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3화
553. 나태양 감독 2
전화를 건 나태양 감독이 뜬금없이 사과부터 해온다.
-정 실장님. 죄송합니다. 박상규 씨의 연기는 너무도 인상 깊어서 강력 추천했는데······ 배급사 쪽에서 연기 영상을 보지도 않고 거절당했습니다.
나태양 감독은 지난 작품들에서 배우 캐스팅 미스가 있었기에 흥행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S급 배우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자신의 누나인 나수지 제작실장의견도 그랬었고.
그래서 오늘까지 오디션 영상을 보내온 배우 중 S급으로 5명만을 추려서 배급사 본부장을 만나려고 했단다.
그런데 식사 자리로 가던 도중 나수지 제작실장의 마음이 바뀌었단다.
박상규의 연기가 계속 떠올랐기에 S급 배우 오디션 영상에 박상규의 오디션 영상을 더해 배급사인 NEX 미디어의 장훈 본부장에게 내밀었다고 한다.
그런데 장훈 본부장은 박상규의 영상도 보지 않고 단칼에 잘라버렸다고 한다.
급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오디션 영상을 보지도 않고서요?”
감독보다 배급사 파워가 셀 때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연기조차 안 보는 건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나태양 감독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난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기에 다시 한번 봐달라고 부탁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나태양 감독이 주저주저하더니 내게 전화한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기 실은······ 하~ 진짜 이거 죄송한 이야기인데 배급을 맡은 NEX 미디어그룹의 장훈 본부장님이 정 실장님을 좀 뵙고 싶어 하십니다. 지금 혹시 시간이 되실까요?
“상규 형님이 아닌 저를요?”
-예. 말하다가 정 실장님 이름이 나오니까 상규 씨 말고 정 실장님이 데리고 있는 이태풍 씨를 캐스팅할 수 없는지 찔러보라고 하도 성화를 하셔서······ 전화한 겁니다.
‘미친 거 아냐?’
아무리 업계 3위의 배급사인 NEX 미디어그룹의 본부장이라지만 너무도 무례한 요구였다.
오디션에 지원도 하지 않은 이태풍을 캐스팅하라고 하는 건 이미 지원한 다른 배우를 X 먹이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는 요구였기에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 끝나면 태풍이는 쉬기도 해야 하는 데다가 오디션에 지원도 안 했는데 캐스팅되면 뒷말도 걱정되고요.”
-하아~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한다······.
나태양 감독의 곤란한 목소리를 듣자 나 역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배급사의 본부장은 무명 배우라고 박상규를 배척했지만 나태양 감독과 제작실장 나수지가 박상규의 연기에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을까?’
순간 발칙한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현장에 가서 박상규의 연기를 어떻게든 보여주며 배급사를 설득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래도 박상규의 연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면 난 배급사를 교체하자고 감독을 부추겨 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난 일단 현재 상황부터 체크했다.
“저기······ 감독님. 혹시 배급을 반드시 NEX 미디어와 하셔야 합니까?”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저희 누님인 나수지 제작실장이 NEX 출신이다 보니 돈을 받기도 편하고 배급에도 혜택을 받기 편해서 그렇습니다. 다른 배급사들은 각본만 제 걸로 하고 감독은 다른 감독으로 하라고 해서요.
나태양 감독은 지난 세 번의 작품이 크게 흥행하지 못해서 각본만 넘기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그렇다면 일단은 배급사 본부장을 만나서 설득을 조금 더 해 본 뒤에 여차하면 배급사를 바꾸자고 해도 먹힐 수 있을 것 같다.
배급사 쪽에는 내가 아는 라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단 장훈 본부장님께 제가 지금 찾아뵌다고 좀 해주십시오.”
나태양 감독이 기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여기가 화룡이라는 중식당인데······.
“아 어딘지 압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예. 지배인한테 말해둘 테니 절 찾아왔다고 하시면 될 겁니다.
난 전화를 끊은 뒤 병실로 돌아갔다.
이어서 난 아내를 돌보고 있던 박상규에게 다음 주에 보자고만 말했다.
배급사를 바꿀 수 있다면 <도플갱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형님. 몸조리 잘하시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 에이스 엔터에서 계약 해지하도록 하시죠.”
박상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수고해. 그리고······ 오늘 정말 고맙다. 네가 내게 해준 일. 평생 잊지 않을게.”
난 씨익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난 정상봉에게도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라고 말한 뒤 중식 레스토랑 ‘화룡’으로 향했다.
