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1화
661. 충돌 3
이연실이 꺼낸 봉투에는 편지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최은태 회장이 준비한 게 있다더니 도시락 사이에 이런 편지를 끼워 놓은 모양이다.
이연실이 편지지를 꺼내더니 눈으로 편지를 읽는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지만 그녀가 편지를 다 읽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곁에서 귤을 까고 있던 엄마와 이수찬도 손을 멈추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편지를 다 읽은 이연실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윤호 오빠. 회장······ 아니······ 아버님께서 보내신 거 맞아요?”
“어. 내가 직접 받아서 가지고 왔어. 근데 왜 그래?”
이연실이 손을 쭉 내밀며 편지지를 건넨다.
“여기요······.”
이연실에게 받은 편지지에는 붓으로 꾹꾹 눌러 쓴 궁서체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아가.
몸은 좀 어떠하냐?
서울에 오면 얼굴을 보고 말을 하고 싶었으나 아직 은기에게 용서를 받지 못해 만나지는 못하고 이렇게 편지를 쓴다.
사람을 통해 너의 소식을 듣고 있지만 늘 걱정이다.
두 아이를 품고 있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더냐?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태산같이 크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바다보다 깊으나 그리 못하는 내 심정이 괴롭다.
혹 외롭진 아니하냐?
은기가 없어서 곁이 외로울까 걱정도 되는구나.
아마 하늘이 무심하고 독했던 내 젊은 날을 이렇게 벌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한참 힘이 들 테지만 좋은 생각을 하고 네 몸만을 우선시하거라.
그리고······
만에 하나 내 도움이 필요하면 보육원 근처에서 늘 머무는 사람에게 연락하거라.
무슨 일이든 무슨 어려움이든 내가 다 해결해 주마.
이제 곧 출산이 코 앞인데 언제나 네 몸을 가장 우선시하고 순산하길 기원한다.
널 닮은 예쁜 아이들을 낳을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 편히 먹거라.
그리고······
널 아가라고 불러도 될 자격이 없다는 걸 잘 안다만 편지에서만이라도 불러보고 싶었다.
이만 줄인다.
– 못난 명동 영감이.
편지 속 최은태 회장은 자신을 시아버지라고도 부르지 못하고 그저 ‘명동 영감’이라 하고 있었다.
덤덤히 쓴 듯한 글이지만 저 편지에 담긴 감정은 예사 감정이 아니었다.
아들인 강은기에게 용서받지 못한 미련과 후회 그와 동시에 이연실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가득한 편지였다.
편지를 읽은 난 이연실에게 답했다.
“회장님께서 네 걱정 많이 하시더라.”
이연실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알아.”
“회장님 말씀대로 잘 낳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난 편지를 읽은 뒤 고이 접어 이연실에게 돌려줬다.
그러자 이연실이 이번에는 엄마에게 건넨다.
“엄마. 엄마도 봐봐.”
이연실은 최은태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려주고 싶은 눈치였다.
편지를 받고선 찬찬히 읽은 엄마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간다.
엄마는 최은태 회장도 자기 아들이 있는지 몰랐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최은태 회장을 마음속 깊이 미워하진 않는다.
다만 어린 강은기의 그 고통을 자신이 직접 몸으로 받아 낸 터라 호의적으로도 보질 않는다.
하지만 지금 최은태 회장의 편지는 그런 엄마의 마음마저 녹일 정도로 따뜻한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 영감이 우리 연실이를 많이 아끼네.”
엄마가 최은태 회장을 조금은 달리 보려는 것 같다.
그런데 그때였다.
눈물을 닦던 이연실이 편지 봉투 한 장을 더 열어본다.
“이건······ 엄마 건데?”
엄마가 손에 든 편지지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한다.
“내게 편지를? 왜?”
“그거야 나도 모르지~”
“이리 줘봐.”
“여기.”
이연실이 엄마에게 편지를 건네준다.
엄마가 조심스레 편지를 받아서 펼쳐 본다.
그런데······
엄마가 금방 편지를 읽었다.
“흠~ 내 건 짧은데?”
