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9화
489. 말을 갈아타다 3
박희준 팀장이 준 마이크로 SD 카드에는 진명규 부회장의 뒤처리를 한 일들과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 흐름의 일부가 엑셀 파일로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그의 말대로 암호화되지 않은 파일은 전체의 10% 정도였다.
“남은 것만으로도 진명규 부회장한테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 같군요.”
다른 암호화 파일은 검찰이 알아서 열어줄 테니 나머지는 서재일 검사에게 맡기면 된다.
“부족한 부분은 제가 아는 대로 증언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빼 올 생각을 하셨습니까?”
“정 팀장님이 미리 말씀해 주셔서 혹시나 하고 빼놨었죠. 다만······ 오늘 바로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진성그룹에 오기 전 회사의 에이스라는 소리를 듣던 남자다운 움직임이다.
이어서 난 진성준 전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무님. 진명규 부회장 비서실의 박희준 팀장님이 저희 쪽으로 말을 갈아탔습니다.”
진성준 전무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정말입니까?
“예. 4팀이 한 지저분한 일이 담겨 있더군요. 대부분이 암호화되어 있긴 한데 나머지 것들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잘됐군요.
그때 박희준 팀장이 급히 말한다.
“전무님. 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순간 진성준 전무가 너그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두 형제 사이에서 끼어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팀장님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박희준 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감사······ 합니다.”
이어서 난 진성준 전무에게 물었다.
“전무님은 자료를 어느 정도로 모으셨습니까?”
-을왕리 교통사고 당시 사진. 운전석에서 내리는 진명규 부회장의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경찰을 통해서 무마한다는 정보까지 확보했습니다.
“잘됐네요. 아 그리고 이제 박 팀장님은 검찰에 자수하러 갈 겁니다. 그쪽도 준비해 주십시오.”
-알았습니다. 저희도 지금 확보한 자료를 검찰과 언론에 넘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을 무렵 리버스 엔터의 임형주 법무 이사와 법무법인 해요의 박창식 대표 변호사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오면서 사정을 들었다며 박희준 팀장을 안심시켰다.
“정 팀장님에게 주려던 3억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자수만 하고 검찰에 주면 끝입니다.”
임형주 이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예. 더군다나 최 비서실장님과의 대화를 녹음하셨잖습니까? 검찰에 상세히 설명할 테니 안심하십시오.”
박희준 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가족을 바라본다.
노모와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희준아. 우리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그래요 여보. 저흰 잘 버티고 있을게요.”
박희준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수찬과 이호재가 안고 있는 쌍둥이에게로 향한다.
보육원 시절부터 새로운 동생들이 들어오면 돌보는 건 우리의 몫.
그래서 우리 보육원 출신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신생아들을 잘 다룬다.
덕분에 쌍둥이들은 이수찬과 이호재의 품에 안겨 근심 걱정 없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아빠~ 다녀올게······.”
박희준 팀장이 쌍둥이의 통통한 볼을 쓰다듬어 준다.
발그스레한 볼이 살짝 들어갔다 원상 복귀된다.
그 순간 쌍둥이 아이 중 한 명이 눈을 감은 채 아빠의 손가락을 잡는다.
그리고 마치 텔레파시가 통한 듯 다른 쌍둥이 역시 아빠의 손가락을 붙잡는다.
그리고는 잘 다녀오라는 듯 눈을 감은 채 방실방실 웃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수찬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애들이 아빠한테 파이팅을 하네요. 걱정하지 마시고 가서 그 부회장인가 뭔가 하는 인간이나 콱 밟아주고 오십쇼.”
이호재도 곁에서 능숙하게 아기를 안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전 세쌍둥이도 혼자 커버 가능합니다. 그니까 어서 다녀오세요.”
박희준 팀장이 눈물이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사이 난 변호사들에게 마이크로 SD 카드를 건넸다.
“비서실에 나온 내부 자료입니다. 카피본은 따로 몇 개 만들어 두십시오.”
“알겠습니다.”
이내 인사를 마친 박희준 팀장은 변호사들과 함께 집에서 먼저 나섰다.
이윽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수찬이 쌍둥이를 안은 채 묻는다.
