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2화
722. 진짜라면 1
라면 광고의 핵심은 라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배우들은 수도 없이 라면을 먹어 치워야 한다.
감독이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소화제를 먹어가면서.
그렇기에 난 최대한 라면을 맛있게 끓여 덕배에게 주는 것에 최선을 다하기로 작정했다.
라면이 진짜 맛있다면 먹는 연기를 할 필요 없이 자연스레 감정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글보글.
미리 가스레인지에 올려둔 라면 물이 끓기 시작한다.
상황을 지켜보던 박불출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다.
“액션!”
그 순간 난 작은 방을 향해 외쳤다.
『덕배야. 라면 먹자~』
달칵.
작은 방문이 열리고 덕배가 지친 표정으로 나타났다.
『형. 저 지금 입맛이 없어요.』
덕배는 고된 스케줄 때문에 힘들다며 터벅터벅 걸어와 식탁에 털썩 엎드린다.
난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라면을 냄비에 넣고 3분이 가까스로 넘긴 시각이다 보니 냄비에 담긴 라면 면발이 꼬들꼬들하게 살아 있는 게 보인다.
난 잔열로 라면을 익히며 젓가락으로 건더기를 가운데로 모아 보기 좋게 만들었다.
그러고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냄비를 들고 덕배의 코앞에다 내려놓았다.
탁.
『진짜라면인데?』
덕배가 지친 몸을 벌떡 일으킨다.
『진짜라면?』
『그래. 진짜라면.』
꿀꺽.
덕배는 군침을 한번 삼키고는 젓가락으로 라면을 가득 쥔다.
입바람으로 후후 불며 라면을 식힌 덕배가 신들린 듯한 젓가락질로 면 치기 기술을 시전한다.
『후루룩!』
젓가락 가득 잡혀 있던 라면이 마법처럼 덕배의 입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으음~?』
라면을 먹은 덕배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내가 끓인 라면의 맛에 반한 듯 깜짝 놀란 표정이다.
‘리액션 좋고.’
CF를 찍을 땐 시청자들이 맛을 느낄 수 없기에 리액션이 확실해야 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덕배는 내가 끓인 라면의 맛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리뉴얼된 ‘진짜라면’이 맛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내가 끓였기 때문에 맛있어서였다.
온몸으로 라면 맛을 표현한 덕배는 이어서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 두 손으로 냄비를 붙잡는다.
그러고선 입을 대고 국물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후루루룹~』
얼큰하고 구수한 ‘진짜라면’ 국물이 덕배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공기 반 국물 반이 섞여 입 안에서 라면 국물이 웨이브를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운드도 좋고.’
꿀꺽.
국물을 마신 덕배가 냄비를 내려놓는다.
그러고선 엄지를 치켜올리며 외친다.
『라면은 역시 진짜라면!』
국물까지 야무지게 먹어 치운 덕배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오케이! 잠깐 쉬었다가 같은 씬 한 번 더 갑니다.”
박불출 감독이 오케이를 외친 뒤 덕배를 칭찬한다.
“그나저나 덕배. 진짜 맛있게 먹는데?”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사실인데. 그나저나 이 정도면 금방 끝나겠는데?”
박불출 감독의 칭찬에 스태프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덕배야. 그렇게 맛있어?”
“리액션 끝내주던데 연기자라 그런가 진짜 맛있게 먹네.”
“그래. 덕배야. 근데 면 치기 끝내준다 너?”
칭찬이 이어지던 순간 스태프들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현재 시각이 오후 1시다 보니 다들 밥을 먹지 못한 까닭이다.
덕배가 냄비를 들어 올린다.
“윤호 형이 끓인 거 진짜 맛있어요. 다들 한번 드셔보세요.”
덕배가 라면 그릇을 내밀자 스태프들이 슬쩍 눈치를 보다 나온다.
어차피 지금부터 몇 번이나 같은 씬 촬영을 해야 해서 끓인 라면은 먹어 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 그럼 남은 건 우리가 먹을게.”
스태프들은 덕배가 내민 냄비를 한쪽으로 치우더니 나눠 먹기 시작한다.
“후루루룩~”
그때였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어? 진짜라면이 이런 맛이었어?”
“리뉴얼한 것치고는 너무 맛있는 거 아냐?”
아직 면발의 꼬들꼬들함이 살아 있다 보니 다들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모니터링하던 박불출 감독이 시선을 돌릴 정도로.
“뭐가 이리 소란스러워? 다음 촬영 준비 안 해?”