* * *
중식 레스토랑 화룡.
이지연 작가의 단골집이기도 한 최고급 중식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익숙한 얼굴의 지배인이 웃으며 날 반긴다.
“정 실장님. 소식 들었습니다. 승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 이쪽으로 오십시오. 나 감독님과 장 본부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지연 작가를 따라다니며 워낙 자주 온 터라 이제는 VIP 대접을 해주고 있다.
지배인을 따라 3번 VIP룸으로 향했다.
스르륵.
지배인이 붉은 바탕에 금색 용이 그려진 문을 연다.
NEX 미디어그룹의 장훈 본부장과 나태양 감독 그리고 그의 친누나인 나수지 제작실장이 보이차를 마시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굴렁쇠 엔터 정윤호 실장입니다.”
나태양 감독과 나수지 제작실장이 마시던 차를 놓고 인사를 받는다.
“어서 오세요. 실장님.”
“저 나수지라고 해요.”
두 사람과 인사를 하고 나자 맞은편에 앉은 장훈 본부장이 앉은 채로 손을 내민다.
올해 40살이 된 장훈 본부장은 NEX 미디어그룹의 후계자로 갑질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가 거느린 NEX 미디어그룹은 CK 엔터와 LT 엔터에 이어 배급 업계 3위였기 때문이다.
“정 실장은 나랑 처음이지?”
“예. 본부장님.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여기.”
명함을 건네자 장훈 본부장이 명함을 보며 피식 웃는다.
“명함 좋은 거 들고 다니네?”
톤이 올라가는 걸 들어보니 매니저 따위가 이딴 고급 명함을 쓰느냐는 어투다.
하지만 NEX 미디어그룹은 앞으로도 꽤 잘 나가기 때문에 우선은 대서지 않고 대답했다.
“선물 받았습니다.”
“그래? 좋은 친구들을 뒀나 보군.”
‘그렇죠. 당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요.’
회귀 전에는 별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지만 그때처럼 지금도 호감이 가는 타입은 아니다.
명함을 손끝으로 만지작대던 그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식사는 했고?”
“아뇨. 아직 못했습니다.”
“그러면 같이 들지. 여기가 음식을 잘해.”
“아 스케줄이 있어서 식사는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차 한 잔만 마시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뭐 좋을 대로 해.”
장훈 본부장은 차를 주문한 뒤 내게 곧장 본론부터 묻는다.
“그보다 이야기는 들었지? 이태풍을 보내주면 오디션 없이 주연 자리에 바로 꽂아줄게. 출연료는 대충 6억 선 정도로 맞추고. 어때?”
성격 급한 그의 제안을 듣는 순간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오디션도 하지 않고 캐스팅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리산’ 촬영에다가 ‘먹방의 유람단’ 촬영이 겹치다 보니 새 영화 촬영은 조금은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순간 장훈 본부장이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이봐 정 실장. 나 밀당 싫어해. 출연료 협상을 하려는 거면 말 돌리지 말고 얼마? 얼마면 돼?”
“그런 게 아닙니다 본부장님.”
장훈 본부장이 마시던 찻잔을 탁하고 내려놓는다.
“그러면 여기 왜 왔어? 혹시 너희 회사 박상규인가 하는 무명 배우를 안 쓴다고 항의라도 하러 온 거 아냐?”
“당치도 않습니다. 하지만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저희 박상규 배우. 이 영화의 주연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다른 배우들과의 형평성도 있으니까 오디션만 보게 해 주십시오. 연기하는 걸 보시면 반하게 될 겁니다.”
장훈 본부장이 코웃음을 친다.
“하여간 매니저들이란 다 이런다니까. 지 배우들이 다 잘난 줄 알지. 야 검증되지도 않은 배우를 썼다가 손해를 입을지도 모르는 우리 입장은 생각도 안 해?”
난 딱 잘라 말했다.
“제가 선택한 배우와 작품이 실패하시는 거 보셨습니까?”
장훈 본부장이 가당찮은 듯한 웃음을 짓는다.
“이번이 그 실패가 될지도 모르지. 어쨌건 난 이번 영화는 인지도 빵빵한 S급 말고는 쓸 생각이 없으니까 그만 가 봐. 그리고 앞으로는 찾아와서 이딴 소리 할 필요 없이 아니다 싶으면 그냥 오지를 마!”
조금은 기대했지만 역시나 변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나태양 감독을 따로 불러낸 다음 배급사를 바꾸자고 제안을 해봐야겠다.
