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2화
492. 12월 12일 1
번쩍.
감았던 눈을 뜨자 주변의 분위기가 익숙하다.
‘꿈인데······ 분명 꿈인데······ 왜 이렇게 생생하지?’
순간 눈앞에 있어서 안 되는 사람이 보인다.
“여 영인이 네가 여기 왜 있어?”
33살의 주영인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새벽부터 뭔 소리예요? 오빠. 꿈꿨어요?”
잠에서 막 깨어났는지 머리가 부스스하고 옷은 슬립을 입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손에 내 양복이 들려있다.
‘꿈이야. 이건 꿈이야.’
하지만 너무도 생생한 느낌에 혼돈이 온다.
“왜요? 오빠?”
“아 아니. 오늘이 며칠이지?”
“2029년 11월 12일이잖아요. 날짜도 몰라요?”
잠깐.
그렇다면 내가 쓰러진 날?
깜짝 놀라 시계를 보자 11월 12일 새벽 4시 30분이다.
민규리가 황룡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는 날이자 내가 쓰러졌던 날이다.
내가 죽기 전.
딱 한 달 전 그날 새벽과 똑같다.
단 하나.
주영인이 집에 있고 내게 훨씬 친근하게 구는 것만 빼면.
“영인아.”
“네”
“호 혹시 김동수는 뭐하고 지내?”
주영인이 미간을 찌푸린다.
“김 대표는 왜요?”
“김 대표?”
“오빠네 회사 대표가 김 대표잖아요. 탑 엔터테인먼트.”
“뭐??”
깜짝 놀라 말했더니 주영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늘고 하얀 손을 내밀어 내 뺨에 댄다.
“오빠. 이제 오빠도 부사장이니까 밑에 사람들에게 맡겨요. 고생을 많이 하니까 이제 헛꿈을 꾸지.”
순간 지금 이게 예지몽이라는 생각이 언뜻 스친다.
그래서 난 다급하게 물었다.
“그 그러면 유진이는?”
주영인의 목소리가 뾰족해진다.
“갑자기 유진이 이야기를 왜 해요?”
주영인이 들고 있던 양복을 내리고는 날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하지만 어차피 꿈일 거라 생각한 까닭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유진이는 어떻게 됐는데?”
“오빠. 오늘 대체 왜 이래요? 유진이 걔 미소 죽고 나서 연락 안 하고 있잖아요. 잠깐! 혹시 아직도 걔랑 연락하고 있어요?”
미소가 죽는다고?
유진이랑 연락이 끊긴다고?
그때였다.
휘이잉~
차가운 바람이 느껴진다.
겨울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내 주변을 감싸고 있던 모든 것들이 움직임을 멈춘다.
심지어 주영인마저도.
그와 동시에 내가 서 있는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꿈속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빠~~
마치 누군가가 머릿속으로 말을 거는 것 같다.
난 힘겹게 입을 열어 그 말에 대답했다.
“어······어······?”
그때였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레고 블록처럼 무너져내린다.
그와 동시에 일순간 눈앞이 하얗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 * *
“오빠. 괜찮아요?”
흐린 시야에 초점이 잡힌다.
내 눈앞에 걱정 가득한 24살 유진이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여기는 내 침대였다.
‘역시 꿈이었어.’
하지만 너무도 생생한 느낌에 다급히 물었다.
“유진아. 오 오늘이 며칠이야?”
“12월 12일이요. 왜요?”
꿈이 너무 예사롭지 않았기에 이번에는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런데 다이어리에는 당혹스러운 정보가 갱신되어 있었다.
[에브리데이 V12]
[날짜 : 2020년 12월 12일]
[오늘의 운세 : 운명은 바꾸기 어렵다. 올바른 선택이 필요한 날이다.]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고?’
운명이 바꾸기 힘들다는 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껏 일정을 바꾸기 위해서 내가 행해 온 일 중 쉬운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문구가 뜬다는 건 내 운명 중 중요한 뭔가가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순간 예지몽 같은 꿈에서 미소가 죽는다는 내용이 떠올랐다.
폰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12시 12분.
딱 1년 전 내가 회귀했던 바로 그 시각이다.
그리고 그날은 미소가 죽은 날이었다.
그제야 유진이의 모습도 눈에 제대로 들어온다.
‘뭐야 이거?’
