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1화
언더링의 호수숲·
<3-A> 점령지 인근·
타닷!
빛의 사슴에 올라탄 ‘선향의 주인’, 5번 디아나가 쫓기듯 도망치고 있었다·
빛의 사슴이 지면을 디디는 곳마다 향기로운 꽃과 풀이 피어올랐다· 사슴이 지난 길은 온통 풀밭으로 변해 있었다·
스윽·
자세를 낮추고 빛의 사슴에 바짝 붙은 채 가고 있던 디아나가 뒤를 힐긋 돌아보았다·
“어머니, 반격할게요·”
그녀가 사슴의 커다란 뿔을 툭 만지자, 뿔에 빛이 충전되듯 점점 더 밝아졌다· 이내 빛의 사슴이 방향을 홱 돌면서 뒤쪽으로 뿔을 세웠고·
콰콱!
굵직하고 살벌한 섬광의 기둥이 전면으로 어둠을 밝히며 쏘아져 나갔다·
쿠구구구궁!
폭음과 함께 우지끈하고 나무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섬광이 지나간 지면 아래가 온통 둥글게 파여 있었다·
디아나가 숨을 헐떡이며 나무 사이의 어둠을 지켜보았다·
촤아아악!
바로 그 어둠 속에서 붉은 광선들이 연달아 쏘아져 나왔다· 빛의 사슴이 펄쩍 뛰어서 포화 범위에서 빠져나갔다·
‘방금 그 공격을 피하고 반격까지 한 거야?’
디아나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어머니, 피하시옵···!”
촤아아아아아!
누군가 숲의 나무를 박차고 날아오르며 접근해 왔다· 연보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붉은 눈동자의 뱀파이어 소녀였다·
<혈류산탄>
그녀의 손끝에서 모인 핏물이 사방팔방으로 쏘아져 나간다· 핏물끼리 날아가다가 자기들끼리 부딪히며 방향을 틀면서 정면과 후방, 직선과 곡선 등 여러 선으로 내려온다·
<디바인 배리어>
디아나가 재빨리 자신과 빛의 사슴을 모두 감싸는 방어마법진을 펼쳐 막아낸 뒤 다시 달렸다·
“어머니! 전속력으로!”
디아나가 신수 전용 축복을 걸었다· 사슴의 발굽에 신성이 일렁이더니 속도가 더더욱 빨라졌다· 주위의 경관이 쌩쌩 지나갔다·
빛의 사슴의 가장 뛰어난 특징은 이동속도· 발밑에 풀이나 꽃 같은 녹지가 있다면 속도는 평소의 두 배 이상 높아진다·
그러나·
촤아아아아아!
붉은 섬광을 부스터처럼 뿜어내며, 하늘을 날 듯 다가오는 카미바레즈가 더 빨랐다·
‘어떻게 어머니의 속도를!’
디아나가 방어마법을 펼치기도 전에, 탄환처럼 쏘아진 카미바레즈의 무릎이 빛의 사슴에 올라탄 디아나의 얼굴에 꽂혔다·
그녀가 ‘크헉!’ 소리를 내며 사슴의 등 뒤에서 낙하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멀리 날아가다가 굵직한 나무에 부딪혔다·
쿠구구구!
디아나가 부딪힌 나무가 들썩이며 쓰러져 갔다·
‘제길·’
뿌연 흙먼지 속에서 디아나가 부러진 코뼈를 백마법으로 고쳤다· 혈류술사가 상대라면 아주 작은 상처도 바로바로 치료해야 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조금 힘을 아끼려고 했는데, 상대를 얕봤어·’
타악!
어느새 나무줄기 위에 두 발을 가지런히 놓아 착지한 연보라색 머리카락의 뱀파이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전신에 붉은 기운을 일으키며 피의 망토가 펄럭이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대단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디아나가 입을 열었다·
“피의 힘이란 건 정말 놀랍사옵니다· 이류와 이단의 잡기(雜技)라 해도, 갈고닦으면 극의에 달한다· 에프넬을 졸업하기 전에 아주 좋은 교훈을 배웠사옵니다· 하오나-”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피가 당신의 몸과 아주 잘 맞지는 않는 것 같사옵니다·”
“····”
카미바레즈의 몸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듯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꾸욱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그래도 저는 물러날 수 없어요· 시몬을 위해, 저를 지켜보는 모든 분들을 위해·”
고개를 든 그녀의 작은 송곳니가 야수처럼 번뜩였다·
“계속 싸울 거예요!”