그때였다.
조연출이 앞접시에 라면을 덜더니 박불출 감독에게 가져다준다.
“감독님도 한번 드셔보세요.”
“어차피 오늘 하루 종일 라면만 먹을 건데 굳이 지금 먹을 필요 있어?”
“와~ 일단 먹어 보시라니까요? 그래야 맛을 표현하죠. 정 실장님이 끓인 라면 진짜 예술입니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자 박불출 감독이 못 이기는 척 한 젓가락을 뜬다.
후루룩.
그런데 그 순간 한 입만 하겠다던 박불출 감독이 광분한 사람처럼 그릇을 뺏더니 박박 긁어먹어 버린다.
그러고선 아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정 실장님. 라면에다가 뭔 짓을 한 겁니까?”
난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냥 끓였는데요?”
아무런 첨가물 없이 끓이는 방법만 조금 달리했을 뿐이다.
일일이 면들을 풀어 잘 익히면서도 계속해서 위로 들어 올려 찬바람을 쐬고 레시피보다 30초 정도 덜 끓이는 식으로?
“무슨 ‘공부를 교과서로만 했어요.’ 같은 대답이네. 하여간 진짜 맛있는데요?”
박불출 감독은 웃더니 세트장 한쪽 편에 서 있는 진성식품 식품연구소의 라면 개발 실장을 쳐다본다.
“라면을 이렇게 맛있게 끓여버리면 우리 진성식품 라면 개발실은 오늘 일이 없겠는데요? 하하하.”
현장에 온 실장과 직원들이 어색하게 웃는다.
내가 라면을 잘 못 끓이면 레시피를 개발한 팀들이 대신 라면을 끓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진성준 대표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회사 직원들 사정 봐주지 말고 맛있게 끓이고 맛있게만 먹어 주십시오.”
박불출 감독이 웃으며 답한다.
“예. 이 정도 맛이면 최고의 영상을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불출 감독이 이어서 날 보더니 흥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면 정 쉐프. 오늘 하루 잘 부탁해요?”
“예. 감독님.”
아무래도 오늘 하루 조금은 바빠질 것 같다.
* * *
후루룩~ 후루룩~
10그릇째.
덕배가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신 뒤 카메라를 보며 외친다.
『라면은 역시 진짜~라면!』
“오케이~~!!! 컷!”
박불출 감독이 흥분한 표정으로 오케이를 외친다.
하지만 아직 광고주인 진성준 대표의 오케이가 필요했다.
“대표님. 영상 확인 한번 해보십시오.”
진성준 대표와 여진수 비서실장 그리고 이홍준 진성식품 라면 개발실장이 다 같이 모니터 앞에 섰다.
진성준 대표가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촬영장에 있는 스태프들 모두 앞접시를 꼭 껴안은 채 컨펌이 나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꿀꺽.
모니터 화면을 보던 진성준 대표의 성대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흐음~ 우리 정 실장님이 이렇게나 라면을 잘 끓인 덕분에 덕배 씨가 라면을 너무 맛있게 드시네요. 이 정도면 대만족입니다.”
라면 개발실의 이홍준 실장과 직원들도 일제히 동감을 표한다.
“라면의 조리 상태도 완벽하고 덕배 군의 라면 먹는 모습도 깔끔하네요. 국물 먹고 감탄사 터트리는 것까지. 이 정도면 진짜 잘 나온 거 같습니다. 아 군침 도네요.”
진성준 대표가 만족한 표정으로 스태프들을 향해 외친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케이!”
순간 촬영 현장에 박수 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촬영이 끝난 터라 다들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때 진성준 대표가 헛기침하며 내게 묻는다.
“저기 정 실장님.”
“아 예. 대표님.”
“생각보다 촬영이 빨리 끝나서 라면이 많이 남았는데 저도 좀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진성준 대표와 여진수 비서 이홍준 개발실장까지도 모조리 라면을 먹지 못했다.
그러자 겨우 한두 젓가락씩 맛만 본 스태프들이 똑같이 외친다.
“저희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까 먹은 걸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갑니다.”
결국 난 앞치마를 두른 채 다시 한번 외쳤다.
“다들 거실에 앉아 계십시오. 끓여 오겠습니다.”
“예!”
조금 전 광고 촬영 오케이보다 환호성이 커지고 있었다.
* * *
후루루루룩~~
집 안 전체에 라면 먹는 소리가 울린다.
진성준 대표와 여진수 비서 그리고 연구 개발 실장도 넋을 놓고 라면을 먹고 있다.
