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7화
567. 견제 2
“딱 까놓고 말씀드릴게요. 회당 1천만 원씩만 더 받아주세요.”
“돈을 더 달라고요?”
“예. 아무리 한 대표님이 전 KBC 전무라고 해도 현재 근무하는 것도 아닌데 쫄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그래도 뭐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해서 최대한 양보한 거니까 한 대표님한테 돈을 더 줄 수 있는지 다시 물어보세요. 저도 지선이한테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양지선은 편당 3천만 원으로 계약을 했고 24화에 해당하는 7억 2천만 원을 전액 받았다.
그러나 ‘미리내’가 부도나면서 그 돈을 반환할 의무가 사라져 버렸다.
현재 소지민 실장은 자신이 유리한 입장인 걸 알고 양지선의 몸값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사실 회사와 매니저는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건 맞다.
다만 이제 회생 절차를 밟는 ‘미리내’에게 출연료를 더 달라는 건 판을 깨자는 소리였다.
즉 소지민 실장은 한유식 대표를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실상은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지민 실장이 아닌 양지선을 위해 재차 설득을 이어갔다.
“실장님. 한 대표님은 이미 지선 씨가 예전에 받던 출연료보다 훨씬 더 많이 주셨잖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편당 천만 원을 더 달라뇨? 그건 좀 과하신 거 같습니다.”
소지민 실장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과하다뇨? 그땐 3천도 나름 좋은 조건이었지만 지금 지선이의 몸값은 3천이 아니에요.”
“지금은 아니라뇨?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어젯밤에 국봉순 작가랑 바에서 만났는데 차기작 <아홉수들>이라는 작품에 출연 제의를 하셨거든요? 우리 지선이한테 편당 4천으로 둘째 역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하셨어요.”
국봉순 작가는 <장사의 신>이 평균 시청률 20%를 달성한 인기 작가였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쓴 <아홉수들>이란 작품은 69살과 59살의 부부와 39살의 이혼한 첫째 딸 29살의 둘째 딸 그리고 첫째 딸의 외동딸인 19살 등 한 집에 모여 살며 세대 간의 갈등과 재미를 담은 작품이라 많은 관계자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런데 국봉순 작가가 그 작품에서 둘째 딸 역을 제안하며 편당 4천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단다.
“그러니까 그 정도 돈은 받아야지 우리 지선이한테도 관두고 ‘연무(煙霧)’로 돌아가자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순간 <아홉수들>들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국봉순 작가가 인기 작가라서 힘이 센 건 사실이지만 <아홉수들>에 한해서는 안병태 CP가 캐스팅 권한을 쥐고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국봉순 작가가 약속한 그 배역은 다른 배우의 몫이었다.
난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테이블 아래로 폰을 꺼내 일정을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2]
[날짜 : 2021년 7월 12일]
-PM 10:00 월화드라마 <아홉수 들> 첫 방송 시청률 평균 5.3%. (기타 : 둘째 장이선 역 안지윤의 심각한 발연기 장면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는 중. 안병태 CP의 심기가 불편하니 주의할 것.)
‘역시나 변함없네.’
회귀 전 <아홉수들>의 총책임자 안병태 CP는 자신의 조카인 안지윤을 데려와 둘째 딸 역에 꽂았다.
그러나 얼굴만 예쁠 뿐 연기는 전혀 할 줄 모르는 안지윤 탓에 작품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된다.
그 결과 국봉순 작가의 좋은 대본에도 불구하고 최종화 시청률은 12%에 그치는 망작이 되어 버린다.
그런 사정도 모른 채 소지민 실장은 돈을 맞춰주지 않는다면 <연무(煙霧)>라는 흥행작을 버리고 <아홉수들>이라는 망작을 선택하겠다고 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그 사실을 아는 건 나 하나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솔직하게 사실을 말했다.
양지선 같은 인성이 바른 배우를 진심으로 대하는 건 매니저로서 내 의무였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그 이야기. 혹시 안 CP님께 직접 확인받으셨습니까?”
