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3화
583. 폭우 속으로 1
난 다시 에브리데이를 띄우고 일정을 재차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21일]
-PM 03:00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 25중 추돌사고 발생. (기타 : 100년 만의 겨울 폭우.) -PM 10:00 <연예계 방방곡곡> “SOO 엔터 보이그룹 ‘익스텐션’ 교통사고.” (기타 : 준수 형 장례식장 익스텐션 병문안 갈 것.)
우선 사고가 일어나는 시각은 오늘 오후 3시.
오산에서 사당역으로 가는 9999번 버스가 사고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버스가 처음으로 들이받는 차량이 이준수 대표와 보이그룹 ‘익스텐션’이 탄 승합차였다.
이후 연쇄 추돌이 일어난 뒤 최종적으로 25중 추돌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 사고로 인해 운전기사와 이준수 대표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추가로 몇 명의 사망자와 몇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다.
난 그 일을 막기 위해 처음엔 9999번 차량의 운전기사 이름을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운전기사의 명단은 보안 사항이라서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한동안 고민하던 난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버스가 첫 번째로 부딪히는 이준수 대표의 승합차를 양재IC가 아닌 다른 곳에 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난 즉시 이준수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 소리가 몇 번 울리고 난 뒤 전화가 닿았다.
-예. 수 엔터. 이준수입니다.
“형. 저예요. 윤호.”
-오~ 윤호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굴렁쇠 엔터의 가수 1실에 있다가 SOO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서 독립한 이준수 대표는 내게 편하게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저야 잘 지내죠. 형은 요즘 어때요?”
-나야 뭐 우리 익스텐션 애들 키우느라 바쁘지.
‘익스텐션’은 이준수가 키우는 유일한 회사 소속 연예인으로 2개월 전에 데뷔한 5인조 보이그룹이다.
난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현재 그의 위치를 물었다.
“그런데 형. 지금 어디세요?”
-나? 지금 조그만 행사가 있어서 천안에 내려와 있어. 왜?
“폭우가 쏟아지는 데 행사라뇨. 그거 아직 취소 안 됐어요?”
-여긴 실내 행사라서 그대로 진행하고 있어.
“그러면 언제쯤 끝나요?”
-음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끝나. 왜? 무슨 일인데?
“아 혹시 익스텐션 멤버들이 하나 너튜브에 출연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서요.”
2개월 전에 데뷔한 보이그룹 ‘익스텐션’은 음방 데뷔 무대 한번을 가진 뒤 지방 소규모 행사만 돌고 있다.
그런 ‘익스텐션’에게는 무대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그런데 매일 동접자가 3만 명이 넘는 강하나의 라이브 방송은 신인인 익스텐션에게는 엄청난 무대라고 할 수 있었다.
-진짜? 우리 애들 거기에 내보내 준다고?
“예. 형한테는 신세 진 일도 많고 하니까요. 단 저희 굴렁쇠 지하에서 공연해야 하니까 댄스 없이 라이브로 타이틀곡 ‘전진’을 불러야 할 거 같아요. 출연료도 있을 거고요. 한 50만 원 정도인데 괜찮으세요?”
-야 그게 어디야. 라디오 한 시간 나가도 10만 원인데 50만 원이면 대박이지. 아 우리 애들 다섯 명 다 보컬 되니까 아무 곡이든 시키면 잘할 거야.
“근데 한 곡 가지고는 좀 그렇고 익스텐션 앨범 중에서 INTO THE RAIN 이란 곡 좋던데······ 라이브 가능해요?”
익스텐션의 리더 남궁혁이 직접 작사 작곡한 은 서정적인 발라드곡이다.
다섯 멤버들의 음역대를 절묘하게 맞춘 곡으로 회귀 전에도 불의의 사고로 은퇴한 익스텐션을 재평가받게 만든 명곡이다.
그 중 특히 메인 보컬이자 리더인 남궁혁의 중저음은 딥 보이스라는 격찬을 받곤 했다.
-야 우리 애들 라이브도 잘해. 솔직히 보이그룹만 아니었으면 발라드인 그 곡을 타이틀곡으로 밀었을걸? 우리 혁이 보이스 알지?
“알죠. 그러면 ‘전진’이랑 ‘INTO THE RAIN’ 두 곡 준비해 부를 수 있도록 해둘게요. 그보다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 오늘 점심때 시간 낼 수 있어요?”
-으음. 서울에서 볼 거면······ 애들 밥 먹이고 올라갈게. 한 4시쯤 어때? 비가 많이 오고 해서 천천히 운전해야 할 거 같아서.
