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9화
609. VVIP 패션쇼 5
VVIP 패션쇼가 끝난 이후 김부호 명예 회장은 내게 부탁을 할 게 있다고 말한다.
그가 나를 도와줬으니 나 또한 그를 돕는 게 당연했다.
또한 날 노리고 있는 HK 그룹 안주인 노현희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김부호 명예회장의 힘이 필요하기도 했고.
“무슨 부탁입니까 회장님?”
“이곳에서 말하긴 그렇고 사무실에 가서 이야기하지.”
김부호 명예회장은 이하윤에게도 따라오라고 말한다.
왕룽과 릴리는 드레스 구매에 관해 이영아 대표와 이야기할 게 있다고 했기에 쇼룸에 두고 김애련 부회장과 함께 김부호 명예회장의 뒤를 따랐다.
대기실로 사용하던 공간의 옆문을 열고 들어가자 백화점 대표가 사용하는 사무실이 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김부호 명예회장이 흐뭇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오늘 판매된 드레스와 백 그리고 액세서리의 액수만 무려 108억에 달한다는 소식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팔아 치웠군.”
드레스의 가격이 각각 5천만 원에서 1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였지만 VVIP들은 대부분 1벌 이상을 구매했다.
유진이가 입자 옷들의 화려함이 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현희 여사가 30억이나 넘는 돈을 지르면서 HK 그룹 노 여사가 인증한 명품이 된 것도 한몫했고.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자네도 받아야지. 판매액의 5%를 받는다면 5억이 넘게 받게 되는 셈 아닌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그보다는 김부호 회장이 하려는 부탁이 궁금했다.
“그나저나 대체 뭘 부탁하시려고 불렀습니까?”
김부호 명예회장이 자세를 바로 하고 말한다.
“실은 대천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일이네.”
지난번 만났을 때 그는 내게 자본금 1천억에 달하는 금액을 줄 테니 대천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되어달라 말했었다.
하지만 난 굴렁쇠를 떠날 수 없다며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건 이미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도 싫다는 사람에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건 싫어. 자네에게 다시 그 대표를 맡으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대체 왜 그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김부호 명예회장이 고개를 돌린다.
그의 시선은 소파에 앉은 이하윤을 가리키고 있다.
“이 아이에게 대천 엔터테인먼트를 맡길 생각일세. 자네가 이 녀석을 좀 도와주게나.”
“하윤 씨를 말입니까?”
“그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회귀 전 패션과 영상 쪽을 전공한 이하윤은 올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해외 대학원 수업을 받고 꽤 오랫동안 외국에 머물게 되는데 갑자기 대천 엔터테인먼트의 설립이라니.
“하윤 씨의 전공은 엔터 업종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이하윤이 방실방실 웃으며 답한다.
“아뇨. 실은 엔터 업과 완전히 다르진 않아요. 저희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게 적절한 의상과 콘텐츠에 알맞은 ‘배우나 가수 캐스팅’이거든요. 그리고 회사를 설립하면 다른 분의 도움도 받을 거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엔터테인먼트 하나를 매입한 뒤 대천 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바꾸고 그곳에 이하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낼 모양이다.
엔터 회사를 운영하는 다른 사람이 존재하면 그녀에게 조언해주는 거야 큰 문제는 아니다.
“알겠습니다. 종종 조언해드릴 순 있을 겁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도와드릴 수 없는 건 양해해 주십시오.”
현재 굴렁쇠 엔터에서는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이하윤을 만나 업무 조언해주는 게 들킨다면 관우 엔터 쪽 출신 매니저들은 그걸 핑계로 날 몰아내려 할 수가 있었다.
김부호 명예회장이 씨익하고 웃는다.
“안 그래도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네. 그래서 자네가 저 아이를 공식적으로 도울 길을 내가 미리 생각해 놨네.”
“공식적으로 돕다뇨?”
“최근에 굴렁쇠 엔터가 사세를 확장해서 사람을 모집한다면서? 그러니 이 녀석을 자네 부하 직원으로 데려가서 공부를 좀 시켜주면 되지 않는가?”
