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35화
여름은 뜨거웠다·
-테스타 1위
-와
-지금 순위 보고 와
-미친 핫백 1위
-200도 역주행 중임 돌았나 봐
1위 소식은 들불처럼 번졌다·
리믹스 추가 활동이 4주 차에 접어들고 테스타는 자연스럽게 방송을 줄였지만 출연하는 곳의 이름값은 한도 끝도 없이 좋아졌다·
게다가 본인들이 출연하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테스타와 그들의 리믹스곡이 언급되었다·
-비밀요원에겐 멋진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겠냐며·· 갑자기 SNS로 영업 시작한 자동차 기업들ㅋㅋㅋ (테스타 이야기임)
-요새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뭔 바이럴마다 테스타 의상 나오네
-피어싱 회사가 인이어 컨셉 똑같이 냈다가 사과문 올림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스타 자체가 바이럴의 도구가 된 것이다·
화제성을 획득한 수준이 아니라 본인들 자체가 화제성이 될 정도의 이 상황에 흥분한 건 본인들보다 인터넷이 더 했다·
속된 말로 성적뽕이었다·
음원 판매 스트리밍 라디오 에어 평가하는 모든 항목에서 안 뒤지는 점수가 나오면서 1위를 하다니!
-곡 하나 갑자기 막 밈 되서 뜬 적은 있어도 이런 건 처음 아닌가?
-현지 가수 같은 정석 성적이다;;
-영어 기사 다 엄청 호의적임
그 모든 반응 이야기 치솟는 순위와 인지도 속에서····
“약점이 없네·”
박문대와 이세진의 트윈 홈마 류서진은 기어코 인정했다·
테스타는 결국 전성기 위를 뚫었다·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성적이 좋다 이 천상계 조건을 만족한 것으로 모자라서 거기에 팬덤과 대중성의 밸런스까지 갖추었다·
“활동 자체가 잘 됐어····”
곡과 무대 그리고 가수까지·
삼박자가 다 맞아떨어졌다· 더 오를 곳이 없던 것 같던 급이 마지막 천장을 뚫고 올라간 것과 다름없었다·
이토록 규격에서 벗어난 성과는 관심이 없어도 눈에 띄고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하물며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제 예능 같이 찍기 힘들겠는데·
자신의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게 지금까지 테스타와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정서였다·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인맥을 과시하는 것·
투자에서 대박이 난 자신의 선구안을 자랑하는 심리도 약간 보였다·
그리고····
-뭐 걔네 정도면 뭘 해도 될 애들이긴 했는데·
묘한 응원심리·
트윈 홈마는 입 끝을 뒤틀었다·
‘데뷔 전엔 악편으로 죽이려고 했던 멤버도 있으면서 말이지·’
하지만 웃기게도 그 심리를 그녀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트윈 홈마는 자신의 눈앞에서 나오는 테스타의 동영상을 보았다·
테스타는 아직도 꼬박꼬박 비하인드 및 개인 촬영 영상들을 채널과 SNS에 업로드한다·
[하하하!]
[형 그림 못 그려요!]
멤버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듯 흔들리는 화면에 초콜릿 펜으로 그린 그림이 보였다·
생크림 케이크 테두리에 테스타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그려져 있다·
[와 인간적으로 이번 기념 케이크는 우리가 꾸미길 잘했다·]
[맞아요· 문대 형 만든 케이크 맛있지만 그림 이상해요·]
[유진이 용감하네· 간식권자에게 그런 말을····]
[(!!!!!)]
[Noooo!! 취소! 취소해요! 문대 형 그림 잘 그려요!]
[차유진이 이렇게 절박한 모습은 처음 봅니다·]
[하하하!]
일상적인 농담과 웃음이 오가면서 바쁘게 큼직한 손들이 움직여 작은 초콜릿 펜으로 부들부들 글씨까지 짜낸다·
생크림 위에 글자가 완성되어 간다·
문구는··· ‘올해도 사랑해’·
[짜잔!]
[아 아 얼굴에 던지지 말고! 우리 테스타 애니멀즈 지켜줘!]
[조심 조심!]
영상 촬영일은 6월 18일·
이건 올해 그들의 데뷔 날짜를 스스로 조촐하게 축하하며 키득대는 영상이었다·
당시 활동 중단 중이던 류청우도 구석에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것이 화면에 간간이 잡혔다· 기어코 류청우를 찾아가서 시간을 맞춘 게 분명했다·
[우리 다 같이··· 소원 빌까요?]
[좋지!]
