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3화
493. 12월 12일 2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0년 12월 12일]
-PM 05:30 [NEW. 정유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미소가 죽었다. (사고)
1년 전.
그때처럼.
미소가 죽는다는 일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그 순간 난 운명을 관장하는 신에게 속으로 심한 욕을 퍼부었다.
‘XX. XXXX. XXX!’
어떻게 살린 미소인데!
아무리 운명을 바꾸기가 어렵다고 해도 미소를 원래 운명처럼 다시 죽음에 이르게 하려고 한다니!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다.
그제야 어젯밤부터 이상한 꿈을 꾼 이유나 아침부터 에브리데이가 경고를 해온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에브리데이는 운명의 신에 맞설 수 있는 무기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고맙다 에브리데이! 너라도 내 편이 되어줘서.’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만약 1년 전처럼 사고가 생긴다면 아마도 한 시간 정도 뒤의 일일 거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봐도 특별히 다칠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아까 일도 있고 하니 차는 타지 말고 건물 안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가야겠네.’
난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소를 구하기 위해선 다이어리가 알려준 대로 ‘올바른 선택’을 끊임없이 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때였다.
301호 사무실에 앉은 오랜 내 인연이 인사를 해온다.
“오빠. 왔어요?”
안정해 감독의 곁에 앉아 있는 주영인이 날 보고 손을 흔들고 있다.
어젯밤 꿈과 오늘 뜬 다이어리의 일정 때문인지 주영인을 만나는 게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참 얄궂다. 그놈의 운명.’
진짜로 운명의 신이란 놈을 만나면 면상을 갈겨주고 싶다.
미소가 죽는 것 말고도 운명을 바꾸기 어렵다는 건 주영인에게도 적용되는 듯했다.
이어서 주영인의 매니저인 안영희가 옆에서 고개를 꾸벅 숙인다.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주영인의 인사를 받았다.
“중국 촬영은?”
“어제 막 끝났어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아 CK 엔터 대표님이 저한테 부탁하셨어요. 미소의 엄마 역인 오정현 역을 맡아 달라고요.”
“손형태 대표님이?”
“예.”
이번 <실종 – 잃어버린자들>은 YH 창업 투자사가 갖고 있는 영화화 권리를 CK 엔터가 가져온 다음 투자와 배급을 맡았다.
이른바 절대 갑인 손형태 대표가 직접 출연 제의를 넣었다면 그걸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현재 아시아에서 <늑대의 전장>의 개봉을 앞두고 가장 핫한 여배우가 바로 주영인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안정해 감독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실은 저도 오늘 아침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영인 씨 정도면 괜찮다고 해서 오케이를 했습니다.”
안정해 감독이 내 눈치를 슬쩍 쳐다본다.
내가 YH 창업 투자에서 구해줬는데도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이 미안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다.
그리고 원래 캐스팅에 관한 건 감독과 배급사 그리고 투자사들이 알아서 결정하는 것.
매니저인 내가 캐스팅 감독이란 직함이 있었을 때나 돕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캐스팅에 끼어들어선 안 된다.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는 데다가 캐스팅에 관여한다는 소문이 나면 감독들이 날 부담스러워해서 기피 할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캐스팅은 감독님의 고유권한이잖습니까? 전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그리고 영인 씨 정도면 훌륭하죠.”
그제야 안정해 감독의 얼굴이 밝아진다.
“하하하. 역시 정 팀장님이라면 알아줄 줄 알았습니다.”
어차피 난 이번 영화로 안정해 감독에게 바라는 게 따로 있다.
안정해 감독과 더욱 친해진 다음 <실종 2 – 그날의 이야기>의 에피소드를 전하는 정보원을 소개받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몇 년 뒤에 일어나는 과천 실종 사건의 실화 모티브가 되는 정보원은 안정해 감독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소가 신경이 쓰인다.
유진이가 주영인과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미소는 여전히 엄마 뒤에 숨어 주영인과 제대로 인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주영인이 유진이 뒤에 있는 미소를 향해 손을 흔든다.
“미소야 안녕~”
미소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쳐다보다 엄마의 뒤로 쏙 하고 다시 고개를 숨기며 답한다.
“안녕······하세요.”
