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4화
604. 웰컴 투 코리아 3
“고생했구나 링링.”
서연우는 링링에게 중국으로 가서 한 달간은 일절 노래를 하지 말고 성대의 회복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성대가 나아진 이후 노래는 하루에 딱 2곡만 부르라고 지시를 내렸다.
링링은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기에 예전보다 훨씬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가 있게 되었다.
서연우는 데뷔를 위해 모든 것을 참아낸 링링이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녹음실 안에 있던 링링이 감격해서 말한다.
-네. 선생님이 말한 대로 다 했어요. 노래는 하루에 2번 이상 안 불렀어요. 수백 수천 번 부르고 싶었는데도요.
“그래. 그랬으니까 지금 같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된 거야.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싶은 간절함이 더해져서 표현력이 훨씬 더 좋아졌어. 그리고 덕분에 노래에 감정이 너무 잘 실려서 가창력도 좋아졌고.”
노래 부르는 걸 절제한 것만으로도 성대의 회복과 동시에 가창력을 올릴 수 있다니!
서연우가 회귀 전에 최고의 보컬 트레이너가 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때 절대 음감을 가진 방선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연우의 말에 동조한다.
“그래. 예전에 들었을 때랑은 달리 목소리에 잡음이 완전히 없어졌어. 연우 말대로 곡에 감정을 싣는 게 엄청나게 잘 되고 있네. 그뿐 아니라 음역대도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순간 녹음실에 있는 모두가 축하를 보내기 시작했다.
“축하해 링링!”
“고생했다 링링.”
링링이 울먹이며 녹음 부스의 문을 열고 나와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작곡가님! 선생님!”
“수고했어 링링.”
“장하다 내 제자.”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한 링링이 총총걸음으로 내게로 다가왔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링링이 내게 묻는다.
“실장님. 저······ 이제······ 아이돌 해도 돼요?”
이미 한국 땅을 밟고 방선우와 서연우에게도 인정을 받았지만 그래도 내게 재차 확인을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처음 그녀의 목 상태를 알아보고서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게 나였기 때문이다.
난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링링의 눈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당연하지. 링링. 앞으로 잘 부탁할게?”
“네~~”
링링이 그제야 배시시 웃는다.
눈물이 사라진 링링의 얼굴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후엔 왕룽과 릴리가 다가와 링링을 껴안아 준다.
“고생 많았어 링링.”
“응 언니.”
“링링. 그래도 목 함부로 쓰지 말고 검사는 잘 받아야 한다?”
“알았어요 왕룽 오빠.”
“그래. 진짜 수고했다.”
링링은 김수명 원장님의 검진도 빼놓지 않겠다며 똑 부러지게 답을 했다.
그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서희주가 도착했다는 전화인가 했는데 강지영 이사의 전화였다.
[발신자 : 강지영 이사]
링링이 회사에 온다는 걸 보고한 터라 혹시나 인사차 내려오려고 전화를 한 건가 싶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회의실로 좀 올라오실 수 있어요? 가수 파트 실장들 긴급회의를 해야 할 거 같아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가수 4실에 윤동구 실장이 ‘베리식스’ 데뷔 일정을 앞당기겠대요.
굴렁쇠 엔터와 합병한 관우 엔터에선 오랫동안 데뷔를 준비하던 걸그룹 하나가 있다.
이름은 ‘베리식스’.
회귀 전에는 곡만 냈다 하면 1위를 밥 먹듯이 하던 실력과 외모를 가진 걸그룹이었다.
그러나 곧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 방송으로 걸그룹을 만들 예정이었기에 그녀들의 데뷔 무대는 올해 7월 이후로 잡혔다.
한 회사에서 동시에 걸그룹 2개를 런칭하면 대중들의 관심이 분산되다 보니 둘 다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관우 엔터와의 합병으로 회사 통장에 남은 돈이 별로 없어 홍보비를 나눠 쓸 수도 없었고.
“베리식스는 홍보비 문제 때문에 7월에 데뷔하기로 결정 났잖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답니까?”
전화기 너머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베리식스 리더인 소정이가 당장 데뷔시켜주지 않으면 재계약을 안 하겠대요.
‘베리식스’의 멤버들은 다들 연습생 생활만 5년 이상을 한 멤버들이다.