아침부터 잡다한 행사 2개가 있다 보니 식사할 시간이 없었단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3시에 양재IC를 통과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아뇨. 그러지 말고 점심때 수원에서 봬요.”
천안에서 수원으로 빠지게 되면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일을 아예 없앨 수 있다.
이후 수원에서 서울로 가는 것 또한 경부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다른 쪽으로 우회할 수도 있었고.
그래서 난 있지도 않은 수원 일정을 언급하며 이준수 대표를 수원으로 유도했다.
이준수가 별다른 의심 없이 흔쾌히 대답한다.
-알았어. 수원 어디로 가면 돼?
“수원에 있는 수원 근본 왕갈비에서 보죠? 멤버들도 밥 먹이지 말고 데려오세요.”
-야. 우리 애들 진짜 많이 먹는데 괜찮아? 아침부터 김밥 한 줄씩만 먹어서 배고플 텐데······ 미리 간식 좀 먹고 갈까?
“에이. 왜 그래요 형. 한참 배고플 텐데 소 한 마리 잡죠 뭐.”
-이야~ 우리 정 실장이 잘나가니까 씀씀이도 달라졌네. 예전에 정 실장 코인에 미리 투자한 게 오늘에서야 빛을 보나 본데?
이준수는 내가 처음 입사하고 야근하면서 식사를 거를 때 종종 회사 앞 국밥집으로 데려가서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었다.
그때 투자한 국밥이 지금은 소고기로 돌아온다며 즐겁게 웃는다.
“예. 투자 성공하셨으니까 인출하세요. 하여간 11시 30분에 거기서 봬요.”
-오케이. 그러면 행사 끝나는 대로 수원 근본 왕갈비로 갈게.
“예. 비 많이 오니까 천천히 와요. 웬만하면 고속도로 말고 국도 타시고요.”
-걱정하지 마. 톨비 아까워서 국도로만 다니니까.
달칵.
전화를 끊은 난 곧바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수원에서 보기로 약속을 잡았으니 이준수가 양재IC에서 당하는 사고는 사라졌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21일]
-PM 03:00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 25중 추돌사고 발생. (기타 : 100년 만의 겨울 폭우.) -PM 10:00 <연예계 방방곡곡> “SOO 엔터 보이그룹 ‘익스텐션’ 교통사고.” (기타 : 준수 형 장례식장 익스텐션 병문안 갈 것.)
‘뭐지? 왜 일정이 안 사라져?’
수원으로 빠지게 되면 이준수가 경부고속도로를 탈 일이 없다.
그런데도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 일정은 변함이 없다.
잠시 고민을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아는 이준수는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지 대충 둘러대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결국 난 다시 이준수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아예 수원에서 업무 회의를 제대로 하자며 확실하게 못을 박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를 걸자 통화 중이란 메시지가 들려온다.
[고객님이 통화 중이어서······.]
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운명의 신이 내 다이어리에 있는 일정을 그대로 일어나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형. 전화 받아.’
잠시 후.
5번의 통화 끝에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이준수가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윤호야. 미안. 아무래도 오늘은 만나는 게 힘들 것 같다.
“예? 왜요?”
-지금 막 ‘MBS 쇼! 음악센터’의 박영민 PD가 전화해서 애들이랑 다 같이 보자고 하네?
이번 주 주말 음악 방송 무대 일정 하나가 펑크난 터라 박영민 PD가 시간이 되냐 묻더란다.
아무리 내가 제안한 강하나의 라이브 방송 출연이 좋은 기회라고 해도 정규 방송과는 비교할 순 없다.
-윤호야. 여기 행사 담당자가 계속 날 찾네. 일단 끊을게. 이따가 MBS 갔다 와서 연락할게.
달칵.
갑자기 전화가 끊긴다.
순간 나도 모르게 폰에 대고 외쳤다.
“형! 형! 젠X!”
현재 시각은 오전 9시 30분.
이준수는 운명의 신이 인도하는 저승길 차량에 올라버렸다.
결국 이 일은 예전에 일정을 지우려고 할 때 그러했듯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형. 오늘은 그 차에서 좀 강제로 내려줘야겠어.’
난 MBS PD를 만나 음방에 익스텐션 대신 다른 팀을 출연시켜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PD를 설득하려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었기에 곧장 지하 녹음실로 향했다.
* * *
지하 녹음실 4번 룸.