“형님은 어디 가십니까?”
“주간 스타!”
이번 일을 덮으려고 하는 주간 스타 역시도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었다.
* * *
압구정 박희준 팀장의 빌라 앞.
최형운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받은 비서실 1팀장인 송현태 팀장은 비서 세 명과 함께 빌라에 도착했다.
만능키로 문을 따고 집에 들어가자 어질러진 흔적들이 보였다.
송현태는 가족들이 도망을 갔다는 걸 대번에 알아차렸다.
“씨X! 이것들이 다 튄 거 같은데?”
송현태는 곧장 최형운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장님. 박 팀장이 가족들 모두 데리고 도망간 것 같습니다.”
-간도 작은 자식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였지? 야. 그러면 그 자식 고향에는 사람 보냈어?
“예. 방금 보냈습니다.”
-빨리 찾아! 그놈 못 데리고 오면 네가 부회장님 일을 책임져라.
“시 실장님!”
-30분 시간 준다. 어서!
“예. 예!”
전화를 끊은 송현태가 이를 갈며 말한다.
“근처 CCTV 다 뒤져! 차나 도보나 어디로 갔는지 다 캐. 경찰에 협조도 요청하고.”
“알겠습니다. 교통과에 연락해서 정보 빼 보겠습니다.”
“당장! 돈이 얼마가 되었든 뒷돈 넉넉히 찔러 주고 빼내!”
송현태는 길길이 날뛰며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아는 경찰에게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최 경감님. 여기 압구정인데 CCTV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최일중 경감이 와락 짜증을 낸다.
-아 요새 경찰이 CCTV를 어떻게 몰래 봐? 미쳤어?
“65나 8017번. 어디로 갔는지만 알려주십시오. 최종 목적지까지 알려주면 현찰로 3천만 드리죠.”
그때였다.
전화 너머에서는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에이~ 진작에 그렇게 말하지. 알았어. 65나 8017번이라고 했지. 어디로 갔는지 금방 알려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자칫 비서실의 에이스였던 자신이 뒤처리 반이나 당하는 꼴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
송현태는 무슨 짓이든 해서라도 박희준을 잡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 * *
현재 시각 밤 11시 20분.
주간 스타의 최민준 편집장실.
난 당혹스러운 표정의 최민준 편집장과 마주하고 있다.
“정 팀장. 진성그룹이 후계자 기사를 수정하라고 압력 넣고 있다는 걸······ 대체 누 누구한테 들었나? 자네 정보원이 누구야? 어?”
‘미래 다이어리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정보의 소스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편집장님이 생각하실 건 줄을 잘 골라야 한다는 것뿐입니다.”
그 순간 내 곁에 앉은 장문기 기자도 말한다.
“편집장님. 정 팀장 말을 들어 보니까 이번 일은 덮는다고 덮일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최민준 편집장이 머리를 벅벅 긁는다.
“하아······ 미치겠네. 그거 대표님 선에서 덮으라고 압박 들어온 건데······.”
난 고심하는 최민준 편집장에게 말했다.
“현재 검찰 쪽에서 정보를 캐치하고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자칫 편집장님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최민준 편집장이 깜짝 놀라 묻는다.
“진짜야?”
“전방위로 뒤지는데 당연히 조사 대상에 오르겠지요. 검찰은 편집장님을 탈탈 털 거고 그러다 보면 뭐 돈을 받은 게 나올 수도 있고······.”
워낙 구린 데가 많은 최민준 편집장의 얼굴이 빨개진다.
“나 도 돈 안 받았어!”
약속만 받고 아직 돈을 직접 받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다른 구린 데가 많은 인간이라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머리를 쥐어뜯던 최민준 편집장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자 내게 애원한다.
“야. 정 팀장. 나 좀 살려줘라. 응? 한 번만 살려주면 빚은 확실히 갚을게.”
난 잠깐 뜸을 들이다 큰 인심을 쓰는 듯 말했다.
“지금이라도 선을 딱 긋고 같이 터트리세요. 윗선에다가는 상황 이야기 잘하시고요.”
“우리가 먼저 선을 그으라고?”