번쩍!
그녀의 몸이 빠르게 돌진했다· 디아나는 두 팔을 늘어뜨린 무방비 상태· 그녀의 목에 카미바레즈가 송곳니가 박히려는 순간·
“!!!”
마차에서 치인 충격을 느끼며, 카미바레즈가 옆으로 밀려났다·
인지를 초월한 속도·
이번에는 빛의 사슴이 측면에서 돌진해 와 카미바레즈를 들이받은 것이다· 그녀의 몸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아가는 동시에, 디아나와 빛의 사슴이 동시에 오른팔과 뿔을 겨누었다·
두 발의 거대한 섬광이 카미바레즈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쏘아져 폭발했다·
휘오오오!
디아나의 머리카락과 옷깃이 정신없이 펄럭이다가 내려앉았다·
그녀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애석하지만 저희는 여기서 더 빨라질 수 있었사옵니다·”
스윽·
디아나가 다시 빛의 사슴의 등에 올라탔다·
“쫓아가서 결착을 짓고 싶지만, 오늘은 다른 목적이 있기에-”
말하던 그녀가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고오오오오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붉은 한 쌍의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못 가요·”
두근!
갑자기 디아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몸 곳곳에 핏줄이 도드라지게 일어나며, 마치 전신의 피가 카미바레즈의 힘에 반응하듯 들끓기 시작했다·
‘저주? 어느 틈에···!’
그러나 저주가 아니었다·
디아나의 몸에 흐르는 피가 저쪽으로 빨려들어 가려 하고 있었다· 분명 다른 생물의 다른 혈액임에도 불구하고, 생물로서 가진 피가 진정한 ‘피의 제왕’에게 반응할 뿐이었다·
<카미바레즈 리메이크 – 콜 템페스트>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핏물이 회오리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미 주위에 뿌려둔 피나 카미바레즈의 상처에서 나온 피들이 계속해서 이 붉은색 소용돌이를 향해 빨려들며 점점 더 크기를 키우면서 다가왔다·
“어머니! 피하셔야 하옵니다!”
그녀가 고삐를 잡아당기자 빛의 사슴이 달렸다·
디아나는 몸이 무거웠다· 자신의 몸의 혈액들이 마치 자석에 끌리듯 저리로 빨려들어 가려 하는 것만 같았다·
“어머니! 더 빨리!”
그런데 속도가 너무 느렸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녀가 아래를 바라보았고·
“!!”
어느새 근방의 지면에도 피가 묻은 건지 풀잎과 꽃들이 시들어 있었다·
빛의 사슴은 녹지 위에서 가장 빠르다· 이대로는 도망치는 게 불가능하다·
“데바 여신이여!”
디아나가 기도를 올리며 신성을 전신에서 뿜어냈다· 거대한 빛의 방패가 펼쳐지고, 피의 회오리가 거기에 부딪히며 굉음을 터뜨렸다·
* * *
타다다닷!
한편, 신성연방의 6번 ‘천사의 성악대’ 하미엘은 3지역의 새로운 점령지를 찾아 달리고 있었다·
“찾기 더럽게 어렵네· 진짜·”
그녀의 등 뒤에는 식탁보를 뒤집어쓴 듯한 성령들이 나팔과 북을 들고 따라오고 있었다·
쿠쿵!
콰아아아아!
주위를 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하늘에는 악룡과 천사가 한판 붙고 있고, 저 멀리는 몸이 저릿저릿한 거대한 피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을 상대 안 한 게 다행인가? 아!’
그러다 드디어 3지역의 새로운 점령지, <3-C>를 찾아냈다·
그녀가 수풀을 걷으며 점령지를 바라보았으나·
“!”
