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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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0화

510. 몰락 2

“에이스 엔터는 이제 망했습니다!”

사사건건 부딪쳤던 에이스 엔터가 망했다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 순간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하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

“백 팀장님이 전에 다니던 회사라서 유.달.리 애정이 있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백세기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항변한다.

“저 정 팀장이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해도 내 생각은 변함없어. 매출 1조가 넘는 초대형 엔터 회사를 감싸는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일 거 같아?”

악을 쓰듯이 부정하는 그를 보자 이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항변할수록 다른 팀장들에게서 의심을 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쎄요? 그동안에야 다른 이사나 부사장이 잡혀갔지만 임 대표가 잡혀간 건 처음 아닙니까? 그게 바로 이제는 임 대표의 뒷배들이 지켜주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 그건 그렇지만······ 아직 속단 하긴 이르지. 저번에도······”

대화가 이어질수록 백세기는 내가 의도한 바에 말려들기 시작한다.

그는 마치 아직도 에이스 엔터 소속의 직원인 것처럼 에이스 엔터를 비호하고 있었다.

내가 의도한 대로.

백세기를 보는 다른 팀장들의 눈빛이 의아한 감정을 품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엔터 회사 직원들은 기존 회사의 배우나 매니저들을 빼 올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세기의 태도는 에이스 엔터와 보통 관계가 아니라는 의심이 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저 자식은 뭐지?’

‘아무리 전 회사라고 해도 왜 이렇게 편을 들지?’

‘에이스 엔터 쪽이랑 아직 관계가 있나?’

팀장들이 의심하는 것도 모른 채 백세기는 열변을 토한다.

“에이스 엔터가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그때였다.

주호성 팀장이 백세기를 다급히 말린다.

“백 팀장님. 아무리 의견이라고 해도 계속 그렇게 말씀하시면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백세기가 그제야 아차 하고 입을 다문다.

그리고선 당했다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돌아갈 고향을 잃고 자신의 정체성(?)을 짧게나마 드러낸 그의 모습은 완벽한 패배자의 모습이다.

아무리 김동수와 비견될 정도로 능력자라는 평가를 받는 백세기 라지만 회귀까지 한 내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백세기가 입을 닫자 강감찬 대표가 나무라듯 말한다.

“백 팀장이 에이스 엔터에 애착이 좀 있는 것까지는 뭐라 할 수 없네. 그래도 입장은 정확히 해야지. 우리 은아가 에이스 엔터에 짓밟힐뻔했는데! 안 그런가?”

백세기가 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숙인다.

“죄 죄송······합니다. 오해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죄송해야지!”

강감찬 대표가 노려보자 백세기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강감찬 대표는 이어서 우리에게 말한다.

“에이스 엔터는 이제 끝났다! 그러니까 다들 이 기회에 굴렁쇠 엔터의 배우와 가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어필해.”

강감찬 대표도 속이 시원한 듯 에이스 엔터가 망했다고 말한다.

“예 대표님!”

강감찬 대표는 이어서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를 언급한다.

“그리고 다들 주목! 한 가지 말할 게 있다.”

팀장들은 강감찬 대표를 쳐다본다.

“이번에 SBC와 손잡고 글로벌 아이돌 프로젝트를 직접 제작할 예정이다.”

팀장들이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관우 엔터와의 합병 탓으로 회사에 그만한 돈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표님. 아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이미 정 팀장이 모든 제작비를 다 마련했다. 그리고 홍보는 방송국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버 벌써요?”

“그거 못해도 60억은 들 건데······”

팀장들이 수군거리며 날 쳐다본다.

본인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때 가수 1실의 한소유 실장이 묻는다.

“제작비는 얼마나 되나요? 대표님.”

“최소 100억에서 최대 120억 정도가 될 것 같다.”

“예?”

어마어마한 금액에 다들 넋이 나가버렸다.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그마저도 줄인 거다. 하여간 현재 조율할 게 좀 남았지만 프로젝트 자체는 확정이 됐으니까 다들 그렇게 알고 있도록.”

팀장들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시선을 맞춘다.

강감찬 대표는 그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결과를 냈으니 보너스를 받아야지. 정 팀장?”

설마 이번 일까지 보너스를 줄지는 몰랐다.

“이번 일에 대한 성과급으로 현금 2억과 총 수익 지분 3%를 지급할 테니 그렇게 알아.”

“예?”

이제껏 굴렁쇠 엔터의 성과급은 내가 받았던 1억이 최고였다.

그런데 무려 그 두 배인 현금 2억을 준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익 지분 3%도 내게 준다고 한다.

