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g-Eating Genius Mage Chapter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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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3화

종언의 운명(4)

왕도 변경에 자리한 광장·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의 정오·

북대륙 근처에 위치한 카바힘은 낮에도 햇볕이 그렇게 뜨겁지 않다·

선선한 바람 속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이면서 부족한 열기를 더한다·

사방에는 펜스가 처져 있고 그 사이로 기사단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

하지만 그걸로도 광장 주변의 들뜬 분위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프레이야 칼린스의 17번째 월드투어· 토커퍼즈에 이어 카바힘 왕도에서 진행되는 콘서트·

“와아아아!!”

광장 위에 마련된 무대 위로 프레이야가 노래하고 사람들이 미친 듯이 환호했다·

스피커를 통해 증폭되는 사운드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도 따라 크기를 키워간다·

[자 여러분~ 무대에서 사고가 나면 큰일이거든요?]

광장 끝에서 끝까지 모여든 관중들 앞에서 프레이야가 입을 열었다·

나른한 목소리로 주변을 돌아본 프레이야가 무대를 손으로 휙휙 가리켰다·

[다들 노래하는 동안에는 저를 위해서 자리를 지키는 거예요·]

“와아아아아!!!”

프레이야의 손짓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격하게 반응하며 반기는 관중들의 모습·

토커퍼즈와 시기도 장소도 다르지만 그녀를 향하는 열기와 환호성은 어디서든 같다·

환호성을 넘어 사운드를 키워가는 무대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고급 별장 옥상·

옥상에 올라선 레녹과 낚시꾼이 프레이야의 콘서트를 말없이 구경하고 있었다·

“요즘 노래를 업으로 삼는 아이들은 실력이 굉장하군· 덕분에 오랜만에 귀호강을 했어·”

길쭉한 낚싯대를 짊어지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눈을 반짝이는 중년 남성의 모습·

삿갓 아래로 보이는 낚시꾼의 표정은 저 아래 관중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혹시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다면 불러주게· 대륙 밖에 있지 않다면 종종 들으러 오지·”

“····”

“언제 보아도 눈부시게 빛나는 사람이군·”

낚시꾼의 말을 무시하고 생각에 잠긴 레녹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안타레스가 팔짱을 낀 채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게 주목받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야· 무대에 서는 직업을 갖게 된 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지·”

“····”

“원치 않아도 그녀는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될 거야· 그녀가 그 사실에 회의감을 느낄수록 더욱 그렇게 되겠지·”

“그래서?”

“그녀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조금 더 사랑해 달라고 전해줘·”

레녹의 날 선 대꾸에 안타레스가 웃었다·

“오늘 이후로 내가 그녀와 다시 만날 일은 아마 없을 테니까·”

“···그런 전언보다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이 있을 텐데·”

천천히 안타레스를 돌아본 레녹이 말했다·

“아론은 인간을 얼리고 보존해 마력과 재능을 갈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을 아카이브라는 곳에서 얻고 있었지·”

“····”

“아르스노바의 지식을 모아둔 보고· 죽은 신의 유해를 이용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공정마저 그곳에서 손에 넣은 것 같더군·”

아르스노바의 지식을 이용해 반궁을 부활시키려는 아론의 계획·

외신조차 지워내는 초월자의 힘을 이용해 홀로 도달할 수 없는 구원에 이르려는 군주의 의지·

하지만 레녹은 아론이 양면성의 재능을 사용해 아카이브에서 지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죽은 신의 유해를 훔치기 위해서는 이쪽도 아카이브의 지식이 필요할 거다·”

[문] 공략작전의 핵심 목표· 신의 유해를 훔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열쇠·

레녹이 싸늘한 시선으로 안타레스를 응시했다·

“아카이브에 진입할 방법을 찾아야 해· 다른 멤버들은 어디에 있지?”

“지금쯤이면 왕도 전역에 흩어져서 각자 움직이고 있겠지·”

하지만 안타레스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론 역시 [문]을 공략하기 위한 출정준비를 끝냈을 거야·”

“뭐?”

“[뒷문]을 여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이상 아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테니까·”

안타레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신의 유해를 사용하기 위한 ‘권리’를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거겠지·”

“신의 유해를 사용하기 위한··· ‘권리’라고?”

“특정한 코드나 권한으로 이루어진 개념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레녹의 반문에 안타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신을 죽여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지식’에 가깝지· 그렇기에 아카이브에서만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거야·”

“그건····”

안타레스의 대답에 레녹이 멈칫거렸다·

지금껏 어떤 식으로도 개입하지 않던 예지자가 이렇게 레녹의 의문에 답해주는 이유·

그 사실 자체가 안타레스의 목적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

“처음부터··· 아론을 막기 위해 공략작전에 참가했던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안타레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양면성의 재능을 지닌 아론이 아르스노바의 아카이브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게 나였으니까·”

“···뭐?”