이제는 가수 2실의 핵심 프로듀서가 된 방선우가 녹음 부스 안의 서연우를 상대로 섬세한 녹음 디렉팅을 하고 있다.
OST 앨범에 넣을 편곡 된 <화연가(花戀歌)>를 재녹음하는데 까탈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 연우야. 한 번만 더 해보자. 두 번째 소절 ‘현~’ 에서 반의 반음 떨어졌어. 뒤의 음절이랑 이어질 때 바이브레이션에 힘도 부족해.”
녹음 부스 안에 있던 서연우가 혀를 내두른다.
-배고파서 그래~
“어. 나도 배고파. 그니까 빨리하고 밥 먹으러 가자. 원 모어~”
-오케이!
절대음감을 가진 방선우의 앞에선 서연우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녹음실 소파에 앉아서 자기 노래 차례를 기다리던 세리가 날 보며 반갑게 인사한다.
“유노 오빠!”
이번 주 솔로 무대 데뷔를 앞둔 세리는 틈만 나면 이렇게 지하 녹음실로 와서 연습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어 세리야. 근데 세리 너도 설마 아침 굶은 거야?”
체리블라썸의 4집 활동이 끝나고 바로 솔로 활동을 앞둔 터라 앙상하게 마르고 체력이 떨어진 세리다.
그래서 김수명 원장에게서 식사를 늘리라는 특별 지시가 떨어진 상태였다.
“아뇨. 전 오기 전에 먹었어요. 근데 아침에 연희 언니가 더 안 먹는다고 막막 때리는 거 있죠? 이거 봐봐요.”
세리는 우연희에게 딱밤을 맞았다며 앞 머리카락을 옆으로 갈라 이마의 가운데를 보여준다.
“혹 난 거 보여요? 오빠? 보이죠?”
이마 정중앙에 보일 듯 말 듯 붉은 흔적이 작게 남아 있다.
그럼 그렇지.
세리를 끔찍이도 아끼는 우연희가 세게 때렸을 리 없다.
하지만 난 세리가 삐지지 않도록 맞장구를 쳐줬다.
“그래. 그래. 완전 유니콘이 됐는데?”
세리가 주먹을 불끈 쥐더니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인다.
“내가 나중에 연희 언니한테 가서 유노 오빠도 혹 난 거 봤다고 해야지.”
뭐냐.
내 이름을 팔아서 우연희한테 따지겠다고?
이봐요 세리 씨.
제 이름은 안 팔면 안 될까요?
우연희가 노려보면 좀 무서운데?
어쩔 수 없다.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아이스크림 먹을래?”
세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 눈이 반달로 휘어진다.
“지금요?”
“그래. 그리고 연희가 얼마나 네가 걱정이 되었으면 그랬겠어?”
차분히 달래자 세리가 혀를 빼꼼히 내민다.
“실은 3일 동안 잔다고 아침 안 먹었더니 언니가 혼낸 거긴 해요. 힛. 근데 우리 아이스크림 뭐 먹어요?”
이 자식.
확 진짜로 유니콘을 만들어 버릴까 보다.
하여간 그렇게 세리를 달래고 나자 문이 열리며 서연우가 나온다.
“윤호 형.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난 서연우와 세리에게 물었다.
“너랑 세리 이번 주 MBS 음방에서 신인 남성 그룹 리더 애랑 ‘닿을 수 없는 마음’으로 특별 무대 한번 해줄 수 있겠냐? 거기 그룹 대표님한테 내가 신세 진 게 많거든.”
<화란전>의 OST 중 <닿을 수 없는 마음>이란 곡이 있다.
그 곡은 유화 공주와 김법민 그리고 비형랑 사이의 감정을 노래하는 발라드곡인데 1절은 유화 공주와 김법민 사이의 감정을 노래하고 2절은 유화 공주와 비형랑 사이의 감정을 노래하는 곡이다.
난 그 곡을 이번 주 무대에 꼭 올리고 싶다고 MBS PD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무대가 취소될 익스텐션을 위해 2절 보컬은 익스텐션의 리더 남궁혁에게 맡길 예정이었고.
서연우가 잠깐 고민하다 세리를 쳐다본다.
“세리야. 할 수 있겠어?”
“저야 완전 잘 할 수 있죠!”
연기면 연기 춤이면 춤 뭘 해도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보다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만큼은 자신한 것 이상으로 잘하는 편이었다.
서연우가 고개를 끄덕인 뒤 날 쳐다본다.
“형을 도와주신 분한테 신세 갚는 일이라면 저도 발 벗고 나서야죠. 일단 세리랑 보컬 합 좀 더 맞추고 나면 가능할 거 같아요.”