그중 리더 역할을 맡게 된 22살의 유소정은 외모도 출중하고 어린 시절부터 성악을 해서 가창력도 뛰어났다.
다만 심각한 몸치였기에 꽤 오랫동안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겨우 무대에 세울 수준이 되었다.
그런데 데뷔가 늦다며 다른 회사로 가겠다고 한단다.
하지만 그 순간 가수 4실의 윤동구 실장이 손을 쓴 거라는 걸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베리식스의 리더 유소정은 올해 22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체리블라썸이나 서연우 강하나와 같은 회사여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너무도 잘 아는 빠꼼이였다.
그런데 지금 다른 회사로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특히나 회귀 전 윤동구 실장과 유소정의 친밀한 관계를 생각하면 더더욱 있을 수도 없는 소리고.
즉 이건 유소정과 윤동구 실장이 입을 맞춰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에 들어갈 돈을 못 쓰게 막으려는 술수였다.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그런데 왕룽 본부장도 함께 올라가면 될까요?”
-예. 어차피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 쪽도 연관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회의가 5분 뒤에 시작할 거니까 그때 맞춰 올라오세요.
“예. 이사님.”
전화를 끊고 난 뒤 왕룽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말했다.
왕룽이 씨익 웃는다.
“견제가 꽤 심한가 보네?”
“최근에 내가 저쪽 인간들이 설치는 걸 완전히 박살 냈거든. 그래서 더 저러는 거 같아.”
“오케이. 그럼 같이 가자. 대신 링링이랑 릴리한테 회사 구경이나 좀 시켜줘. 지난번에는 워낙 바빠서 제대로 구경도 못 했잖아.”
“그래.”
난 은지유 팀장에게 링링과 릴리에게 회사 구경을 시켜주라고 말한 뒤 왕룽과 이동민 실장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 * *
굴렁쇠 엔터 6층 회의실.
왕룽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수 파트 실장들과 강감찬 대표와 강지영 이사 그리고 김관우 부대표와 김장비 본부장이 앉아 있다.
난 왕룽 그리고 이동민 실장과 함께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강감찬 대표가 왕룽을 보고 반갑다며 인사를 건넨다.
“왕룽 본부장. 한국에 온 걸 환영하네. 링링을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에 맡겨줘서 고맙고. 내 책임지고 잘 진행토록 하겠네.”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프로젝트는 잘 진행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왕룽은 내일 있을 정식 환영 행사를 생략해도 괜찮다며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나자 윤동구 실장이 문제의 발언을 시작했다.
“베리식스 리더 유소정과의 계약이 전속 7년 중에서 이제 6개월밖에 안 남았습니다. 당장 데뷔시키지 않으면 소정이와의 재계약은 끝입니다 끝!”
강지영 이사가 대답한다.
“데뷔가 늦어지는 대신 빵빵하게 밀어주겠다고 약속된 거 아닌가요? 걘 갑자기 왜 그런대요?”
“경쟁사 몇 군데에서 접근해 바로 데뷔시켜주겠다고 했답니다. 계약금도 빵빵하게 주고요.”
“경쟁사 어디요?”
윤동구 실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걔가 나이는 어려도 눈치가 백 단인데 그걸 말하겠습니까? 아무리 다그쳐도 비밀이라고 입을 꾹 다물더군요”
“그러면 정확히 언제까지 데뷔시켜달라는 거예요?”
“3월까지 데뷔시켜 달랍니다. 그걸 명시해 주면 당장이라도 재계약을 하겠다더군요.”
“아니 오늘이 1월 31일인데 3월까지 데뷔라면 사실상 다음 달에 데뷔시켜달라는 거잖아요? 그게 가능해요?”
“가능합니다. 저흰 곡도 나왔고 이미 안무 연습도 끝났습니다. 틈날 때마다 음방 PD들한테 보여줬는데 애들한테 스타성도 있다고 칭찬이 가득하더라고요. 그러니 홍보비만 밀어주시면 당장이라도 데뷔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굴렁쇠 엔터에는 관우 엔터와 합병하느라 회사에 남은 돈이 부족하다.
두 회사의 합병식 때 최만식 대표가 돈을 보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입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회사에 남은 돈으로는 걸그룹 하나를 밀기에도 벅찼다.