“뭐라고 쓰셨는데?”
엄마가 피식 웃으며 이연실과 내 앞에 편지지를 보여준다.
은기 엄마.
나 노력하고 있소.
-명동 영감.
짧고 간략한 글귀였다.
“하여간 이 영감도 보면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다니까?”
지난번에 만났을 때 최은태 회장은 엄마에게 약속했었다.
강은기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악한 행동을 줄이고 선을 베풀겠다고.
단 자신이 명동에서 자리를 비우면 큰바람이 불기 때문에 앞으로는 ‘안정적’으로 명동의 사채시장과 돈 놀이판을 관리하겠다고.
그렇게 최은태 회장은 최고의 선(善)이 아니지만 최선의 선(善)을 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때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이란 걸 알아챈 엄마가 잔잔히 웃음을 짓는다.
이연실이 고개를 갸웃한다.
“엄마. 왜 웃어?”
“풋. 나보고 은기 엄마라잖아. 이 영감이 아마도 배가 많이 아팠나 본데? 이거 봐봐. 글자 삐뚤빼뚤한 거.”
정작 친아버지인 자신은 강은기를 아들로 부르지 못하는데 엄마는 강은기에게 엄마라고 불리다 보니 샘이 난 것 같단다.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쓴 것 같다고 말이다.
그 순간 엄마의 눈가에 웃음이 짙어진다.
“뭐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내일 은기 만나면 이 영감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 좀 해줘야겠지?”
사실 최은태 회장의 돈과 권력을 생각하면 이렇게 참는 건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평생 아쉬운 것 하나 없이 살아온 사람이 이렇게 쩔쩔매는 것에 놀랍기도 했었고.
하지만 덕분에 그만큼이나 강은기를 아낀다는 것 또한 알 수가 있었다.
“예. 그렇게 해요 엄마.”
“그래. 그러자꾸나.”
우린 그렇게 최은태 회장의 편지를 보며 잔잔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 순간 문뜩 조금 전 편지의 글귀 하나가 떠올랐다.
두 아이를 품고 있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더냐?
최은태 회장이 이연실에게 쓰는 편지 내용 중에 분명히 그런 글귀가 있었다.
순간 난 이연실의 배로 시선을 옮겼다.
여리여리한 체구에 남산만 한 배.
몸에 비해서 꽤 큰 배다 싶긴 한데 두 아이라면 설마······.
난 그 즉시 이연실을 보며 물었다.
“연실아. 너 혹시 쌍둥이야?”
이연실이 과거 꼬맹이 시절의 악동 같은 표정을 짓는다.
“헷. 나중에 깜짝 놀래켜 주려고 했는데······ 응! 맞아!”
엄마 역시도 곁에서 키득키득 웃는다.
“그래. 쌍둥이야.”
어쩐지 나와 전화를 통할 때 분명히 ‘행복이들’이라고 했었다.
단수가 아닌 복수형으로 말한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니.
조카가 아니라 조카들이 생겨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기쁨이 졸지에 두 배가 되었다.
축하한다는 말을 하려고 하던 순간 갑자기 이연실이 배를 만지며 인상을 찌푸린다.
“아얏!”
순간 난 축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잊어버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연실아. 어디 아파? 의사 부를까? 지금 선생님 부르면 돼? 말만 해!”
이수찬 역시 까고 있던 귤을 터트려 버리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형님. 의사 선생님. 모셔올게요!”
“아 아니다. 내가 갈게. 내가 너보다 더 빠르잖아.”
“같이 가시죠!”
이수찬과 난 곧장 몸을 돌려 병실 입구로 달렸다.
그런데 그때 이연실이 외친다.
“아냐 오빠들. 스톱! 스톱! 애가 발길질해서 그래.”
눈 깜짝할 사이 문 쪽에 도착한 우린 그와 동시에 발걸음을 멈췄다.
“어 어? 그래?”
문 앞에 뻘쭘하게 서 있자 이연실이 손을 흔든다.
“윤호 오빠 목소리에 애들이 반응하는 거 같아. 오빠. 이리 와봐. 행복이들이랑 인사해야지.”
