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38화
큰달··· 박문대가 오르빗 스타즈 엔터테인먼트에 합격했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
-사실 준비는 전부터 했는데요! 이번에 처음 넣어보는 거니까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녀석이 줄줄 설명하는데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내 도움받지 않고 스스로 해보고 싶으니 혼자 딱 붙은 다음에 말하려고 했다는 거지·
-그런데 붙었어요! 저 붙었다구요!
그리고 성공해서 신났군·
이 목청 좋은 놈 덕에 주변에 있던 녀석들도 사태 파악하고 끼어들기 시작했다·
“잠깐만 건우 씨 우리 회사 들어오신다고?”
“Ohhh! BM 축하해요!”
-헉?? 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무 연습실이 소란스러워졌다· 이대로라면 순조롭게 내부 인맥으로 꿀보직 발령이 준비된 낙하산··· 아니 이딴 건 중요한 게 아니고·
나는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녀석이 몇 달 전 산에서 구조된 뒤에 했던 말을·
-뭐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잘 모르겠어요·
네가 뭘 하고 싶은 건지 함께 찾아보자고 했었지·
그 후로 이 녀석이 자기 삶을 살아보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경험담을 꾸준히 듣긴 했었다·
그러다가 활동 중에 하루씩 휴가받으면 가끔 만나서 놀기도 했고·
-저··· 형 혹시 사기업에서는 행정직이 어떤 일을 할까요? 아니 형 회사에선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가끔씩은 그렇게 부분적으로 상담도 했었는데 저 말이 아무래도 진짜 우리 회사에 취직하려고 꺼냈던 이야기였나 보다·
‘너무 의존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세운 목표를 달성해 보려고 했나·’
나한테 이 일에 대해서 조언은 구했지만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 이렇게 스스로 한 건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기특하기도 하군·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에 이야기했다·
“그럼 곧 회사에서 보겠네·”
-네!
“어느 팀으로 오냐·”
어디 보자 지금 테스타를 담당하는 팀 중에 이 녀석이 올 파트라면····
‘기획도 괜찮고 경영지원도 괜찮겠지·’
영어도 제법 쓸 줄 알 테니 글로벌 마케팅도 괜찮을 거다· 어느 쪽이든 서류나 대민 업무는 애초에 하던 짬이 있으니까·
매니지먼트는 더 어린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잘 말하면 거기로 보직 이동도····
-신인 개발이요!
“···??”
테스타 담당이 아니라···?
“신인?!”
“에이~ 우리랑 같이 일 안 해요?”
멤버들의 목소리에 통화 너머 녀석이 깜짝 놀란다·
-아아앗· 네 그게 사실 그것도 생각은 했는데····
목소리가 시선을 피하듯이 작아졌다·
-너무··· 사심이 들어간 것 같아서·
“····”
아니·
-혹시라도 레퍼런스 체크에서 제가 테스타 팬이라는 게 드러나기라도 하면! 잘릴 수도 있고····
“일일 매니저까지 해놓고 무슨 소리야·”
-아·
몸이 바뀌었을 때 했던 일을 떠올렸는지 스마트폰 너머 목소리가 멈췄으나 곧 급발진했다·
-그 그건 형이 했던 거잖아요···!
“내가 했어도 기록은 류건우로 남잖아· 그리고 네가 청우 형 친척인 건 잊어버렸냐·”
-허···?
얼빠진 소리가 들렸다·
‘나참·’
나는 미간을 누르다가 곧 피식 웃었다·
됐다·
‘붙었으면 됐지·’
아니 사실 잘 넣은 것이다·
매니지먼트 쪽은 나이가 깡패라 30대 이상은 지인 추천이 아니면 신입 입사가 힘들다·
거기 넣었으면 이 녀석이 형 도움 안 받고 정정당당히 입사하겠다고 했다가 서류 컷 당하고 ‘이건 제 길이 아닌가 봐요·’ 같은 소리를 할 수도 있었다·
기획팀은 상경 출신인 만큼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공무원 경력이 포트폴리오로 썩 도움이 될지 모르겠고·
AR이야 아예 전문인력들 팀이니 패스·
결국 신인 개발이라는··· 아직 신인이 없는 이 회사에선 좀 독특한 보직에 넣길 잘한 것이다·
여긴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뽑았을 확률이 높다·
보통은 여기도 아티스트 팀처럼 매니지먼트 캐스팅 기획팀 같은 식으로 세분화해 두는데 지금은 거기까지도 안 간 모양이니까·
‘나름 신생이니까 신선하고 독특하게 꾸려보고 싶단 생각도 있었을 거고·’
특히 아티스트 성향이 고정되지 않은 신생 기획사인데 돈이 많으니 업계 경력과 인맥 외에도 다른 요소를 보고 사람을 뽑을 수도 있다·
근데 7급 공무원 출신? 호기심에라도 시험 삼아 면접까진 보내보고 싶겠다·
그러니까·
“그래도 네가 경쟁력 갖춘 대로 잘 넣었다·”
-저 정말요?
