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11화
711. 1년 차 매니저 3
“숨 좀 돌리고 찬찬히 이야기 좀 해봐.”
정상봉이 심호흡을 하고 말한다.
-여기 H2 호텔 로비인데 TK 엔터 강희동 본부장이랑 천이상 이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아까 말씀하신 최석환 PD와 안채형 PD를 거론하며 접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상봉은 H2 호텔 로비 한쪽에 있는 선물 코너로 이 호텔에서만 파는 ‘해맞이 인형’을 사러 왔다고 한다.
미소에게 선물로 가져다주기 위해서.
그런데 로비에 TK 엔터 천이상 이사와 강희동 본부장이 나타났단다.
강희동 본부장은 마동팔 본부장이 고소당해 생긴 빈자리를 채우게 된 사람이고 천이상 이사는 나와 악연이 있는 TK 엔터의 이사다.
그런데 바로 그 두 사람이 최석환 PD와 안채형 PD의 이름을 거론하며 접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혹시 두 PD에 관한 걸 알게 되면 즉각 연락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연락한 것이었다.
박복한 팀장을 서울로 돌려보냈지만 그 자리를 천이상 이사와 강희동 본부장이 대신하고 있었다.
역시나 운명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면 혹시 근처에서 오성연 씨랑 최대기 씨는 못 봤어?”
-아뇨. 그냥 천이상 이사랑 강희동 본부장이 로비에서 대화하는 것만 들었습니다. 그쪽은 절 못 봤고요.
“잘했어. 그러면 덕배는 뭐 하고 있어?”
-아까 내려오기 전에 방에서 한울이랑 통화하는 거 확인하고 왔습니다.
어쩐지 통화가 안 되더라니.
“알았다. 지금 내가 그리로 갈 테니까 덕배랑 그 인간들은 절대 안 부딪히게 해.”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곁에 있는 유진이를 쳐다봤다.
그런데 내가 말도 하기 전 유진이가 먼저 말한다.
“이젠 오빠 표정만 봐도 급한 일 생긴 거 알 것 같아요.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들을 테니까 어서 가요. 어서~어~”
유진이가 두 손으로 내 등을 민다.
돌아가는 상황이 궁금할 텐데도 참아주는 게 늘 고마웠다.
“걱정할 일은 없을 거야.”
“핏. 걱정이 어떻게 안 돼요? 오빠가 이제까지 벌인 일들을 아는데~에~”
“미안.”
“제발 다치지나 마세요.”
“알았어. 일 끝나는 대로 바로 돌아올게.”
유진이가 생글 눈웃음을 짓는다.
“파이팅!”
“그래. 파이팅!”
난 유진이의 응원을 받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건 뒤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정은 그대로다.
현재 시각 오후 10시.
연예올타임즈 기사가 날 때까지는 이제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 * *
부우웅.
차로 고작 5분밖에 걸리지 않는 H2 호텔까지의 거리가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이제 H2 호텔까지 거리는 차로 3분 남짓.
난 다시금 최대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때 드디어 전화가 가는 소리 난다.
-여보세요?
난 다급히 외쳤다.
“최 매니저님. 혹시 H2 호텔입니까?”
-아 예. 천 이사님이 막 오셨다고 해서 잠깐 뵈러 왔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난 그 즉시 경고를 했다.
“아마도 아까 현장에 왔던 PD들이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히 박 팀장님이 PD들은 저희 민박집 숙소 근처로 간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마도 천 이사님이 PD들을 H2 호텔로 부른 듯합니다. 그것보다 지금부터 잘 들으세요. 두 PD 프로그램을 꽂아준다는 빌미로 어떤 요구를 할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성연 씨를 지키려면 절대로 성연 씨와 PD들을 따로 두지 마십시오. 소문이 굉장히 안 좋은 분들입니다.”
비록 최대기가 1년 차 매니저라고 해도 이 말의 뜻을 모를 리가 없다.
-진······짜입니까?
“아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박 팀장님 때문에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저 같으면 성연 씨를 호텔로 안 데려갔을 겁니다.”
-아······.
그의 목소리에 짙은 회한이 들려온다.
자기 배우를 호랑이 아가리에 밀어 넣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1년 차란 원래 이러는 게 정상이니까.