“우리 미소는 아직도 부끄러움이 많네~”
주영인의 말에 미소가 엄마의 치마를 꼭 붙잡는다.
난 그런 미소의 어깨 위로 손을 살짝 올렸다.
미소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다.
“미소야. 괜찮아?”
고개를 저을 줄 알았는데 미소는 날 보고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아무래도 언제고 날을 잡아서 미소가 왜 주영인에게 이렇게 경계심을 보이는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미소야. 그래도 같은 영화에 나오게 됐으니까 제대로 인사해야지?”
잠깐 고민하던 미소가 내 말을 듣고 엄마의 뒤에서 나온다.
그리고 주영인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영인 이모.”
“그래. 나도.”
그제야 안정해 감독이 안도한 표정을 짓는다.
“자자. 그러면 두 사람 출연은 확정 짓고 스케줄부터 이야기하시죠.”
모두가 의자에 앉자 안정해 감독이 일정을 말해주기 시작한다.
“일단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배역은 1월 초순에 오디션을 해서 뽑을 생각입니다. 원래 계획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CK 엔터가 밀어주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겁니다. 영화 제작은 1월 중순 좀 넘어서부터 들어갈 건데······ 개봉은 3월 정도에서 4월 사이에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정해 감독은 모든 빚이 해결된 덕인지 영화만 만들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스케줄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 * *
스케줄 일정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고 몇 가지 세부 사항에 관한 이야기까지 마쳤다.
안정해 감독이 일어서며 말한다.
“그러면 오디션 때 뵙겠습니다.”
1월 초 오디션 때 다시 만나자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휘이잉.
3층에 미약하게 열린 창문으로 강하게 바람이 들어온다.
그때였다.
쿠웅.
열린 창문이 닫히며 큰 소리가 사무실을 울린다.
“이거 함부로 문도 못 열겠는데요?”
놀란 박현수 제작실장이 사무실의 모든 창문을 다 걸어 잠근다.
난 그 틈을 타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50분.
여전히 일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소가 사고를 겪었던 건 대략 오후 3시 정도.
만약 1년 전과 같다면 지금부터 몇 분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미소가 어떤 사고를 겪는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대체 무슨 사고를 겪게 되는 거지?’
어떤 일인지를 알 수 없었기에 차를 타지 않고 안전하게 이 건물 안에 있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로비에 가서 기다리다가 가야겠군.’
아무래도 다시 비상계단으로 내려간 다음 로비에서 머물다가 일정이 사라지면 가야겠다.
난 곧장 안정해 감독과 인사한 뒤 유진이와 미소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이수찬이 배웅을 하겠다며 따라 나온다.
“수찬아. 나 로비에서 좀 놀다가 갈 건데. 그래도 되지?”
리버스 엔터의 로비는 외부 손님들이 쉴 수 있는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얼마든지요. 그러면 로비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차 한잔 사드릴게요.”
“아냐. 내가 살게.”
난 내려갈 때도 비상계단을 이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이수찬이 의아해한다.
하지만 3층이라 그런지 별다른 불만 없이 따라 내려온다.
덜컹.
비상계단의 문을 열었다.
유진이와 난 미소의 양손을 꼭 쥐고 비상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난 혹시 몰라 계단의 손잡이까지 꼭 쥐어 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우리 뒤로 주영인이 따라온다.
계단은 알이 배긴다고 절대 걷지도 않는 주영인인데 지금은 알아서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운명이라는 것도 참 많이 변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왜 미소는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그때 유진이가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턱에서 주영인에게 묻는다.
“영인이 넌 왜 계단으로 내려와?”
“엘리베이터가 꼭대기 층에 있더라고. 뭐 높은 것도 아니고 우리 차가 로비로 올 거라서 어차피 1층으로 가야 하거든.”
“아~ 그래?”
미소는 그러든 말든 신이나 계단을 세며 내려가는 중이다.
“열 두울~ 열 세엣~”
혹시 몰라 천천히 걸었더니 1층 로비까지는 한참이나 걸렸다.
덜컹.
이수찬이 비상계단 문을 열고 붙잡아준다.
우리보고 나오라고 하는 순간 주영인이 빠르게 다가와 내 팔을 잡는다.
