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4화
544. 광고 취소 소동 3
바텐더 박영오가 건넨 영상에는 김천석 전무와 내가 나가고 난 뒤 구진오 부대표를 비롯해 양규동 오주현 이선영이 다급히 나누는 대화 내용과 행동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녹화가 시작된 부분은 양규동 이사가 문 앞으로 뛰어갔다 오는 장면부터였다.
-부대표님! 그 자식들. 튀었습니다.
-뭐?
놀란 구진오 부대표의 말에 오주현이 미간을 찌푸린다.
-옷도 놓아두고요?
양규동 이사가 빽 하고 외친다.
-지금 옷이 문제야?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 당장에 그 새X들을 쫓아가야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쫓아가요?
구진오 부대표가 미간을 찌푸린다.
-가는 곳이라고 해봤자 뻔하지. 평창에 대표님 댁이지.
오주현이 고개를 갸웃한다.
-대표님이요?
-그래. 서둘러 우리가 무조건 먼저 도착해야 해.
-알았어요.
네 사람이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순간 오주현이 다시 말한다.
-부대표님. 저희 매니저들이 운전 잘해요!
-그래? 그러면 걔들보고 운전하라고 해. 교통이고 뭐고 끝까지 밟으면 금방이야. 걸리면 돈으로 해결하고.
-알겠어요.
-그리고 가는 길에 놈들의 차가 보이면 사고를 내서라도 막아야 해. 알았어?
-알았어요. 혹시 모르니까 차 3대로 올라가죠.
영상은 거기서 끝이 났다.
영상을 끈 나는 김천석 전무를 쳐다봤다.
“자칫 사고라면 났으면 큰일 날뻔했네요.”
김천석 전무 역시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빌어먹을······ 저딴 것들을 선배랍시고······.”
김천석 전무는 놈들을 만나면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려버릴 기세였다.
머리끝까지 화는 났지만 그래도 한 가지 소득은 있었다.
내가 처음 녹화한 영상에서는 구진오 부대표가 끼어들었다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박용오에게 받은 두 번째 영상에는 구진오 부대표가 모든 것을 지휘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아무튼 영상을 본 덕분에 조만간 구진오 일행이 들이닥칠 거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군요. 어서 대표님을 뵈러 들어가시죠.”
“예.”
그런데 한발 앞서 걷던 김천석 전무의 발걸음이 멈췄다.
“정 실장님. 이번 일은······ 제가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선물을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일단 일부터 마무리 짓고 이야기하시죠.”
“알겠습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우린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주차장에서 연결된 길을 따라가자 저택 본관의 현관이 나온다.
김천석 전무가 노파심에 말한다.
“저희 대표님. 겉으로 보기에는 온화하시지만 속은 지독하게 냉정하신 분입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칠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대표인 성윤재는 칠성 그룹 부회장의 오른팔인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60살인 그는 로열패밀리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능력이 있었기에 나중에는 칠성 그룹 부회장까지 올라가게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난 그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김천석 전무가 뭐라 하지 않아도 성윤재 대표를 깍듯하게 대할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순간 현관문으로 성윤재 대표의 비서 최종규가 정장을 입고 나왔다.
새벽인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최종규 비서의 뒤를 따라 한참을 가자 거실이 나온다.
50평이 훨씬 넘는 거실 가운데 칼같이 다려진 정장을 입은 성윤재 대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에 찾아온 손님 앞에서도 허점 하나 보이지 않는 차림이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대표님.”
김천석 전무와 난 그를 보자마자 늦은 시간에 찾아온 사과부터 했다.
성윤재 대표가 손을 휘젓고 맞은편 소파를 가리킨다.
“인사는 됐고 앉아서 이야기해 봐. 대체 구 부대표랑 양 이사가 무슨 짓을 뭘 조작하려고 한다는 건데?”
김천석 전무가 소파에 앉으며 말한다.
“일단 영상부터 보셨으면 합니다.”
김천석 전무가 날 쳐다본다.
난 그 즉시 내 폰에 담긴 첫 번째 영상을 플레이했다.
첫 번째 영상에는 구진오 부대표와 김천석 전무가 화장실에 간 사이 횡령과 배임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작당 모의가 녹화되어 있었다.
“무슨 이런 미친놈들이······.”
성윤재 대표의 얼굴에서 잠이 확 달아난다.
여배우들이 끼었다는 것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지만 양규동 이사가 끼었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칠성전자의 임원이 범죄 행위에 적극 가담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김천석 전무는 전화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양규동 이사의 비위 행위가 발견되어서 내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 부대표님이 화해하라고 부르시더군요.”
사정을 들은 성윤재 대표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비밀리에 조사해야 하는 감사팀에서 정보가 샜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솎아낼 놈이 많겠군.”
성윤재 대표가 싸늘하게 말한다.
피바람이 불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지잉~
소파 곁에 있는 인터폰이 진동을 울린다.
성윤재 대표가 인터폰을 받는다.
그의 표정이 다시 한번 굳어간다.