너무도 당황스러운 부탁이었다.
김부호 명예회장도 스스로 이 위치에 올라온 자수성가형 창업주다.
그러다 보니 후손들에게 혹독한 경영 수업을 시키려고 하는 모양이다.
“회장님. 저희 매니저 일이라는 게 생각보다 험하고 욕먹는 일입니다. 그걸 어떻게 대천 그룹의 재벌 3세가 한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딱 1년만 자네가 휘어잡고 고생이라는 게 뭔지 좀 가르쳐 줘. 그렇게만 해 주면 내 합당한 값은 치르지. 어떤가?”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재벌 3세가 매니저 생활이라니.
아니 판타지로 나와도 팔리지 않을 책 제목 같다.
게다가 정규직으로 채용해도 들어오자마자 도망가는 이가 절반이 넘는 게 이 매니저란 직업이다.
잠은 늘 쪽잠을 자야 하고 일하다 보면 방송국의 PD와 CP들에게 욕은 또 얼마나 많이 듣는지.
그러다 보면 남은 이들의 대부분도 1년이 가기 전에 도망가 버린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한번 안 해본 이하윤이 그런 처우를 견딜 가능성은 전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설프게 거절하면 납득하지 못할 듯했기에 조금은 강경하게 말했다.
“부탁을 들어준다면서?”
“차라리 회사를 설립하고 도와달라면 또 모를까 제 밑에 넣어줄 순 없습니다.”
그러자 이하윤이 가녀린 팔뚝을 내보이며 말한다.
“정 실장님. 저 이래 보여도 체력 엄청 좋아요.”
“하윤 씨. 일주일 중 못 자는 날이 절반이고 한 달에 1만 km를 운전하고 때론 차에서 대기만 12시간씩 해야 합니다. 체력은 기본인 거고 끈기와 오기 그리고 직업의식이 높지 않으면 절대 못 버텨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PD와 CP들 담당하는 스타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삶입니다. 늘 배려를 받고 산 하윤 씨가 하실 수 있는 일이 아닐 겁니다.”
이하윤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만만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요.”
“아뇨. 만만하게 보신 겁니다. 솔직히 보자면 하윤 씨는 일주일도 못 버틸 겁니다. 그리고 하윤 씨가 못하겠다면서 그만두는 순간 그동안에 벌인 사고의 뒷정리는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될 겁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순 없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그녀도 엄마를 닮아 꽤 독종이고 승부사란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주변에 그녀를 지원하는 직원들이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혼자서 일 처리를 해야 하는 매니저의 일을 맡길 순 없었다.
이하윤은 실망한 눈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가상 게임처럼 경험치를 쌓는 놀이터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내 연예인들의 커리어를 걸고 투쟁하는 피 튀기는 전쟁터였기 때문이다.
난 당황한 이하윤을 두고 김부호 명예회장에게 말했다.
“도와주신 점은 감사하지만 지금 부탁하시는 건 들어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딱 잘라 말하자 김부호 명예회장이 가만히 날 쳐다보다 이하윤에게 묻는다.
“하윤아. 정 실장이 그렇다는데······ 넌 어떻게 하겠느냐?”
자존심이 강한 그녀였기에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다.
이하윤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대뜸 고개를 숙인다.
“먼저 할아버지를 통해 부탁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해요. 근데 진짜로 대충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녀답지 않게 정중한 사과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대신에 대천의 이름을 단 회사가 아니라 개인 회사를 설립 하면 도와주실 수는 있나요?”
부탁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들어줄 수 있다.
“그런 거라면야 가능합니다. 다만 대놓고 도와드리는 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니 제 동생들이 운영하는 리버스 엔터를 통해서 돕겠습니다.”
“알고 있어요. 보육원 동생들이 하시는 곳 말이죠?”
그녀는 나에 관해 미리 조사한 모양이다.
하긴 대천 그룹 정도면 늘 정보를 모으고 있을 테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예. 맞습니다.”
이하윤이 밝은 표정으로 김부호 명예회장을 쳐다본다.