안타레스가 낚시꾼을 향해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리를 옮기고 싶군· 우리를 ‘낚시터’로 데려다줄 수 있겠어?”

“음?”

두 사람의 옆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던 낚시꾼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낚시터로 가면 노래를 못 듣게 될 텐데·”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타레스가 말했다·

“부탁하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흐음 부탁인가· 부탁이라····”

낚시꾼이 탐탁치 않은 듯 턱을 문지르다 이내 씩 웃었다·

“그렇군·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바로 가볼까?”

거짓말처럼 시원하게 안타레스의 부탁을 수락한 낚시꾼이 낚싯대를 움켜쥔 순간·

파앗!!

“···!!!”

레녹은 자신이 아주 거대한 호숫가의 끝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레이야의 노랫소리· 관중들의 환호성· 화려한 사운드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적막·

레녹과 안타레스 낚시꾼 세 사람만이 조용한 호수에 남겨진 듯한 기묘한 정적·

“그럼 난 저쪽에서 방해되지 않게 낚시를 하고 있겠네·”

귀가 멎을 법한 침묵 속에서 일어난 낚시꾼이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좋은 시간 보내게나·”

“···여기는 어디지?”

낚시꾼 역시 판데모니엄의 멤버이니 독특한 능력을 가졌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생각한 것 이상이다·

대상지정 저항을 억눌러두었다고는 하지만 레녹이 인지할수도 없을 만큼 빠르게 강제 공간전이를 시키다니·

심지어 안타레스는 판데모니엄의 멤버도 아니면서 낚시꾼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남들과는 다른 시간선에서 태어나 결말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 영원히 시간을 낚는 기인이지·”

안타레스가 설명했다·

호숫가 안개 너머로 멀어지는 낚시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안타레스의 눈빛이 순간 복잡하게 변했다·

“영원히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그 과정으로는 어떤 유의미한 결과도 얻을 수 없지만···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제약을 걸고 그는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능력을 얻었어·”

“지금 이 공간전이가 낚시꾼의 능력이라는건가?”

“그는 자신이 낚시터라고 인식한 ‘수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레녹을 향해 시선을 돌린 안타레스가 말했다·

“대륙 전역은 물론이고 대륙 바깥의 마경조차 그의 유희를 위해서라면 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

“그건····”

“타인을 데리고는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는 없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할 거야·”

그제서야 레녹은 어째서 낚시꾼이 대륙 바깥에서 주로 활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낚시터로 삼을 수 있는 ‘수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상 초유의 힘을 지닌 기인·

대륙 바깥까지도 자유롭게 오가는 그 능력의 전략적인 가치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 레녹 역시 설명을 듣자마자 깨달았던 것·

“철저하게 비전투적인 힘이지만 범위만 놓고 보면 가히 승천자에 준하는 능력이군· 아니 직접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보다 우월한····”

그렇게 생각한 레녹이 퍼뜩 시선을 들어올렸다·

“잠깐 그렇다면 광대가 낚시꾼을 이번 작전에 데려온 이유가-”

“광대는 왕도 지하에 존재하는 [문]이 정상적인 통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안타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고 죽은 신의 유해를 훔치기 위해 방법을 구상했지·”

“····”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네가 아카이브에 들어가고 싶다면 도와줄 수 있어·”

안타레스가 레녹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예지를 통해서 아카이브가 존재하지 않는 방향을 ‘걸러내고’ 낚시꾼의 능력으로 시공을 넘는다·”

아론이 양면성의 재능으로 아카이브에서 내려받은 아르스노바의 지식·

죽은 신의 유해를 바쳐 최종적으로 꿈꾸는 반궁의 부활· 낚시꾼과 안타레스의 존재까지·

분명 안타레스가 이 시점에 레녹에게 이것을 설명해 주는 이유 역시-

“예지자인 너 자신이 아카이브에 직접 접속할 수는 없는 모양이군·”

“나는 실패한 미래를 엿본 예지자에 불과하니까·”

안타레스가 긍정했다·

“이 흐름이 내가 본 결말과 이어져 있다면 예지할 수는 있지만 직접 바꿀 수는 없지· 그건 내가 예지한 결말을 바꾸는 금기이기 때문이야·”

“····”

왕도에 도착하자마자 안타레스가 모습을 감춘 건 예지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나·

아르스노바가 결말을 맞이한 뒤에도 보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겨둔 지식의 보고라·

아카이브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서 그곳에 직접 들어가 보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문]의 힘을 다루는 방법이나 폭주하는 전격마법을 통제할 방법도 그곳에 지식으로서 존재할 가능성이 있겠지·

“예지를 사용해서 어떻게 아카이브에 접속할 수 있다는거지?”