“그래· 그러니까 붙었지· 축하한다·”
-네!!
나는 녀석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턱을 문질렀다·
게다가····
‘테스타랑 너무 섞이지 않는 편이 나아·’
기껏 자기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해보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일까지 우리랑 같이하면 나중에 업무에서 힘든 일 생겨도 털어놓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취미로 즐기던 테스타 컨텐츠가 업무가 되는 건 썩 바람직한 일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자기 삶을 막 꾸리기 시작한 놈한테는 더더욱·
“그래 일단 붙으신 게 대단한 거지!”
“정말 축하드립니다!”
-가 감사합니다·
축하 속에서 류청우도 온화한 말투로 한마디 얹었다·
“그럼 우리 경쟁 그룹을 키워주시는 거구나·”
···?
-···예?
“헉 그러네~ 와 그럼 나중에 막 신인분들하고 같이 등장하셔서 ‘이번 분기엔 우리 애들이 데뷔해야 하는데 테스타 컴백이요? 미루세요!’ 같은 말씀 하실 수도?”
-아니에요! 아닌데!
“으하하! 농담이에요!”
한바탕 웃음과 목소리가 연습실을 울렸다· 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에 안도하는 녀석이 보였지만 못 본 척해주자·
아무튼 훈훈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직원에게 인사가 오간다·
“저 앞으로 회사에서 볼 때··· 인사하고 대화도 했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저희가 또 정이 있지!”
-가 감사합니다····
팬사인회까지 신청했던 놈답게 큰달 녀석은 테스타의 반응에 감격한 것 같았다· 웃긴 놈·
나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그 광경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이놈 현직 직장인이잖아·
“너 공무원은?”
-퇴사해야죠!
“····”
몇 년간 합격 못 하면 죽는 상태이상에 걸려서 대가리 빠지게 공부해서 붙은 자리·
자기개발 휴직이라는 어마어마한 복지· 잘릴 일 없는 철밥통에 서울 고정 근무·
그런 서울시 지방직 7급 공무원을 관두고 중소 연예 기획사에 입사라····
‘행복하다면 됐다·’
자기 인생 알아서 행복하게 사는 거지· 돈도 있는 놈이니 괜찮을 거다· 여차하면 집 정도는 내가 해줄 수도 있고·
나는 잡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정리하고·”
-넵!
들뜬 목소리로 대답한 녀석은 슬슬 우리 시간을 너무 많이 뺏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황급히 마무리 인사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럼 앞으로 혹시 회사에서 마주치면 꼭··· 아 맞다!
음?
녀석이 갑자기 머뭇거리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형 그러니까··· 그 제가 회사 붙었잖아요· 저 좋은 일이니까·
“아 기념으로 뭐 받고 싶은 거라도 있냐·”
-····
‘오·’
없다고 비명을 지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있었나 보군·
나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녀석에게 시원하게 말했다·
이 녀석 성격 생각하면 같이 밥이나 먹자든가 그런 류일 확률이 높겠지·
“편하게 말해라· 뭔데·”
-저 그럼····
목소리가 지극히 작아졌다·
-이 이번 테스타 콘서트 표 좀·
“····”
-저 티케팅을··· 실패해서· 서류랑 면접 준비하느라 취소표도 못 잡았고···· 크흑·
목소리가 처절했다·
“···보내줄게·”
-으아악 감사합니다!
나는 나에게 할당된 초대권을 녀석에게 주기로 했다·
무슨 주문처럼 감사와 환호를 내지르는 큰달의 목소리를 배경 삼아 멤버들이 훈훈한 얼굴로 내 면상을 쳐다보았다·
“···?”
“아니· 보기 좋아서·”
선아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문대가 초대권 주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
아·
‘보통은 가족한테 주던가·’
맞을 것이다· 멤버들도 주로 가족에게 줘서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가끔은 조부모님까지 와서 콘서트 끝나고 대기실로 오시는 경우가 잦았다·
나는 그냥··· 뭐 줄 사람도 딱히 없으니 회사에 반납하거나 직원에게 넘겼었고·
새삼스럽게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이걸 데뷔 몇 년 만에 써보는 건지 모르겠군·
“4장 보내주면 되냐·”
-헉?? 아뇨?! 저 한 장이면····
“그래·”
두 장 정도 보내면 되겠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형!