엄마도 키득거리며 웃는다.
“놀라지 말고. 연실이 말대로 조카들한테 인사해.”
순간 나는 뭐에 홀린 듯 이연실에게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이연실의 앞에 선 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자 이연실이 내 양손을 잡고 살포시 자신의 배 위에 올린다.
“두 명이니까 양손으로 대봐. 꼭 은기 오빠랑 윤호 오빠 어릴 때처럼 배 속에서 티격태격해.”
그때 이연실이 입은 임산부 드레스의 얇은 천 위로 내 양손이 닿았다.
툭-툭-.
왼손과 오른손에 각각 작은 충격이 느껴진다.
그때였다.
내 심장이 그에 맞춰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두근-두근-.
손끝에서 느껴지는 발차기엔 한껏 힘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이 아이들이 내 조카라니.
회귀 전에는 만나 보지도 못한 이 아이들이 내게 인사를 해오고 있었다.
우리들이 여기 있다고.
반갑다고 말이다.
울컥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발길질에 답했다.
“안녕. 행복이들······.”
그런데 내 말을 들을 것일까 아이들이 다시 한번 발차기를 한다.
툭-툭.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연실이 눈물을 그렁그렁한 채 내게 말한다.
“오빠······ 왜 울어?”
“내가?”
“응. 이거 봐봐.”
이연실이 내 볼에 손을 내민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볼에 닿는 순간 그제야 차가운 눈물이 느껴졌다.
회귀 전 내 잘못된 선택으로 만나지 못한 아이들인데 이젠 다시 만나게 된 덕분인지 감정이 벅차오른 모양이다.
“좋아서······ 그런가 봐. 좋아서.”
이연실도 엄마도 눈물이 살짝 맺힌 채 흐뭇하게 웃는다.
흘러내린 눈물을 닦고 나자 이연실은 곁에 있던 이수찬에게도 배를 내어 준다.
“수찬 오빠도 만져 봐.”
“어. 어.”
이수찬도 똑같이 손을 대었다.
그런데 잠잠했다.
“조용한데?”
이수찬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연실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얘들이 사람 차별하는데?”
이수찬이 시무룩해지자 엄마와 이연실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 * *
VIP 병실로 찾아온 의사가 이연실의 검진 결과를 설명한다.
쌍둥이를 임신한 이연실은 임신 중독 증상도 없고 아이들도 튼튼하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쌍둥이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매주 병원 방문을 해야 하고 38주부터는 입원을 권유받았다.
그리고 하루 더 입원하면서 남은 추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가라고 한다.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기에 모두가 안심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엄마의 위 수술 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 또한 예후가 좋았다.
그러는 동안 리버스 엔터의 동생들이 하나둘 병문안을 오기 시작했기에 난 이수찬에게 뒤를 맡겨두고 엄마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드라마 제작사 ‘미리내’의 지분을 엄마 쪽에 넘겨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엄마만 차에 태운 뒤 곧장 굴렁쇠 엔터 인근에 있는 JU 엔터테인먼트 건물로 향했다.
회생절차를 마친 미리내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30분을 달려 주영인 소유의 JU 엔터테인먼트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내리자 미리 연락받은 한유식 대표가 현종연 제작 실장을 데리고 달려왔다.
현종연 제작 실장은 ‘미리내’의 회생이 끝난 직후 가장 먼저 복직시킨 한유식 대표의 최측근이다.
이후 최영호 은행장이 법무팀의 변호사를 데리고 도착했고 마지막으로 엄마 쪽의 법무 대행을 맡은 이지연 작가의 개인 변호사인 김찬성 변호사가 나타났다.
다들 도착한 시간이 비슷하다 보니 주차장에서 인사를 마치고선 입구로 향했다.
지이잉~
자동문이 열린다.
“들어들 오세요.”
생각지도 못하게 JU 엔터테인먼트의 입구에 주영인이 우릴 맞이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옷차림과 행색을 하고 말이다.
‘주영인. 너 왜 이래?’