그런데 진성준 대표가 조금은 이상하다.
맛을 음미하는 건지 여진수 비서보다 맛 표현이 한 박자씩 늦다.
‘생각하면서 음식을 먹나 보네.’
뭐 음식 회사 대표니까 그 정도야 이해할 수 있었다.
CF 촬영 스태프들과 진성식품 식구들에게 다 먹이고 난 뒤 난 한울이를 불렀다.
한울이가 덕배의 곁으로 다가와 주방 식탁에 앉는다.
“한울이도 라면 먹을 거지?”
“네! 삼촌!”
한울이가 신이 난다는 표정으로 자기 젓가락을 잡는다.
그런데 한울이가 쓰는 젓가락은 미소가 선물한 파워터프걸 캐릭터 젓가락이다.
핑크색인 걸 보니 미소가 제일 아끼는 색으로 선물한 거다.
그래 남자는 핑크지.
순간 갑자기 집에 놓아둔 채석현의 파워빅 핑크색 검 선물이 떠올라 잠깐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대신 한울이에게 주는 라면은 특별 비법을 담은 ‘정 라면’으로 끓여주기 시작했다.
난 혹시 몰라 준비해온 황태채를 먼저 넣고 물을 끓여 국물을 우려낸 다음 표고 가루를 살짝 뿌리고 조금 더 물을 끓였다.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며 표면에 거품이 뜬다.
난 거품을 살짝 걷어낸 뒤 그제야 라면 면과 수프를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공중으로 들었다 놨다 하며 끓이면서 가늘게 채 썬 파와 계란을 두 개 넣었다.
한울이 하나 내 것 하나.
그렇게 3분 10초를 끓인 뒤 불을 끈 뒤 냄비 뚜껑을 덮고선 재빠르게 식탁에 가져다 놓았다.
“한울아 20초만 세어 볼까?”
“옙!”
한울이가 젓가락을 놓고 양 손가락을 편다.
그리고 하나씩 접으면서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마치 <전지적 관찰 시점>에서 형 자랑을 하는 걸 셀 때처럼.
“하나~ 두울~”
잠시 후.
20초가 지났다.
“됐다!”
냄비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위로 솟는다.
한울이의 앞 접시에다가 재빨리 라면을 건져 주자 한울이가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먹기 시작한다.
호로록.
한울이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더니 덕배를 바라본다.
“형. 이거 엄청 맛있어! 형도 먹어!”
덕배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형은 많이 먹었어. 우리 한울이만 먹으면 돼.”
덕배는 이미 CF를 찍느라고 먹은 터라 한울이가 먹는 장면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그때 한울이의 입가에 국물이 묻은 걸 발견했다.
덕배가 물티슈로 한울이의 입가를 닦아 준다.
한울이는 여덟 살이지만 덕배의 눈에는 아직 아기였다.
“고마워 형.”
한울이가 생긋 웃는다.
그러고선 다시 핑크 젓가락으로 한 올 한 올 내가 끓인 정 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호로록.
한울이가 라면을 먹으며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미소를 끊임없이 터트렸다.
“맛있다~”
한울이의 미소는 전염되듯 덕배와 나의 얼굴도 미소 짓게 만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보여 주는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은 내가 가진 정 라면의 특별 레시피보다 한층 더 라면을 맛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같았다.
마치 행복의 맛이 라면 한 올 한 올 모두에 깃든 것처럼.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너무도 조용했다.
덕배와 한울이 그리고 나만이 이야기하고 라면을 먹는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의아한 나머지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라면을 먹고 있던 박불출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잡고 우리들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라면을 먹던 스태프들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상태다.
‘뭐지? 이 상황?’
그때 덕배도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린다.
“형 왜요?”
“아 그게······.”
집중이 깨진 탓에 촬영은 여기까지.
박불출 감독이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후우~”
“감독님. 이제 숨 쉬어도 됩니까?”
“쉬어.”
동시에 스태프들이 길게 숨을 몰아쉰다.
“헉헉. 죽는 줄 알았네.”
박불출 감독이 벌떡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다가온다.
“정 실장. 잠깐 이야기 좀 합시다.”
표정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 뻔히 알 것 같다.
* * *
박불출 감독이 내 손을 덥석 잡고 말한다.
“한울이도 출연시킵시다.”
“안 됩니다. 덕배가 한울이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보셨잖습니까?”