현재 투자금을 제외한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익 예상치는 대략 200억 정도.

그중 3%라면 6억 정도를 더 얻을 수가 있었다.

즉 대략 8억 정도는 내가 받을 상여금이라는 거다.

“대 대표님······”

“거절하지 마라.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은 사실상 너 혼자서 한 거나 다름없잖냐.”

“아 아닙니다. 기획서는 안 이사님이랑 이 실장님이 도와주셔서······”

안예음 이사가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우린 회사용 선발 기획서를 만든 것뿐이지 그걸 프로그램 방식으로 바꿔서 투자자로 이끌어온 건 정 팀장이야. 우린 별로 한 거 없어.”

강감찬 대표가 피식 웃는다.

“두 사람에게도 각각 5천만 원씩 보너스가 지급될 터이니 걱정하지 마라.”

다른 두 사람도 보너스를 받는다면 나 역시 거절할 이유가 없어졌다.

“알겠······습니다.”

강감찬 대표는 부러운 눈빛을 보이는 팀장들에게 회사가 확실한 보상을 하고 있으니 너희들도 노력하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때 내 폰으로 까톡이 도착한다.

[재무팀 정성아 대리 : 정윤호 팀장님. 보너스로 2억 입금했습니다. 세금 처리도 완료했습니다.]

난 그 즉시 까메오 뱅크를 클릭해 잔액을 확인했다.

[까메오 뱅크 : 정윤호 님]

[입금 : 200000000원 (상여금)]

[총 잔액 : 342094150원]

내가 통장을 보고 놀라는 동안 강감찬 대표는 팀장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업계 1위가 사라졌으니까 그 빈자리를 우리 굴렁쇠가 채워 볼까?”

팀장들이 모두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대답한다.

“예! 대표님.”

하지만 백세기 만큼은 마지못한 듯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예······”

난 그런 백세기를 보며 앞으로도 놈이 뜻대로 활개 치게 놓아두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 * *

팀장급 회의를 마치고 나온 백세기는 화를 식힐 생각으로 복도 끝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의 냉장고에 손을 넣은 백세기는 아무거나 꺼내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운 탄산수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탄산의 청량감과 달콤한 사과 맛은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손에 들린 음료수의 겉을 본 순간 다시 한번 기분이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자신의 손에 들린 건 해맑게 웃고 있는 파워터프걸 캐릭터가 그려진 비타민 음료수였기 때문이다.

“XX. 왜 애새X들이나 먹는 음료수를 넣어놨어!”

백세기는 조금 전까지 먹던 음료수를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향해 집어 던져 버렸다.

콰직.

쓰레기통 뚜껑이 부서지며 파편들이 이리저리 튀었다.

“빌어먹을······”

진정하려 했지만 도저히 진정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돌아갈 에이스 엔터는 갑자기 망해버렸고 정윤호는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배우 3실 식구들과 빠르게 친해지며 실을 장악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주호성 때문에 만만치는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한다······’

에이스 엔터가 사라졌으니 이젠 최만식 대표가 시키는 걸 어떻게든 성공시킬 수밖에 없었다.

백세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끼익.

문이 열리고 주호성이 들어온다.

주호성은 휴게실 곳곳에 부서진 쓰레기통의 파편을 보고 피식 웃는다.

“그렇게 한다고 굴렁쇠 엔터가 부서나 지겠습니까? 백 팀장님?”

에이스 엔터에서도 서로 잘 알고 있던 두 사람이었기에 격식을 차리진 않는다.

“X소리 할 거면 꺼지지?”

주호성이 씨익 웃는다.

“이야~ 아까 구해준 걸 이렇게 보답합니까?”

“구해줘? 네가?”

“와~ 이렇게 또 입을 닦으시네. 그쯤에서 안 말렸으면 백 팀장님은 정윤호한테 말려서 완전히 모든 직원들한테 에이스 엔터에서 보낸 사람 아니냐고 찍혔을걸요? 아니지. 벌써 소문 다 났으려나?”

백세기가 주호성을 노려본다.

“XX. 누 누가 그래?”

“본인만 모르는 거 같은데요?”

백세기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인마!”

주호성이 씨익 웃는다.

백세기는 그런 주호성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싱글벙글 늘 웃고는 다니지만 속에는 음흉함을 갖고 다니는 놈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과 여자를 유독 밝히기도 했었고.

그래서 놈은 유독 싫었다.

이중적인 면이 자신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재수 없으니까 그렇게 웃지 말라고 했지. 응?”