* * *
드라마 제작사 미리내는 주영인의 1인 기획사 JU 엔터테인먼트 건물 3층에 자리를 잡고 있다.
미리내 첫 작품인 <연무(煙霧)>의 여주인공이 바로 그녀인데다 위층 건물에 공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쏟아지는 광고 촬영과 방송 출연으로 바쁜 그녀가 여기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그것도 평소의 화려한 복장과는 달리 정중한 검정 정장에 질끈 묶은 생머리를 하고 말이다.
“영인아. 넌 여기 왜 있어?”
주영인이 방실방실 웃으며 답한다.
“첫 외부 손님들이 오시는데 제가 반겨드려야죠.”
주영인은 그 말을 하고선 제일 먼저 내 곁에 선 엄마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세요. 주영인이라고 해요. 원장 수녀님 말씀은 윤호 오빠한테 많이 들었어요.”
거짓말이다.
난 주영인에게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다.
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엄마는 그저 흐뭇하게 미소를 짓는다.
“TV에서만 보던 주영인 씨를 이렇게 보게 되네요. 영광이에요.”
“영광은 제가 더 영광이죠. 제가 이렇게 될 수 있는 건 윤호 오빠 덕분인데요. 그런데 저······ 직접 보니까 어떠세요?”
“생각보다 더 예쁜데요?”
주영인이 눈웃음을 지으며 답한다.
“어머니도 그래요. 호호호.”
“어머니?”
“아 윤호 오빠 어머님이요. 혹시 제가 실례했으면 사과드릴게요.”
주영인이 고개를 푹 하고 숙이며 사과한다.
하지만 엄마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요. 워낙 귀하게 생긴 사람이 이렇게 살갑게 대해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해서 잠시 놀랐을 뿐이에요.”
주영인이 고개를 들고 웃는다.
“에이~ 그거 다 이미지에요. 이미지. 저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집에서는 트레이닝복만 입고 뒹구는데요 뭘.”
갈수록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따지기엔 뭣했다.
“그러면 이제 들어가시죠. 여기로 오시면 돼요.”
인사를 마친 주영인이 우릴 엘리베이터로 안내한다.
현재 한국 최고의 여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그녀가 직접 말이다.
그 순간 이제껏 맞장구만 치던 엄마가 내 귀에다 대고 작게 속삭인다.
-주영인 쟤 생각보다 여우인데? 우리 아들. 조심하지 않으면 홀리겠다.
내 생각과 달리 엄마는 주영인을 한눈에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난 그런 엄마를 향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전 여우보다 곰이 좋아요.
그 순간 엄마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 *
지분 50%의 양도 계약을 맺고 난 뒤 다 함께 저녁 식사를 마쳤다.
집에서 자도 되지만 엄마는 이연실을 혼자 둘 수 없다며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
어차피 유진이와 미소가 촬영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서 없기 때문이기도 했었고.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연실의 배에 약간의 뭉침이 있다는 것 이외에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무사히 퇴원했다.
이후 난 엄마와 이연실 그리고 이수찬과 함께 강은기의 면회를 위해 서울 남부교도소로 향했다.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이감된 이후 이수찬은 여러 번 면회를 다녔지만 난 딱 한 번 그리고 엄마나 이연실은 그동안 면회를 오지도 못했다.
강은기가 수형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연실에게는 못난 아빠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고집을 부렸고.
하지만 이연실의 오랜 설득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아빠가 과거를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말에 결국 면회를 와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해서 오늘 면회가 이루어진 것이다.
“신분 확인 끝났습니다. 왼쪽 통로로 들어가세요.”
입구에서 금속 탐지기를 지난 다음에야 면회 접수를 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엄마와 이연실을 뒤쪽 소파에 앉혀둔 채 이수찬과 난 면회 접수창구로 향했다.
그런데 접수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한다.
“수형 번호 1174번. 면회 불가입니다.”
예약까지 다 해 놓고 강은기에게 만나러 오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면회 불가라고?
혹시 강은기 마음이 바뀌어서 우릴 만나지 않겠다고 한 건가 싶어서 물었다.
“본인이 거절한 겁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그 순간 접수 직원의 입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