처음 자기 배우를 맡아서 스케줄 관리만으로도 바쁘고 어려운데 PD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접대 요구를 거절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상사들이 이렇게 작정하고 접대 자리를 세팅하면 더더욱 막기 힘들고.
“대기 씨 잘못이 아닙니다. 자책은 뒤로 미루시고 성연 씨를 지키는 것만 생각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제 차로 성연이를······.
그때였다.
-야! 1년 차. 당장 전화 끊고 이리 안 와?
강희동 본부장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리는 걸 보니 이미 차에서 내린 모양이다.
그때 최대기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정 실장님! 우리 성연이 좀 도와주십시오! 전 어떻게 돼도 좋으니까······.
최대기는 얼마나 다급했는지 다른 회사의 매니저인 내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갈 테니까 최대한 시간을 끄세요.”
-예. 빨리······.
그 말과 동시에 전화가 끊겼다.
그때 저 앞쪽으로 20층 건물인 H2 호텔의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도착했다 싶었는데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에 차들 20대 정도가 줄을 서 있는 게 보인다.
다들 발렛을 맡기면서 차를 빼내다 보니 차들이 움직이는 게 상당히 느리다.
내려서 뛰어갈까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내 뒤에 있는 차들이 진입을 못 하니 그럴 수도 없었다.
어쨌건 최대기가 시간을 번다고 했으니 난 그 틈을 타 정상봉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 소리가 울리자마자 정상봉이 전화를 받는다.
-예. 실장님.
“어 덕배는?”
정상봉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게 저······ 안 보입니다.
“뭐? 아까 방에서 전화하고 있었다며?”
-분명히 밑에 내려갈 땐 방에서 한울이랑 통화하고 있었는데 올라와 보니까 없습니다.
“전화는 해봤어?”
-해봤는데······ 폰을 충전하느라 충전기에 꽂아 놓고 나갔습니다.
덕배는 한울이와 통화를 하다 배터리가 나갔는지 폰을 놔두고 나갔다고 한다.
분명 내 다이어리에는 덕배가 PD들을 때린다는 일정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 H2 호텔 로비에 오성연과 최대기가 도착했고 천이상 이사와 강희동 본부장이 로비에 있다.
완전히 에브리데이의 일정대로 사고가 터지기 딱 좋은 상황이다.
안 그래도 호텔 로비는 관광객들이 많은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고.
난 그 즉시 외쳤다.
“당장 로비로 다시 내려가서 덕배 찾아봐. 아마도 네가 올라가는 동안 엇갈렸나 보다. 그리고 MBS PD가 오성연한테 접대를 요구할 모양인데 덕배 성격상 그런 거 보고 가만히 있을 애가 아냐.”
-아 알겠습니다. 바로 내려가서 찾아보겠습니다.
정상봉이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난 초조한 마음으로 핸들을 꽉 쥐었다.
“빨리 좀······.”
다행히 바쁜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 * *
호텔 로비에 차를 댄 난 주차 직원에게 미리 꺼내 둔 팁과 키를 건넸다.
“동훈 씨 부탁해!”
“아 예. 정 실장님.”
호텔에 오자마자 미리 안면을 터놓은 발렛 직원이라 유진이의 매니저라는 걸 알릴 필요도 없었다.
급히 로비로 뛰어 들어가자 정상봉이 데스크에 몸을 반쯤 기댄 채로 항의하고 있었다.
“여기 로비에 있으면 사람들 오가는 것을 다 봤을 거 아닙니까! 근데 덕배가 어디 갔는지 말을 못 하는 게 말이 돼요? 예? 선물 가게에서 나와 로비로 오는 걸 본 사람들이 있는데 못 봤다니요.”
순간 데스크에 있던 이상무 부지배인이 곤란한 표정으로 답한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매니저라도 투숙객의 행방을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부지배인 정도가 되면 데스크에 서지 않는 관리직이다.
순간 회귀 전 이상무 부지배인이 연예인이나 정치인이나 재벌 2세에게 뒷돈을 받고 흔적 없이 놀고 갈 수 있게 도와주던 사람이라는 게 기억났다.
