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9화
529. 지각 변동 4
난 바지 주머니에서 명함과 함께 미리 빼돌려 놓은 두 장의 화투패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그걸······ 도대체 언제 빼돌렸나?”
“올인하고서 화투패 바꿀 때 미리 3광과 8광을 빼돌렸습니다.”
380억이라는 거금이 한 판에 걸린 혼란한 상황에서 화투패를 교환해 달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높은 판돈 때문에 다들 반쯤 정신이 나갔을 때 3광과 8광을 빼돌리기 위해서.
난 두 패를 손안에 감춰 빼돌린 다음 상대가 다음 패를 돌리길 기다렸다.
그러다 다음 판에서 안석춘 대표가 내게 3땡을 주자마자 3월 띠 패를 8월 광과 슬쩍 바꿔치기해버렸었다.
그리고 남은 패 2장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어떤 대담한 짓을 했는지를 그저서야 파악한 안석춘 대표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허허허······ 진짜 신의 손을 몰라봤군. 완패네 완패야. 내가 완전히 졌어. 내가 이 판의 호구였었다니······ 으하하하.”
그제야 내 한 수를 알게 된 안석춘 대표는 한참이나 감탄과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잠시 후.
웃음을 멈춘 그가 날 물끄러미 바라본다.
“앞으로 종종 나랑 게임이나 해. 단 그때는 기술 같은 건 쓰지 말고.”
“예.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그리고 말인데······ 영화나 드라마 투자 이야기도 종종 하지. 솔직히 이번에 에이스 엔터 지분 가격이 폭락 안 했으면 내가 먼저 자넬 만나자고 했을 생각이었어.”
스마트 창업 투자라는 콘텐츠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내가 손을 대는 작품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한 명의 백이 생겨버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난 안석춘 대표를 만나서 얻고 싶었던 모든 걸 얻게 되었다.
에이스 엔터의 지분 30%도 인수할 수 있었고 그와의 사적인 친분도 얻을 수 있었다.
원래라면 김동수가 가졌어야 할 지분과 인맥 모두를 내 것으로 만든 셈이었다.
* * *
VVIP룸에서 나갔던 일행들이 모두 다시 들어왔다.
내가 땄던 돈을 다 돌려준다고 하자 진아람 이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감정을 수습하고 리버스 엔터와의 지분 매매 계약을 중개했다.
계약서에 리버스 엔터에서 지분양도 계약을 맺고 나자 안석춘 대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후우. 오늘은 다리가 떨려서 더는 게임을 못 하겠군. 먼저 가겠네.”
“예.”
안석춘 대표는 이어서 진아람 이사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진 이사. 내가 아까는 좀 심했어. 우리 정 팀장한테 화가 좀 나서 자네한테까지 몹쓸 소릴 한 거 같아.”
진아람 이사는 괜찮다며 눈웃음을 짓는다.
“괜찮아요. 안 대표님. 대신 카지노에 자주만 들러주세요.”
“오케이. 그렇게 하지.”
진아람 이사는 이 와중에도 카지노의 매출을 신경 쓰고 있었다.
안석춘 대표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겉옷을 찾았다.
그 순간 난 VIP 카지노를 떠나려는 그에게 한 가지 사실을 말해줬다.
“안 대표님. 이번에 에이스 엔터가 몰락한 진짜 배후는 바로 이대붕 의원입니다. 검찰과 국세청을 움직인 게 바로 그분입니다.”
“나도 대충 그럴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알려줘서 고맙네.”
안석춘 대표 역시도 제법 정치권에 힘을 쓰는 사람이다.
자신이 가진 돈으로 많은 정치인들의 후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사례는 나중에 제대로 하지.”
난 이로써 김동수의 계획을 산산조각 내었을 뿐 아니라 이대붕 의원까지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
안석춘 대표가 나간 뒤 나도 이수찬과 함께 VVIP룸을 나섰다.
그런데 곧장 서울로 가려던 날 진아람 이사가 식사나 하고 가라며 붙잡는다.
“정 팀장님.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하고 가셔야죠.”
빨리 서울로 가고 싶었지만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게임을 하느라 신경도 많이 쓴 데다 이미 점심때가 훌쩍 지난 까닭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러면 3층에 있는 중식당에서 먹어요. 우리 쉐프는 제가 올 때면 특별히 만드는 요리가 있거든요.”