주호성이 피식 웃는다.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떻게 합니까?”

“빌어먹을.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어? 네 놈이 이유 없이 날 볼 리는 없잖아?”

“손을 잡자고요.”

“뭐?”

주호성이 어깨를 으쓱인다.

“백 팀장님은 혼자서 정 팀장을 절대 못 이겨요. 봤잖아요. 저놈. 보통 놈 아니에요. 김동수 실장도 당해내질 못했다니까요? 물론 나도 그렇고요.”

주호성은 늘 웃고 다니고 남을 칭찬하는 것 같아도 진짜로 누군가를 좋게 평가하는 놈이 절대로 아니었다.

그리고 돈과 여자를 밝혀서 능력이 떨어질 뿐이지 일만 놓고 보면 자신과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유능했고.

그런데 그런 놈이 정윤호를 둘 모두보다 낫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정윤호를······ 내가 못 이긴다고?”

“인정 못 하겠으면 겪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상황이 별로 안 좋아요. 그니까 돌려 말하진 않을게요. 정윤호 저놈. 괴물이야. 아까 봤잖아요. 100억짜리 프로젝트를 혼자서 소문도 없이 만들어 내는 거. 나나 천하의 백 팀장님도 그 정도는 아니잖아. 안 그래요?”

백세기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주호성의 말대로 자기 회삿돈을 쓰면 또 모를까 업계 1위인 임성학 대표도 돈을 그리 쉽게 모으진 못한다.

백세기는 쓰린 속을 달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생각과는 달랐다.

“놈이 제법이긴 하지만······ 괴물은 아냐······”

그때였다.

주호성이 쳐다보며 묻는다.

“우리끼리 괜히 이러지 맙시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게 편해요.”

백세기가 대답하지 않는다.

주호성이 그럴 줄 알았다며 말한다.

“어차피 백 팀장님도 정윤호를 밟으려고 하잖아요. 그니까 나랑 같이 하자고요.”

“너랑······ 손을 잡자고?”

“예. 아무리 해도 난 못 이기겠더라고요.”

에이스 엔터에서도 사이가 안 좋던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거리를 뒀지만 더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에이스 엔터도 사라졌기에 최만식 대표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어떻게든 여기서 성공을 해야 했다.

“너랑 손을 잡으면 김동수랑도 손을 잡는 건가?”

“그 인간이 돌아오면 같이 쳐내야죠. 그 인간은 절대 누구의 손을 잡는 인간이 아니거든요.”

백세기는 빠르게 계산을 마친 뒤 어렵고도 힘든 첫발을 디뎠다.

“그렇게 하지.”

“잘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혐오하던 두 사람은 정윤호란 거대한 적 때문에 불안한 동맹을 맺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뒷배로 최만식 대표를 두고 있는 걸 숨긴 채로 말이다.

* * *

에이스 엔터 임성학 대표가 잡혀간 날.

한국에 들른 왕민 부서기와는 가벼운 차 한잔을 마시며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쉽게도 일정이 빡빡해서 이야기도 얼마 못 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준비한 홍삼 선물을 건넸다.

그리고 그 후로 며칠간은 에이스 엔터가 압수수색을 당한 여파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에이스 엔터 소속 연예인들이나 매니저들은 회사가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소식으로 패닉에 빠져 현장 일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그 탓에 현장 촬영 스케줄이 어마어마하게 꼬여버린 터라 나조차 조금 벅찰 정도였다.

서재일 검사는 내게 약속한 대로 에이스 엔터와 PMK를 낱낱이 털기 시작했고 그제야 난 에이스 엔터에 관한 걸 잊고서 내 본래 업무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며칠간 매니저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체리블라썸과 강하나의 연말 합동 콘서트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삑삑삑.

알람 소리가 울린다.

12월 23일 새벽 6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어제 서울로 올라온 유진이와 미소를 깨우기 위해 2층으로 향했다.

오늘 두 사람은 <화란전>의 OST 중 한 곡을 녹음해야 했기 때문이다.

2층으로 내려가서 특제 주스를 탄 다음 유진이를 깨웠다.

“유진아. 미소야. 일어나야지.”

유진이가 눈이 팅팅 부은 채로 방에서 나온다.

“오빠······ 왔어요?”

미소 역시 눈을 비비며 나온다.

“어? 유노 삼촌이다.”

“그래. 미소도 잘 잤어?”

“응!”

미소가 반쯤 감긴 눈으로 배시시 웃는다.

“두 사람 씻은 다음에 이것 좀 마셔. 오늘 녹음을 대비해서 만든 특제 주스야.”