한결같다·
하지만 이 영상의 댓글에는 그 어느 활동기보다도 외국어 댓글이 흘러넘쳤다·
최근 업로드된 테스타 컨텐츠들의 특성이었다·
“····”
트윈 홈마는 생각했다·
냉정하게 국내에서 자주 보고 싶다면 딱히 반길 상황은 아니라고·
‘자주 볼 급이 아니게 됐어·’
단순히 해외에서도 이름값이 잘 올랐다 수준이 아니라 위상이 뒤바뀌었다·
이 정도로 확 뜨면 이미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또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해 웬만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게 될 것이 뻔했다·
본인들이 원해도 회사에서 어떻게든 그렇게 하자고 설득할 것이다·
‘분명 연간 플랜이 변했을걸·’
본인들에게 좋을지 모르지만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팬들에겐 아쉬운 방향이지 않은가·
어차피 전에도 테스타는 국내에선 누구도 반박 못 할 1군이었고 군대를 갔다 와도 자기들끼리 뭐라도 해보려고 할 놈들이었다·
‘그냥도 성적 때문에 한 처먹을 일은 없었을 텐데····’
그렇다면 그냥 이번 앨범도 괜히 VTIC이랑 동시 발매하지 말고 ‘1군 답다’라는 평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가는 게 기존 팬들에겐 더 나았겠지만····
[음··· 소원·]
화면에서 류청우가 조용히 케이크를 들여다보며 말한다·
[이제 곧 큰 공연인데·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원하는 만큼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길·]
“····”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걸 다 하자·]
그 소원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껏 쌓아온 한결같은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능력치로 이루어낸 마침내 온 결말을 알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보는 테스타의 일상은 그냥··· 사람을 벅차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테스타 생일 축하합니다!]
꽃가루 폭죽과 함께 웃음소리와 케이크가 여기저기 오갔다·
[왁!]
[다 튀었다!]
[아 이거 (크림) 얼굴에 묻으면 얼굴 빡빡 닦아야 하는데·]
[빡··· 빡빡문대·]
[크흡]
[으하하하하!]
여전히 언제나와 같은 테스타를 보면·
마침내 빌보드 1위 소식을 듣고 자기들끼리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영상의 이세진을 보면·
-고마워요·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그 장면에 그냥 순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자신까지도·
‘웃기네 진짜·’
트윈 홈마는 코웃음을 치며 이마를 눌렀다·
화면 너머 남의 인생이 잘 되든 말든 그게 이렇게 사람 기분에 영향을 끼친다니· 이래서 아이돌 덕질이 참 비이성적이고 웃긴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것까지 말이다·
“보정이나 하자·”
[2X0723 무대 #이세진 #박문대]
트윈 홈마는 미리 사놓은 직캠 데이터를 깔끔하고 보기 좋게 컷을 분할해 자신이 응원하는 두 사람을 업로드했다·
그렇게 반복 작업을 하며 쓸데없이 울렁거리던 점차 가슴이 차분해질 때였다·
한 인용 글이 눈에 띄었다·
띠링·
-언제나 문대 잘 찍어주시는 분·· (울망거리는 이모티콘)
그건 이전부터 타임라인 건너편에서 자주 넘어오던 박문대를 데뷔 때부터 찍어온 네임드 홈마의 사담용 비공개 계정이었다·
원래는 같은 홈마여도 기조가 너무 달라서 이해가 안 되다 보니 호감도 뭣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
그녀는 말없이 해당 글에 잡담용 계정으로 ‘좋아요’를 눌렀다·
지금은 그래도 될 느낌이었다·
‘그냥 타이밍이 그래·’
물론 팬덤에 새롭게 외국인이 많이 들어온 만큼 새로운 사건 사고가 분명 터져서 자신의 위통과 짜증을 책임져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이 화합과 성공의 분위기를 그녀도 즐기기로 했다·
열매의 시간을 말이다·
그녀는 놀랍도록 자기들끼리 돈독해진 국내 팬덤의 분위기와 새롭게 입덕한 해외 팬들에게 친절히 정보를 알려주는 올드팬들의 모습을 보며 느긋이 SNS를 유영했다·
그러다 답지 않게 생각이 나서 후배한테도 한번 연락을 넣어보는 것이다·
사진 잘 찍기로 유명했던 데이터 팔이에게·
-류건우 너 요새도 테스타 찍어? 혹시 전에 찍어놓은 것 중에 남은 거 있으면 말해·
-단가 내가 제일 괜찮게 쳐줄 테니까·
원래도 아이돌 보는 눈이 비상했던 녀석이니 떡상 각을 보고 묵혀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낸 카톡은 분명 읽은 게 분명한데도 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답장이 왔다·
-죄송합니다· 최근에 바빠서 사진을 거의 못 찍어서요·
“거짓말·”
퇴근길에 양복 입고선 백통 들고 시상식 온 거 뻔히 봤었는데 무슨·
하지만 누가 얼마나 더 쳐준 건지 더 캐어내기 전에 다음 톡이 도착했다·
-테스타는 여전히 응원합니다·
“····”
이 피도 눈물도 없던 단가 귀신이··· 아이돌을 응원한다고 말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세월이 흐른 건지 테스타가 이번에 진짜 뭘 해도 될 시기인 건지·’
···아니면 자신이 대학 때부터 이 후배를 오해한 거지·
어쨌든 그녀도 답장을 보냈다·
-알았어· 잘 지내·
참 희한한 시즌이었다·
그녀는 한결 맥이 풀린 심정으로 툭툭 마우스를 움직이며 다시 SNS를 보았다·
-나는 테스타를 사랑한다· 나에게 사진을 많이 주세요· (하트 이모티콘)
어설픈 한글들·
‘외국인 유입····’
이걸 직접적으로 수치화해서 확인해 보고도 싶은데····
‘잠시만·’
그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SNS를 멈췄다·
그리고 그 대신 앨범 판매량을 집계해 주는 사이트로 들어갔다·
이 시기 앨범 추가 판매량이야말로 코어가 되기 직전 라이트팬의 유의미한 유입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였으니까·
‘스트리밍 시대에 앨범을 사는 거야말로 돈 쓸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지·’
그래서 지금 테스타의 판매량을 보면····
[판매량 : 79627]
“···!”