따스한 정오 무렵의 햇빛을 받은 유진이의 얼굴은 막 회귀했을 때 같다.
유진이는 회귀한 그때처럼 촬영장에서나 입던 붉은색 파카를 입고 있다.
‘설마······ 진짜 오늘 미소한테 1년 전과 같은 일이 생기는 건가?’
그때였다.
유진이가 손을 뻗어 내 이마에 손을 댄다.
“오빠. 열은 없는데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장소는 다르지만 마치 회귀했던 그 순간과 똑같은 상황이다.
운명의 신이 준비한 회귀 1주년 특집 이벤트의 서막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선택을 잘하라는 건가?’
머리가 어질하다.
만약에 운명이 반복된다면 1년 전처럼 미소가 죽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거니까.
‘일단 진정 좀 하자.’
유진이가 보고 있기에 애써 괜찮은 듯한 표정을 짓고 유진이의 손을 이마에서 떼어놓았다.
“괜찮아. 그냥 개꿈을 꿔서 그래.”
“무슨 개꿈이요?”
“아냐. 아무것도. 근데 왜 이런 붉은 파카를 입고 왔어? 이거 촬영장에서 입던 거잖아.”
“아~ 마당에 잠깐 내려가야 했는데 너무 춥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올라와서······ 아 참. 점심 먹어요. 1층에서 아주머니가 굴국밥 끓이고 있거든요. 덕배랑 한울이랑 연우 오빠도 왔어요.”
통영에서 가져온 굴국밥을 먹기 위해 모두를 불러 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덕배와 한울이는 행복이와 사랑이를 데려가기 위해 케이지를 사 왔단다.
“알았어. 씻고 내려갈게.”
힘들게 몸을 일으키자 이부자리가 땀에 젖은 게 보인다.
“그러면 얼른 내려 오세요. 전 먼저 내려갈게요.”
유진이가 웃으며 1층으로 뛰어 내려간다.
난 심호흡을 한 뒤 땀이 잔뜩 흐른 이불을 들고 방을 나섰다.
세탁기에 이불을 넣은 난 샤워하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기 시작했다.
* * *
맛있는 굴국밥을 깨작대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내 생각이 맞는다면 미소가 죽는다는 운명은 오늘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냥 오늘 스케줄을 다 취소하고 집에만 있을까?’
하지만 이내 난 고개를 저었다.
그때 당시 미소는 집에서 사고를 당했다.
덕분에 이 집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어디 있든지 간에 사고를 일으킬 것 같았다.
언제나 내 앞에 펼쳐진 운명들은 영화 <데스티네이션>처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하겠다는 듯 굴었으니 말이다.
결국 난 오늘 스케줄을 꿋꿋하게 버텨내며 주의를 기울이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진짜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에브리데이가 알람으로 알려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믿는다. 에브리데이.’
결국 난 원래 스케줄대로 안정해 감독과 <실종 – 잃어버린 자들>의 캐스팅 미팅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모레 유진이와 미소는 다시 지방 스케줄이 있어서 오늘이 아니면 감독을 만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단 밥부터 든든하게 먹자.’
무슨 일이 생기든 대처하려면 배가 든든해야 했다.
그래서 난 남은 굴국밥을 빠르게 들이켜기 시작했다.
후루룩.
잠시 후.
행복이와 사랑이를 덕배와 한울이에게 들려서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난 유진이와 미소를 데리고 1층 마당 주차장으로 향했다.
마당에는 늘 타고 다니던 승합차와 내 벤츠 승용차가 있다.
미소가 두 차 앞에 서서 ‘어느 것을 고를까요?’를 하기 시작한다.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봅시다! 딩동댕동! 이거!”
“골랐니?”
“응! 엄마 오늘 이거 타자! 이거!”
미소가 선택한 건 바로 벤츠 승용차.
평소라면 미소가 원하는 대로 해 줬겠지만 오늘은 안 된다고 말했다.
승용차에 달린 어린이용 카시트가 덜컹거려서 떼 놓았기 때문이다.
“미소야. 오늘은 승합차 타자.”
“왜요?”
“오늘 승용차에는 카시트가 없어. 새로운 카시트 오면 그때 탈 수 있어.”
미소가 귀여운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히잉. 나 오늘 저거 타고 싶은데~”
마음이 살짝 약해지려 했지만 다정하게 미소를 달랬다.
