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1화
631. 실종 6
부우웅~.
최성현 경위가 차를 몰고 빠르게 현장을 벗어난다.
박동준 반장이 어이가 없어 멍하니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어? 저 저 자식이······ 왜 저래?”
박동준 반장은 최성현 경위에게 과학수사대를 부르고 근처에 수색 보낸 경찰들에게 다 돌아오라는 지시를 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최성현 경위는 무전기를 잡기는커녕 그대로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나 버렸다.
어젯밤 감시를 담당하던 ‘최고다 흥신소’ 직원 오인범을 납치했기에 아마도 내가 자기 뒤를 캐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 놈은 돌아가서 모든 증거를 없애 버릴 작정인 게 틀림없다.
난 그 즉시 박동준 반장에게 모든 걸 밝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반장님. 최성현 경위가 이번 실종의 용의자인 거 같습니다.”
박동준 반장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 최 경위가 용의자라니?”
난 곧장 이수찬에게 받은 세 가지 영상을 틀었다.
“이것 좀 보십시오.”
첫 번째 영상에선 검은 우의를 푹 뒤집어쓴 남자가 편의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폭우가 카메라 렌즈를 가려 선명하진 않았지만 반듯하게 걷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걸음걸이가······ 반듯하군요.”
박동준 반장이 영상에서 대번에 뭔가 이상한 점을 알아낸다.
대개 약에 취하거나 알코올 중독인 사람은 비틀거리는 편인데 검은 우의를 입은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걷고 있었으니까.
“반장님 말대로 조금 전 약을 하던 그 사람이 범죄자가 아니란 증거죠. 그리고 다음 영상을 보시면······.”
두 번째 영상에는 조금 전 검은 우의를 입은 남자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이준성을 차에 태우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렌즈에 빗물이 묻어 있어 흐릿했지만 일순간 최성현 경위의 옆모습이 드러났다.
아이를 태울 때 차 문에 우의가 걸리다 보니 얼굴이 살짝 드러난 것이었다.
“최 경위······ 이 자식이 왜······.”
“법정 증거로 쓰이기엔 사진이 너무 흐리고 어둡지만 박 반장님은 파트너이니만큼 알아보시리라 생각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는 장면을 본 박동준 반장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간다.
그러다 급기야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난 이어서 다음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다음 영상은······.”
조금 전 검은 우의를 쓴 남자가 후드 티를 눌러쓴 채 이곳에서 1km 정도 떨어진 운봉사 쪽으로 운전하는 영상이다.
역시나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를 납치한 범인은 조금 전 두 번째 영상에서 타던 차를 몰고 가고 있다.
그런데 영상 속에서 최성현이 모는 차는 최고다 흥신소 직원 오인범이 타고 있던 승용차였다.
최성현 경위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차가 아닌 흥신소 직원의 차량을 이용해 아이를 납치한 것이었다.
그리고 봉진태의 집에다 아이의 옷과 검은색 우의를 가져다 놓았고.
즉 놈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이용해서 수사 방향을 돌려놓은 것이다.
회귀 전에도 자신이 경찰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이렇게 수사를 방해했으니 잡히지 않은 것이었다.
최성현 경위를 감시하던 흥신소 직원이 사라진 터라 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 뛰고 있었다.
하지만 박동준 반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최성현 경위의 얼굴을 본 이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후우~ 후우~ 저 정 실장님. 이 영상은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아이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풀어 찾게 했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가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었던 이후 이수찬은 흥신소 직원들을 대규모로 풀었다.
그리고 조금 전 최성현 경위를 감시하던 오인범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무슨 짓을 해서라도 CCTV 영상을 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탓에 모든 흥신소 직원들은 주로 개인 CCTV를 가진 편의점 주유소 그리고 차주에게 전화를 걸어 영상을 찾아내었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지만 어젯밤 폭우로 인해 유의미한 증거는 지금 이 영상이 전부였다.
회귀 전 주로 많은 비가 오는 날 밤에 아이들이 실종된 것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경찰이 범인이니 CCTV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다.
