한 기색을 띤다.
“한국 예선 통과자 중에서 2명 중국에서 1명 일본에서 1명을 뽑아 한 팀이 됩니다. 이 4명은 1주일 동안 한 팀이 됩니다. 팀원은 매주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1주일 동안 바꿀 수 없습니다. 관련 공지 사항은 손에 들고 있는 태블릿 바탕 화면에 있는 I.O.A 앱에 상세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김정주는 [PROJECT : I.O.A]을 설명하며 공지 사항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알려준다.
“먼저 1주 차 팀 구성원은 심사위원들이 임의로 정했습니다. 1팀은······.”
그때였다.
맨 앞 열의 고은서가 손을 번쩍 든다.
“MC님. 같은 팀 애가 너무 못하면 어떻게 해요? 경연도 같이 본다는데 한 명 때문에 나머지가 피해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고은서는 올해 17살로 오디션 참가자 중에서 수위를 다투는 미모와 실력을 갖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상급 여배우 한소예와 국회의원 아버지 고준택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고 자라서 오만하고 이기적인 성격이다.
회귀 전 탑 엔터테인먼트 시절에도 팀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몇 번이고 바꿨던 녀석이 오늘도 팀원 교체 가능성을 물어본다.
하지만 이럴 줄 알고 미리 김정주에게 경고를 해 줬었다.
그 덕에 돌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정주는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답한다.
“말씀드린 것처럼 1주일간 팀원은 교체할 수 없습니다.”
고은서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그때였다.
웅성웅성.
스튜디오 출입구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허허허. 기대되는군요.
-예. 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영식 PD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벌컥 짜증을 낸다.
“커~엇!!! 촬영 중인데 누가 떠들어?”
지영식 PD가 고함을 지른 순간 40대 중년 남자와 일행들이 스튜디오 들어오고 있었다.
“촬영 중이었습니까? 아이고~ 이거 미안합니다. PD님.”
고은서의 엄마 한소예를 쫓아냈더니 이번에는 고은서의 아빠 고준택 국회의원이 SBC 임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지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군.
그렇다면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줘야겠다.
그들의 힘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당신 뜻대로는 절대 안 될 겁니다 고 의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