“오케이.”
난 그 즉시 방선우에게 말했다.
“선우야. 지난번에 가이드로 녹음한 ‘닿을 수 없는 마음’ 파일 내 폰으로 전송해 줄래?”
“예. 형.”
MBS에 가서 PD를 설득하고 남궁혁에게도 들려주려면 기존에 가이드 삼아 김종훈이 참여한 가이드 녹음 음원 파일도 필요했다.
방선우는 몸을 돌리고선 <닿을 수 없는 마음> 녹음 본을 내 폰으로 보내왔다.
까톡.
난 파일을 손에 든 채 즉시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MBS 8층 박영민 PD의 방.
특별 무대를 위해 편곡된 곡을 들은 박영민 PD의 눈이 반달로 휘어진다.
“이 정도 곡이면 바로 오케이야. 아 그리고 오복희 PD한테도 연락받았어.”
난 확실히 무대를 얻기 위해 <화란전>의 오복희 PD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부탁했었다.
그 결과 박영민 PD는 대번에 무대를 수락했다.
이번 주 음방 1위 후보인 서연우와 골든뮤직디스크 대상에 빛나는 체리블라썸의 보컬 세리 마지막으로 익스텐션의 리더 남궁혁이 합동 무대를 하는 건 그에게도 좋은 아이템이었으니까.
다만 그는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저기······ 말 나온 김에 내 부탁도 하나 들어줘.”
“무슨 부탁이십니까?”
“혹시 다음 주에 유진이랑 미소 좀 출연시켜줄 수 있어? 저번에 체리블라썸 콘서트에서 두 사람이 노래 불렀잖아. 그거 내 보내자. 어차피 ‘화란전’ 드라마 홍보랑 엮어서 하면 좋잖아.”
터무니없는 조건을 걸까 봐 신경이 쓰였는데 이 정도면 오케이다.
“저야 완전 괜찮지만 다음 주 유진이가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화란전’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서요.”
“정 실장만 오케이 하면 그건 내가 오 PD랑 스케줄 잡아볼게.”
“예. 그럼 전 반대 없습니다.”
박영민 PD가 웃으며 폰을 잡는다.
“알았어. 그럼 잠깐만? 이번 주 무대 하나를 빼야 해서.”
“그런데 저희 대신 무슨 무대가 빠지는 겁니까?”
“아 익스텐션 애들 무대 세울까 했는데 그거 취소하면 돼.”
역시나 내 생각대로 맨 나중에 추가된 익스텐션의 무대가 취소된다.
박영민 PD는 곧장 이준수에게 전화를 걸더니 미안하단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이 대표. 미안한데 오늘 약속은 취소해야겠어. 다음번에 기회 되면 다시 부를게. 어어. 미안.”
전화를 끊은 박영민 PD가 내게 부탁한다.
“이 대표가 좀 섭섭해하던 눈치니까 정 실장이 이야기 좀 잘해.”
“예. 안 그래도 지금 만날 생각입니다.”
“그래? 잘됐네. 그럼 수고해.”
난 박영민 PD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복도로 나왔다.
복도에 선 난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속으로 생각했다.
‘형. 미안. 대신 형이 키우는 애들 훨씬 큰 무대에 올려줄게.’
이준수가 사정을 알면 실망하겠지만 사람을 살리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준수가 살아야 ‘익스텐션’도 아이돌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비록 오늘 무대는 뺐지만 대신에 앞으로 ‘익스텐션’이 크는 데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이후 난 떨리는 손으로 에브리데이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21일]
-PM 10: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연예계 방방곡곡> “SOO 엔터 보이그룹 ‘익스텐션’ 교통사고.” (기타 : 준수 형 장례식장 익스텐션 병문안 갈 것.))
다행스럽게도 이준수가 죽는 것에 관한 10시 일정이 삭제됐다.
그런데 다른 일정 하나는 아니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1월 21일]
-PM 03:00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 25중 추돌사고 발생. (기타 : 100년 만의 겨울 폭우.)
‘결국······ 이 사건을 일으키려는 건가?’
운명의 신은 에브리데이에 적혀 있는 일정을 어떻게든 현실화하려 하고 있었다.
비록 나와 친분이 있는 이준수는 구했지만 뻔히 알고 있는 대형 사고를 손 놓고 볼 수만은 없다.
이날의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다섯 명에 중상을 입은 사람만 해도 수십 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난 폭우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이 사고를 막아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