“아카이브는 세계와 외해의 경계선· 물질계와 허수차원의 경계선에 동시에 이중으로 겹쳐져 있어·”

손을 펼친 안타레스가 말했다·

“이는 세계가 결말을 맞이한 뒤에도 아르스노바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지식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지·”

“····”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경계선을 동시에 볼 줄 알아야 아카이브를 인식할 수 있어· 양면성의 재능은 그걸 위한 자격이다·”

안타레스가 눈을 감았다·

“오래전의 나는 아론이 지닌 양면성의 재능을 예지로 이끌어··· 그가 아카이브에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

“···너·”

“그리고 이제는 그 실수를 되돌리고 싶다·”

“네 예지로 아카이브의 위치를 가늠하고 낚시꾼의 능력으로 그곳까지 접근하는 건가·”

“아카이브에 존재하는 지혜의 샘은 그의 낚시터 중 하나야· 그가 우리를 도와준다면 아카이브 근처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겠지·”

안타레스가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낚시꾼· 당신에게 그런 일을 ‘부탁’해도 괜찮을까?”

“···예지자란 참으로 불편한 손님이로군·”

안타레스의 말과 함께 안개 저편에서 텅 빈 양동이를 들고 나타난 남자의 모습·

삿갓 아래로 안타레스를 바라보는 낚시꾼의 표정은 묘하게 불편해져 있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을 이르는 것도 그렇고·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인과를 벗어난 모든 운명 중에서도 당신은 유별난 존재야·”

안타레스가 웃었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기에 나같은 예지의 종속자들은 그 자유로움이 더욱 잘 보이거든· 불쾌했다면 사죄하지·”

“사과를 할 줄 안다는 점에서 예지자치곤 예의를 아는 친구로군·”

낚시꾼이 답지않게 진중한 눈길로 안타레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예지를 남발했다가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텐데· 괜찮겠는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이미 정했어·”

안타레스가 답했다·

“예지자답게 미래를 실컷 엿보고 예지자답게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나?”

“···음·”

침음하던 낚시꾼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것 또한 부탁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낚시꾼이 손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고요한 호숫가의 풍경이 일변했다·

눈부신 햇살 아래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노랫소리· 프레이야의 노래에 한껏 취한 사람들의 환호성·

“와아아아아!!!!”

“댁이 말한 낚시터로 데려다줄 수는 있지만 그곳에 머물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이야·”

순식간에 카바힘 왕도 광장으로 돌아온 낚시꾼이 말했다·

아까와는 달리 그는 주변에서 들리는 음악에 신경조차 쓰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레녹을 바라보았다·

“내가 발견한 낚시터 중에서도 유달리 입질이 잘 오지 않는 곳이니 머무를 자격은 스스로 찾아야 할 테지·”

“부탁하지·”

“···잠깐·”

우우우우웅!!!!

그 순간 광장이 위치한 왕도 반대편에서 아주 강대한 마력의 공명이 울려 퍼졌다·

노래하던 프레이야와 광장을 지키던 기사들조차 순간 굳어버릴 만큼 짙은 마력의 잔향·

촤아아악!!!

검게 물든 빛이 하늘 위로 솟구쳐 거대한 흑색의 고리를 그렸다·

회전하는 흑색의 고리가 하늘 위로 펼쳐지고 검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시작됐군·”

왕도 하늘 위에 떠오른 검은 고리를 바라보는 레녹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론이 왕도 지하의 [문]을 열고 있다·”

레녹에 의해 뒷문을 여는 계획이 실패한 이상 왕도 지하의 문을 정공법으로 열고 성역으로 들어가야 할 터·

그 과정에서 판데모니엄의 전력 역시 동시에 움직여 전력으로 아론을 상대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레녹이 할 일은 아카이브에 진입해 죽은 신의 유해를 훔칠 권리를 손에 넣고 문으로 들어가는 것·

외신의 시체를 훔치는 방법· 반궁의 부활에 대한 비밀· 폭주하는 전격마법을 통제할 방법까지·

“시작하지·”

탁!!