“전 간짜장이면 됩니다.”
큰 거래를 이뤄냈으니 오늘은 통 크게 그냥 짜장이 아니라 무려 간짜장을 먹을 생각이다.
진아람 이사가 피식 웃는다.
“알았어요. 간짜장. 그리고 쉐프가 해주는 요리도 먹어 보세요.”
이건 완전 답정너잖아.
뭘 해도 달라질 건 없어 보여 알겠다고 대답했다.
“예.”
“그럼 가시죠.”
우린 진아람 이사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곤 안에서 두 사람이 내린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은 오늘 진아람 이사와 만날 약속이 잡혀 있던 HK 전자의 홍석준 대표였다.
올해 34살의 홍석준 대표는 HK 의류 홍성범 전무의 형으로서 쪼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홍석준 대표는 날 보자마자 대뜸 인상을 찌푸리더니 진아람 이사에게 따지듯 묻는다.
“이 녀석을 만나려고 오늘 약속을 취소한 겁니까?”
진아람 이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오늘 약속을 취소한 건 VIP 손님 때문이지 정 팀장님 때문이 아니에요. 정 팀장님은 그저 그 VIP 손님과 게임을 즐기러 오신 거고요. 그래서 만난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영업장에 나타나서 따지시는 건 좀 무례한 행동 아닌가요?”
진아람 이사는 날 보호하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홍석준 대표는 그게 더 열받은 모양이다.
“아람 씨가 근본도 없는 새X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돌아서 안 믿었었는데······ 어쩌면 사실일지 모르겠네요.”
“말조심하세요! 그리고 제가 왜 그 쪽한테 아람 씨라고 불려야 해요?”
진아람 이사의 얼굴에서 감정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진성의 얼음공주라는 별명대로 냉기가 풀풀 풍기는 태도였다.
그러나 홍석준 대표는 오히려 그 모습에 더욱 호감을 느끼는 듯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편하게 부를 사이가 될 거잖습니까?”
“미쳤어요? 꿈 깨요!”
“글쎄요. 저희 아버님과 아람 씨 아버님 사이에 깊은 이야기가 오가는 거 아시잖습니까? 아람 씨도 다시 생각하는 게 좋으실 겁니다.”
오늘날에도 정계와 재계의 자녀들은 종종 정략결혼을 한다.
그들의 힘을 불리고 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현재 진성그룹은 재계 25위의 회사였고 HK 그룹은 재계 12위의 회사.
진성그룹의 입장으로서는 HK 쪽과 사돈 관계가 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
진아람 이사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럴 일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홍석준 대표는 자신만만하기만 했다.
“그러니까 아람 씨도 이제 이딴 급도 안 되는 놈이랑 어울리지 말고 저와 함께······”
진아람 이사는 가시가 돋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누가 누구한테 급을 따져요? 다이아 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그쪽보다 혼자서 모든 걸 이룬 정 팀장님이 훨씬 급이 높은 거 같은데요?”
“이딴 매니저 새X랑 날······ 비교한다고요?”
웬만하면 두 사람의 일이라서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듣는 매니저 새X의 기분이 여엉 나빠진다.
간짜장이 빨리 먹고 싶었기에 웬만한 건 다 넘어가 주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말조심하죠 홍 대표님. 전 욕먹을 짓 한 적 없습니다.”
“하! 이 새X가 감히 누구한테 말을 붙여?”
“홍석준 대표. 클럽 아리한의 VVIP. 여배우 강인수 아이돌 강혜윤의 스폰서. 여자를 좋아하고 술은 최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만 즐김. 더 읊어드릴까요?”
“그 그걸······ 어 어떻게······”
회귀 전.
홍석준 대표에 관해 알고 있던 정보들을 일부만 털어놓았다.
그러자 홍석준 대표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한다.
“동생처럼 언론에 대서특필 나고 싶지 않으면 비키십쇼. 전 짜장면 먹으러 가야 합니다.”
진아람 이사 역시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홍 대표님. 참~ 급 높게 사시네요? 스폰서라니. 쪽팔리지도 않은 지 원······”
“아 아람 씨. 오 오해입니다! 이 새X가 거짓말하는 겁니다.”