그런데 윤동구 실장은 베리식스를 데뷔시키고 홍보하는데 회사에 남은 돈을 모조리 쓰겠다고 하고 있었다.
강감찬 대표가 말한다.
“지금 베리식스를 런칭하면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는 어쩌라고?”
윤동구 실장이 물러서지 않고 답한다.
“그러면 저희 회사에서 6년간이나 키워온 팀이 해산되는 걸 지켜만 보라는 겁니까? 유소정이 빠지면 베리식스도 끝장입니다.”
“유소정이 중요한 걸 누가 몰라? 자네가 좀 더 설득을 해봐야지. 3월이 아니라 4월 중순까지만 좀 미뤄봐. 그때는 돈이 좀 풀릴 테니까.”
윤동구 실장이 한숨을 내쉰다.
“해봤는데 안 되니까 이렇게 온 거 아닙니까. 그리고 왕룽 본부장님이 계신데 이렇게 말씀해서 죄송하지만······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 애들은 방송으로 기본 홍보는 하잖습니까? 굳이 굴렁쇠까지 거기에 홍보비를 써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양심이 있지. 아니 우리가 어떻게 홍보비로 한 푼도 안 쓴다는 소리를 그렇게 쉽게 하나?”
“상황이 상황이잖습니까?”
점점 대화가 격해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왕룽이 기다렸다는 듯 끼어들었다.
“저희 쪽 일도 끼어 있는 거 같은데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강감찬 대표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글로벌 프로젝트의 해외파트너인 자네도 엄연한 당사자니 말해도 괜찮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런데 돌아가는 사정을 들어보니까 신규 걸그룹과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릴 홍보비가 부족하다고 들리는 데 맞습니까?”
“합병 이후 자금 상황 때문에 한 번에 둘을 밀 수는 없어서 그렇네. 그래도 올 하반기부터는 아니 4월부터는 자금 사정이 좋아질 거야.”
김관우 부대표와 김장비 본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예. 맞습니다.”
그러자 왕룽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뭐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약속한 대로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 추가 홍보비는 저희가 다 대겠습니다. 굴렁쇠에 남은 자금은 신규 걸그룹 런칭에 쓰시고요.”
강감찬 대표의 얼굴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떠오른다.
하지만 관우 엔터 출신들이 열심히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김장비 본부장이 총대를 메고 입을 열었다.
“이미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큰돈을 쓰셨잖습니까? 그런데 또 추가로 홍보비를 더 쓰는 건 곤란하시지 않겠습니까?”
“대체 필요한 금액이 얼마길래 그렇게 겁을 주시는 겁니까? 어디 말이나 한번 해보세요.”
김장비 본부장이 딱 걸렸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도 안 되는 액수를 불러 버린다.
“지금 기획대로라면 한 50억 정도는 더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어이가 없었다.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 돈에 이미 홍보비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굴렁쇠가 추가로 홍보비를 대도 10억 선을 넘길 이유가 없다.
그런데 50억이라니!
일부러 엄청난 금액을 불러 왕룽에게 정을 떼게 할 모양인 듯하다.
그 즉시 강감찬 대표와 강지영 이사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빨리 왕룽이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에이~ 표정이 워낙 심각하시기에 긴장했더니 겨우 그 정도입니까?”
“겨 겨우요?”
김장비 본부장과 윤동구 실장의 얼굴이 X 씹은 표정이 되었다.
설마 왕룽이 50억에 눈도 끔뻑 않을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지 말고 그냥 넉넉하게 100억까지 추가 홍보비로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단 제 한국 파트너는 정 실장이니까 운용 권한은 정 실장에게 전권을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관우 엔터 출신들의 매니저들은 죽상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굴렁쇠 엔터에 남은 현금 잔액은 간신히 15억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내 손에 무려 100억이라는 홍보비의 전결권이 넘어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쯤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왕룽은 역으로 김장비 본부장을 곤란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윤 실장님이 키우는 팀이······ ‘트리플베리’라고 하셨습니까?”
일부러 잘못 부른 게 분명하다.
“베리······ 식스요.”
“아 죄송합니다. 하하하. 그런데 그 친구들을 보진 않았지만 이처럼 고민할 정도면 실력파겠죠?”
