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9화
559. 도플갱어 오디션 2
연기를 시작한 박상규는 순식간에 <도플갱어>의 ‘강수호’로 변해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박상규가 연기하고 있는 <도플갱어> 신 42는 강수호가 자신의 집 앞에서 칼에 찔려 의식을 잃은 여자친구를 발견하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박상규가 눈 깜짝할 사이 배역에 몰입하자 심사위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박상규의 연기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박상규는 우산을 들고나온 것처럼 오른팔을 들고선 터벅터벅 앞으로 걷는다.
그러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발걸음을 멈춘다.
『어······ 어······ 어······.』
박상규의 오른손이 힘없이 아래로 툭 떨어진다.
박상규의 얼굴엔 혼란 충격 현실 부정의 감정이 어우러져 드러난다.
이어서 박상규는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리는 두 손을 앞으로 뻗고선 천천히 한발씩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태······ 태······ 태영아······.』
바닥의 한 곳을 응시한 박상규는 ‘강수호’의 여자친구 이름을 부른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박상규가 결국 발걸음을 멈춘다.
그때였다.
쿵.
박상규는 자신의 몸도 아끼지 않고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이어서 그는 흙먼지가 가득한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냐······ 아냐······ 아냐······.』
박상규의 볼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가 기어가는 바닥에는 눈물이 만든 얇은 선이 남고 있었다.
박상규는 2m 정도를 기어간 후 처음부터 응시하던 한 곳으로 두 손을 뻗어 품에 감싼다.
마치 바닥에 쓰러진 여자친구를 감싸 안 듯 조심스러운 행동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끝난 순간 박상규가 몸을 바르르 떨며 울부짖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악!』
귀를 찢는 듯한 고성이 오디션장을 울렸다.
눈물범벅인 박상규의 얼굴에서는 극도의 고통이 묻어나온다.
순간 솜털이 바싹 치솟았다.
박상규의 품 안에 그의 아내인 이사연이 안겨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형님. 설마······.’
교통사고 직후.
정신을 차린 박상규는 자신의 아내 이사연을 차 안에서 빼냈다고 들었다.
그때의 박상규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의 감정이 바로 지금 이곳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듯했다.
반쯤 넋이 나간 박상규는 다급히 사방을 둘러보며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한다.
『도와······ 주세요. 제발······ 아무나······ 제발 좀······.』
폭우가 쏟아지는 밤이란 설정.
개미 새끼 하나 없는 막막한 어둠 속에서 연인이 죽어가는 상황이다.
박상규는 정말로 그 상황에 놓인 사람처럼 주변을 돌아보며 간절히 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해도 누구 하나 들어줄 사람이 없자 박상규는 절규하기 시작했다.
『아무나 좀 도와달라고! 제발······!』
박상규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를 낸다.
오디션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섬뜩한 기분으로 몸을 바르르 떤다.
선역 ‘강수호’의 연기가 이 정도로 임팩트 있을 거라고는 모두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나태양 감독이 벌떡 일어나 연기를 중단시켰다.
“컷! 거기까지!”
각본을 뛰어넘는 디테일한 연기로 나태양 감독이 흥분에 휩싸여 외친다.
“브라보! 박 배우님. 최곱니다! 진짜 오래간만에 보는 날이 바짝 선 연깁니다! 저 팔에 소름 돋았습니다!”
나태양 감독은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연신 흥분해서 외쳤다.
박상규가 현장에서 보여준 짧은 연기에는 영상 오디션으로는 전할 수 없었던 깊은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CK 엔터의 성혁준 이사도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이야~ 현장에서 직접 보니 장난 아니네요. 우리 대표님께서도 정윤호 실장 픽은 무조건 믿는다고 하시더니······ 괜히 그런 게 아닌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연극판에서 그것도 조연만 하던 이가 주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던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다.
박상규는 쏟아지는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팔을 들어 쓰윽 하고 눈물을 닦는다.
“그럼 신 43으로 바로 가겠습니다.”
나태양 감독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바로요?”
“예.”
박상규는 그 충격적인 연기를 보여주고도 쉬지 않고 다음 신을 연기하겠다고 말한다.
조금 전 강상준이 배역 몰입에 시간이 걸리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 알겠습니다.”
놀란 나태양 감독이 다시금 자리에 앉는다.
심사위원들이 자리에 앉자 박상규가 날 쳐다본다.
“정 매니저. 생수 좀 주세요.”
“예. 박 배우님.”