“하여간 폭우 때문에 쓸 만한 건 겨우 이 세 개밖에 못 건졌습니다. 그리고 수사에 문외한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불쾌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CCTV를 잘 피한다는 건 최성현 경위가 범인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는 또 다른 증거 아니겠습니까?”
두 번째 영상도 이준성을 차에 태울 때 실수로 옷이 걸리지 않았으면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러자 박동준 반장이 눈을 질끈 감고 하늘을 쳐다본다.
콰과과광.
천둥이 울리며 장대비가 거세게 쏟아져 내린다.
우의를 쓴 박동준 반장의 얼굴 위로 거친 빗물이 그대로 떨어진다.
투둑투둑.
박동준 반장의 눈가에서 흐른 눈물이 비에 섞여 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구보다 믿었기에 딸 같은 이수연을 최성현 경위에게 소개해 줬겠지.
그런데 정작 그런 놈이 범죄자였으니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도 가지 않는다.
잠시 후.
박동준 반장이 고개를 내린다.
차가운 비에 정신이 들었는지 눈빛이 바뀌어있다.
마치 범죄자를 쫓는 베테랑 경찰 같은 모습이다.
“알겠······습니다. 최 경위를 용의자에 올리도록 하죠.”
박동준 반장은 그 말을 내뱉은 뒤 곁에 있는 경찰 한 명을 향해 손짓한다.
“송 팀장. 이리 와!”
“예 반장님.”
“지금부터 최 경위를 용의자 중 한 명으로 간주하고 움직인다. 지금 근처에 수색하던 애들은 다 서로 복귀시키고 지금 넌 팀을 데리고 운봉사로 가. 현장에 도착하면 여기 정 실장 아는 사람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을 테니 협조 구하고.”
송학종 팀장이라고 불리는 강력계 경찰이 눈을 끔뻑인다.
“지금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최 경위가 용의자라고요? 용의자는 아까 잡혔잖습니까?”
박동준 반장이 날 쳐다본다.
난 폰을 내밀어 가지고 있던 동영상을 보여줬다.
송학종 팀장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조금 전 늘 술에 취해 살던 용의자 봉진태와는 달리 또렷한 걸음걸이를 가진 이가 아이를 차에 태우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영상을 보여주며 박동준 반장이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그리고 두 번째 영상을 봐. 여기 최 경위 얼굴이 떡하니 나와 있잖아.”
흐릿한 영상을 보고선 송학종 팀장이 고개를 갸웃한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야. 내가 설마 내 파트너 얼굴을 못 알아보겠냐? 나도 지금 죽고 싶은 지경이니까 두말하지 말고 애들 보내라고!”
“아. 예······.”
“그리고 지금 당장 폰으로 놈의 위치 추적해. 혹시 운봉사가 아니라면 놈이 가는 곳에 애가 있을 테니까.”
송학종 팀장이 알겠다며 조심스레 묻는다.
“반장님. 아직 애가 살아 있을까요?”
“당연한 소리! 그게 아니라면 도망칠 리가 있겠나? 아마도 증거를 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이겠지.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현장에서 잡아야 해. 법원으로 가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아 참. 서로 간에 무전은 치지 마. 그놈이 들을 수 있으니까 다들 개인 전화만 써. 알겠어?”
최성현 경위가 경찰차를 타고 갔기에 무전을 사용하다가는 들킬 수가 있다는 소리다.
송학종 팀장이 알겠다며 몸을 돌리더니 경찰 몇몇과 함께 차를 타고 출발한다.
그렇게 지시를 내린 박동준 반장은 자신이 타고 온 차로 간다.
“정 실장님은 저랑 같이 가시죠.”
박동준 반장이 운봉사로 가자며 날 재촉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운봉사는 아까부터 흥신소 직원 오인범을 찾기 위해 이호재와 최고다 흥신소 직원들이 뒤지고 있었다.
그러니 만약 그곳에 흥신소 인력이나 이준성이 있다면 지금쯤은 구했을 시간이다.
“반장님. 잠시만요.”
“예?”
난 잠깐 발걸음을 멈춰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5년 12월 24일]
-PM 07:00 안정해 감독. <실종2 – 그날의 이야기> 박스 오피스 1200만 명.
일정은 아직 그대로다.