그곳에 먼저 와서 점령하고 있는 한 명이 보였다·
주위에는 무수한 언더링들이 허리가 찢어진 채 쓰러져 있고, 기둥에 손을 얹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암흑연합의 7번, 일라이저 크로비스였다·
‘저건 뭐야·’
그의 등 뒤에는 붉은 달 같은 게 둥둥 떠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기술과 관련되어 있어 보였다·
“뭐가 어찌 됐건!”
우르르르르!
그녀가 다루는 성령들이 몰려가 점령지 근처를 포위했다·
이내 하미엘이 지휘봉을 앞세우며 외쳤다·
“점령지는 포기하세요, 사악한 네크로맨서! 여기는 지금부터 우리 신성연방의 것입니다!”
“····”
일라이저도 그녀를 발견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앞머리가 휘날리며, 불길한 형광색 눈동자가 그녀를 주시했다·
하미엘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지만, 룬 리그에서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사, 상대를 잘못 고른 건 아니겠지?’
* * *
“쏴! 쏴! 전탄 쏴버려!”
유령선에 올라탄 엘리사가 팔을 붕붕 휘둘러 댔다· 유령선의 포문이 일제히 열리고 스피릿 포탄을 토해냈다·
상대는 암흑연합 깊이 들어온 신성연합의 3번, 철벽의 광자 테르곤·
그러나·
휘오오오오!
포격의 연기가 걷히고, 테르곤은 자리에 멀쩡히 선 채 금속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어느새 클라우디아가 기둥에 채워 넣었던 칠흑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고, 테르곤의 신성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건 어떠냐!”
엘리사가 직접 대포에 포탄을 넣고 날렸다· 그녀가 자랑하는 대프리스트 전용 관통탄이 날아갔으나·
터업!
모든 포격을 몸으로 받아내던 테르곤이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날아온 관통탄을 붙잡아 팔과 허리 사이에 꽉 낀 채로 힘을 주자 순수 금속으로 이루어진 관통탄의 허리가 찌그러졌다· 엘리사가 ‘힉!’ 하고 기겁한 소리를 냈다·
“비켜!”
이번엔 폭연을 뚫고 메이린이 들이닥쳐 두 팔을 내리그었다·
<다크 헬리오시스>
화아아아아아아악!
거대한 화염의 불기둥이 솟구쳐 올라 테르곤의 몸을 감쌌다· 짧은 거리에 강력한 화력을 세로 방향으로 쏟아붓는 칠흑화염계의 비기·
이내 그녀가 연결 동작처럼 뒤로 물러나며 대형 마법진을 펼쳤다· 불기둥이 걷히기 무섭게 무수한 얼음 조각들이 쏘아져 나가 테르곤을 덮쳤다·
<크루얼 블리자드>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화염계에 이어 빙결계까지·
가히 대마법사급의 칠흑원소계 마법이 한바탕 쏟아지고 난 뒤였지만·
“하하하하! 고작 그 정도인가!”
테르곤은 너무할 정도로 멀쩡히 서 있었다·
스스로 치유마법을 거는 건지 그을리거나 피부가 탄 부분도 바로바로 재생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메이린이 식은땀을 흘렸다·
‘재생과 치유로 버티는 건 아냐· 그냥 몸 자체가 갑옷을 두른 것처럼 튼튼해·’
“메이린!”
클라우디아가 머리카락의 뱀으로 맹독을 쏟아보내 테르곤을 견제하며 메이린에게 다가왔다·
“아, 클라라·”
“저 남자, 뭔가 이상해·”
클라우디아가 메이린의 옆에 붙으며 속삭였다·
“첫째 날 봤을 때와는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어·”
“무슨 소리야?”
“첫째 날에 테르곤은 ‘철벽’을 이용해 모든 공격을 일일이 방어했어· 그런데 지금은 육체의 내구력만으로 버티고 있잖아!”
클라우디아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애초에 저 정도의 육체 내구력을 가졌다면 첫째 날에 ‘철벽’을 쓸 이유는···!”
거기까지 말하던 클라우디아가 쭈뻣 털을 세운 채 고개를 홱 돌렸다·
어느새 저 멀리 기둥을 짚고 있던 테르곤이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살벌한 안광이 번뜩이며, 그의 주먹이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세가 느슨하면 이쪽도 반격하지 않겠나!”