“들어오라고 해.”
달칵.
인터폰을 내려놓고 그가 말한다.
“구 부대표가 직접 왔군. 급히 전할 말이 있다는데 어때? 동석할 건가?”
역시나 내 생각대로 놈들은 과속 딱지를 각오하고 올라온 거였다.
그 순간 김천석 전무가 급히 말한다.
“대표님. 구 부대표도 이 일에 얽혀 있습니다.”
“부대표가? 증거는?”
“있습니다.”
난 이어서 두 번째 영상을 틀었다.
박용오가 전해준 두 번째 영상에는 구진오 부대표가 정확히 사정을 알고 모든 일행을 데려가는 영상이 담겨 있다.
영상을 본 성윤재 대표의 얼굴에는 배신감이 가득하다.
“아주 다들 작정하고 일을 저질렀군. 더군다나 자기들의 비리를 밝히려고 했다고 교통사고를 꾸며? 이 자식들이······.”
어떤 회사나 파벌싸움이 있지만 이번 일은 도를 넘어 버렸다.
즉각 검찰이나 경찰에 신고해서 구속시켜도 될 상황.
정확한 사정을 알게 된 성윤재 대표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가 불안해하는 진짜 이유는 증거 파일이 회사 사람도 아닌 내 폰에 담긴 것이었다.
만에 하나 내가 검찰에 넘겨버린다면 칠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 실장. 저놈들을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아 주게. 그리고 우리끼리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지.”
나 역시 그에게 할 이야기가 있었기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표님.”
“그러면 두 사람은 일단 화를 다스리고 참고 있어 봐. 저놈들이 뭐라는지 한번 들어봐야겠어.”
교통사고를 일으킬 거라는 계획까지 들었지만 김천석 전무와 난 있는 힘을 다해 마음을 다스렸다.
“예.”
그때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 쪽 중문이 열린다.
산발이 된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가 들어온다.
오주현과 이선영은 아마도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듯했다.
쿵쿵쿵.
거친 발걸음 소리를 내며 온 구진오 부대표가 먼저 온 우릴 보고 다급히 말한다.
“대표님! 무슨 이야기를 들으셨던지 오해이십니다!”
양규동 이사 역시도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대표님.”
두 사람은 영상이 찍혔는지 알지 못하고 있기에 뻔뻔하게 나오고 있었다.
성윤재 대표가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를 빤히 쳐다본다.
두 사람을 쳐다보는 얼굴에 분노나 당황 따위는 없이 그저 의아한 표정뿐이었다.
섬뜩할 정도로 놀라운 포커페이스였다.
“무슨 오해를 말하는 건가?”
숨을 몰아쉰 구진오 부대표가 희망을 갖고 말한다.
“양 이사가 최근 내사를 받긴 했어도 해사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안 나왔잖습니까?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오해를 좀 풀자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부대표 말은 김 전무의 신고부터가 허위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진짜로 이번에는 김 전무가 실수를 한 겁니다.”
성윤재 대표가 이번에는 양규동 이사를 쳐다본다.
“양 이사.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본인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이거지?”
“예. 대표님. 전 억울합니다. 정 실장의 말 한마디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들어보니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내 잘못으로 몰기로 한 모양이다.
외부 사람의 말에 흔들린 김천석 전무가 잘못이라는 의견도 살짝 포함해서 말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나름 머리를 쓴 모양이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이미 영상도 있는데 그들의 말이 먹힐 리가 없다.
그때였다.
이제껏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참고 있던 성윤재 대표가 벌컥 노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새벽에 날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뭐가 어째?”
순간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 대표님.”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자! 직접 봐라! 니들이 한 대화! 니들이 한 짓! 모두 영상으로 찍혔으니까!”
성윤재 대표는 테이블에 놓인 내 폰을 들어 영상을 재생시켰다.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의 얼굴이 하얘진다.
성윤재 대표는 쓰레기를 쳐다보는 표정으로 두 번째 영상을 튼다.
두 번째 영상은 우리가 나간 이후의 상황이 보여진다.
“보여? 보이냐고!”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자신들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기록된 증거물이 나왔으니까.
양규동 이사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 황급히 소파 옆으로 빠져나간다.
털썩.
양규동 이사는 몸을 파르르 떨며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대표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구진오 부대표 역시 무릎으로 기어 양규동 이사의 곁에 갔다.
“대 대표님!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다 보니 일어난 일입니다!”
성윤재 대표가 두 사람을 경멸하는 눈으로 내려다본다.
“니들이 살기 위해 김 전무를 죽이려고 해놓고선 그게 지금 할 소리냐?”
구진오 부대표가 말한다.
“그 그게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그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듣기 싫다!”
성윤재 대표는 폰을 손에 쥐고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검찰에 전화하고 싶었지만 회사에 끼칠 영향 때문에 쉽게 결정하질 못하고 있는 거였다.
끙끙대던 성윤재 대표가 고개를 돌린다.
“김 전무. 자네. 저것들을 어떻게 했으면 하는가?”