그렇다면 이건 운봉사에 간다고 아이를 구할 수 없다는 뜻.
즉 최성현 경위가 아이를 숨겨둔 곳은 다른 곳이라는 거다.
그때였다.
지잉~
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발신자 : 이호재]
운봉사 쪽에 가 있는 이호재의 전화다.
난 급히 전화를 받았다.
“어. 호재야.”
-형님. 구했습니다!
“준성이를 구했다고?”
-아 아뇨. 죄송합니다. 애가 아니라 어제 실종되었던 흥신소 직원 말입니다.
“그러면 준성이는?”
-잠시만요. 여기 잡혀 있었던 오인범 직원을 바꿔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최성현을 감시하던 흥신소 직원이 힘겹게 말을 꺼낸다.
-죄송합니다. 실장님. 방심한 사이에 뒤통수를 맞는 바람에······.
“살아 계신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다친 덴 어떻습니까?”
-아 예. 머리가 좀 찢어지긴 했는데 꿰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아이 말입니다만······.
“예.”
-제가 트렁크가 갇혀 있을 때 잠깐 들었는데 아이한테는 아빠를 찾아주겠다면서 같이 가자고 해서 태우더군요. 그리고 얼마 후 전철 소리가 들리고 아파트 경비원이 인사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전철 소리랑 아파트 경비원이요?”
-그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듯 차가 밑으로 쑤욱 기울었었고요. 그 이후로는 다시 정신을 잃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땐 여기 창고에 묶여 있었습니다.
순간 옆에 있던 박동준 반장의 얼굴이 하얘지더니 사시나무 떨듯 떨린다.
“잠깐만요. 전철 소리라고 했습니까?”
“혹시 짐작이 가는 곳이라도 있습니까?”
“최성현 그 인간. 지금 저랑 수연이가 사는 아파트에 그저께 집 하나 더 얻어 놨습니다.”
“거기가 어딥니까?”
“여기서 코앞입니다. 1km도 안 됩니다.”
원래 최성현 경위는 여기서 3km 정도 떨어진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박동준 반장과 파트너가 되고 이수연과 사귀면서 박동준 반장이 사는 아파트의 제일 작은 평수로 얼마 전 전세를 얻었다고 한다.
어쩐지 최성현 경위의 집에 갔을 때도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더라니.
그가 텅 비어 있는 집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난 즉시 흥신소 직원에게 말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치료비나 쉬시는 동안의 생활비를 비롯해 위로금까지 모두 제가 다 부담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푹 쉬십시오. 그러면 나중에 증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위험수당도 받았고 리버스 엔터 쪽에서 그런 부분은 확실히 챙겨 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흥신소 직원은 그 말을 끝으로 이호재에게 전화를 넘겨 버렸다.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친구는 저희가 끝까지 보살필 겁니다.
“알았다. 그럼 부탁 좀 하자.”
최성현 경위에 관한 증언을 해줄 사람은 구했지만 이젠 아이와 이수연이 위험했다.
그런데 그때 박동준 반장이 이수연에게 전화를 거는 게 보인다.
“수연아······ 제발······ 전화 좀 받아!”
박동준 반장의 얼굴이 지독한 죄책감 때문에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자신이 소개해 준 놈이 알고 보니 범죄자 그것도 유괴범이었으니까 말이다.
“반장님. 일단 출발하시죠. 그리고 수연 씨 집으로 가면서 전화하시죠.”
박동준 반장이 내게 폰을 건넨다.
“그러면 운전은 제가 할 테니 저 대신 전화 좀 걸어봐 주십시오.”
난 그 폰을 받은 뒤 박동준 반장의 차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다시 이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는 통화 중이었다.
아마도 최성현 경위가 이수연과 박동준 반장이 통화를 할 수 없게 하려는 모양이었다.
“꽉 잡으십시오.”
부우웅~
목이 뒤로 젖혀질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박동준 반장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과천 주공아파트 1단지 입구.
박동준 반장과 이수연이 20년 전부터 거주해 온 아파트에 도착했다.
폭우가 줄어들어 이젠 이슬비 정도만 내리고 있다.
여전히 이수연의 폰은 통화 중이었고 최성현 경위의 폰은 가다가 버렸는지 위치 추적이 되지를 않고 있다.