“아뇨? 하지만 안 CP님이 국 작가를 워낙 아끼시니까 거의 확정 된 거나 다름없어요.”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그 배역은 이미 낙점된 임자가 있습니다. 자칫하다가 양지선 배우는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했지만 소지민 실장은 날 견제하느라 말을 배배 꼬아서 듣는다.
“뭐예요. 지금 출연료 더 달라고 하니까 제 말은 못 믿겠다 이거예요?”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확인을 분명히 하자는 거죠. 그리고 작품으로서도 <연무(煙霧)>가 훨씬 더 흥행할 겁니다. 그러니까 이번엔 양지선 배우님에게 최고인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소지민 실장이 날 노려본다.
“아 됐어요. 그럴 거면 그냥 없던 거로 해요. 안 그래도 한번 엎어진 드라마라서 출연하기 싫었는데 잘됐네요 그러면 우리 지선이는 아홉수들로 갈게요!”
소지민 실장은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다시 한번 선을 긋는다.
그리고 <연무(煙霧)>가 한번 엎어졌으니 최종 결과도 망할 거라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이 정도면 나로서는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젠 플랜 B를 작동할 차례였다.
그런데 그때 강감찬 대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정 실장. 배역이야 그렇다 치고 자칫하면 우리 굴렁쇠 엔터가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할 거야?”
“아 그건 굴렁쇠 엔터에 있는 다른 배우를 소개해줄 생각입니다. 적어도 우리 회사가 먹튀를 했다는 오명은 피해야죠.”
순간 소지민 실장이 버럭 짜증을 낸다.
“뭐예요 정 실장님. 지금 우리 지선이가 먹튀 배우라는 거예요?”
귀는 밝군.
물론 법적 먹튀는 아니지만 도의적 먹튀는 맞다.
난 그 점을 짚어주려고 소지민 실장을 쳐다봤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강감찬 대표의 날카로운 시선이 김장비 본부장을 향했다.
“본부장.”
“예. 대표님.”
“관우 엔터에서는 대표가 말하는 도중에 실장이 멋대로 소리치고 잘라먹고 그러나?”
“아닙······ 니다.”
김장비 본부장이 이를 갈며 소지민 실장을 쳐다본다.
김장비 본부장이 무섭게 노려보자 소지민 실장이 움찔하며 강감찬 대표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 해요. 대표님. 제가 관리하는 배우가 욕을 먹는 것 같아 좀 욱했어요.”
‘배우가 아니라 당신을 욕한 거야. 소 실장.’
강감찬 대표는 말없이 소지민 실장을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린다.
“하여간 그보다 정 실장. 어떤 배우를 대신 추천하려고 하는지나 말해 봐. 현재 제작사 형편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떤 배우를 쓰려고?”
다들 설마 유진이는 아니지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난 피식 웃으며 플랜 B로 생각하는 여배우의 이름을 거론했다.
“주영인입니다.”
“영인이를?”
순간 술렁이는 소리가 커진다.
주영인은 작년 MBS와 SBC 연기 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여배우.
현재 여배우로서는 가장 최고가의 출연료를 받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여배우가 한번 엎어진 작품에다 이제 막 회생절차를 밟는 ‘미리내’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걸 다들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강감찬 대표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영인이가 우리 자회사 소속이니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영인이 몸값을 감당할 수 있겠냐? 양지선한테 편당 1천만 원 더 못 주겠다면서?”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방법?”
“그것보다 안 그래도 오늘 회사에 인사차 온다고 했으니까 우선 출연 의사부터 물어보고서 진행하겠습니다.”
“아 하긴 오늘 이사 끝나고 잠깐 인사 온다고 했지.”
주영인은 1인 기획사 설립을 위해 굴렁쇠 엔터에서 50m 정도 떨어진 5층짜리 소형 빌딩을 매입했다.
그중 1층과 2층을 JU 엔터테인먼트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사를 마치면 오늘 인사차 들린다고 했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때마침 주영인의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 : 주영인]
난 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영인이가 회사에 왔나 봅니다. 지금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그래.”
난 스피커폰으로 돌리고 주영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영인아.”
-예. 오빠. 저 회사 앞인데 올라갈까요?
“어 그래.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뭘요?
“연무라고 한유식 대표 제작사에서 만드는 작품이거든. 혹시 거기에 출연할 생각 있어?”
