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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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6화

종언의 운명(7)

쿵!!

차갑게 얼어붙은 철문이 열리면서 묵직한 굉음을 내뿜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접합술주가 주변에 있던 물건들을 밀어내며 길을 치웠다·

“수술실은 이쪽이다· 안으로 들어오도록·”

“····”

술주의 뒤를 따라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온 레녹이 말없이 주변을 살폈다·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가 맴도는 광활한 지하실·

문이나 복도의 벽조차 얼음처럼 차가워 쉽사리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다·

카바힘 왕도의 기후가 이렇게 변한 지 시간이 꽤 오래되었다는 증거·

“내가 치워준 길을 따라 걸어와라· 주변에 있는 내 작품은 건드리지 말고·”

“···작품이라고?”

그 말을 들은 레녹이 지하실 곳곳에 굳어 있는 사람들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제 자리에 굳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

그 자리에 장식품처럼 박제되어 있는 묘하게 낯익은 풍경에 레녹이 표정을 찌푸렸다·

“왕도의 인간을 잡아 접합술식의 대상으로 삼은 거냐·”

“술식출력을 조정하려면 살아 있는 인간을 만져볼 필요가 있었지·”

술주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토커퍼즈에서 네가 방해하는 바람에 하지 못했던 작업을 여기서 하고 있던 것뿐이다· 문제라도 있나?”

“····”

왕도에 도착한 뒤로 유독 조용하다 싶었더니 이곳에서 한참 인간을 가지고 노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나·

좌뇌와 우뇌를 절단해서 나눠 놓았는데도 감정의 변화를 제외한 성향이나 행동은 여전히 역겹기 그지없다·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럽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특질계 술사답게 일관적으로 미쳐 있다 해야 할지·

“흔적을 숨기기 위해 신원이 불분명한 범죄자들만 사용하긴 했는데 역시나 저열한 소체가 대부분이더군·”

레녹이 조용히 수술실 사방에 박제된 수십명의 인간들을 바라보는 사이 술주가 아무렇지도 않게 걸음을 옮겼다·

“정밀한 술식조정을 위해서 카바힘의 기사들을 해부해 보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시간과 장소를 가려가며 이딴 짓거리를 할 만큼 분별력이 있는 줄은 몰랐군·”

“환술사는 오늘 안으로 일을 마무리 짓고 왕도를 뜰 생각이라고 했다·”

술주가 무심한 눈빛으로 레녹을 돌아보았다·

“네가 복귀한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따지자면 너 때문에 기사를 해부해 볼 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군·”

“···작전의 시작이 아니라 거의 끝이라는 뜻인 건가·”

채프먼의 헛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한 레녹이 반문했다·

“공략작전이 오늘 안으로 끝날 예정이라면 지금 어디까지 진행이 된 거지?”

“말했지만 작전 따위는 모른다· 다만 카바힘의 군주가 자리를 비운 직후 환술사가 움직였지·”

술주 아베스타 채프먼이 얼어붙은 지하실의 벽면을 가리키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왕도 전체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거라 말했으니 이 날씨 역시 그 결과물이지 않겠나·”

“····”

레녹의 존재로 인해 아론이 예상과는 다른 식으로 움직이면서 광대 역시 행동을 달리하게 된 것인가·

그 결과로서 왕도의 기후가 한순간에 이렇게 변질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면 그건 아마-

“왕도 지하에 위치한 [문]에 손을 대 성역의 힘을 바깥으로 끌어냈군·”

레녹이 중얼거렸다·

“아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안타레스의 예지를 빌려 [문]에 수작을 부려둔 건가?”

광대는 왕도 지하에 숨겨진 [문]의 위치를 알고 있는 당사자·

아론이 레녹과 함께 자리를 비운 사이 광대가 움직였다면 그건 틀림없이 [문]에 장난질을 치기 위해서였겠지·

[뒷문]을 여는 데 실패한 아론이 [문]으로 선회했다 광대의 수작질에 왕도가 지금같이 변했다면 이 상황이 납득이 간다·

“호오·”

부스럭대며 주변에 드리운 천과 가림막을 걷어내던 술주가 중얼거렸다·

레녹을 돌아본 채프먼이 그제서야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비슷한 설명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대충 들어서 기억이 안 나는군·”

“····”

“뭐 알게 뭐냐· 어차피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

펄럭!!