“예.”
내가 여기 직접 온 건 이처럼 주간 스타의 퇴로를 불살라 버리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간 스타’가 직접 이번 의혹을 털어놓는 게 좋았다.
고민하던 최민준 편집장이 결국 결단을 내린다.
“장 기자야. 너 이 기사. 책임지고 메이드할 수 있지?”
장문기 기자가 씨익 웃는다.
“진성그룹 A 씨. 해당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본지를 압박!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디테일은 마음대로 하고. 단 우리 회사에 손해가 없도록 타이틀 분명하게 뽑아.”
“예!”
장문기 기자가 신이 나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최민준 편집장이 진땀을 닦으며 말한다.
“미리 알려줘서 고마워. 자네 아니었으면······.”
“별말씀을요.”
주간 스타 최민준 편집장은 꽤 약삭빠른 사람이다.
늘 강한 쪽에 붙어서 길게 살아남는 타입이기도 하고.
그 말은 배신도 잘한다는 소리.
그래서 난 기사가 업로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만약 진명규 부회장에게 연락을 받는다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소파에 몸을 기대자 최민준 편집장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대표님! 자칫하다가는 우리 다 죽는다니까요? 예. 예. 진짜 장난 아닙니다. 검찰이 대표님도 털고 있고 다른 언론사도 곧 발표할 거랍니다.”
최만준 편집장은 없는 사실까지 보태며 잔뜩 오버를 해댔다.
결국 주간 스타의 대표도 기사는 정정하지 않겠다고 대답해온다.
잠시 후.
장문기 기자가 노트북을 갖고 찾아왔다.
“편집장님. 확인하고 승인 버튼 눌러 주십쇼!”
주간 스타는 온라인 홈페이지에 기사를 최종 업로드 하려면 편집장이 승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편집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케이. 승인!”
편집장이 버튼을 누르자 드디어 기사가 업로드되었다.
[(속보) 진성그룹 후계자 A 모씨. 자신이 낸 사고를 조작하기 위해 언론을 매수! “무엇이 그리 무서운가!”]
[(속보) 진성그룹 후계자 A 모씨. 경찰 회유 정황! 유전 무죄 무전 유죄?]
[(속보) 진성그룹 후계자 A 모씨. 연예인 B 양과 불륜 관계! 조강지처는 어쩌고?]
······.
기사가 올라가자 장문기 기자가 흥분한 표정으로 외친다.
“반응 바로 옵니다!”
‘됐다.’
장문기 기자가 쓴 자극적인 기사들 밑으로 빠르게 댓글이 붙기 시작하고 있었다.
-Risa70 : 대박! 돈으로 기사를 덮어?
-RNB1090 : 진성 부회장 급이 되니까 클래스가 다르네.
-BOXER80 : 오~ 정치인들이 무슨 사고 쳤나? 갑자기 웬 재벌과 연예인의 썰인데?
······.
‘쭉쭉 가자 쭉쭉!’
그때였다.
지이잉~
편집장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최민준 편집장이 액정에 뜬 번호를 보고 안절부절못한다.
“미치겠네 부회장 전화인데······.”
장문기 기자가 피식 웃는다.
“그보다 더한 인간들 전화도 가볍게 받았으면서 왜 그렇게 쪼십니까?”
“그 그렇지?”
“예!”
최민준 편집장이 고개를 끄덕이곤 애써 대범한 척 전화를 받는다.
전화 너머로 진명규 부회장의 쌍욕이 터져 나온다.
-야이~ XXX야! 어디서 그딴 XX한 XX를 올려! 야! 이미 말 다 맞춰놓고서 이제 와서 갑자기 왜 이래? 이 새X! 너 미쳤지?
아무리 진성그룹의 후계자라고는 하지만 최민준 편집장이 나이가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전화를 받기 전만 해도 주저하던 최민준 편집장도 빽하고 소리를 지른다.
“뭐? 이 새X가 감히 어디서 반말이야! 그리고 우리가 언제 입을 맞췄어? 까고 말해서 네가 지X만 떨고 전화 끊었잖아. 난 안 된다고 했어!”