부아아아아아아아앙!
솥뚜껑만 한 주먹이 큼지막하게 휘둘러졌다· 클라우디아는 즉시 고개를 바닥에 닿을 듯 낮춰서 피했다·
‘이 맹독술사는 감이 좋으니 그렇다 치고·’
주먹을 휘두른 테르곤이 속으로 감탄했다·
‘이 여자까지?’
메이린도 몸을 틀어 기습적인 일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냈다·
“2년 반 동안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내 몸을 회전시키며 힘껏 다리를 펼쳤다·
“네크로맨서도 아니거든!”
<홍펭 오리지널 – 월각(刖脚)>
쩌어엉!
육체적 재능과는 거리가 먼 메이린이지만, 홍펭의 마투학 수업은 개근일 만큼 진심이었다· 깔끔한 폼의 발차기가 테르곤의 턱에 적중했다· 그 테르곤이라고 해도 꽤 타격이 있는지 몸이 덜컥거리며 흔들렸다·
‘아·’
그 순간·
메이린은 발끝에 닿은 묘한 감각을 느꼈다·
‘두꺼운 갑옷을 입은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흑마법을 퍼부어도 멀쩡한 테르곤의 신체 내구력은 그야말로 태산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메이린이 직접 몸으로 공격을 가하는 순간 이질적인 뭔가가 머릿속을 팟 하고 스치는 기분이었다·
‘그냥 보통 사람? 아니, 뭔가 더 가벼운 느낌·’
그녀의 사고가 돌아가는 사이, 테르곤이 반격으로 왼쪽 주먹을 내질렀다· 클라우디아가 메이린의 어깨를 밀치며 자신이 앞으로 와 방어 자세를 취했다·
쩌어엉!
대신 주먹에 얻어맞은 클라우디아가 저만치 날아갔다· 바짝 정신을 차린 메이린이 오른손에서 다크 플레어를 연달아 쏟아부으며 물러나 외쳤다·
“미, 미안 클라라! 괜찮아?”
쿨럭!
큭!
흙먼지 구덩이 속에서 클라우디아가 입가를 훔친 뒤 괜찮다는 듯 오른팔을 펼쳤다· 엘리사가 포격을 시작했고, 테르곤도 반격을 중지한 채 포격을 피하며 다시 점령지로 돌아갔다·
“어떻게 할 셈인가?”
처억!
그가 점령지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나를 계속 상대할지, 포기할지· 잘 선택해야 할 거다!”
“····”
메이린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엘리사와 클라우디아도 메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키젠 부회장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 테르곤의 목적이 뭐지?’
* * *
암흑연합 대표팀의 본진·
부스스·
저택 내부의 침대에 누워 있던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아침잠이 많은 편인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삐쳐나온 옷소매로 눈가를 부비적거린 그가 침대에 통 하고 내려왔다·
저택에 있던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무척 컸다·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 때문에 가운을 질질 끌며 걸어간 그가, 떠다놓은 찬물로 대충 얼굴을 적셨다·
이내 저벅 저벅 걸어와 거실 방바닥에 털썩 앉았다·
후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푸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두 팔을 좌우로 밀어내듯 펼치다가 마지막에 힘주어 두 팔을 촥 하고 내뻗는 순간·
덜컹!
덜컹!
저택의 모든 창문과 문이 일제히 열리고, 휘오오오오!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방 안에 가득 불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이 파르르 떨리고 커튼이 나풀거린다·
불어온 바람이 온갖 전장의 소리를 전달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첫째 날 봤을 때와는 전투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어·
-점령지는 포기하세요, 사악한 네크로맨서! 여기는 지금부터 우리 신성연방의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물러날 수 없어요· 시몬을 위해, 저를 지켜보는 모든 분들을 위해!
-····
-····
-····
전장에 들리는 모든 목소리가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 에이젤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내 모든 바람이 저택을 빠져나가고, 나풀거리던 커튼이 내려앉는 순간 에이젤이 경건하게 눈을 떴다·
머릿속에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고, 여러 상황이 떠올랐다가 이내 빠르게 우선순위로 착착 해야 할 일들이 자리 잡힌다·
정리 완료·
에이젤이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