진아람 이사가 고개를 돌리더니 뒤편에 서 있는 최희선 비서를 향해 말한다.
“최 비서. 지금 이름들 들었지? 싹 다 털어봐.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면 되겠지.”
“내일까지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그래.”
진아람 이사가 내 쪽을 쳐다보더니 다시 한번 생글거리며 웃는다.
“팀장님.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갈까요?”
“예. 그러시죠.”
내가 경쾌하게 대답하자 홍석준 대표는 씩씩거리며 내게 경고를 보냈다.
“정윤호······ 너······ 어디 두고 보자.”
“조심은 그쪽이 하셔야죠. 제가 아는 건 아까 그게 다가 아니니까요.”
내가 말한 명단은 빙산의 일각일 뿐.
저 인간과 관련된 비리라면 다이어리에 얼마든지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난 그가 별로 두렵지 않았다.
우린 부들거리는 홍석준 대표를 놓아둔 채 엘리베이터에 올라 중식당이 있는 3층 버튼을 눌렀다.
그곳에서 난 계란 프라이 2개가 올라간 간짜장 곱빼기와 유린기 그리고 동파육을 먹으며 김동수의 계획을 막아낸 것을 자축했다.
* * *
같은 시각.
백 대령에게 엄청난 거금을 준 김동수는 안유현의 위치 정보를 받았다.
적어도 이틀은 걸릴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다는 백 대령의 설명이 있었다.
-강원도에 있는 진명규 부회장의 별장에 감금당해있더군. 위치 정보와 안유현의 사진을 보냈으니까 확인해봐.
“알았어. 곧 다시 연락하지.”
그때였다.
언제나 먼저 전화를 끊던 백 대령이 질문을 해온다.
-그나저나 에이스 엔터를 인수한다면서?
역시나 정보를 다루는 인간답게 김동수의 행보를 뻔히 꿰고 있었다.
김동수가 조금은 긴장한 채 말한다.
“그 그래서?”
-물주는 어디서 구했어?
“알 거 없잖아?”
까칠한 김동수의 태도에 백 대령의 웃음이 짙어진다.
-어이 진정해. 에이스 엔터를 손에 쥐고 나면 더욱 내 힘이 필요할걸? 그러니까 이왕이면 미리 손잡자고. 혹시 알아? 내가 그 물주의 약점을 캐다 줄지?
그의 말대로 이대붕 의원의 약점을 쥐면 적절한 순간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권력자의 심기를 함부로 건드리는 건 무엇보다 위험한 일이었다.
“됐어. 우리 사이는 이 정도가 좋아!”
백 대령이 아쉽다는 듯 말한다.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러면 또 연락해. 다음번 돈이 넘어오면 확실한 S급으로 자료를 넘겨주지. 비용은 똑같이 5억이고.
달칵.
전화를 끊은 순간 김동수가 투덜대며 말했다.
“하여간 돈에 미친 새X 같으니라고······”
김동수는 씩씩거리며 이메일을 확인했다.
백 대령의 말대로 안유현이 진명규 부회장의 별장 안에서 산책하는 사진이 있었다.
“하여튼 정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찾는군.”
싫긴 해도 정보를 찾는 능력 하나만큼은 최고인 백 대령이었다.
김동수는 들뜬 심정으로 급히 이대붕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원님. 찾았습니다.”
-곧바로 찾다니. 제법이군.
“그러면 약속한 대로 에이스 엔터를 인수할 자금은······”
그때였다.
이대붕 의원이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아 그게 말이야. 아무래도 에이스 엔터를 통으로 인수하긴 힘들 것 같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히 약속하셨잖습니까?”
-진정해. 약속을 어기겠다는 말은 아니니까. 에이스 엔터 지분의 30%를 가진 안석춘. 그놈이 지분을 넘겼어.
“예? 안 대표가요? 누구한테요?”
-그 상대가 리버스 엔터라고 하더군. 정윤호 그놈이 거래를 주선했고.
김동수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윤호 때문에 지분의 가치가 똥값이 되었다며 둘이서 정윤호를 씹었었는데 갑자기 이러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도 안 됩니다 의원님! 잘못 아신 거 아닙니까?”