난 대기실에서 박상규와 이야기 한 대로 500ml 생수병을 건넸다.
나태양 감독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뭐 하시려는 겁니까 상규 씨?”
“강철민을 연기하는데 약간의 외모 변화는 줘야 할 거 같아서요.”
“어떤 변화 말씀이십니까?”
“이거요.”
순간 박상규는 500ml 물병의 뚜껑을 딴 뒤 그대로 머리에 콸콸 부어 버렸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축하고 가라앉는다.
덕분에 얼굴 앞이 머리카락으로 덮였다.
박상규가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마치 폭우에 흠뻑 젖은 사람 같았다.
“준비됐습니다.”
나태양 감독은 박상규의 행동에 감탄했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외친다.
“아 예. 시작하세요!”
박상규가 잠시 고개를 내리깔고 심호흡을 한다.
그러다 10초도 되지 않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다.
축 늘어진 머리카락 아래에 보이는 눈은 반달이 되어 있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그리고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연신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킥킥킥······ 그러기에······ 왜 내 정체를 말하려고 그래 응? 안 그랬으면 우리 꽤 좋은 한 쌍이 되었을 텐데······.』
조금 전 박상규가 ‘강수호’를 연기하며 절규하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의 박상규는 그저 사이코패스 괴물인 ‘강철민’ 그 자체였다.
‘천의 얼굴’ 박상규.
그가 돌아왔다.
이번 생에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기 위해서.
* * *
“컷~~!”
나태양 감독이 심사위원석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야~ 상규 씨. 와~ 대단하십니다. 보내주신 오디션 영상은 그저 맛보기였는데요?”
나수지 제작 실장 역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손뼉을 쳐댄다.
“진짜 소오름~ 어떻게 그처럼 사람이 휙휙 변해요? 상규 씨. 혹시 이중인격자? 뭐 그런 거 아니죠?”
이어서 성혁준 이사까지 얼마나 흥분했는지 심사위원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댄다.
박상규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연극단 생활을 말해주기 시작한다.
“연극 무대에 설 때는 30초 만에 겉옷 하나 갈아입고 나가서 다른 사람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거지에서 왕자로 연기한 적도 있고 연인에서 스토커로도요. 되는대로 연기를 해야 하다 보니 언제든 바로 연기에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뭐 자연스레 이렇게 되었습니다.”
모든 배우가 힘들어하는 ‘배역 몰입’을 박상규는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가 있다.
덕분에 1인 2역 연기를 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도 많은 시간을 아낄 수가 있었다.
배역 몰입에 시간이 걸렸던 강상준 덕분에 박상규의 장점이 더욱 돋보이게 된 셈이었다.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박상규는 온 힘을 다해 연기를 마치고선 날 보며 빙긋이 웃는다.
난 그 즉시 수건을 들고 그의 곁으로 향했다.
박상규가 수건을 받고서 얼굴과 머리카락을 닦기 시작한다.
배우가 최선을 다했으니 이젠 매니저인 내가 일을 할 차례였다.
나 역시 씨익 웃으며 심사위원석의 세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저희 배우.”
CK 엔터의 성혁준 이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정 실장은 이런 배우를 대체 어디서 구해와? 어디 깊숙한 곳에 정 실장 전용 배우 양성소라도 숨겨 놓은 거 아냐?”
“어? 말이 나온 김에 진짜 차려볼까요?”
“하하하. 그럼 우리야 좋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된 순간 난 본론을 꺼냈다.
“그러면 주연 배우 확정입니까?”
성혁준 이사가 잠깐 기다려 보라며 나태양 감독을 쳐다본다.
“나 감독. 내가 어지간하면 감독의 권한을 월권하지는 않는데 이번에는 좀 그래야겠네.”
“예?”
나태양 감독이 고개를 갸웃하자 성혁준 이사가 말한다.
“우리 대표님께서 무조건 정윤호 실장이 데려오는 배우를 쓰라고 하더군. 흥행은 정 실장이 책임질 거라면서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성혁준 이사의 말이었지만 나태양 감독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 전 또 박상규 씨가 안 된다는 줄 알았네요. 만약 박상규 배우를 못 쓰게 하신다면 투자사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LT 엔터로요.”
“크흠. 거 협박하는 법을 정 실장한테 배웠나······ 왜 갑자기 이 맥락에서 LT 엔터가 튀어나와?”
나수지 제작실장이 씨익 웃으며 동생의 편을 든다.