천을 걷어내자 그 뒤에 있는 거대한 수술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술대 앞에 선 술주가 등받이를 일으켜 세우며 레녹에게 눈짓했다·

“앉아라·”

“이건··· 원래 이 지하실에 있던 물건이 아니군·”

묘하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수술대의 모습·

술주의 생명권역에 존재하던 수술대와 디자인이 흡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레녹이 어이없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왕도에 도착한 뒤로 어디서 뭘 하느라 숨어서 나오지 않나 했더니 이 지하에 자신만의 권역을 만들고 있던 거냐·”

“조작술사· 난 똑같은 설명을 두 번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철컥!!

수술대의 레버를 당겨 고정대를 푼 술주가 대꾸했다·

“내가 이번 일에 동행한 건 어디까지나 접합술식의 출력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그 외의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지·”

“····”

“이 육체를 조정해 준 만큼 당분간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용의가 있지만 그 이상의 일을 내게 기대하지는 마라·”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손을 씻고 장갑을 낀 술주가 레녹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수술대에 앉아 왼팔을 내밀어라· 접합을 진행하는 동안 네 몸을 고정해둬야 할 테니·”

“그쪽이 하고 있었다는 접합술식의 조정에 진척이 있었어야 할 거다·”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수술대에 왼팔을 내려놓았다·

쩌저저적···!!!

불길한 파열음과 함께 실시간으로 금이 가 갈라지는 금기병장의 형상·

창백한 빛을 내뿜으며 덜덜 떨리는 건틀렛을 가리킨 레녹이 차갑게 말했다·

“만약 이게 여기서 폭주하면 죽는 건 내가 아닐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술주가 그렇게 말하며 메스를 쥐고 레녹의 팔 옆에 섰다·

“나는 말버릇이 나쁜 환자라고 차별하지 않는 자비로운 외과의니까·”

“헛소리를····”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건틀렛의 균열 사이로 공명하는 검은 파문을 보자 아카이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

결국 레녹이 아르스노바의 아카이브에서 본 기억의 의미는 간단했다·

그가 레녹이 아니었을지언정 언젠가 레녹은 그였을지도 모른다는 것·

레녹의 존재가 보다 거대한 범주에 속해 있기에 레녹은 조작술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 힘을 분기점으로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지만·

그 사실 자체가 레녹이 가지고 있는 페널티와 재능이 ‘그’의 존재에 온전히 의거하지 않았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어째서 레녹은 그러한 ‘원인’을 가지고도 오래된 폐공장에서 깨어나 헤아릴 수 없는 사선을 넘어온 것일까·

만약 육체의 소질이 그에게 비롯되었다 해도 레녹이 지닌 직관과 대답 근원심상을 포함하는 마음의 재능은 설명할 수 없다·

그러한 재능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에 새겨진 소질· 존재를 이루는 정체성 그 자체였으니·

“····”

이 세계에서 눈을 뜬 이후로 레녹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었을 뿐·

그 어떤 순간에도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반궁의 존재조차 레녹이라는 존재를 이루는 일부에 불과했다면·

그만한 ‘원인’으로도 레녹이라는 ‘결과’를 온전히 다 해명할 수 없다면·

무언가 아직 레녹이 알지 못하는 것이 남아 있다·

적어도 교주와의 대담을 통해서는 결코 풀릴 수 없는 미혹이-

“···잠깐·”

쿠웅!!

레녹이 퍼뜩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지하실 천장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

아주 무거운 덩어리가 지하실 위쪽에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듯하다·

그와 비슷한 발길질 소리가 천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십정 기사단이군· 기억에 있는 마력패턴이다·”

마력감지를 돌리자마자 그 기척을 읽어낸 레녹이 말했다·

“9기사단· 대검을 쓰는 알비언을 단장으로 왕도를 지키는 쪽이군·”

“····”

머리 위를 배회하는 살기가 누구를 목표로 하는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하실 입구를 찾는 듯한 분주한 걸음 소리에 레녹이 힐끗 술주를 돌아보았다·

“이쪽을 찾고 있다· 오는 길에 뒤를 밟힌 거냐?”

“아니· 9기사단이라면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군·”

술주가 무표정한 얼굴로 뺨을 긁적였다·

“생각해 보니까 그쪽 기사단원을 하나 잡아서 실험체로 사용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꼬리를 밟힌 모양이군·”

“···왜 자기가 한 일이 아닌 것처럼 지껄이는 거지?”