-이 새X가 어디서 소리를 질러?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야! 자세한 건 나도 모르니까 안석춘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봐. 하여간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돈이 있어도 대충 절반보다 조금 더 살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도 추진하겠다면야 자금을 대 주지.
또다시 정윤호가 나섰다는 말에 김동수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하지만 남은 에이스 엔터라도 필요했다.
에이스 엔터의 절반이라도 업계 5위 정도는 되기 때문이다.
“그럼 그 그거라도······ 갖게 도와주십시오”
-그럼 지금 바로 돌아와. 정윤호 그놈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예.”
달칵.
전화가 끊긴 순간 김동수는 이가 바스러질 정도로 어금니를 악물었다.
김동수는 일단 에이스 엔터를 가진 다음 굴렁쇠 엔터도 쪼개서 정윤호를 무릎 꿇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시작도 전에 잠시 KO를 당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정윤호······ 두고 보자.”
이대붕 의원의 집으로 향하는 김동수는 몰려드는 패배감을 이겨내기 위해 죽도록 애를 써야만 했다.
* * *
서울로 올라오던 난 강감찬 대표에게 안석춘 대표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전화했다.
강감찬 대표는 수고했다며 최은태 회장님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대답했다.
이후 난 서재일 검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대붕 의원이 김동수의 물주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렇다면 이대붕 의원과 김동수 간의 자금 거래를 캐보면 되겠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난 연말 SBC <연기대상> 시상식장으로 향할 수가 있었다.
SBC 본관 대기실에 도착했다.
난 미리 와 있던 매니저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기실 TV로 시상식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유진이는 오늘도 L.M.L의 드레스를 입고 화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서 노을이 역으로 발랄한 여고생의 모습이 인상 깊었던 유진이는 오늘은 아름다운 여신이 되어 무대 아래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때 첫 순서로 신인상의 차례가 되었다.
-올해의 SBC 신인상은······ ‘파란 하늘’의 정유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매니저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무대로 올라간 유진이는 감격에 겨워 한참이나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후 빠르게 시간이 흘러서 오후 11시 59분이 되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끝나는 순간이 되자 괜스레 가슴이 뭉클한다.
동시에 올 한해 정실모 배우들을 키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고생했다 윤호야.’
그때 TV에선 경력 10년의 SBC 간판급 아나운서 구명훈이 마이크를 잡고 외친다.
-자 이제 2020년이 마무리되고 새해가 되는 순간입니다.
구명훈 아나운서는 잠시 시상식을 멈춘 뒤 무대의 백 스크린에 비치는 제야의 종 행사를 가리켰다.
-이제 다 같이 외쳐볼까요? 10 9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댕~ 하는 타종과 동시에 MC의 환호 소리가 울린다.
그러자 대기실에 모인 정 팀 식구들 모두도 서로 얼싸안으며 새해를 반겼다.
올 한해 정 팀은 그 어떤 팀보다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난 정 팀 모두를 보며 힘차게 외쳤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년 1월 1일.
난 드디어 실장이 되었다.
독립된 나만의 실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해졌다.
그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이영진과 도란희 그리고 정상봉을 비롯한 정 팀 멤버들이 힘차게 외친다.
“실장님. 승진 축하드립니다!”
그 말과 동시에 이영진과 도란희가 미리 준비한 폭죽을 터트린다.
펑펑.
마치 내가 상을 받은 것처럼 내 머리 위로 꽃가루가 날린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또 한 번 감사함을 표했다.
그때 은지유 대리가 대기실 한쪽에서 케이크와 함께 커다란 종이 가방들을 들고나온다.
종이 가방 안에는 포장된 선물들이 들어 있었다.
“실장님. 저희 모두가 모아서 산 선물이에요.”
다들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내 승진을 축하하고 있었다.
“이런 것까지는 필요 없는데······”
도란희가 말한다.
“실장님! 어서 선물 풀어보세요. 개봉은 해보셔야죠.”
도란희에 이어 정 실 멤버들이 재촉하기 시작한다.
“예. 뜯어보세요.”
“알겠습니다.”
난 모두의 재촉을 받으며 포장된 선물을 뜯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일 작은 상자의 포장을 뜯은 순간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담긴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