그렇다면 그가 데스크에 있는 이유는 천이상 이사에게 뒷돈을 받고 오늘 벌어질 일을 뒤처리하려는 게 틀림없다.
그런 인간과 말을 해봤자 답이 나올 리 없었기에 난 서둘러서 정상봉의 옆으로 다가갔다.
“상봉아. 사람들 본다. 진정해.”
정상봉이 짧게 심호흡을 한 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보고한다.
“실장님 선물 코너에 있던 사람이 덕배가 로비로 나가는 걸 봤답니다. 그런데 이 인간이 덕배가 로비에서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유력한 곳은 이 호텔 지하에 있는 클럽.
지하 2층에는 20대와 30대들이 들어가는 CLUB T-REX가 있고 지하 3층엔 40대 이상이 주로 찾는 CLUB ROSE가 있다.
하지만 둘 중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몇 시간이고 헤맬 수도 있다.
“알았어. 잠깐만.”
난 이상무 부지배인을 노려보며 설득이 아닌 경고를 했다.
“당장 우리 덕배 위치를 알리지 않는다면 재미없을 겁니다.”
낮고 빠른 목소리로 경고하자 이상무 부지배인이 코웃음을 친다.
“그런 협박을 한 사람들이 한 둘인 줄 아십니까? 실장님 마음은 이해하지만 고객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럴 줄 알았다.
그렇다면 오늘 네 낯짝이 얼마나 두꺼운지 보자.
“천이상 이사한테 얼마 받았습니까?”
난 옆 데스크 직원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무 부지배인의 얼굴에 드디어 당황하는 기색이 어린다.
“누 누가 뭘 받았다고 그럽니까? 생사람 잡지 마십시오.”
“지금 이야기 안 하면 검사님 얼굴 뵙고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호텔 VIP들이 올 때마다 데스크로 나와 뒷돈 받고 흔적 지워준 청소부 역할을 했다고 할 겁니다.”
순간 옆에 있던 데스크 직원들이 숙덕거린다.
이상무 부지배인이 직원들을 향해 외친다.
“다들 입 다물어! 나 그런 적 없으니까!”
이상무 부지배인은 직원들을 겁박한 뒤 날 보며 씩씩대기 시작했다.
“실장님. 증거도 없이 그렇게 매도하시면 저도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그럼 잘됐네요. 그러면 지금 지배인님 부르시죠. 그때 증거를 내놓죠.”
지금 당장 증거를 가진 적은 없지만 흡사 손에 쥔 것처럼 굴었다.
거기에 난 또 한 가지 협박을 더 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덕배 위치 안 알려주면 태풍이 스타그램에 이 호텔에서 VIP들이 은밀하게 논다는 게시물을 올릴 겁니다. 호텔 대표 사모님이 태풍이의 팬인 걸로 알고 있는데 사모님께도 연락해 드리고요.”
부지배인이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한다.
여차하면 이제껏 쌓아온 호텔리어의 경력이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위기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무 부지배인이 고개를 떨군다.
“잘못했습니다. 정 실장님. 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사과는 나중에 하고 당장 말하십쇼. 우리 덕배. 어디로 갔습니까?”
이상무 부지배인이 엘리베이터를 가리킨다.
“TK 엔터 천 이사님이랑 강희동 본부장님이 오성연이랑 최대기를 강제로 끌고 가는 거 보고 뒤를 따랐습니다. 그거 보고 바로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지하 몇 층으로 내려갔습니까?”
“아마도 3층일 겁니다. 거기가 연령대가 좀 높은 분들이 계시는 곳이니까.”
“둘 다 확인해 보십시오.”
이상무 부지배인이 마지못해 인터콤으로 확인을 한다.
그런데 40대가 들어가는 지하 3층이 아닌 지하 2층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어. 그래. 수고······해.”
그 말을 끝으로 이상무 부지배인이 조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쳐다본다.
“지하 2층의 VIP 3번 방으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덕배 군도 지금 막 통과했고요.”
호텔 밖을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알았습니다.”
난 그 즉시 정상봉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마트워치의 녹음 앱을 실행시켰다.
* * *
H2 호텔 지하 2층 CLUB T-REX VIP 3번 방 입구.