카바힘의 기사를 실험체로 사용해보고 싶었다느니 떠들어대 놓고 뒤로는 이미 진작 해부를 해본 건가·

금방 들킬 걸 알면서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기억하지 못하고 있던 것인지·

접합술주 정도로 맛이 가 있는 술사라면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높아서 오히려 추측하기가 어렵다·

“조작술사·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건틀렛의 균열을 매만지며 고개를 숙인 술주가 뻔뻔하게 말했다·

“난 기사를 해부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데이터를 정리하기엔 표본이 부족해서 아쉬움을 표했던 것뿐이지·”

“····”

콰앙!!

그 와중에도 지하실의 천장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며 거칠게 요동치는 모습·

레녹이 술주를 마주 보았다·

“저쪽의 반응을 보면 대략적인 위치는 발각당한 것 같군· 수술을 계속하려면 이동해야 할 거다·”

“아니· 여기 있는 수술장비나 도구들은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한다·”

메스를 든 술주가 레녹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강행하지· 이쪽을 발견하기 전에 수술을 끝내면 되지 않나?”

“그게 무슨-”

레녹이 그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반박하기도 전에 술주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메스를 쥐고 금이 간 건틀렛의 균열 사이에 푹 밀어 넣었다·

본래 인간의 살점을 베어내야 할 날을 금속 사이로 쑤셔 넣는 손짓·

[!!!!!!!!!]

메스가 균열을 파고 들어간 순간 건틀렛이 발작하듯 진동하며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레녹의 팔을 쥐어 짜낼 듯이 강하게 조여오면서 살점과 하나가 되려는 듯한 격렬한 반응·

“···!!”

팔을 짓눌러 으스러뜨리려는 강렬한 압박에 레녹이 가면 안으로 숨을 들이켰다·

뇌신전의 실험으로 왼팔 자체가 금기병장화 되어 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뼈와 살점째로 으깨졌을 터·

술주 역시 그런 레녹의 반응이 의외인지 메스를 꽂아 넣은 채 힐끗 시선을 돌렸다·

“반동이 꽤 고통스러울 텐데 마력으로 육체강화조차 하지 않고 버티는 건가· 상당한 정신력이군·”

“····”

“그쪽이 마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수술이 훨씬 수월해지긴 하지· 훌륭한 자세다· 그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도록·”

“닥치고 빨리 처리해···!!”

조각난 건틀렛의 파편이 왼팔과 달라붙어 완전히 하나가 되려 한다·

균열 사이로 검게 물든 마력이 증기처럼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재촉하지 마라· 내가 이곳에서 술식을 조정한 건 이런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서였으니까·”

하지만 술주는 그러한 반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스 위로 마력을 흘려보내며 대꾸했다·

“그리고 나는 실패할 수술은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다·”

쩌저적···!!!

균열 사이에 꽂아 넣은 메스를 비틀어 억지로 건틀렛의 균열을 잡아 벌린다·

그렇게 늘어난 균열 사이로 장갑을 벗은 손을 내리눌러 접합술식을 발동·

건틀렛의 균열을 그대로 ‘접합’하며 강제로 이어붙이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

강렬한 파문과 동시에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공명을 터트리는 건틀렛의 형상·

그때마다 천장 위쪽에서 느껴지는 기사단의 발소리가 더욱 격렬해진다·

-아래쪽에서 마력반응· 소리가 함께 들린다!

-바닥을 부술 수가 없습니다· 입구를 찾아야 해요·

“금기병장이란 인간을 재료 삼는 병기· 무구에 가해진 손상은 곧 영혼에 가해진 균열이지·”

건틀렛의 균열 사이로 손을 누르며 술주가 말했다·

“그러니 내가 하는 수술은 영혼의 균열을 무구와 접합하여 완전히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형태를 압축한다고···?”

“재료가 된 영혼을 압축해 죽여서 본래의 능력만 남기고 의지를 완전히 죽인다·”

왼팔 위로 가해지는 형용키 어려운 감각에 레녹이 힘겹게 대꾸하자 술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빈 자리에 또 다른 ‘재료’가 들어갈 여유분을 만드는 것· 환술사가 내게 부탁한 작업이었지·”

“···잠깐 그건·”

금기병장의 능력만을 남기고 재료가 된 인간의 영혼을 압축해 죽인다·

그 빈 자리에 공간을 남겨 새로운 영혼이 깃들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건틀렛에 깃들어야 하는 새로운 힘이란-

“설마 죽은 신의 잔재를-”

콰아아앙!!!