-목소리가 울리는 거 보니까 지금 회의실이죠?
“어.”
-거기 올라가서 대답할게요.
주영인은 굴렁쇠 엔터 출신이다 보니 훤했다.
“그래. 기다릴게.”
난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전화를 끊었다.
* * *
전화를 끊고 1분 정도 지났을 무렵.
주영인과 안영희 대표가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JU 엔터테인먼트의 배우 주영인이에요. 그리고 이쪽은 제 매니저 안영희 대표님이고요. 다들 아시죠?”
굴렁쇠 엔터의 자회사이자 1인 기획사 JU 엔터테인먼트의 배우가 된 주영인은 안영희 실장을 대표로 삼았다.
회의실에 모인 이들과 간단한 인사를 마친 주영인은 날 보며 조금 전 질문에 대답한다.
“윤호 오빠. 연무(煙霧) 여주인공. 그거 제가 할게요.”
역시나 주영인이다.
아무런 조건도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정윤호 픽이라면 괜찮다며 냉큼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때 소지민 실장이 당황한 목소리로 외친다.
자기가 망할 거라고 한 작품에 제일 인기 배우인 주영인이 들어와 버린다면 드라마가 성공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못된 심보를 부리기 시작한다.
“영인 씨! 지금 제정신이세요? 연무를 택하다뇨?”
주영인이 고개를 갸웃한다.
“제정신은 말짱해요. 그리고 내가 차기작을 택하는데 왜 그쪽 눈치를 봐야 하죠?”
예상치 못한 주영인의 반격에 소지민 실장이 아차 하며 말한다.
“아 그게······ 그러니까······ 주영인 씨가 출연하기에 연무는 편당 제작비가 낮아요. 말이 좀 셌지만 충고를 해드리고 싶어서요.”
주영인이 오만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낀다.
그리고는 마치 회귀한 직후 처음 봤던 모습처럼 소지민 실장을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그쪽이 뭔데 저한테 충고를 하니 마니 하죠?”
“저는······.”
소지민 실장이 대답하려 하자 주영인이 손을 들어 올리며 대답을 막는다.
“됐고요. 그쪽의 어설픈 충고 따위보다 전 ‘정윤호 픽’이 더 신뢰가 가니까 더는 군말하지 마세요.”
주영인의 대답에 소지민 실장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러자 김장비 본부장이 소지민 실장의 편을 들며 끼어든다.
“영인 씨. 영인 씨가 정 실장의 안목을 믿는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조금 더 구체적인 상황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
“무슨 상황이요?”
“제작사도 한번 부도가 나서 엎어졌던 작품이야. 우리 소 실장이 말한 건 그런 작품에 들어가면 위험하지 않냐는 거지. 그리고 조금 전까지 출연료 1천만 원을 더 주냐 마냐로 다퉜는데 그런 부실한 제작사가 억이 넘는 우리 영인 씨의 몸값을 맞춰줄 리가 있겠어?”
주영인은 편당 1억이 넘는 출연료를 받는 S급 여배우.
작년 연말 SBC와 MBS에서 연기 대상을 받은 터라 몸값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다.
주영인이 피식 웃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오빠. 제 출연료는 어떻게 챙겨주려고 하셨어요?”
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어떻게 하긴. 러닝 개런티로 주려고 했지.”
“러닝 개런티요?”
“어. 시청률 10%가 넘을 때부터 1천만 원 달라고 하고 이후로는 1%당 1천만 원씩 더 달라고 하려고 할 생각이야. 시청률이 높으면 출연료가 늘어나도록.”
러닝 개런티는 보통 드라마에서 잘 쓰지 않고 영화에만 쓰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래에선 종종 쓰는 방식이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또한 난 시청률이 20%가 넘는다면 추가 인센티브로 더 달라고 할 예정이었다.
<연무(煙霧)>의 회귀 전 평균 시청률은 18%.
이론상으로는 편당 8천만 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주영인이 출연하면 시청률은 거기서 더욱 상승할 수 있었다.
주영인이 피식 웃는다.