“성 이사님. 그러니까 잘 좀 부탁드려요?”
“알았어. 그러면 빨리 대답해줘야지? 나 감독? 우리 영화 주인공이 누구야?”
나태양 감독이 박상규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저희 ‘도플갱어’의 주인공은 박상규 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태양 감독의 선언에 나수지 제작 실장과 성혁준 이사가 손뼉을 친다.
그제야 박상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 끝났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내 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자 그럼 이제 출연료에 대해서도 상의해 볼까요?”
주연 배우의 출연료 결정은 투자와 배급을 맡은 CK 엔터가 하기 때문에 성혁준 이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성혁준 이사가 슬그머니 시선을 회피한다.
“음~ 정 실장. 돈 문제는 내일 다시 이야기하는 게 어떤가?”
세 사람은 박상규의 연기에 반해 흥분한 상태였다.
경험 많은 성혁준 이사는 그 감정을 좀 식히고서 협상하자고 한다.
‘누구 좋으라고?’
“그냥 깔끔하게 여기서 정하고 가시죠. 다른 배우를 고르실 것도 아니잖습니까?”
성혁준 이사가 피할 수 없다고 하는 날 보며 더듬더듬 말한다.
“끄응······ 그러면 신인 배우이니까······ 그에 걸맞게······.”
일반적인 신인 배우가 주연을 맡을 때 몸값은 3천만에서 5천만 사이였다.
예상한 대로 성혁준 이사가 그 정도 수준을 제시하려 한다.
하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박상규는 비록 영화계에서 신인이지만 십 수년간 연극판에서 연기를 탄탄히 다져온 경력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조금 전 강상준을 언급하며 박상규 몸값 올리기에 나섰다.
“성 이사님. 조금 전에 강상준 배우에게 기다리라 하셨죠?”
“그 그랬지.”
“만에 하나 상규 형님이 아니다 싶으면 강상준을 주연으로 삼으려고 하신 거 맞으시죠?”
“크흠. 그 그건······.”
난 당황한 성혁준 이사에게 씨익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주연 배우 몸값은 현재 강상준의 몸값인 5억까지 생각하셨다고 봐도 되는 거겠군요.”
“설마 그만큼 달라고? 에이~ 그건 아니지. 배우 출연료는 연기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잖나.”
그의 말대로 배우의 출연료는 연기력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티켓 파워.
인지도에 따른 홍보 효과.
배우에게 들어오는 다른 작품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비용 등의 요인들이 얽혀 최종적으로 배우의 몸값이 정해진다.
현재 박상규가 증명한 것은 오직 연기력 하나뿐.
그러니 강성준보다 연기를 잘해도 현재로선 큰돈을 받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딱 하나.
확실히 더 받아낼 방법이 있다.
“그러면 깔끔하게 실적을 내고 결과를 받겠습니다. 러닝 개런티로 가시죠.”
“러닝 개런티?”
“예. 계약금은 안 받을 테니까 손익 분기점을 넘기게 되면 1만 명당 100만 원씩 측정해 주십시오. 해외 쪽은 순익의 3%를 주시고요.”
성혁준 이사가 머리를 굴린다.
“이번에 손익 분기점이 대략 200만 명 정도 되니까 300만이 들면 1억 400만 들어오면 2억을 줘야 한다는 거군? 국내만 치면?”
“예.”
나태양 감독의 전작들은 대부분 관객 수 200만 명 정도였다.
그렇기에 CK 엔터도 그에 맞춰 이번 작품의 투자 규모를 정했다.
잠깐 고민하던 성혁준 이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우리로서는 손해를 보지 않으니까······ 뭐 오케이. 그렇게 하지.”
어차피 배급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 딜이었다.
“감사합니다!”
천재 각본가 나태양 감독과 천의 얼굴 박상규가 만난 이상 200만이 아니라 500만도 충분히 달성할 거라는 자신은 있다.
거기다가 해외 판권에서 수익이 들어오면 강상준이 받기로 한 5억을 충분히 넘길 게 확실했다.
즉 나는 박상규의 몸값으로 일반적인 신인 배우 몸값의 10배 이상을 얻어낸 셈이었다.
“그러면 계약서는 오늘 바로 굴렁쇠 엔터로 보내주십시오.”
“오케이. 그리고 다음에 자리 한번 하지.”
나태양 감독 역시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 시간 내로 변호사 검토 후에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씨익 웃으며 곁에 있는 박상규에게 말했다.