“오빠. 잠깐 따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급한 이야기예요.”
평소 같았으면 잠깐 정도야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미안. 아무리 급해도 지금은 안 돼. 내일 이야기하자.”
주영인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심각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지금의 내겐 미소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고민하던 주영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그러면 내일은 꼭 이야기해요. 오빠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래. 알았어.”
난 다시 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55분.
1년 전처럼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면 사건 발생까지는 대략 몇 분밖에 안 남았다.
난 불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유진이와 미소와 함께 탁 트인 로비로 향했다.
드넓은 로비에는 햇살이 내리비치는 높은 유리창이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카페테리아와 편한 의자들이 놓여있다.
그때 주영인은 먼저 가 보겠다며 인사를 한다.
“그러면 오빠. 내일 봬요.”
“어. 내일 보자.”
주영인이 안영희 실장과 함께 인사한 뒤 천천히 로비 쪽 문으로 향한다.
그때였다.
안정해 감독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 팀장님~”
고개를 돌려보자 안정해 감독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급히 뛰어온다.
“무슨 일이십니까?”
“헉헉. 아 아까 말을 못 한 게 있어서요. 꽂아 넣을 조연 배우가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정 팀장님 추천이라면 무조건 넣어드리겠습니다.”
안정해 감독이 보답이라며 내게 배역 추천을 허락한다.
“감사합니다. 생각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짧게 대화를 끝내고 미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유진이 곁에 있던 미소가 안 보인다.
“어? 미소는?”
“어? 어디 갔지?”
안정해 감독이 나타난 찰나의 시간 유진이와 나 모두 미소의 존재를 놓쳤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보니 미소가 한 손에 주황색 스카프를 들고 입구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영인 이모~ 이거 놓고 갔어요.”
미소의 외침에 건물 밖으로 나간 주영인이 고개를 돌리는 게 보인다.
“어. 미소야. 왜?”
“이거요~”
주영인은 이미 건물 입구를 벗어나 있다.
그리고 안영희 실장은 입구에서 이미 꽤 떨어져 차 쪽으로 가고 있고.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곧 오후 3시가 될 시간.
문밖으로 나간다면 위험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난 그 즉시 미소를 향해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미소가 주황색 스카프를 들고서 통 유리로 된 여닫이문을 열고 문밖으로 나선다.
댕~댕~
로비에 있는 괘종시계가 3시를 울리고 있다.
난 이를 꽉 깨물고 다리에 힘을 줘 달리는 속도를 올렸다.
‘제발······’
남은 거리 5m 정도.
그때였다.
-아 아가! 아가씨! 피 피해~!
허공에서 누군가 생목소리로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주영인이 위로 고개를 들어 올린다.
위를 올려다본 주영인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때였다.
주영인이 몸을 숙이며 눈앞에 있는 미소를 꽉 껴안는다.
마치 위에서 떨어지는 뭔가로부터 미소를 보호하듯 말이다.
이제 나와 두 사람과의 남은 거리는 1m.
난 다리에 힘을 꽉 주며 발걸음을 멈췄다.
몸이 앞으로 쏠린다.
난 두 팔을 뻗어 입구 문틀을 붙잡아서 쓰러지는 몸을 가까스로 멈췄다.
텅.
이어서 난 문밖에 나간 두 사람을 동시에 와락 껴안고 빠르게 몸을 틀어 버렸다.
휘릭.
내 팔에 들린 두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난 열려있던 로비의 여닫이 유리문을 뒷발로 닫았다.
텅.
로비의 유리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다.
그때였다.
퍼어엉!
주영인과 미소가 있었을 자리에 뭔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떨어진 곳에서 마치 폭발하듯 액체가 사방으로 튀긴다.
촤아악.
유리문에 액체가 잔뜩 묻어서 흘러내린다.
그리고 이어서 조금 전보다 더 큰 네모 상자가 떨어진다.
퍼억!
이번에는 안에 든 쇠붙이들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쩌저저적.
쇠붙이가 유리문에 박히자 곳곳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보니 볼트와 너트가 마치 수류탄 파편처럼 유리에 박혀 있었다.