-뭐 뭐? 지금 뭐랬어? 지X?
“그래! 지X! 왜!”
폭주를 시작한 최민준 편집장은 떠밀지 않아도 잘만 대꾸하고 있었다.
-너······ 이번 일 반드시 후회할 거야.
“언론과 척지고 감옥 간 재벌이 한둘인 줄 알아? 그리고 누가 후회하나 두고 봐! 끊어!”
최민준 편집장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전화를 끊어 버린다.
“어디서 새파랗게 어린 놈이 이래라 저래라야?”
하지만 패기 넘치는 표정과는 달리 최민준 편집장의 다리는 달달 떨리고 있다.
‘쫄았네.’
최민준 편집장이 내 쪽을 쳐다본다.
“저 정 팀장. 하하하. 내 내 목소리가 왜 이리 떨리지······ 하 하여튼 간에. 진성준 전무에게 이야기 잘 해줘야 해. 아 알았지? 나······ 줄 확실히 섰다고.”
“예. 편집장님.”
그제야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밤은 조금 길 겁니다. 긴장하시고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주십시오.”
“그래. 아 알았어. 정 팀장.”
난 최민준 편집장과 인사한 뒤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으아악! 이 XX들이!”
진명규는 주간 스타 편집장에 이어 주간 스타의 대표와도 통화를 마쳤다.
그러나 둘 모두가 감히 자기 말을 뒷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었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진명규는 손에 들린 폰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파직.
폰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진명규는 씩씩거리며 부회장실에 모여 있는 비서진들을 노려본다.
“야! 니들은 대체 일을 어떻게 이따위로 하는 거야? 어?”
진명규의 브레인이자 오른팔인 최형운 비서실장이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비서 2팀과 3팀 팀장도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죄송? 죄~송? 야! 니들 다 한국 최고의 대학 출신이라며? 근데 이딴 뒤처리도 못 해? 아오~ 너희 같은 것들을 수재라고 주는 돈이 아깝다 돈이 아까워!”
진명규는 자신의 비서들을 향해 한껏 분풀이하고 해댄다.
정작 자신은 한국의 좋은 대학에 들어갈 성적이 되지 않아서 도피성 미국 유학으로 겨우 대학을 졸업했으면서 말이다.
“하여간 박희준 그 새X를 잡아 오든 아니면 니들이 이거 대신 뒤집어쓰든 알아서 해!”
“예. 부회장님.”
지시를 마친 진명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비서들이 급히 따라 일어나며 묻는다.
“어디 가십니까?”
“알 것 없어!”
진명규는 뒤처리나 하라며 홀로 부회장실을 나서 버렸다.
* * *
신사동 고급 빌라 HQ.
일을 끝낸 난 박희준 팀장의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빌라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 일이 마무리되는 걸 보고 박희준 팀장이 서재일 검사를 만나고 돌아오면 향후 대처를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난 한 방에 주차를 마친 뒤 폰을 확인했다.
[실시간 검색어]
1위 진성그룹
2위 진명규 부회장
3위 안유현
······.
5위 을왕리 교통사고
떠오르는 여배우인 안유현의 이름이 거론되고 재벌이 힘을 써서 교통사고를 무마하려고 한 까닭에 이번 일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아마도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진명규 부회장은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 그때였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지하 주차장 한쪽에서 검은 차 2대의 차 문이 열린다.
검은 정장을 한 여섯 명의 사내들이 차에서 내리는데 하나같이 체구가 크고 인상도 만만치 않다.
난 그 즉시 스마트워치로 전화를 걸었다.
-예. 형님.
“수찬아. 너 지금 어디냐?”
-저희는 아직 그대로 박 팀장님 집에 있는데요?
“여기 지하 주차장인데 진성에서 사람을 보낸 것 같다.”
-몇 명입니까?
“여섯 명. 차림새나 생김새를 보니 경호팀 같다.”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그사이 검은 정장을 한 사내들이 저벅저벅 다가온다.
난 주먹을 꼭 쥐고 다가오는 놈들을 보며 말했다.
“진명규 부회장이 보냈나?”
그때였다.
정장을 입은 사내의 입에서 전혀 다른 사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