“형님. 축하드립니다. 그러면 이제 회사로 가서 계약서를 마무리 지으시죠.”
박상규는 <도플갱어> 계약서뿐만 아니라 오늘 굴렁쇠 엔터에서 정식으로 전속 계약도 맺어야 했다.
박상규가 들뜬 표정으로 내 손을 맞잡는다.
“고맙다 윤호야.”
“고맙긴요. 형님이 다 하신 건데요.”
그 순간 성혁준 이사가 스태프를 향해 말한다.
“밖에 강상준 씨 기다리고 있으면 들어오라고 좀 해. 주연이 정해졌으니 미안하다고 해야겠는데?”
그때 내가 나서서 말했다.
“제가 나가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난 강상준이 무슨 표정일까 궁금해하며 박상규와 함께 오디션장을 나섰다.
드르륵.
그런데 사방을 둘러봐도 강상준과 백상범 실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난 다시 오디션장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저기 성 이사님. 죄송하지만······ 튄 것 같습니다.”
오디션장의 목소리는 밖에까지 다 들린다.
그러니 강상준은 결과를 알고 미리 떠나간 모양이었다.
성혁준 이사가 헛웃음을 짓는다.
“강상준은 몇 년 더 안 보는 게 좋겠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탓에 CK 엔터 손형태 대표의 오른팔이자 투자 담당인 성혁준 이사는 이번 일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 * *
강상준은 <도플갱어>의 오디션에 떨어진 것을 직감한 순간 기다리는 걸 관두고 승합차로 돌아왔다.
드르륵.
승합차의 문이 닫힌다.
문을 닫자마자 강상준이 고함을 쳐대기 시작했다.
“씨X! 쪽팔려! 아아아악!”
이어서 강상준은 자신을 선동한 백상범 실장에게 항의하기 시작한다.
“형! 정 실장 경력은 회사에서 다 만들어 준 거라면서? 이번에는 몇 년간 연기 한 번 제대로 못한 배우를 키우니 망할 거라며? 근데 아니잖아! 어쩔 거야! 저런 배우 처음 봤어!”
백상범 실장이 눈치를 살핀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형 나가! 더는 형이랑 일 안 해!”
“상준아!”
강상준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김관우 부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대표님. 나 담당 바꿔줘요.”
-왜?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정 실장. 내 전담으로 바꿔줘요. 아니면 나 재계약 안 할 줄 아세요!”
강상준은 그 뒤로 한참이나 김관우 부대표를 졸라대기 시작했다.
인성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윤호가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을 받아들일 일이 없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 * *
굴렁쇠 엔터 대표이사실.
박상규와 가계약서만 쓴 채로 오디션에 합격한 뒤 정식 계약서를 쓰려고 왔더니 강감찬 대표는 웃음을 그치지 못한다.
“회사와 정식 계약서도 쓰기 전에 주연을 만들어오냐? 으하하.”
강감찬 대표는 한참이나 웃고서 박상규에게 계약서를 내민다.
“이러면 계약서의 항목이 달라져야겠군요. 박 배우님.”
강감찬 대표는 전속계약서의 계약금 항목에 원래 주기로 한 3천만 원 대신 5천만 원을 적는다.
그리고 계약 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줄여준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계약금을 드리고 싶지만 현재로는 이 정도로 올려드리는 게 다일 것 같습니다. 대신 재계약 때 더 드릴 테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박상규가 씨익 웃으며 말한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강감찬 대표가 내민 계약서에는 앞으로의 병원비 지원도 있었기에 실질적인 혜택은 상당한 편이다.
그렇기에 박상규는 만족한다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때였다.
도장이 찍히는 순간 지잉하며 폰이 울린다.
[알림 : 에브리데이를 업데이트하시겠습니까? YES / NO]
마지막 정실모인 박상규를 영입해서인지 에브리데이가 알림을 알려온다.
‘YES!’
파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운되고 에브리데이가 메시지를 띄워준다.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난 즉시 패치 내용을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12.2]
[패치 내용]
-1. 사용자가 관리하는 ‘박상규’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추가됩니다.
이번엔 박상규에 대한 일정이 새롭게 추가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업데이트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잉~
[알림 : 2021년 1월 12일. ‘박상규’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등록되었습니다.]
오늘 자 일정에 박상규에 관한 새로인 일정이 등록되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오늘자 에브리데이를 펼쳤다.
그런데 새롭게 등록된 일정엔 놀라운 정보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