혹시나 뭔가 더 떨어질지도 몰랐기에 주영인과 미소를 안은 채 로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헉헉······”
숨을 몰아쉰 난 내 품에 안긴 두 사람에 물었다.
“미소야. 괜찮아? 영인아. 괜찮아?”
품에 안긴 두 사람은 놀란 토끼 눈을 하고선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어? 어? 예. 삼촌.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오 오빠는요?”
“난 괜찮아.”
난 두 사람을 풀어주고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0년 12월 12일]
-PM 05:30 <일정 삭제>
(삭제된 일정 : [NEW. 정유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 미소가 죽었다. (사고))
‘됐다.’
미소를 구해냈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릴 것 같다.
하지만 그때 밖에서 외쳤던 사람의 소리가 떠올랐다.
‘세제랑 공구통이 떨어졌다면? 사람은?’
아까 전 로비로 들어올 때 창문 외벽에 매달려 청소하던 사람들을 봤었다.
그렇다면 그 들 중 한 명이 위험할지 몰랐다.
난 그 즉시 입구 쪽을 향해 외쳤다.
“위에 사람 좀 확인해봐!”
다들 놀라서 얼어붙어 있다가 내 말을 듣고 정신 차렸다.
문 옆에 가장 가깝던 이호재가 다른 유리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위를 올려다본다.
“형님. 작업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주 줄이 하나 끊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메아리처럼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람 살려~~어~~
난 그 즉시 외쳤다.
“누가 119 불러!”
즉각 넋을 놓고 있는 이수찬에게 말했다.
“수찬아 혹시 건물에 남는 커튼 있냐?”
추락하는 사람을 함부로 받는다면 받는 사람도 다친다.
하지만 커튼을 두 겹으로 겹쳐 받아내면 잘만 하면 부상 없이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추락 대비용 에어매트 있습니다.”
“에어매트?”
“예. 예전 최강한 대표가 멋모르고 사뒀습니다.”
“잘됐네. 그것 좀 가지고 오라고 해.”
“예.”
이수찬이 고개를 돌린다.
“창고에 가서 에어매트랑 에어매트 송풍기 가져와!!”
“예 형님.”
이수찬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동생들이 움직인다.
일정이 사라졌기에 난 안심을 하고 다시 한번 밖으로 나섰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빌딩풍 때문인지 작업자의 엉덩이 발판 줄 한쪽이 끊어져 있었다.
“살려~ 줘~요~~”
“조금만 버티세요! 에어매트 바로 펼 테니까 조금만 이 악물고 견뎌요!”
난 힘차게 소리를 친 뒤 동생들이 들고나온 에어매트를 펼쳤다.
난 급히 달려간 다음 송풍기를 에어매트에 연결하고 전원을 넣었다.
지이이잉~
요란한 소리와 동시에 붉은 에어매트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난 위에 매달린 남자에게 힘을 주기 위해 큰소리로 상황을 알렸다.
“금방 다 됩니다! 이 악물고 견디세요! 아저씨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남자가 다시금 이를 악문다.
“으으으~~”
에어매트가 부풀어 오르는 동안 우린 모두 똑같은 마음이 되어 외쳤다.
“조금만······ 더······. 더······”
그러다 에어매트가 90% 정도 부풀어 올랐다.
그때였다.
결국 남자는 손을 놓쳐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투웅~
에어매트의 윗부분이 밑으로 쑤욱하고 꺼진다.
“끄으윽.”
떨어진 작업자가 신음소리를 낸다.
우린 움푹 꺼진 에어매트 위로 기어 올라가 작업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괜찮으세요?”
눈을 감았던 작업자가 살포시 눈을 뜬다.
그리고는 기쁨에 차서 소리를 내질렀다.
“사 살았다~!!”
그제야 난 다리에 힘이 풀려 축 늘어졌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새파란 하늘을 향해 연신 주먹 감자를 날렸다.
운명대로 흐르게 만들려는 운명의 신 따위가 있다면 엿이나 먹으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때였다.
지잉.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린다.
[에브리데이를 업데이트하시겠습니까? YES/NO?]
마치 미소를 구한 보상이라도 해주듯 에브리데이가 업데이트가 된다는 내용 떠 있었다.
난 그 즉시 버튼을 눌렀다.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