“할아버지. 저 엔터 회사 설립하고서 정 실장님한테 도움받을게요.”
“알았다. 그러면 대천 엔터 설립을······.”
그때였다.
“아뇨. 대천의 이름을 떼고 시작할래요.”
김부호 명예회장이 다시 한번 진중한 표정을 짓고 묻는다.
“하윤아. 대천의 이름을 뗀다는 게 무슨 의민지는 알고 있느냐?”
“대천에서 아예 일을 받지 않겠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어요.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되겠죠.”
“정말이냐?”
“제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요?”
이하윤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김부호 명예회장의 얼굴이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한다.
“알았다. 그러면 초기 투자비는······.”
이하윤이 고개를 젓는다.
“대천의 이름을 뗀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것도 제가 가진 돈으로 설립할게요.”
김부호 명예회장은 이젠 기특하다는 듯이 손녀딸을 빤히 쳐다본다.
“다 컸구나 이하윤.”
“아직 멀었어요.”
이하윤이 내게 고개를 돌린다.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회귀한 이후 내가 거두지 못한 배우나 연예인들이 몇몇 있다.
대형 회사에서 일하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면서 소규모 회사만을 골라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별종들이다.
제법 이름난 연예인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작게 시작할 때는 그들과 함께하면 서로에게 좋은 효과가 날 거다.
그 이외에도 그녀의 도움이 필요할 배우들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함께 할 스타들부터 골라보죠.”
그제야 이하윤이 생글생글 웃더니 원래 자신의 별명대로 스마일 공주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난 그렇게 김부호 명예회장의 부탁을 받아들인 뒤 세 사람을 두고 대표이사실에서 나왔다.
* * *
정윤호가 나가고 가족들만 남은 대표이사실.
김부호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우리 하윤이가 저 친구한테 관심이 생겼나 보구나. 그렇게 몰아치는 와중에도 결국 물러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김부호가 정윤호의 밑에 이하윤을 밀어 넣으려고 한 건 두 사람이 친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오늘만 하더라도. 아르바이트를 한 번도 안 해 본 이하윤에게 정윤호를 안내시켰던 것이었다.
김애련 역시 처음엔 싫다고 하던 딸이 정윤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면서 말을 거든다.
“우리 하윤이가 거기서 빨리 말을 바꾸지 않았으면 아예 도움도 못 받을 뻔했어요.”
두 사람의 장난스러운 말에 이하윤의 볼이 살짝 상기된다.
“저 남자. 자기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해서 그런지 중간에는 절 한심하게 쳐다보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급히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 잘했어 하윤아.”
원래 이하윤은 이제 고작 23살인데 엄마와 외할아버지가 찍어준 남자를 만나보라는 데 큰 불만이 있었다.
특히 아랫사람들이나 하는 안내일을 시켰을 땐 진짜 하기 싫어 도망갈까도 했었다.
심지어 상대가 다른 재벌 3세도 아니고 일개 매니저라는 말에 외할아버지랑 엄마한테 자신이 큰 잘못을 했는지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정윤호는 그저 일개 매니저가 아니었다.
오늘 있는 패션쇼에서 김부호 명예회장이 노현희를 막았지만 그 선택은 바로 정윤호에게서 나왔다.
제품 가격을 올리자는 과감한 결단은 또 어떻고.
덕분에 오늘이 대천백화점 VVIP 행사 역사상 최고의 수입을 올린 날이 되었다.
이하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매니저도 그렇게 과감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가 어렸을 때 수많은 사람 앞에서 진두지휘하던 외할아버지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랑 엄마가 왜 칭찬했는지 이제는 알겠어요.”
김부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설마 이 할애비가 소중한 외손녀를 아무한테나 선보였겠느냐?”
“쳇. 그거야 또 모르죠.”
“으하하하. 녀석 두. 하여간 마음에 들긴 한다 이거지?”
이하윤이 슬쩍 딴청을 피운다.
“나쁘진 않네요.”
김애련이 딸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는다.
“풉.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외모가 네 스타일이기도 하잖니~”
순간 이하윤이 빽 하고 소리를 지른다.