“대표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내 판단?”
“회사에서 봉급 받는 직장인이 그것 말고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성윤재 대표가 어련히 알아서 할 거라는 믿음이 보인다.
잠깐 고민하던 성윤재 대표가 말한다.
“알았네. 방식은 어떨지 모르지만 자네 분풀이가 충분히 될 만큼 해주겠네.”
“감사합니다.”
이어서 성윤재 대표가 날 쳐다본다.
외부인인 내가 이번 일에 대한 증거를 쥐고 있기에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난 성윤재 대표가 말하기 전에 먼저 내 뜻을 밝혔다.
“대표님. 저 역시 김 전무님처럼 대표님에게 이번 일을 일임하겠습니다.”
“저 정말인가?”
칠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수장인 성윤재 대표 정도 되는 사람은 눈치를 볼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러니 괜한 일로 그의 심기를 거슬렸다가는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가 날 수 있다.
특히나 차기 칠성 그룹의 부회장으로까지 승진하는 성윤재 대표와 더욱 친한 사이가 되어야 하기도 했고.
하지만 성윤재 대표는 내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조금은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대가가 필요 없다고?”
“예. 유진이를 광고 모델로 쓰기로 했던 약속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성윤재 대표가 날 위아래로 훑어본다.
분명히 뭔가 더 있을 거라는 듯 고심하는 눈치였다.
있긴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내가 그에게 바라는 건 지금이 아닌 몇 년 뒤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받을 땐 확실히 받아야지.
날 뚫어지게 보던 그가 결국 한숨을 내쉰다.
“이거 참. 대가가 필요 없다고 하니 오히려 엄청난 빚을 지는 기분이군. 차라리 뭔가 요구를 하는 게 어떤가?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주지.”
난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만 지었다.
성윤재 대표가 날 빤히 쳐다본다.
그런데 내 속내를 빤히 읽고 말한다.
“후우. 알았네. 이번 일에 대한 빚은 나중에 갚지. 그러면 일단 급한 일부러 좀 처리하고 이야기나 좀 하고 가.”
“예. 대표님.”
나중에 빚을 갚겠다고 약속한 성윤재 대표는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냉정한 눈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난 그 틈을 타 슬쩍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1]
[날짜 : 2021년 1월 8일]
-PM 01:0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정유진] 갤럭티카 광고 본계약 취소.)
‘됐다.’
다행스럽게도 다이어리의 일정은 사라졌다.
그 순간 내 귓가로 성윤재 대표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라면 냉정한 태도였겠지만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가 저지른 범죄는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따로 할 말이 없어?”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인간이라면 더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지.”
성윤재 대표는 두 사람을 빤히 노려보다가 소파 곁에 있는 인터폰을 잡는다.
“최 비서. 당장 거실로 들어와.”
인터폰을 내려놓고 잠시 후 거실문이 열리며 우릴 안내한 최종규 비서가 들어왔다.
여전히 흐트러짐 없는 복장을 하고 있다.
“날이 밝는 대로 두 사람 징계 위원회 날짜 잡아. 사유는 해사 행위. 자세한 건 내가 직접 알려준다고 전하고.”
“예. 대표님.”
“그리고 구 부대표랑 양 이사. 과거 행적 싹 다 털어. 또 자식들 학자금 대출해 준 거 환급 요청하고 임원 가족에게 나가던 관리비 내역 뽑아서 오늘 아침까지 내 책상에 올려놓도록. 그리고 횡령과 배임으로 걸 만한 것들 있으면 다 추려 놔. 이번 일이 아닌 경제 사범으로 이 두 X들을 처리할 거야. 최소 콩밥 10년은 먹일 정도로 자료 뽑아.”
“알겠습니다.”
“아 한 가지 더. 계열사 홍보부서에 연락 돌려서 오주현과 이선영은 모델에서 빼라고 전해줘.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앞으로 연예계 생활 못 하게 막을 방법도 찾아봐. 아 부회장님께는 내가 직접 보고할 거라고 해주고.”
폭풍 같은 지시에 태블릿 위를 움직이는 펜이 멈출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죽을상을 하고 있던 구진오 부대표가 그제야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대 대표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성윤재 대표가 미간을 찌푸린다.
“살려달라 할 거면 때려치워. 당장이라도 경호팀 불러서 파묻어 버리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거니까.”
“저도 염치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습니까? 다만 오주현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이건 대표님과 회사를 위해 드리는 조언입니다.”
성윤재 대표가 비웃음을 짓는다.
회사를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비리를 캐려고 하자 그제야 입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윤재 대표는 일부러 모른 척하고서 묻기 시작한다.
“누가 누굴 걱정해 줄 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을 받고 싶으면 아는 걸 다 불어!”
구진오 부대표와 양규동 이사의 표정이 바뀐다.
성윤재 대표는 회사를 아끼는 것만큼 한 번 입 밖에 낸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구진오 부대표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이번 일을 벌이게 된 진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일을 벌인 진짜 이유는 단순한 사내 파벌싸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