이미 천이상 이사는 룸 안으로 들어가 최석환 PD와 안채형 PD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최대기는 오성연을 등 뒤에 감추고 들어가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그러자 강희동 본부장이 인상을 쓰고 설득한다.
“이 새X가. 야! 최대기. 너 미쳤어? 저 안에 있는 최석환 PD님이 성연이 출연하는 <무한 취업 시대> PD야 인마! 감독님이 성연이 분량 문제도 이야기할 겸 간단히 술 한잔하자는 게 뭐가 문제야? 그리고 안채형 PD는 성연이 반고정으로 넣어준다고 하고!”
배역을 빌미로 술 한잔을 말할 거라는 정윤호의 말이 맞았다.
최대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런 자리면 성연이를 안 데리고 왔을 겁니다. 그리고 술을 마셔야 배역 따는 거라면 오히려 안 해야지 좋은 거 아닙니까!”
“하~ 꽉 막힌 새X야! 너 이런 식으로 나오면 성연이도 잘리고 이번 주 예능도 잘려. 두 PD님들이 드라마국이랑 예능국에서 얼마나 힘 있는 분들인지 몰라서 그래?”
최대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최대기의 뒤편에 있던 오성연이 붉은 자국이 있는 오른쪽 손목을 주무르며 말한다.
“본부장님. 저 대기 오빠가 말하는 대로 안 들어갈래요. 저 술도 못 마시고 숫기도 없어서 어른들 비위도 잘 못 맞춰요.”
순간 강희동 본부장이 인상을 와락 쓴다.
“이것들이 내가 좋게 좋게 이야기해주니까 야 이 XX야. 여기가 놀이터야? 야! 너 띄우기 위해서 우리 회사에서 돈을 얼마나 쓴 줄 알아?”
오성연이 겁이 나 목을 움츠린다.
아무리 당차다고 해도 22살.
오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최대기의 등을 꼭 붙잡았다.
그때였다.
최대기가 왜소한 어깨를 쭉 부풀리며 오성연을 가려준다.
그러고선 씨름을 한 거구의 강희동 본부장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본부장님. 투자를 한 건 회사도 돈을 벌려고 하는 거잖습니까? 그리고 우리 성연이 지금 잘하고 있어서 투자한 돈도 다 회수한 걸로 아는데······.”
“이 새X가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그 말과 동시에 강희동이 최대기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최대기가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낸다.
“으윽······.”
“새X. 안 되겠다. 넌 오늘 좀 맞자.”
그때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강희동이 뒤를 보자 요즘 한창 핫한 신인 배우 최덕배가 서 있었다.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빠져.”
“아까 로비에서 싫다는 여배우를 납치하는 걸 봤는데 제가 어떻게 빠집니까?”
말을 마친 최덕배가 오성연을 보며 외친다.
“성연 누나. 이리 오세요.”
최대기의 말에 강희동이 외친다.
“정 실장 밑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하~ 이거 안 되겠다. 연예인이고 나발이고 오늘 내가 네 버르장머리부터 고쳐주마.”
강희동이 최대기의 머리에서 손을 뗀 뒤 최덕배에게 다가간다.
그 순간 최대기는 안 된다며 두 팔을 뻗어 허리를 잡았다.
“이거 놔!”
강희동은 최대기를 밀쳐 버리고 앞으로 걸어간다.
오성연도 안 된다며 말리려 손을 뻗었지만 100kg의 거구를 이겨낼 리 없다.
“비켜!”
“꺄아악!”
최덕배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희동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씨름을 했던 강희동은 덩치도 크고 손도 두툼했기 때문이다.
‘잡히면 다친다. 최대한 피하면서 싸워야 해.’
덕배가 거리를 두고 싸우려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강희동이 가소롭다며 최덕배의 멱살을 잡기 위해 양손을 내민다.
“이리 와 새X야······.”
그런데 그때였다.
부웅.
최덕배의 귀 옆으로 바람 소리가 일어나더니 이어지는 타격음 소리가 났다.
퍽퍽퍽.
“아악!”
강희동이 인상 쓰며 내 뻗던 양손을 거둔다.
그때였다.
최덕배의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헉. 덕배야······ 괜찮아?”
최덕배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강희동의 손을 주먹으로 쳐낸 정윤호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정윤호가 오늘따라 유독 멋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