“안돼 미소야. 안전하게 다녀야지~”
그러자 미소가 응원군을 찾듯 엄마를 쳐다본다.
하지만 유진이가 내 편을 들었다.
“삼촌 말 들어야지 우리 미소?”
미소는 알겠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네. 알았어요.”
난 그렇게 미소를 승합차에 태웠다.
미소를 어린이 카시트에 올려놓은 뒤 안전벨트를 단단히 고정했다.
파워터프컬 모양의 두툼한 쿠션이 달린 안전벨트가 미소의 몸에 딱 맞게 떨어진다.
“제대로 앉았어?”
“네! 삼촌.”
난 미소의 안전벨트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운전석으로 향했다.
엔진 시동을 걸며 에브리데이를 다시 확인했지만 아직 새로운 일정은 없다.
난 심호흡을 하며 운전석으로 향했다.
부르르릉.
벤츠 스프린터의 엔진이 경쾌하게 울린다.
제발 오늘 하루 아무 일이 없기를 간절히 빌며 천천히 액셀에 발을 올렸다.
* * *
안정해 감독은 리버스 엔터의 투자를 받은 뒤 제작사 사무실을 리버스 엔터 3층에다 열었다.
그래서 우린 지금 리버스 엔터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올림픽로가 막히지 않고 뻥 뚫려 있다.
‘별일이네?’
오랜만에 쾌적한 운전을 하게 된 탓인지 모든 차선의 차들이 평소보다 속도를 조금 더 올리고 있다.
난 3차선으로 주행 중에 백미러를 확인했다.
신호등에 걸려서 내 차선에 따라오는 차들은 없다.
이어서 뒷좌석을 보자 유진이와 미소가 태블릿을 보면서 깔깔 웃고 있었다.
EBC의 <동글동글 친구들!>의 그림 그리기 코너를 보고 있는 듯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기를 하면서.
먹방 프로에 나가면서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미소야. 그림 그리기가 아직도 좋아?”
“응! 나 나중에 연예인 화가 할 거예요.”
미소의 연예인 화가라니.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미소의 난해한 그림이 세상에 제대로 평가받기는 100년은 이를 텐데 말이다.
그때 미소가 좋아하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동글동글 친구들!>의 주제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동글동글 동그리가~ 동글동글 그린 그림~』
순간 미소가 맑은 목소리로 방송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유진이도 미소를 따라 화음을 넣으며 ‘동그리송’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흥겨운 노랫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전방 50m 앞.
통통통.
축구공 하나가 도로로 굴러 나온다.
곧이어 인도 쪽에서 미소 또래의 사내아이가 공을 잡으러 쫓아 나오고 있었다.
‘안 돼!’
현재 내가 있는 곳은 3차선이라 아이와 부딪힐 일은 없다.
그런데 내 오른쪽 차선인 4차선은 달랐다.
아이가 공을 따라 도로로 들어오면 큰 사고가 날 수가 있었다.
난 그 즉시 차량의 속도를 살짝 늦추며 경적을 꾸욱 눌렀다.
빠아앙~~
큰 경적 소리가 울린다.
하지만 아이는 공에 집중했는지 고개를 들지 않고 공을 따라 차도로 나온다.
그래서 난 다시 한번 경적을 울렸다.
빠아앙~빠아앙~
그제야 깜짝 놀란 아이가 공을 붙잡고서 고개를 들어 올린다.
‘돌아가!’
곧장 인도로 피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너무 놀랐는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때였다.
내 오른쪽으로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며 요란한 경적을 울린다.
빠아앙~
경적소리와 함께 4차선의 흰색 승용차가 뒤늦게 급제동을 건다.
끼이이익!
아이를 피해 급히 핸들을 돌린 4차선의 흰색 승용차가 내 차선으로 들어온다.
난 그 즉시 유진이와 미소에게 경고하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유진아! 미소야! 꽉 잡아!”
끼이이익!
커다란 벤츠 스프린터 차량이 급격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끼끽!
그래도 미리 속도를 줄인 덕에 3차선을 침범한 흰색 승용차와 간신히 충돌은 피했다.
끼이익.
내 바로 앞에 비스듬하게 멈춰 선 흰색 승용차가 비상 점멸등을 깜빡였다.