“엄마!!”
이하윤은 밖에서는 스마일 공주라고 불리는지 모르지만 집에서 그녀의 별명은 ‘고슴도치’였다.
삐치면 뾰족한 음성과 동시에 가시를 세운다고 말이다.
“아이고~ 고막 나가겠네.”
김애련이 장난스레 귀를 만지작거린다.
이하윤이 툴툴대자 김애련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하여간 바짝 신경 써. 진성에 진아람 걔도 저 남자 노리고 있어.”
이하윤의 눈이 큼지막해진다.
“그 도도한 아람 언니가?”
“그뿐이니? 요즘 둘이 자주 어울리는 거 같더라. 이번에 진성 호텔&리조트 대행 자리를 정윤호가 만들어줬다는 소문도 돌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매니저가 그런 걸 도와······.”
“그런 걸 해내는 사람이니까 할아버지가 네게 저 남자를 만나보라는 거 아니니. 조금 전에 보고도 몰라?”
이하윤은 아차 했다.
조금 전에 정윤호에 관한 판단을 내렸지만 매니저라는 선입견이 계속 시야를 가렸다.
“아니······ 그 사람이라면 가능할지도······.”
김부호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 하윤아. 그러니 네가 저 남자를 잡을 수 있다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마. 내 약속한다.”
사람을 잘 보기로 알려진 김부호 명예회장의 보장이 이하윤의 의욕에 불을 질렀다.
또 재계에서 양대 미녀라 불리는 진아람에 대한 경쟁심도 있었고.
“알았······ 어요.”
그러던 그때 이하윤이 노파심에 묻는다.
“엄마. 근데 정유진은?”
“응?”
“정유진이랑 같은 집에 산다며?”
김애련이 슬쩍 딴청을 부렸다.
“아직까지 사귀는 건 아니야. 그건 확실해!”
“쳇. 뭐 이렇게 달라붙은 사람이 많아?”
“원래 잘난 사람은 잡기도 힘든 법 아니겠니?”
이하윤은 옆에 여자들이 많다고 툴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더욱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 * *
L.M.L 블랙라벨 패션쇼가 끝난 후 난 이영아 대표와 인사를 마쳤다.
그녀는 엄청난 판매가 이뤄진 덕에 날아갈 듯 기뻐했다.
이영아 대표는 한우를 쏘겠다며 회식을 권했지만 집에 링링을 두고 온 터라 거절하고서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으로 향하던 도중 내 뒷좌석에서 릴리와 이야기를 하던 유진이가 뜬금없이 묻는다.
“근데 오빠. 아까 하윤 씨 예쁘지 않았어요?”
가벼운 질문이었는데 왠지 등골이 싸늘하다.
그때 내 옆자리에 앉은 왕룽이 고개를 빠르게 젓는다.
‘대답하지 마!’
그래.
이건 함정 카드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밟으면 귀찮아질 함정 카드.
그래서 난 운전대를 꽉 잡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글쎄? 난 노현희 여사와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에이. 거짓말. 옆에 있는데 모를 수가 있어요?”
릴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평소 쓰던 영어가 아니라 어색한 한국말로 맞장구를 친다.
“그래요. 릴리도 봤어요. 엄청난 미인이었어요.”
함정 카드 2탄이다.
이럴수록 신중하고 조심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던데? 예쁜 걸로 말하자면 유진이 너한테 비빌 정도는 아니지. 걘 그래봤자 일반인이잖아.”
“쳇. 예쁘긴 예쁘다는 거구나?”
유진이가 투덜댄다.
하지만 백미러에 비친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어려 있었다.
곁눈질을 하자 왕룽이 뒤에는 보이지 않게 엄지를 치켜들고 있었다.
‘나이스 정윤호.’
그래 나도 나이스인 거 안다.
그때였다.
지이잉~
내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 성규환]
<연무(煙霧)>의 남자 주인공이 될 TNT 엔터 성규환은 아직 출연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제 허락을 받았나 싶어 전화를 받은 순간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실장님. 큰일 났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