잠겨 있던 지하실의 철문이 완전히 박살 나며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투구 아래로 살기 어린 안광을 번뜩이며 지하실 안으로 진입하는 기사들의 모습·

그 중심에서 대검을 쥔 거구의 기사가 어마어마한 마력을 뿜어내며 걸어 나왔다·

“판데모니엄·”

왕도 예사 9기사단장· 알비언이 대검을 휘둘러 술주의 목 앞에서 멈춰 세웠다·

파아앙!!!

순간적인 검압만으로 수술실 주변의 도구와 기물을 날려 버릴 정도로 강렬한 힘·

등을 돌린 술주의 주변에 박제된 인간들을 본 알비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너희들이 이 왕도에서 저지른 만행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끔찍한 일인지 알고 있겠지·”

“····”

“왕도에 혼란을 초래한 반역자들을 생사불문하고 잡아들이라는 어명이 있었다· 네놈들이야말로 그 주구가 틀림없을 터·”

“그건 유감이군·”

건틀렛의 이음새를 접합하는 데 집중하며 술주가 대꾸했다·

“인간을 재료 삼아 능력을 뽑아먹는 일에는 그쪽도 일가견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요령을 공유받을 수는 없는 건가?”

“그걸 말이라고-”

“아 잠깐 기다려·”

알비언의 말을 끊은 술주가 메스마저 내려놓고 건틀렛을 쥔 채 마력을 끌어올렸다·

“거의 다 끝났다· 오히려 지금부터는 본래 성능보다 훨씬 더 출력이 강해질 거다·”

“···네놈!!”

분노한 알비언이 순식간에 그 기세를 부풀리며 소우주를 전개·

둔중한 대검의 섬광이 술주의 목을 가로지르는 순간· 지하실 전체가 반으로 쪼개지며 폭발했다·

지하와 지상이 맞닿으며 무시무시한 굉음을 터트리고 땅이 움푹 꺼지면서 지진이 터져 나왔다·

쿠과과과!!!!

위아래로 압착되며 공간째로 짓눌려 부서지는 수술실의 형상·

그 어디에도 술주의 모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수술실 뒤편에 숨겨진 쪽문 앞에 술주가 레녹을 부축한 채 서 있었다·

“공들여 만들긴 했지만 환경 자체가 열악해 오래 머물 곳은 아니었지·”

살아 있는 듯 맥동하는 건틀렛을 축 늘어뜨린 레녹과 그 로브를 잡아당겨 끌어낸 술주의 모습·

“변경의 기사들답게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형편없기 그지없군·”

알비언이 터트린 지진으로 사방에 쓰러진 인간의 박제본을 본 술주가 표정을 찌푸렸다·

“지금이라도 내 작품을 정성 들여 관리할 것을 약속하면 그것들을 왕궁에 전시하는 행위를 허락하지· 이 촌구석에는 보기 좋은 관광자원이 될 거다·”

“이 미친놈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잡아!!”

“판데모니엄의 멤버다· 놓치면 왕도에 재앙이 펼쳐질 거다!!”

알비언이 대검을 비틀어 한 번 더 지진을 터트리고 술주가 몸을 돌려세웠다·

쪽문 사이로 도주하는 술주를 따라 벽면을 타고 사방에서 틀어박히는 칼날들·

비좁은 복도가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터져 나가며 굉음을 내뿜었다·

콰아앙!!!

검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지상으로 올라온 순간 일대 거리가 무너지며 폭발했다·

대전차지뢰라도 터트린 것처럼 지반 전체를 흔들어 붕괴시키는 알비언의 소우주·

술주의 몸이 흔들리며 앞으로 넘어진 찰나 허공에서 마력사가 그 몸을 붙들었다·

촤악!!

술주의 몸을 근처 건물 옥상으로 함께 끌어당긴 레녹이 주저앉은 찰나·

수술실이 있던 일대 거리가 완전히 붕괴하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무너지는 지반을 밟고 엄청난 속도로 뛰쳐 오르는 기사들·

지면 아래서 대검을 쥐고 소우주를 운용하며 지진의 규모를 넓혀가는 알비언의 모습·

지붕 위에 엎드린 술주가 그 광대한 파괴행위를 두고 힐끗 시선을 돌렸다·

“빨리도 정신을 차렸군· 상태는 어떻지?”