어깨에 짊어진 낚싯대를 들어 올린 낚시꾼이 낚시바늘을 레녹에게 건넸다·

레녹이 그것을 장갑 안쪽에 꿰어 매단 순간 낚시꾼이 양 손을 합장하고·

눈앞의 모든 것이 양분되는 환상과 함께 세상이 갈라지고 솟구쳤다·

드르르르륵-

콰과과과과!!!

공간이 이지러지는 맛이 혀끝에 감돌고 소름끼치는 파열음이 코끝을 스친다·

오감이 어지럽게 뒤섞이며 감각기관 사이로 날뛰고 헤아릴 수 없는 공감각이 흘러넘쳤다·

세계와 외해의 경계선· 현실과 허수차원의 경계선·

같으면서도 다른 두개의 개념을 각자 구분하고 정의하며 줄타기를 하듯 방향을 잡아 나아간다·

상이하며 상동한 네 가지의 개념과 차원의 교차점·

그 끝에 위치한 황금빛의 별똥별이 레녹의 눈 안에 아득하게 쏟아진 그 순간·

파앗!!

레녹은 황금빛의 정광이 감도는 거대한 신전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

신전 바깥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노을의 빛· 벽을 타고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

늦은 오후 막 문이 닫기 직전의 도서관을 찾은 것처럼 한적하고 나른한 분위기·

모든 것이 끝나버리기 전의 풍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도록 시각화해 펼쳐둔다면 이러한 느낌일까·

이곳이 바로 중앙도시 아르스노바의 지식과 지혜를 담아둔 아카이브·

세계가 결말을 맞이한 이후에도 다음을 위해 남겨둔 지식의 보고·

왕도에서 시작된 소란이 거짓말처럼 가슴을 나른하게 만드는 고요한 적막·

레녹이 가면을 고쳐 쓰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이·

“그럼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지·”

바로 옆에 위치한 황금빛의 분수대에 걸터앉은 낚시꾼이 말했다·

분수대 아래 낚싯대를 드리우고 삿갓을 고쳐 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건투를 빌겠네·”

“····”

분수대 아래쪽을 본 레녹이 물 대신에 흐르고 있는 무언가를 보고 멈칫했다·

기묘한 문자의 배열이 분수대 아래로 흐르면서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고 있다·

육안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고대의 액체문자·

이 액체문자를 담아둘 수 있는 분수대가 바로 지혜의 샘 그 자체인가·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레녹이 말없이 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낚시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자격이 없는 존재를 배척하거나 밀어내지 않거든· 오히려 끌어들여 영원히 이곳에 가둬 버리지·”

“····”

“자격없는 존재는 이곳에 영원히 묶여 아카이브에 존재하는 지식이 되어버리더군· 나는 그렇게 된 이들을 몇 번····”

레녹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낚시꾼의 말이 서서히 끊겼다·

그림자 로브가 흔들리며 레녹이 걸음을 옮기는 것과 동시에 황금빛의 신전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기 때문·

쿠구구구구!!!!

레녹의 존재에 반응해서 시선을 돌리는 것처럼 신전 내부의 책장과 기둥이 일제히 기울어진다·

황금빛의 노을이 발 아래 고개를 숙이고 사방에 전시된 조각상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아카이브 전체가 단 한사람을 향해 돌아서며 개방되는 듯한 압도적인 장관·

할 말을 읽은 낚시꾼이 레녹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네 생각보다 굉장히 귀하신 몸이었군?”

“····”

하지만 레녹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긴장 어린 태도로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바라보았다·

아르스노바의 아카이브가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리라는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다·

문제는 레녹의 존재를 아카이브가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대하는지의 여부·

그렇게 생각하며 레녹이 말없이 눈앞의 광경을 응시하던 그 순간·

[황성 아카이브 접속완료]

[영성 개방· 존재투사율 확인 중·]

거대한 아카이브 중심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급권한자 재방문 승인]

[예약된 접속정보를 불러옵니다]

“···재방문?”

레녹이 그 예상치 못한 전언에 순간적으로 멈칫거린 찰나·

레녹의 눈앞에서 황금빛의 레코드가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권한자 본인이 아카이브에 남긴 메시지가 1건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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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Drug-Eating Genius Mage, Medicine-eating wizard
Score 9
Status: Ongoing Type: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World”, a game that boasts extreme freedom. In “ver.3.0”, I decided to put everything to increase the magic talent! All stats are all about magic! Instead of enhancing the character’s magic talent, took a huge amount of demerit characteristics. But, it doesn’t matter. I will create the greatest Wizard character, even if the character looks like a corpse. But…. What is this? I became that character– a character with genius talent, but can’t pass a day alive without taking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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