그런데 그때였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나와 장훈 본부장의 대화를 듣던 나수지 제작실장이 굳은 표정으로 내 편을 들기 시작한 것이다.
“본부장님. 저 솔직히 저도 본부장님이랑 생각이 같았어요. 우리 나 감독 전작이 큰 성공을 못 해서 이번에는 진짜 유명한 배우를 붙여주자고요.”
“그런데?”
“정 실장님이 보내준 영상 오디션을 보고서는 도저히 박상규 씨의 연기가 잊혀지지 않아요. 그니까 현장 오디션만이라도 허락해주시면······.”
순간 장훈 본부장이 나수지 제작실장을 나무란다.
“야! 우리가 유명 배우를 쓰는 이유도 몰라?”
“알죠. 저도 NEX 미디어그룹에 있었는데 왜 모르겠어요? 수익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죠.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좋은 배우만 구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나리오로······.”
그때 장훈 본부장이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인다.
“야 나수지. 사람들이 니 동생을 천재 각본가라고 부르니 진짜로 뭐라도 된 줄 알아?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는 건 니가 제일 잘 알잖아!”
과거 나태양 감독은 첫 데뷔작을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한 아이의 성장기를 다룬 SF 장르물 <태양 소년>으로 관객 수 210만 명을 달성했었다.
고작 27살의 나이로 쓴 각본에 탄탄하고 놀라운 스토리텔링이 있었기에 평론가들은 나태양 감독을 ‘천재 각본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은 시간 여행을 하는 두 남녀가 1년에 단 하루만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원데이 세레나데>라는 작품으로 관객 수 170만 명을 달성했다.
이후 세 번째 작품은 아담과 이브의 아들 카인이 현대까지 살아있다는 걸 전재로 출발한 사색적 작품 <태초의 인간>으로 190만 명의 관객을 달성하게 되었다.
각본을 읽은 평론가들은 매번 찬사를 보냈지만 막상 그가 선택한 배우들은 늘 연기력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나태양 감독의 영화는 주연이 안티’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여하튼 장훈 본부장이 그 세 작품 모두 성공했었냐면서 나수지 제작실장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곁에 있던 나태양 감독이 기가 죽어 고개를 푹하고 숙인다.
그 순간 나수지 제작실장이 기가 죽은 동생의 어깨에 손을 턱하니 올린다.
“야. 나 감독. 어깨 펴! 왜 네가 기가 죽어?”
나태양 감독이 자신의 누나를 쳐다본다.
“누나······.”
“그래. 내가 네 누나야! 그니까 내 앞에서 기죽지 마!”
나수지 제작실장은 동생이 기가 죽은 것에 짜증이 나는지 쌍심지를 켜고 장훈 본부장을 향해 따지기 시작했다.
“본부장님!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말 나온 김에 솔직히 한번 까 볼까요?”
“까긴 뭘 까?”
“전작 세 작품 주연! 전부 NEX에서 꽂은 애들인 건 기억 안 나세요? 걔들 다 본부장님이 주무르던 배우들인데?”
장훈 본부장이 움찔하며 답한다.
“이 이게 어디서 남 탓을 해? 나 감독도 좋다고 한 배우들이잖아!”
“좋기는 뭐가 좋아요? 우리 나 감독이 다른 배우 고르면 투자 못 한다면서 회사에서 배우들을 따로 뽑아 그 안에서 고르라고 했잖아요. 본부장님이랑 동생분이신 장형석 팀장 둘이서 꽂은 배우들 때문에 현장 분위기가 엉망이 된 거 정말 기억 안 나세요? 그런데 왜 우리 태양이한테 책임을 다 뒤집어씌워요? 왜!”
‘그런 거였군.’
나 역시 나태양 감독이 배우를 보는 눈이 없는 사람이라고만 기억하고 있다.
회귀 전 나태양 감독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아예 각본가로 전업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실을 알게 되었다.
나태양 감독은 NEX에서 추천하는 배우들로 영화를 찍었던 거였다.
내부자였던 나수지 제작실장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소속된 회사다 보니 제대로 된 발언을 하지 못했던 거였고.
그러나 지금은 회사에서 독립한 터라 장훈 본부장을 상대로 들이박고 있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상규 형님의 실력을 단번에 알아본 두 사람인데 캐스팅 미스라니. 뭔가 이상하긴 했어.’
아무래도 이제는 억지로라도 배급사를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내 배우인 박상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능 있는 나태양 감독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게 어디서 감히 덤벼들어!”