“···끔찍하군·”

레녹이 그렇게 말하며 로브 안쪽으로 왼팔에 장착된 건틀렛을 내밀었다·

유리색 건틀렛 위로 검은 균열이 나무뿌리처럼 뻗어 나와 각인된 기묘한 형상·

더 이상 부서지거나 폭주하지는 않지만 훨씬 더 ‘공허’해진 듯한 위태로운 기척·

건틀렛을 움직일 때마다 검은 파문이 허공에 퍼져 나와 시공을 두들긴다·

“출력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이나 감각 자체가 변질된 느낌이다·”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던 레녹이 짜증스레 시선을 돌렸다·

“특질계 술사에게 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이걸 어떻게 수술이라 부를 수 있는 거지?”

“불만이 있다면 나와 거래한 환술사에게 토로하도록·”

콰아앙!!!

지붕이 폭발하듯 터지면서 레녹과 술주가 동시에 움직였다·

얼어붙은 건물 지붕 사이를 건너뛰면서 기사들과 빠르게 거리를 벌린다·

콰과과과과!!!!

레녹과 술주를 추격하듯 왕도 외곽의 생활구역이 지반째로 무너지고 폭발했다·

다가오는 지진을 피해 시선을 돌린 레녹이 저 멀리 보이는 왕도의 풍경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저건····”

왕도 외곽 거리 바깥까지 중갑을 입은 기사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들어차 있다·

얼어붙은 날씨 속에서도 완전무장을 마친 채 이쪽을 포위하며 진군하는 기사단의 대열·

아직 왕도에 복귀하지 않았던 다른 기사단 역시 회군해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인가·

“그럼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군·”

알비언의 소우주 난사로 폭발하는 지반· 건물 지붕 사이를 미끄러지듯 가속하며 추적해 오는 기사들·

사방에서 조여오는 포위망의 중심에서 술주가 먼저 걸음을 멈춰 세웠다·

“이 쓰레기 같은 몸으로는 고위 기사들과 싸워봤자 효율이 안 나와·”

미련없이 등을 돌린 술주가 레녹을 무시하고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접합술식의 조정도 다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딱히 손을 거들고 싶지도 않군· 난 먼저 돌아가 있겠다·”

“어디로 돌아가겠다는 건지 모르겠군·”

레녹이 사방에서 다가오는 기사들을 보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혼자 안전하게 몸을 뺀다는 선택지가 있을 것 같나?”

“나야말로 그 말이 이해가 안 되는군· 왜 방법이 없다는 거지?”

술주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자리가 없다면 저것들을 치워서 만들어내면 되잖나·”

“그러니까 그 방법을-”

“‘비애’ 시동·”

키유우우우우웅-!!!!!

술주가 손가락을 튕긴 순간 레녹의 등 뒤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렬한 파문의 빛이 울려 퍼졌다·

레녹과 술주가 도망치던 왕도 외곽 강가 인근· 정박해 둔 크루즈 선박의 꼭대기에 자리한 창백한 포신·

그 포신이 엄청난 빛에 휩싸인 채 정확하게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저건····”

“너희들이 교단에게 빼앗은 금기병장을 연구하다 알았는데 저건 인간의 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작동하는 무기더군·”

할 말을 잃어버린 레녹을 두고 술주가 팔짱을 꼈다·

“그래서 수술실에서 내가 만진 인간의 감정을 모아서 충전을 좀 해뒀다·”

“설마 그쪽이 이 건틀렛을 수리할 수 있던 이유가·”

“당연히 금기병장의 원리와 형태를 저걸로 연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쿠구구구!!!

술주가 손을 뻗어 거리 저편을 포위한 기사단을 가리킨 순간·

크루즈 선박 위에 장착된 포신이 느릿하게 손짓을 따라 돌아서고·

술주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리그었다·

“왕도 중심부를 조준해 ‘고통’ 발포·”

후욱!!

레녹과 술주를 스쳐 지나간 창백한 섬광이 멀리서 달려오는 기사단의 머리 위로 번뜩였다·

기사단을 그대로 쓸어낸 금기병장의 빛이 왕도의 건물을 일직선으로 관통해 하강하고·

원형의 파문을 그린 빛이 번화가 중심부를 향해 세로로 내리찍으며 모든 것을 증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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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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