놀라운 수치가 찍혀 있었다·
거의 8만 장· 웬만한 그룹의 초동 날짜 하루 수치에 가깝다·
이미 초동이 끝나서 딱히 주목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았으나····
‘설마·’
트윈 홈마의 손이 자판의 단축키를 이용해 빠르게 화면을 넘겼다·
그리고 발매 시기가 며칠 차이 나는 두 그룹의 데이터를 엑셀로 다운로드 받아서 날짜 보정치를 먹이고 정렬했다·
처음 본 곳은 초동·
발매 이후 첫 일주일이다·
[VTIC | Non-Cryptid (정규) | 2931713]
[테스타(TeSTAR) | Badtime (정규) | 2083375]
망할 차이였다·
‘X발·’
다시 봐도 욕이 나왔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테스타의 초동에 해외 공동구매 두세 건이 배송 및 전산 문제로 뒤늦게 잡혀서 도리어 손해를 봤었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2백만 장을 넘기는 데에 집중하느라 의혹 제기도 늦었던 것이다·
‘그럼 뭐하나 싶었지·’
이미 초동은 끝났고 그걸 포함해 봤자 거의 70만 장에 가까운 차이였다·
트윈 홈마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휙·
초동에서 난 그 몇십 만장의 차이 이후로는 하루하루 둘의 판매량이 비슷해 보였지만 사실 VTIC이 살짝 더 우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테스타의 판매량이 툭 올라가기 시작했다·
[VTIC | 12721]
[테스타(TeSTAR) | 20274]
테스타의 글래스톤베리 공연이 터졌을 때였다·
‘여기서부터 의미 있는 유입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엄청난 차이는 아니었다· 그저 화제성이 간접적으로 반영된 정도·
‘어트랙션 나왔을 때도 반응이 좀 있었고·’
하지만 7월 그렇게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테스타의 기세가 갑자기 껑충 질주하기 시작한다·
바로 여름에 접어들면서부터다·
[테스타(TeSTAR) | 45261]
[테스타(TeSTAR) | 81563]
[테스타(TeSTAR) | 50171]
[테스타(TeSTAR) | 62872]
리믹스 활동을 시작한 이후 테스타의 음반 판매량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프가 확 뚫고 나갔어·’
기존 앨범 USB에 리믹스 활동 곡과 컨셉 사진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했기 때문에 리믹스 컨셉으로 유입된 사람들도 다 기존 앨범을 사게 되었다····
‘심지어 리믹스 컨셉으로 USB를 꾸밀 수 있게 코디용 굿즈를 끼워서 세트로 팔아줬었지·’
기존 팬들도 통장에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구매 충동으로 한두 장을 더 살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로 앨범 판매량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초동 기간은 끝났으니까· 의미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누적된 앨범 판매량을 눈으로 확인하면····
[테스타(TeSTAR) | Badtime (정규) | 3428611]
[VTIC | Non-Cryptid (정규) | 3387942]
“····”
결과는 뒤바뀌었다·
트윈 홈마는 떨리는 손으로 조용히 마우스를 놓았다·
길고 긴 동시 발매의 시즌·
-음반은 VTIC이 음원은 테스타가 가져갔다·
보름 만에 그렇게 결론을 내린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긴 여름 한 철을 치열하게 달려 필드를 바꾼 테스타는 기어코 그 문장에 반박했다·
테스타는 결국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