유진이가 씻기 전에 마시겠다며 손을 내민다.

미소도 엄마를 따라 손을 내민다.

두 사람이 유리잔에 담긴 음료수를 단숨에 벌컥 하고 들이켰다.

그때였다.

“끄아아아~~”

“꺄아아아~~”

두 사람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음을 내지른다.

목이 탁 틘 맑은 소리가 난다.

두 사람의 잔에 음료가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도 말이다.

“나머지도 다 마셔.”

유진이와 미소가 죽을상을 하고 묻는다.

“으으윽······ 오 오빠. 이거 뭐예요?”

“삼촌······ 음료수에서 썩은 맛이 나요! 나 배 아파지는 거 아니에요?”

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세리가 늘 먹는 거야. 괜찮아.”

이 특제주스는 세리가 목에 좋다고 마시는 건데 사과액과 도라지청 레몬즙 거기에 고삼차를 섞어 놓았다.

유진이가 미소와 눈을 맞춘다.

뭔가 작당 모의를 하는 눈치다.

그때 유진이가 미소에게 말한다.

“미소야. 삼촌 잡아.”

“응! 엄마.”

미소가 빠르게 다가와 내 두 손을 꼭 잡는다.

“엄마! 잡았어!”

“잘했어!”

유진이가 자신의 잔과 미소의 잔에 남은 걸 하나로 합친다.

두 사람이 반씩만 마신 터라 한 잔이 가득 채워진다.

“오빠도 드세요. 목에도 좋지만 몸에도 좋은 거 같으니까 쭉쭉 들이켜요. 요새 오빠 엄청 바쁘잖아요.”

유진이가 찰랑거리는 갈색의 음료를 코앞으로 내민다.

“괘 괜찮아······ 나 이미 마셨어.”

“에이~ 거짓말하지 마요.”

미소가 내 손을 꼭 잡고 동의한다.

“응. 거짓말!”

입술을 꾹 다물자 유진이가 피식 웃는다.

“오빠가 이거 안 먹으면 저 오늘 스케줄 안 해요~”

치사하다 정유진.

어쩔 수 없이 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용감하게 특제 주스를 마셨다.

꿀꺽꿀꺽.

사과의 단맛 레몬의 신맛 도라지의 쌉쌀하고 달콤한 맛 따위는······ 1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강렬한 쓴맛이 뇌를 직접 때리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와 동시에 단전에서 용솟음치는 강렬한 파동이 느껴지더니 목으로 용솟음치는 카랑카랑한 고음이 튀어나온다.

“끄아아아~”

졸지에 나 역시 득음한 것 같다.

* * *

회사로 가는 도중 뒷좌석에 앉은 유진이가 묻는다.

“오빠. 에이스 엔터 쪽 배우들은 이제 어떻게 돼요?”

<화란전> 촬영 현장에서도 에이스 엔터 배우들 때문에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남은 주주들이 회사를 어떻게 할지 결정이 되어야지 뭔가 나오겠지. 하여튼 넌 그런데 신경 쓰지 말고 오늘 녹음이랑 연말 일정만 신경 써. 그것만 해도 바쁘잖아.”

유진이와 미소는 <화란전>의 OST를 녹음한 뒤 오늘 곡으로 연말 합동 콘서트의 게스트로 나갈 예정이다.

이어서 연말 시상식에 <화란전>의 제작 발표회까지.

그녀의 연말 일정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잡혀 있다.

그렇게 앞으로의 일을 대화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덧 회사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뒷좌석에서 유진이와 미소를 내리고서 엘리베이터로 향하려 했다.

그때였다.

끼이익~

지하 주차장으로 차가 한 대 들어온다.

그런데 아는 사람의 차다.

‘주영인이······ 여길 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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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Rookie Talent Agent Knows It All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0 Native Language: Korean
Jung Yoon-Ho, the Vice President of Top Entertainment, is betrayed by those closest to him, including his wife and the company’s president. When he dies of terminal stomach cancer, he receives a miraculous second chance at life through regression. This brings him to his early days as a talent agent at Hoop Entertainment where his career first began, and where he encountered people he truly cared about. With a planner of future events and knowledge of what’s to come, Jung Yoon-Ho starts anew as a rookie talent agent. Determined to lift up those who were kind to him before, he navigates the challenging entertainment industry to turn adversity into opportunity in this journey of redemption and transformation. Blurb: Jung Yoon-Ho, the Midas Touch of the Entertainment Industry, regresses to a first-year talent agent. The life of the unrivaled ‘Rookie Talent Agent’ start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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