“알아 아는데 정 실장 설득 좀 해 줘요. 솔직히 덕배 혼자 찍은 것도 잘 나오긴 했는데 덕배랑 한울이 그리고 정 실장 셋이서 라면 먹는 느낌이랑은 비교가 안 되더라고요. 아예 필(feel)이 달라요~”
천재 감독인 박불출 감독은 제품의 특징을 잘 잡아내기도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도 누구보다 잘 예측한다.
그래서인지 적극적으로 날 설득하려 했다.
그때 덕배 역시 무슨 말을 할지 알고 다가와서 말한다.
“죄송한데 저희 한울이는 이제 더 이상 방송에 안 보낼 생각입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하~ 덕배야. 다시 한번 생각해주면 안 돼?”
“예.”
진성준 대표와 다른 이들도 모두 아쉬워하는 눈치다.
그런데 그 순간 찍은 영상이 궁금해졌다.
나 역시 덕배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박불출 감독의 촉을 무시할 순 없었다.
“감독님. 아까 영상.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광고주와 CF 감독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모니터링도 하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아 예. 한번 보세요. 보면 마음이 바뀔 거라니까요?”
난 덕배에게 한번 보기만 하자며 한울이도 불렀다.
덕배가 마지못해 한울이를 부른다.
모니터 앞에 덕배와 한울이 그리고 내가 서자 박불출 감독이 영상을 틀기 시작한다.
영상에선 덕배가 혹여라도 동생의 입이 델까 봐 옆에서 라면을 후후 불어주고 입에 묻은 것을 닦아주고 있다.
-에이~ 조심해서 먹어야지.
-응. 형!
덕배의 눈빛은 한울이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고 한울이는 그런 형을 향해 눈웃음을 지어 준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두 사람의 모습은 다정했다.
심지어 ‘진짜라면’을 먹으면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그 순간 난 덕배를 설득해야 함을 깨달았다.
“덕배야. 어지간하면 이건 방송에 내보내는 게 좋겠다.”
영상을 보고 나자 덕배도 아까완 달리 딱 잘라 말을 못 한다.
“형 그게······.”
그때였다.
한울이가 나를 거든다.
“형. 나 방송 나가도 괜찮아.”
덕배가 고개를 갸웃한다.
“한울이 너 기자 아저씨들 무섭다고 했잖아.”
“그건 처음이라 그랬어. 인제 안 놀랄 자신 있어!”
덕배는 잠시 고민했지만 한울이의 말 한마디가 덕배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형이랑 이렇게 TV에 같이 나오는 거 보면 형이 옆에 없어도 같이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나 방송 나가도 돼. 형. 부탁할게.”
덕배가 한울이를 꼭 껴안으며 답한다.
“그게 우리 한울이 소원이야?”
“응. 소원이야.”
덕배가 씨익 웃는다.
“그래. 알았어. 광고도 나가고 <전지적 관찰 시점>도 다 나가자. 우리 한울이가 해달라는 거 형이 다 해줄게.”
한울이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사랑해~ 형!”
한울이가 덕배를 꼭 껴안았다.
덕배가 웃으며 날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윤호 형. 할게요.”
덕배의 허락이 떨어진 순간 세트장에는 다시 한번 환호성이 퍼져 나오기 시작한다.
* * *
광고 촬영 이틀 뒤.
<전지적 관찰 시점>의 여파는 여전하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은 MBS <무한 취업 시대>의 오성연이 열연을 펼쳤고 오늘은 또 덕배가 <화란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진성준 대표는 하루라도 일찍 ‘진짜라면’을 광고하고 판매하기로 선뜻 결정해 버렸다.
현재 시각 오후 9시 54분.
이제 1분이 지나면 리뉴얼된 ‘진짜라면’ 광고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올 시간이다.
그리고 난 유진이와 미소와 함께 광고에 이어 <화란전>을 보기 위해 덕배의 집에 와 있다.
“윤호 삼촌!! 이제 곧 시작해요!”
한울이가 덕배가 사 온 해맞이 인형을 껴안고 외친다.
동시에 그 곁에 있는 미소와 은별이도 똑같이 해맞이 인형을 껴안고 외친다.
“응! 삼촌 같이 봐요.”
창가에 서서 연예 포털 기사 확인을 하던 난 폰을 주머니에 넣고 거실로 향했다.
거실 바닥에는 아이들 뒤로 유진이와 채상우 그리고 이미리 대리가 앉아 있다.
그때 거실 바닥에 앉은 유진이가 TV를 가리킨다.
“오빠~ 광고 나와요!”
TV에서 ‘진짜라면’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광고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결과를 불러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