“19% 찍으면 1억이네. 근데 그보다 시청률 더 올라가면 제 인생 커리어에서 제일 돈 많이 받는 거 아니에요?”
“난 그게 목표인데?”
주영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장비 본부장을 쳐다본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렇다는데요?”
김장비 본부장이 부들부들 떤다.
내가 내건 조건이라면 ‘미리내’에 아무런 부담을 안 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관우 엔터 쪽 매니저들의 입이 모두 닫긴 순간 강감찬 대표가 웃으며 주영인을 쳐다본다.
“영인아. 아무리 자회사라지만 너도 우리 굴렁쇠의 일원 중 하나다. 이번에 제대로 한번 성공해봐!”
강감찬 대표는 마치 지금 반대한 관우 엔터 출신의 모두에게 X을 먹여보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눈치 빠른 주영인이 콧대를 높이며 대답한다.
“저 못 믿으세요? 저 주영인이에요!”
당찬 주영인의 태도에 강감찬 대표가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이어서 날 쳐다보고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정 실장은 한 대표랑 최대한 좋게 관계를 풀 수 있게 하도록. 아무리 그래도 전 KBC 전무였잖냐.”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굴렁쇠 엔터 출신들은 좋아했지만 관우 엔터 출신들은 달랐다.
관우 엔터의 소지민 실장과 김장비 본부장 그리고 심지어 보고만 있던 김관우 부대표까지.
모두가 마치 <연무(煙霧)>가 망하기를 바라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나 미래를 아는 내겐 가소롭기만 했다.
‘당신들 생각대로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오로지 날 견제하겠다고 배우의 인생을 X으로 만드는 매니저들을 보자 반드시 이들을 굴렁쇠 엔터에서 몰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출연 의사를 밝힌 주영인이 생글거리며 날 쳐다본다.
“오빠. 오늘 인사는 했으니까 이제는 ‘미리내’ 대표님이랑 인사 좀 하게 해 주실래요?”
“알았어.”
핵심적인 브리핑이 끝났기에 난 강감찬 대표의 허락을 받고 주영인과 함께 회의실을 나섰다.
* * *
회의가 끝이 난 후.
난 주영인과 안영희 대표와 함께 그녀의 1인 기획사로 향했다.
굴렁쇠 엔터에서 50m 떨어진 곳에 있는 JU 엔터테인먼트는 5층짜리 소형 빌딩이다.
주영인은 1층을 외부 손님 접객실 겸 회의실과 직원 사무실로 쓰고 2층은 자신의 사무실과 대표실로 쓰고 있었다.
난 ‘미리내’의 한유식 대표가 오기를 기다리며 회사 구경을 마쳤다.
잠시 후.
한유식이 도착했다.
깔끔하게 다림질된 정장을 입은 그는 어제와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얗게 센 머리를 짙은 갈색으로 염색한 덕에 20년은 더 젊어 보인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한유식이 내 옆을 쳐다보며 눈을 끔뻑거린다.
편당 3천만 원 정도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편당 1억 이상인 S급 주영인을 여주인공으로 구해왔기 때문이다.
“자네가 플랜 B라고 말했던 사람이······ 주영인 씨였나?”
“예.”
순간 주영인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대표님. 그동안 격조했어요.”
“아 영인 씨. 나야말로 격조했지.”
두 사람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 보니 별다른 인사가 필요 없었다.
“자. 회의실로 가시죠.”
“아 그. 그래.”
난 주영인과 나눴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 앉은 난 주영인과의 계약 조건을 말했다.
시청률 10%를 넘는 순간 1천만 원을 주고 1%가 추가로 넘어갈 때마다 편당 1천만 원씩 출연료를 더 받게 해 줄 거라고.
즉 11%만 2천만 12%만 3천만 원을 받는 식으로 계약을 맺자고.
한유식이 고개를 끄덕인다.
“실적대로 받는 건 나쁘지 않구먼.”
“예. 투자자도 싫어하진 않을 겁니다. 자 그러면 남자 배우만 결정되면 제가 투자자와 미팅을 잡겠습니다.”
한유식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날 빤히 쳐다본다.
그런데 그 순간 한유식이 전혀 생각지 못한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정 실장.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