“그렇습니다. 나오면 무조건 1위를 할 아이들입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첫 번째 해외 진출하는 곳을 저희가 지정하는 사이트로 해주시면 저희 쪽에서 미리 홍보비를 쏴 드리겠습니다. 한 20억까지는 가능한데 어떻습니까?”
김장비 본부장이 당황한다.
받지 않자니 너무 큰 돈이고 받자니 날 통해 집행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
“돈 없으시다면서요? 그러면 넙죽 받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장비 본부장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간다.
설마하니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는 표정이다.
왕룽이 입꼬리를 살짝 올린 뒤 김장비 본부장을 향해 말한다.
“왜 고민하시는진 모르겠지만 고민이 끝나면 정 실장을 통해서 알려주십시오.”
관우 엔터 출신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게 바로 꽌시라는 겁니다.’
왕룽이 그렇게 관우 엔터 출신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강감찬 대표는 기분이 좋은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왕룽 본부장한테는 면목이 없지만 그렇게 도와주면 받아야겠네. 윤 실장. 유소정한테 연락해서 재계약하고 바로 데뷔 준비하도록 해. 그리고 정 실장과 잘 상의해서 홍보비 지원도 좀 받고.”
앞으로 내게서 ‘베리식스’ 홍보비를 더 타내라는 말에 윤동구 실장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최대한······ 받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관우 엔터 매니저들은 그렇게 제 꾀에 제가 넘어가 버렸다.
그때였다.
지이잉~
서희주가 회사에 도착했다는 까톡이 왔다.
“대표님. 희주가 왔다네요. 링링이랑 인사를 좀 시켜줘야겠습니다. 대충 정리가 끝난 거 같은데 먼저 일어나도 괜찮겠습니까?”
“암. 그런 일이라면 가봐야지. 아 그리고 링링의 목은 좀 좋아졌나?”
난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대답했다.
“나중에 직접 들어보시죠.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것참 듣기 좋은 말이군. 그럼 수고 좀 해. 나도 짬을 내서 한번 보러 갈 테니까.”
“예.”
난 왕룽과 함께 관우 엔터 출신들의 매니저들이 하는 짓을 가소롭게 쳐다보며 회의실 밖으로 나섰다.
* * *
회의실에서 관우 엔터 출신 매니저들을 벙어리로 만든 왕룽이 내게 다시 한번 말한다.
“윤호야. 농담 아니고 진짜로 지원해줄 테니까 얼마든지 이야기해.”
“필요하면 바로 이야기할게. 그리고 윤 실장은 돈 달라고 안 할 거야.”
“뭐 해도 상관없어. 그 이상으로 뽑아 먹으면 그만이니까.”
왕룽 역시도 절대 만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게 4층으로 내려오자 사무실에 와 있던 서희주가 날 보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희주 왔구나.”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인 서희주는 안 본 사이 얼굴이 반으로 홀쭉해져 있다.
현재 서희주의 엄마이자 한국 무용 무형문화재인 연화선이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까닭에 며칠간 마음고생을 한 탓인 듯하다.
그리고 오늘 서희주의 곁에는 연화선 선생님의 매니저인 서윤지가 보호자로 함께 왔다.
난 서윤지와도 인사를 나눈 뒤 서희주에게 물었다.
“어머니 수술 경과는 어때?
“엄청 잘 됐어요.”
“다행이네.”
“그리고 덕분에 수술이 쉬웠다고 엄마가 꼭 좀 뵙고 싶대요.”
“알았어. 뵈러 갈게. 그리고 링링은 지금 회사 구경하고 있는데 곧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예.”
그때 매니저인 서윤지가 날 보며 조심스레 묻는다.
“정 실장님. 아까 올라오다 보니 회사에 운용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맞나요?”
윤동구 실장 때문에 여러모로 부끄럽게 되었다.
“그렇긴 한데 여기 있는 왕룽 본부장의 도움으로 잘 해결되었습니다.”
“음~ 안 그래도 마침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릴 게 있었는데 잘됐네요. 이 계약서 좀 보시겠어요?”
서윤지가 자신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게 내밀었다.
그런데 그 태블릿에 띄워진 전자계약서에는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한테 이런 걸 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