흥분한 장훈 본부장이 마시던 찻잔을 나수지에게 그대로 집어 던져버린다.
‘미친······.’
난 그 순간 빠르게 일어나 오른손을 뻗었다.
덥석!
날아오는 찻잔을 잡자 잔 안에 남아있던 미지근한 찻물이 테이블 위에 똑똑 떨어진다.
그리고 일부 찻물은 나수지 제작실장의 옷에 튀어 투피스 정장을 더럽혔다.
“지 지금 저한테 찻잔을 던진 거예요?”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나수지 제작실장이 몸을 바르르 떨며 흥분해서 외친다.
“오늘부로 SUN 필름과 NEX는 끝이에요! 배급 협상도 전부 중지할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내일 해당 사항은 내용 증명으로 발송할게요!”
장훈 본부장은 씩씩거리며 말한다.
“이대로 나가기만 해 봐. 내가 그 작품 배급해 줄 거 같아?”
“배급사가 NEX밖에 없어요? 됐어요. 집어치워요! 그리고······ 야! 내가 니 친구야? 나이도 몇 살 차이 안 나는 데 어디서 말을 까? 확! 마!”
눈이 뒤집힌 올해 38살의 나수지 제작실장이 주먹을 들어 올리며 경고를 한다.
장훈 본부장은 전혀 예상을 못 했는지 움찔거린다.
나수지 제작실장은 이어서 나태양 감독을 일으켜 세웠다.
“나 감독! 가자! 이딴 새X랑은 한순간이라도 같이 있을 필요 없어.”
“어? 어······ 누나.”
그때였다 잠깐 얼이 나갔던 장훈 본부장이 마지막 협박을 해 왔다.
“오~ 그래. 그러면 어디 한번 나가봐. 아예 어떤 영화사에도 배급이 안 되게 해주지. 내가 마음먹고 막으면 너흰 끝이야.”
나수지 제작실장은 그건 생각 못 했는지 잠깐 멈칫한다.
하지만 이젠 내가 움직일 시간이다.
“그쯤 하시죠. 본부장님?”
“그쯤 하긴 뭘 그쯤 해······ 매니저 새X가 어딜 감히 끼어들어서······.”
장훈 본부장이 이번에는 찻주전자를 손에 쥔다.
식어버린 찻잔과는 달리 아직도 김이 올라오고 있는데 말이다.
난 그 순간 기다리지 않고 찻주전자를 쥔 그의 넥타이를 콱 쥐어 틀었다.
“컥······.”
넥타이가 졸리자 장훈 본부장이 찻주전자에서 손을 떼고 졸린 넥타이를 풀려고 한다.
“이 이거······ 놔······.”
“본부장님. 동생분이신 장형석 팀장의 스캔들이 터지는 걸 보고 싶습니까?”
NEX 미디어 그룹의 투자팀장으로 있는 장형석 팀장은 장훈 본부장과는 비교할 바 없는 쓰레기였다.
더군다나 장형석 팀장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로비하는 창구이기도 했다.
그게 밝혀지면 NEX 미디어그룹은 상당히 손해를 볼 수가 있었다.
“컥컥······ 너······ 설마 내 동생을······.”
“그러니까 서로 배려합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자기 동생 귀한 줄 알면 남의 동생 귀한 줄도 알고 협박은 여기까지 하시죠.”
장훈 본부장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 알았······어.”
난 그제야 장훈 본부장의 넥타이를 놓았다.
탁.
장훈 본부장이 목을 놓고 뒤로 물러난다.
“저한테 찻잔 던지셨으니까 이러면 피장파장입니다. 만약에 고소하시면 저도 똑같이 고소할 거니까 명심하시죠.”
장훈 본부장이 이를 빠드득 갈며 날 노려본다.
하지만 난 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장훈 본부장에게 X을 먹이기 위해 나수지 제작실장에게 새로운 배급사를 제안했다.
“아 그리고 나 실장님. 이왕 이렇게 된 거 당장 여기서 배급사를 바꿔 드리겠습니다. CK 엔터랑 LT 엔터랑 둘 중에 어디가 좋겠습니까? 고르기만 하세요.”
장훈 본부장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깃든다.
CK 엔터와 LT 엔터는 NEX 미디어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대한민국 배급사 1위와 2위였기 때문이다.
‘NEX 미디어그룹 따위가 감히 어디서 덤벼?’
내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자 나수지 제작실장과 나태양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전세 역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