그러나 난 이곳에 최성현 경위가 있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끼이익.
차단봉이 내려진 아파트 출입구에서 차를 세웠다.
경비원이 몸을 내밀며 인사한다.
“박 반장님. 일찍 돌아오셨네요. 어제 야근하셨습니까?”
박동준 반장이 다급히 묻는다.
“혹시 최 경위 왔습니까?”
“아. 예. 최 경위는 몇 분 전에 막 지나갔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따가 그놈이 나가려고 하면 꼭 좀 붙잡아 주십시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여간 그놈 지금 경찰이 아니라 범죄자입니다.”
“예?”
모두가 똑같은 반응이다.
최성현 경위가 얼마나 평상시에 가면을 철저하게 썼으면 듣는 사람마다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도저히 안 믿기시는 거 잘 압니다. 다들 속았으니까요! 아무튼 붙잡아 두기 힘들면 저한테 전화라도 하세요.”
“아 예.”
지이잉~
차단봉이 위로 올라간다.
박동준 반장은 즉시 아파트 단지 안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사는 아파트 동의 지하 주차장 출입구 쪽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때 경찰차 한 대가 빠르게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어? 저건······.”
최성현 경위가 탄 경찰차였다.
그리고 차량 조수석에는 이수연이 앉아 있고 뒷좌석에는 이준성이 앉아 있다.
그 순간 박동준 반장이 결단을 내린다.
“꽉 잡으십시오! 충돌할 겁니다.”
앞차에 있는 이들이 다들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터라 앞차와 고의로 충돌해서라도 못 도망가게 하려는 것이다.
이대로 놓치면 이수연이나 아이가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부우웅~
박동준 반장의 차가 급가속을 시작한다.
뒤늦게 우릴 발견한 최성현 경위가 급히 핸들을 꺾었다.
하지만 충동을 피하지 못했다.
콰아앙~
굉음이 나면서 몸이 앞으로 훅하고 쏠린다.
오른손으로 버티면서 대비했지만 번쩍하는 느낌과 동시에 눈앞이 깜깜해져 버렸다.
* * *
지이잉~ 지잉~
품 안에서 울리는 진동에 눈을 떴다.
안전벨트는 맸지만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어딘가 부딪혔던 모양이다.
난 머리가 웅웅 울리는 걸 참고 고개를 들었다.
우리 차에 부딪힌 최성현 경위가 몰던 앞차는 아파트 내 가로수를 들이받고 보닛이 밀려 들어가 있다.
그리고 보조석에 앉아 있던 이수연과 뒷좌석에 있던 이준성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다.
다행히 두 사람이 납치되는 건 막았다.
그런데 운전석은 열려 있고 최성현 경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갔지?’
그때였다.
-최 경위! 이 이거 왜 이래?
-나 나와!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부딪친 앞차 너머로 최성현 경위가 차를 빼앗는 소리였다.
당장이라도 뒤따라가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머리가 띵~ 하네.”
몸이 놀란 것 같았기에 우선은 내 몸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이수연과 이준성을 구했으니 조금은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난 짧게 심호흡을 하고 안전벨트부터 풀었다.
달칵.
가슴께에 가해지던 압박감이 줄어든다.
이어서 팔 다리 허리 관절 상태를 확인했다.
안전벨트를 한 덕에 다행히 이마를 부딪친 것 말고는 큰 이상이 없었다.
그때였다.
달칵-달칵.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앞차의 조수석에서 이수연이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 있다 보니 박동준 반장은 다급히 안전벨트를 풀려 한다.
그런데 안전벨트의 고리에 문제가 생겼는지 풀리지 않았다.
박동준 반장이 안 되겠는지 날 쳐다본다.
“정 실장. 안전벨트 좀······ 내 안전벨트 좀······ 풀어줘요. 우리 수연이. 수연이······.”
조금 전 베테랑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떻게든 딸을 구하려는 아빠 같은 모습이다.
“예. 풀어 드릴 테니까 진정하세요.”
그런데 그때였다.
치이익~
이수연과 이준성이 의식을 잃고 있는 앞차의 보닛에서 미약한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