그제야 4차선에서 바싹 얼어붙어 있던 아이는 인도로 몸을 피했다.
아직 올림픽로에 정차한 상황이라 백미러로 뒤쪽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3차선과 4차선의 차들이 100m는 넘게 떨어져 있다.
“괜찮아? 유진아. 미소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유진이와 미소가 살포시 고개를 든다.
“예. 오빠.”
“삼촌······ 난 괜찮아요.”
그때 뒤쪽 차량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이대로 가만히 서 있다가는 2차 사고가 날 수 있었기에 짧게 빵하고 경적을 울렸다.
바로 앞에 선 흰색 승용차가 그제야 비상 점멸등을 끄고 차량을 움직인다.
차량의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운전자가 손을 흔들어댄다.
감사하다는 표시였다.
내가 평소보다 훨씬 집중하지 않았더라면 자칫 모두가 큰 사고를 겪을 뻔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카시트가 없는 차를 타고 나왔다면 미소도 크게 다칠 수가 있었고.
에브리데이의 경고가 새삼 정신을 들게 하고 있다.
‘오늘. 진짜 조심해야겠네.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난 놀란 가슴을 억누른 채 천천히 차를 몰기 시작했다.
* * *
리버스 엔터의 1층 지상 주차장에 차를 댄 나는 급히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미소야. 괜찮아?”
미소가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파워터프걸 쿠션을 가리킨다.
“응! 버터씨가 지켜줬어요.”
미소의 가슴에 안긴 푹신한 안전벨트 쿠션에는 먹보 캐릭터인 ‘버터씨’가 엄지를 들고 웃는 그림이 있었다.
애니메이션 파워터프걸에서 먹보 캐릭터이자 물리 공격을 담당하는 튼튼한 녀석이 미소를 티끌도 다치지 않게 지켜냈다.
“많이 놀랐지?”
미소가 고개를 젓더니 눈을 끔뻑인다.
“조금밖에 안 놀랐어요. 근데 아까 걘 괜찮아요?”
“어. 지나가면서 보니까 엄마한테 엉덩이 맞는 거 빼고는?”
미소는 자기가 위험했던 사실도 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휴~ 다행이다.”
나 역시 짧게 안도한 뒤 미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다들 조심하자. 알았지?”
유진이와 미소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엡~”
“미소야. 자 그럼 갈까?”
“네!”
유진이와 미소를 데리고 1층 출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이 건물 외벽을 청소하는 날인지 옥상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작업자들이 유리창을 닦고 있는 게 보인다.
“오늘 청소하는 날인가 보네.”
미소가 내 손을 잡고 고개를 올려다본다.
“아저씨 들~ 안녕하세요~”
미소가 해맑게 웃으며 위를 보고 손을 흔든다.
작업자들은 보지 못하고 있지만 유진이와 난 미소처럼 인사했다.
이어서 여닫이문으로 된 통 유리문을 열고 1층 로비로 향했다.
넓은 로비는 천장이 20m는 될 정도로 높은데 입구 쪽이 투명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유진씨~”
“미소야. 왔어?”
로비를 지나치던 동생들이 날 알아보고 달려와 인사한다.
순간 미소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안녕하세요~”
“그래 우리 미소. 오늘도 행복해?”
“응! 완전 행복해요!”
미소의 얼굴에 웃음이 피면 동생들 또한 따라 웃고 있었다.
역시 미소는 어딜 가도 인기 폭발이다.
한동안 인사를 주고받은 우린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오늘은 엘리베이터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달캉.
3층의 비상계단 출입문을 열었다.
박현수 제작실장과 이수찬이 엘리베이터 앞에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다.
“어? 왜 거기서 나오······십니까?”
“형님? 왜 걸어서······”
두 사람이 의아해했지만 난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난 이어서 두 사람의 안내를 받아 안정해 감독의 제작사가 있는 301호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사람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운명처럼 말이다.
‘인연······ 참······’
그런데 그때였다.
지잉~
에브리데이가 진동으로 알람을 울려준다.
‘떴다.’
아침부터 기다리던 일정이 드디어 떠올랐다.
[알림 : 2020년 12월 12일. ‘정유진’에 관한 새로운 일정이 떴습니다.]
난 그 즉시 오늘 자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그런데 일정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