“뭘·”
앞으로도 기회 되면 보내야겠다· 나는 통화를 끊었다·
“문대 표정이 좋네·”
“····”
류청우가 내 등을 툭 두드리고 연습실 중앙으로 돌아갔다·
웃긴 녀석들·
“자 문대문대 덕분에 오래~ 쉬었죠? 대형 복귀!”
“예····”
우리도 따라서 자세를 잡았다·
콘서트의 오프닝 음악이 울리자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그 광경이 그려진다·
방금 콘서트 표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문대 왼발 앞!”
나는 얼른 대형을 수정했다·
“그렇지!”
그리고 숨 가쁘게 몰아치는 안무 댄스브레이크를 따라가며 문득 떠올렸다·
큰달에게 2장을 보내줘도 아직 내 표가 2장이 남아 있다·
“····”
본래는 회사에 다시 반납이나 했겠지만····
다시 돌아온 휴식 시간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자를 하나 보냈다·
콘서트 티켓 사진을 첨부해서·
[올 거면 와라·]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수확의 가을·
테스타는 드디어 이번 활동의 수확 콘서트에 돌입했다·
* * *
콘서트 며칠 전·
“대 대박·”
진짜 표다!
올팬은 택배로 온 테스타의 콘서트 티켓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놀랍게도 SNS 친구에게 양도받은 표였다·
그날 잠깐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던 그 SNS 친구는 이렇게 글을 올렸다·
-혹시 테스타 이번 콘서트 표 아직도 못 구하신 분··?ㅠㅠ
보는 순간 함께 한탄하자는 뜻인 줄 알았다· 이분도 바쁜 현실을 사시느라 한동안 SNS에도 잘 못 들어오시는 것 같았으니까!
‘티케팅 실패하셨다고 하셨었지····’
한탄이라 비공개까지 거셨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도 울며 댓글을 달았다·
-저요··· 저요··ㅠㅠ
우리 함께 한탄하면서 힘내고 훌훌 털어버린 뒤 온라인 생중계를 시청합시다!
그런 대화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갑자기 DM이 왔다·
[저 말랑스타님· 제가 이번에 표가 하나 더 생겨서··· 혹시 금요일 첫콘 시간 괜찮으시면 보내드릴게요!]
미쳤다·
테스타의 올팬은 숨을 참으며 미친 듯이 스마트폰 자판을 두들겼다· 손가락이 떨리는데도 각성 상태라 오타가 안 났다·
[허어어억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이거 현실 맞나요? 입금은 어디로 드리면 될까요?]
[ㅎㅎ돈은 안 보내주셔도 괜찮아요·]
“으헉??”
[초대권이에요!]
그리고 정말로 초대권이 온 것이다·
‘혹시라도 주소를 노린 사기일까 봐 몇 번 아이디도 확인했는데····’
그 모든 게 미안할 만큼 그녀의 SNS 덕질 친구는 자신에게 이런 선물을 준 것이다·
공개적으로 올려서 수많은 사람의 공유와 애원을 받으며 양도로 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진짜 내가 꼭 뭐라도 드리고 싶어 진짜····’
아마 옆자리가 아니실까? 용기 내서 말 걸어서 콘서트 끝나고 야식이라도 같이 먹고 싶었다· 아니면 간식이라도 드리고 싶다!
‘챙겨가야지!’
하지만 콘서트 당일·
그녀는 망연히 콘서트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우두커니 섰다·
“자 자리가····”
1층 중앙 콘솔에 가까운 자리·
티켓으로 구역을 확인했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위치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응원봉도 슬로건도 안 드셨···?’
그녀의 주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콘서트를 즐기고 응원할 기색은 만만이었으나 묘하게 머글 느낌이 났다·
게다가 말이다·
‘내 옆자리····’
자신의 옆은 모자를 눌러 쓴 키 큰 남성이었다·
그림자 진 하관이 슬쩍 봐도 잘생긴 게 왠지 연예인 같았다····
올팬은 자리에 앉아서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심정으로 아직 광고 VCR도 나오지 않는 무대 정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과 관계자석이잖아요· 여기!’
기쁜데 너무 부담스러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어디 계세요 빅문님!’
대체 이 표를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참고로 옆자리의 남자· 류건우도 사정이 썩 다르진 않았다·
‘고등학생이셨어!’
그렇다
<마법소년>을 보고 입덕했다던 테스타 올팬 큰달의 여분 초대권을 받아간 SNS 친구는··· 고등학생이었던 것이다·
계산하면 초등학생 때다·
‘<아주사>가 15세 이용가였는데?!’
···그렇게 내적 비명 속에서 그들은 콘서트의 개막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상념을 날려 버릴 어마어마한 축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